소설리스트

황정허무검-60화 (60/152)

■ 제 60절 :

"이대협! 이대협의 사문을 알 수는 없는지요?"

범각 대사가 놀란 눈빛을 추스리며 은성에게 음성을 보내었다.

"해동에 위치한 동방파입니다."

"동방파..."

아무리 기억을 더듬어 보아도 들어본 적이 없는 문파였다.

아니, 해동에 이처럼 뛰어난 무공을 가진 문파가 있다는 소리조차도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것 같았다. 그렇 지만 해동에서 왔다는 눈앞의 소년이 펼친 무공을 보면 중원의 무공보다도 더 뛰어난 것 같았다.

게다가 이 소년의 무공수위는 어떠한가?

범각대사가 생각하기에도 은성의 무공과 비교될만한 대상은 천문금쇄진 안에 있는 마인밖에 없었다. 마인의 섭혼술과 마소(魔笑)만 견뎌낸다면 충분히 대적하고도 남을 것 같았다.

"이 대협의 무위를 보니 그동안 내심 자부하던 노납의 무공이 초라해지는 것 같습니다. 우리 세명이 합격술을 익혀도 무공 차이가 너무 현격하여 큰 실효를 거둘수는 없을 것 같군요. 차라리 이대협께서 저희 둘의 무공을 흡수하여 진세안의 마인과 겨루시는 것이 승산이 훨씬 높을 것 같습니다."

말을 마친 범각 대사가 시선을 돌려 달라이라마를 바라보자 달라이라마가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은 성에게 말을 하였다.

"스승님, 스승님의 검법을 보니 천의무봉(天衣無縫)하여 더 이상 배울 것이 없을 듯 싶습니다. 저희 포달랍궁 에서 가장 자신하는 무공은 장법이며 그 중에서도 가장 위력적이고 심오한 무공은 보리패엽장(菩리貝葉掌)입 니다. 제자가 감히 용담호혈인 소림사까지 찾아올 수 있었던 것도 바로 보리패엽장을 믿었던 때문입니다."

달라이라마가 스승인 은성에게 포달랍궁 최고의 무공인 보리패엽장을 전수해 주기로 하자 범각대사도 은성앞 으로 나서며 음성을 전했다.

"이대협! 이대협의 검법과 신법은 진세안의 마인보다도 더 뛰어나신 것 같습니다. 포달랍궁의 보리패엽장을 익히시고 본사의 부동명왕심공(不動明王心功)을 익혀 마인의 섭혼술과 마음(魔音)에 정신을 분산시키지만 않 으신다면 능히 마인과 겨루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범각대사와 달라이라마가 은성에게 각파의 최고 절기들을 전수해 주기로 하자 은성은 거부할 수 없었다. 진세 안에 있다는 마인의 무공의 초절함을 방금전에 듣지 않았던가?

이미 인간의 한계를 벗어났다는 마인과 일대일 결투를 벌이기 위해서는 자신의 강점은 살리고 약점은 최대한 보완해 두어야 하였다.

보리패엽장은 한계가 없는 무공이었다. 단 이초식으로 이루어져 있었는데 일초식 패엽만장(貝葉萬掌)은 펼치 는 순간 사방이 손바닥 모양의 강기로 가득차게 되는 장법이었다. 경지 이상으로 수련하면 수천개의 장영이 사방으로 퍼져 나가 장영에 닿는 모든 것을 파괴시킬 수 있다고 하였다.

이초식 패엽건곤(貝葉乾坤)은 더더욱 패도적인 무공이었다. 펼치는 순간 강기로 이루어진 거대한 손바닥이 덮 쳐 드는데 경지 이상으로 수련하면 자그마한 동산 정도는 한 방에 날려 버릴 수도 있다고 하였다.

이초식 모두 시전자의 능력에 따라 장영의 수와 크기가 달라지고 그 위력도 천양지차로 증가되는 무공이었다.

