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황정허무검-46화 (46/152)
  • ■ 제 46장 :

    전각 밖에서는 한참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고 있었다.

    다행히 목검문측 고수들이 중독을 당해 있었지만 숫적으로 매우 우세한 입장이었기 때문에 일방적으로 살륙당 하고 있지만은 않고 있었다. 처음에 오십여 명이었던 지옥대 고수는 내담안으로 들어서기전 삼십 육명이었다 가 현재는 이십 육명으로 줄어 있었다. 그리고 이십여명이었던 권마대 고수도 현재 열두명만이 남아 있었다.

    이에 비해 목검문 측의 인명 피해는 막대하였다. 적은 삼십여명이 줄어든 반면 목검문측은 칠십여명의 인명 피해가 발생했던 것이다. 그리고 시간이 지날수록 중독에 의한 내공 소모가 심해지는 목검문측의 피해는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었다.

    이 모두가 저주받은 극독인 앙천지독 때문이었다. 하지만 전각 안으로부터 절정고수들이 쏟아져 나오자 전세 는 순식간에 역전되어 버렸다. 남궁력과 남궁혼을 위시한 청무대원이 전각 밖으로 나오자 마자 남궁세가와 싸 우고 있는 권마대에 달려들고 목검문주와 지룡문의 장로는 지옥대에게 달려 들어갔다.

    검후도 지옥대의 선두에 서서 두 개의 폭풍륜을 휘두르며 가장 무자비한 살수를 펼치고 있는 지옥대주에게로 몸을 날렸다. 비록 지옥대주가 절정고수인 것은 사실이었지만 충분히 검후가 상대할 만하다고 생각한 은성이 는 주변을 경계하면서 암암리에 심안을 발휘하기 시작하였다.

    조용히 주변으로 범위를 넓혀가던 은성이의 심안에 매우 위험하다고 판단되는 두 사람이 포착 되어졌다. 그러 자 심안을 운용하던 은성이의 신형이 허상조차 남기지 않고 허공중으로 사라져 버렸다.

    "클클클.. 사형, 혹시 저 보물이 전설로만 내려 온다는 피독주가 아닐까요?"

    얼굴이 말상형이고 빼빼마른 갈의인이 역시나 갈의를 입었지만 뚱뚱하고 얼굴이 숯처럼 검은 사람에게 속삭였 다. 그들은 현재 목검문 중앙 전각의 일층 창가에 도마뱀처럼 붙은채로 창문안을 바라보고 있었다. 벽돌이 매 끄러워 잡을 곳조차 별로 없는데도 불구하고 창문의 측면측에 엎어진 자세로 오랫동안 고정되어 있는 걸로 봐 서는 이들의 공력은 절정에 달한 것 같았다.

    "켈켈켈.. 보고도 모르겠느냐? 사부님께서 그토록 얻기를 원하시던 피독주임이 분명하다. 저 피독주만 얻을 수 있다면 목검문이 아니라 남궁세가를 무너트리는 것보다 더 큰 공헌을 하는 것이다."

    흑면 사내의 쭉 찢어진 눈가에 잔인함이 물들여 가고 있었다.

    피독주는 사부인 독중지마가 독마지체(毒魔之體)를 단숨에 완성시킬 수 있는 효능을 가지고 있지만 그 자신의 독공을 독중지마의 수준까지 끌어올릴 수도 있는 희대의 보물이었다. 피독주를 얻는다면 구태여 사부에게 갖 다 바칠 필요까지는 없으리라...

    흑면 사내는 음흉한 웃음을 지으며 창문 너머에 있는 사제를 곁눈질로 살짝 쳐다 보았다.

    '파지직...'

    젠장할.., 비쩍 마른 체구의 사제 또한 자신을 곁눈질로 쳐다보고 있는 것이 아닌가?

    순간 흑면 사내의 등줄기로 소름이 오싹 돋았다. 평소 자신의 사제가 자신을 무척 따르고는 있었지만 독인에 게 있어 피독주는 그것을 얻기 위해서는 아무리 절친한 사형제간은 물론이고 사부와 부모까지도 독살할 수 있 을 정도로 값진 보물이었다. 자신을 쳐다보는 사제의 눈빛속에서 어렴풋하나 살기를 느낀 흑면인이 경각심을 바짝 세우며 창문 안에서 흘러 나오는 보광으로 눈을 돌렸다.