소림의 부동명왕심공은 정신력을 단련하는 심공이었다. 불타가 깨달음 직전에 온갖 마귀들의 유혹을 이겨 내 면서 만들어낸 심법으로 제자들의 수행을 돕기 위하여 전수해 주었다는 불가 비전의 전설적인 심법인 것이다. 이 심공을 대성하면 의지견성하게 되어 사악한 술법이나 마귀의 유혹을 능히 이겨낼 수가 있다고 하였다.

이미 태극진기를 완성한 은성에게 보리패엽장은 어려운 무공이 아니었다. 그리고 소림사를 오르면서 얻었던 깨달음으로 상단전이 개발되기 시작한 은성에서 부동명왕심공은 오랜 가뭄 끝의 단비이었다.

부동명왕심공이 어느정도 경지에 이르자 드디어 상단전이 열리어 졌던 것이다. 상단전이 열리어지자 중단전에 형성된 작은 내단에서 알 수 없는 신묘한 기운이 뻗어나와 미간에 있는 상단전으로 스며들어가기 시작하였다.

상단전으로 스며든 신묘한 기운은 상단전에서 한참을 휘돌더니 잠잠해져 갔다.

그런데 은성이 부동명왕심공을 수행하고자 마음을 다스리자 다시금 상단전에서 신묘한 기운이 피어 오르기 시 작하였다. 신묘한 기운 때문인지는 몰라도 마음이 명경지수처럼 맑아지고 눈앞에 있는 사물의 형체(形體)속에 서 희미하지만 진체(眞體)가 보여지는 것 같았다.

눈을 감자 심안이 예전보다도 몇 배나 발달되어 있었다. 훨씬 더 선명하고 빠르며 멀리까지 관찰할 수 있었다.

부동명왕심공을 익히면서 열려진 상단전이었지만 상단전이 개발되자 부동명왕심공도 며칠만에 대성할 수가 있 었다.

보리패엽장과 부동명왕심공을 익힌지 한달도 안되어 은성은 더 이상 무공을 배울 필요가 없어져 버렸다. 부동 명왕심공은 대성하였으며 보리패엽장 또한 하단전의 진기만을 사용하고도 달라이라마보다 강하게 펼쳐낼 수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전력을 다한 은성의 보리패엽장은 화룡검으로 검환을 만들어 펼쳐 내는 무공에 비해 더욱더 위력적이었다.

은성이 무공을 대성하자 범각대사는 천문금쇄진을 드나들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 주었다. 천문금쇄진은 불수 복마진처럼 금강보리신공을 익히지 않아도 드나들 수가 있었지만 그 원리는 너무나 심오하였다. 은성의 천재 적인 지혜로도 꼬박 일주일동안 진법공부를 하고서야 천문금쇄진의 원리를 어느 정도 이해할 수가 있었다.

그렇다고 은성이 천문금쇄진을 설치할 수 있을 정도로 완전히 이해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천문금쇄진에 서 생문과 명문을 찾는 방법과 통과 요령만을 습득할 수 있었다. 하지만 범각대사에게서 일주일 동안 진법에 대한 공부를 한 덕분에 은성의 진법에 대한 공부는 매우 높은 경지에까지 올라설 수 있었다.

"이 대협, 상대는 반은 인간이지만 나머지 반은 악마이자 광인입니다. 만약에 마인이 출세(出世)한다면 세상 은 시산혈해(屍山血海)로 뒤덮이게 될 것입니다. 마음을 굳게 먹으시고 중생들을 위하는 대자대비한 마음으로 악마를 제거해 주시기 바랍니다."

천문금쇄진에 들기전 범각대사는 은성이 마인을 보고 자신이 실수한 것처럼 마음을 약하게 먹지는 안을지 못 내 걱정이 되었는지 신신당부를 하였다.

"걱정 마십시오. 마인이 죽어 선한 사람으로 다시 태어날 수도 있으니 이 또한 선업(善業)입니다. 달라이라마 님과 함께 좋은 소식 기다리고 계십시오."

범각 대사에게 포권지례를 마친 은성은 달라이라마에게 눈인사를 한후 천문금쇄진 안으로 발길을 들여놓았다.

중생을 구하기 위해 지옥속으로 자진하여 태연히 걸어 들어가는 보살과도 같았다.

은성이 들어간 천문금쇄진의 입구에 있는 붉은 마기가 갑자기 기승을 부리듯 치솟아 오르자 스승의 안위가 염 려 되었던지 애잔한 눈빛을 흘리며 천문금쇄진의 입구에서 서성거리던 달라이라마가 처음의 자리로 뒤돌아가 앉은 후 조용히 눈을 감았다. 마음속으로나마 스승님의 승리를 기원하기 위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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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교 안휘지부장인 음산인마 갈중혁의 어깨는 요즈음 처질대로 쳐져 있었다.

오십여명이었던 권마대원들이 하나둘 사라져 이제는 아홉명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이십여명 정도가 사 라진후에야 권마대원들이 탈주하였을지도 모른다며 긴급하게 외곽 경비를 서지 못하도록 하였는데도 계속적으 로 사라져 갔던 것이다.

어제는 최후로 남은 열두명을 경비업무에서 제외시키고 외곽 경비를 서던 혈의대들에게 지시하여 동굴의 입구 에서 권마대원들이 빠져나가는지 비밀리에 감시하라고 하였는데 밤새 또 세명의 권마대원들이 사라져 버렸다.

동굴입구를 감시하던 혈의대에게 물어본 결과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하니 귀신이 곡할 노릇이었다.

지하 십여장 깊이에 있는 동굴속이니 하늘로 사라질 일도 없었으며 단단한 암석으로 이루어진 동굴이니 땅으 로 꺼져 사라질리도 만무하였다. 동굴속에는 권마대외에도 혈의대와 밀찰대원들이 거주하고 있는데 하필 권마 대원들만이 사라지고 있는 것이 또 의문이었다.

만약에 사라진 권마황이라도 나타난다면 그 모든 책임은 고스란히 자기가 다 뒤집어 쓸 판이었다. 밤에 잠도 잘 오지 않아서 불면증에 시달리는데 번뇌마승은 시도때도 없이 나타나서 해동신룡과 검후의 행적을 물으며 성질을 부려대고 있었다.

늘어나는 부화를 애꿎은 수하들에게 쏟아내고 있었지만 이래저래 마음이 편치 않은 음산인마였다. 하지만 그 래도 자기는 마교 절강지부장 보다는 낳은 것 같았다. 그곳으로는 마교 십대장로중의 한명인 독중지마가 도착 하였다는 정보였다.

목검문의 전투에서 사라진 제자 악독이마의 복수를 하기 위함이었다. 번뇌마승의 성질이 열화와 같다면 독중 지마의 성질은 괴팍하기 이를데 없었다. 조금만 마음에 들지 않아도 독을 하독하여 반 병신을 만들어 놓고 부 화가 돋우면 한 마을을 통채로 독살시켜 버리는 피도 눈물도 없는 독종이었다.

무엇보다도 독중지마가 하독을 하여 중독이 된 사람은 해독할 기회조차 없었다. 감히 독중지마의 눈 밖을 벗 어나고자 하는 의원은 거의 없었기 때문이었다. 마교에서 치료를 담당하고 있는 만독전의 마의(魔醫)들까지도 독중지마에게서 직접 중독된 환자는 치료를 거부하고 있었다.

오늘은 번뇌마승과 함께 밀실에서 내상을 치유중인 소교주를 찾아 뵙기로 한 날이었다. 소교주가 밀실에 아무 도 접근을 하지 못하도록 명령을 내렸다고 하지만 마교 십대장로의 신분은 그 '아무도'에 포함되지 않았다.

마교의 교주조차도 함부로 하지 못하는 십대장로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장로들은 교주의 직계자손들을 극진히 위해 주고 있었다. 그만큼 마교 교주에 대한 충성심이 높은 장로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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