    사제와의 관계는 먼저 보물을 차지하고 나서 논해야 할 문제인 것이다. 처음에 앙천지독을 하독한 악독이마 사형제는 하독이 성공적으로 되었다는 것을 확인하고는 소교주와 권마황이 있는 곳으로 되돌아 가려고 하였었 다. 그런데 전각 안에서 보광이 흘러 나오자 호기심에 전각안을 바라보게 된 것이다. 전각안에서 전설로만 내 려오는 피독주를 발견하게 된 악독이마 사형제는 위험이 눈앞에 닥쳤다는 사실을 인지하지도 못하고 오직 피 독주에만 온 정신을 쏟고 있었다.

    피독주는 보기만해도 아리따운 미소녀가 들고 있었는데 그들이 하독한 마교의 절세 지독인 앙천지독이 숨 몆 번 쉴 정도의 시간안에 해독 되는 것으로 보아 전설이 사실임을 믿을 수 밖에 없었다. 방안에는 남궁세가의 검수들과 기타 무림인들의 해독이 끝나고 목검문의 문도들이 들어와 해독을 하고 있었다.

    비록 중독당했다고는 하지만 목검문의 문도들이 너무 많이 몰려와 있자 선뜻 행동을 취하지 못하던 악독이마 는 서서히 목검문의 문도들이 해독을 마친후 전각 밖으로 나가며 줄어들자 피독주를 탈취하기 위한 작전을 펼 치려고 하였다.

    "사제! 내가 셋을 세면 일시에 쳐들어가세, 쳐들어 가자 마자 사제는 중독된 목검문도들을 공격하게. 그 틈에 내가 피독주를 탈취하고 같이 빠져 나오도록 하세."

    속이 훤히 들여다 보이는 흑면 사내의 제안에 말상의 사내가 즉시 반박하였다.

    "사형, 그보다는 사형이 저보다 공력이 강하니 중독된 목검문도들을 공격하고 제가 피독주를 탈취하는 것이 어떻습니까? 제 재주가 사형의 발치에도 미치기 어려운지라 자칫 실수하여 일이 커질까 두렵습니다."

    피독주를 먼저 품안에 보관하려는 악독이마 사형제들의 보이지 않는 암투가 계속될 때 갑자기 처음 듣는 목소 리가 들려 왔다.

    "그보다 더 좋은..."

    자신들의 머리 위에서 무슨 소리가 들려오자 갑자기 머리를 들어 창문 위쪽을 쳐다보던 악독이마 사형제가 숨 을 쉬기 어려울 정도로 놀라며 말을 잊었다. 나이 어린 소년 한 명이 자신들의 바로 위에서 벽에 두 발바닥을 고정시킨 채로 태평하니 서서 자신들을 내려다 보고 있는 것이었다.

    벽에 두 발바닥만을 댄채로 일자로 서서 자신들을 내려다 보고 있는 공력도 놀랍지만 절정고수급에 속하는 자 신들의 이목을 속이고 귀신같이 다가와 있었다는 것이 더욱 더 소름 끼치는 일이었다.

    상대방이 말을 마치기도 전에 악독이마 사형제가 몸을 뒤집으며 은성이에게 매서운 장력을 쏘았다.

    '흑살장(黑殺掌)'

    장력안에 무서운 독기가 내포된 독장이었다. 독장을 내 쏟은 후 급하게 몸을 틀어 땅바닥에 내려서자 마자 재 도약을 위해 몸을 날리던 악독이마 사형제는 갑자기 뒷목이 벌레에게 물린 듯 따끔해져 온후 온몸이 굳어져 오자 혈도가 찍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나이어린 소년이고 뭐고 상대할 수 없는 절세고수라 생각하고 피독주조차 포기한채 도망가려고 하였지만 그것 조차 실패하고 만 것이다. 눈 앞에서 자신을 제압한 소년이 허공을 밟는 듯한 동작으로 전각을 넘어 사라져 가는 것을 멀뚱멀뚱 바라보며 이것이 분명 현실은 아닐 것이란 생각이 들었지만 그렇다고 꿈이라고 할 수 만 도 없을 것 같았다.

    한편 목검문이 훤히 내려다 보이는 작은 야산 위에서 술잔을 앞에 놓고 목검문을 주시하고 있던 소교주와 권 마황은 여유롭게 주도(酒道)를 즐기고 있는 것 같았지만 온 신경이 목검문으로 쏠려 있었다.

    권마대와 지옥대의 고수들이 외담을 넘어 결전할 때에는 술잔의 안주 만큼이나 가끔씩 목검문 방향으로 시선 을 돌리며 자화 자찬을 하는 등 한담을 늘어놓던 그들이 목검문도들과 남궁세가의 검수들이 중독당한 듯 힘을 못쓰자 즐거운 웃음을 터트리기 시작하였다.

    "허허! 소교주 , 저기 저 애의 무공은 꽤나 특이한 데가 많구려. 우리 아이들이 저놈에게 벌써 여러명 당했는 데 지옥대주와 대적하고도 전혀 밀리는 것 같지 않으니 주목해야 할 애인 것 같소이다."

    권마황이 중독당한 목검문도들과 무림인들의 퇴로를 확보하기 위해 혼신의 내공을 끌어올려 부드럽지만 곳곳 에 살기가 넘치는 검초를 펼치고 있는 목석철을 가리키며 말을 하였다.

    "목검문의 소문주인 목석철(木石鐵)이라는 자입니다. 강호에서 전혀 활동을 하지 않는 그의 애비인 목검문주 와는 달리 벌써부터 강호상에 위맹을 떨치고 있는데 스스로 삼초검이라는 별호를 사용하고 있다고 합니다"

    소교주는 삼초검 목석철이 강호상에서 위맹을 떨치고는 있지만 자신의 상대는 아니라는 듯 여유롭고도 거만한 자세로 상대방을 소개하고 있었다.

    '삼초검...? 그럼 아직 한 초식은 구경해 보지 못한 셈이구만'

    권마황이 뜻 모를 소리를 중얼거릴 즈음 남궁세가의 검수들과 목검문의 문도들이 내담안으로 사라지고 지옥대 주와 힘겹게 싸우던 목석철까지도 무사히 몸을 빼서 내담안으로 사라져 버렸다.

    중독당한 채 쫒겨 가는 적군을 그냥 놔줄 멍청이들이 있을까?

    지옥대주를 선두로 지옥 대원들이 일제히 신법을 발휘해 내담을 뛰어 넘어가자 권마황이 쯧쯧 혀를 찼다.

    "쯧쯧쯧, 지옥대 애들이 암습과 싸움에는 능하지만 아직은 많이 부족하구만...쯧쯧."

    권마황이 말을 끝마치기도 전에 담을 넘어가던 지옥대원들중 서너명이 갑자기 땅으로 곤두박질 쳤다.

    내담안쪽에서 생각지도 못했던 암습이 대규모로 펼쳐진 때문이다. 하지만 철저한 실전 위주로 수련한 덕분인 지 대다수의 지옥대원들은 무사히 내담안으로 들어설 수가 있었다. 지옥대원들과는 달리 권마대의 인원들은 외담을 들어올 때와 마찬가지로 진형을 유지한채 사방을 철저히 경계하며 내담안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내담의 중문은 외담의 정문에 비해서는 초라하다고 할 수 있었다. 마차와 온갖 물건이 출입하는 정문과는 달 리 중문 안으로는 사람만이 출입하고 있기 때문에 정문처럼 거대하고 튼튼하게 지을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꽝..꽈광'

    발경할 필요도 없이 순수한 권력만으로도 부숴져 나가 떨어져 버린 중문을 뒤로 한 채 권마대원들은 침착하게 내담 안으로 들어섰다.

    "허허! 소교주, 생각보다 목검문 측에서 준비가 많은 것 같구려."

    정문안에서 권마대를 막아선 검수들은 물론이고 내담안에서 또다시 목검문도가 아닌 것으로 판단되는 무리들 이 많이 등장하자 권마황이 이마에 주름을 그으며 말을 하였다.

    "그러게 말입니다. 예상보다는 좀 많은 것 같습니다..."

    차분하게 권마황의 말을 받고는 있었지만 속으로 부아가 끓고 있는 소교주 이었다.

    정보에 의하면 정문앞에서 권마대를 막아선 삼십여명의 검수들과 내담안에서 누런색 옷을 입고 날뛰는 십여명 의 무리들은 예상외의 인물등 이었다. 게다가 주변에서 긁어 모은 것으로 생각되는 무림인들의 숫자도 예상보 다는 훨씬 많은 숫자였다.

    지금쯤이면 전각을 장악하고 충분히 작전을 종료할 시각인데도 불구하고 전각은 커녕 그 앞에서 이길지 질지 모르는 아귀다툼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다행히 목검문측의 중독 증세가 심해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승세는 자기 쪽에 있었다. 속으로 부아가 끓고 있었지만 간신히 억누르며 술 한잔을 탁 하니 목구멍에 쏟아붓던 소교 주가 갑자기 몸을 일으켜 세웠다.

    목검문 측에서 생각지도 못한 변수가 발생된 것이다.

    지금까지 한번도 무림 활동을 하지 않았음은 물론이고 한번도 목검을 뽑아 다른 이들과 대결을 벌이지 않아 무림에서 무초검 이라고 불리는 늙은 목검문주 혼자서 두려움에 몸을 떨고 있을 것이라고 판단되는 전각안에 서 느닷없이 다섯명이 날아 나오더니 그중 네명이 권마대와 지옥대를 향해 살초를 퍼부어대기 시작한 것이다.

    그런데 심상치 않은 것은 그들의 무공 수위였다.

    그들의 검과 권에 대항하던 마교도들이 변변한 대항조차 하지 못한체 죽어 나자빠져 갔기 때문이었다. 그들중 특히 지옥대주에게로 달려간 자의 무공 수위는 감히 자신의 아래라고 할 수 없을 것 같았다.

    폭풍륜 두 자루를 손에 들면 지옥에서도 살아 나올 수 있다고 호언 장담하며 또한 그만큼 실력이 있는 지옥대 주가 쩔쩔매며 수비에만 급급할 정도로 상대의 실력은 뛰어났기 때문이다. 이대로 두면 반각도 되기 전에 내 담안으로 들어선 권마대와 지옥대 모두를 잃을 것으로 판단한 소교주가 다급한 음성으로 명을 내렸다.

    "소살객"

    "예, 소교주님."

    소교주의 부름에 낡은 대나무 삿갖을 눌러 쓴 사내 한명이 소교주 앞에 나타나 부복을 하였다.

    "즉시 혈의 대주에게 명해 포위를 풀고 전원 목검문을 공격하라고 해라!"

    추상같은 소교주의 명령이 떨어지자 소교주의 앞에 부복해 있었던 소살객이라는 인물이 급히 경공을 펼쳐 사 라져 갔다. 소살객이 떠나간 뒷자리에는 '존명' 이라는 단어만이 희미하게 떠돌고 있었다. 소살객이 떠나가자 소교주는 권마황에게 읍을 하였다. 그러자 권마황이 인사를 받지 않은채 소교주에게 말했다.

    "소교주! 혼자 가면 나 홀로 고적한 야산을 지켜야 할 것 같으니 나도 내려가 구경할 수 있게 해 주시구려."

    권마황이 소교주의 체면을 생각해 구경이나 할 수 있게 해 달라고 했지만 구경만 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 혼자서도 충분히 목검문을 멸할 수 있을 것이라는 호언장담 때문에 염치가 없어 도와 달라는 부탁을 할 수 는 없었지만 내심 바라던 바이었다.

    "하하! 권마황님이 나타나시기만 하면 손을 펼치시지 않으셔도 저들은 꿩새끼 마냥 대가리를 땅바닥에다 쳐 박을 것입니다. 저희들은 아무런 희생없이 땅바닥에 처박힌 꿩대가리들을 수습할 수 있게 되었군요. 제가 내 일 아침은 권마황님께 꿩탕을 매콤하게 끓여 대접하도록 하겠습니다."

    권마황이 따라 나서겠다는 말을 하자 안도의 한숨을 내쉰 소교주가 권마황에게 아부성 발언을 한후 비조처럼 야산을 날아 내려오자 그 뒤로 십여명의 그림자가 소리도 없이 따라갔다. 소교주의 호위를 위해 마교 본산에 서 파견한 고수들이었다. 그리고 그 뒤로 권마황과 권마대주가 남은 이십여 명의 권마대원과 함께 뒤늦게 몸 을 날렸다. 비록 소교주에 비해 뒤늦게 몸을 날렸지만 권마황은 어느새 소교 주의 옆에 위치해 있었다.

    그리고 그 옆에 권마대주도 권마황의 그림자인양 붙어 있었다. 이미 절정의 고수급인 소교주였지만 권마황에 비할바는 아니었다. 다만 의외인 것은 권마대주의 무공 수위였다.

    권마황처럼 여유있는 모습은 아니었지만 조금도 기력이 딸리는 기색도 없이 권마황의 일보 뒤쪽에서 따라오던 권마대주가 이미 부서진 목검문의 정문이 눈 앞에 다가오자 일행의 앞으로 내달아 하늘높이 솟아 올랐다.

    그리고는 정문 지붕을 향해서 양손을 풍차처럼 휘둘러 댔다. 그러자 하늘 높이 치솟아 있던 정문 지붕이 폭싹 가라앉아 버렸다.

    권마대주는 다시 한번 몸을 번쩍이는가 싶더니 땅으로 떨어져 내리는 지붕의 파편들을 사방으로 흩뿌려 버렸 다. 비록 밤이었지만 하늘이 탁 트인 목검문의 정문으로 권마황이 들어설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배려였다. 권마대주의 무공보다는 권마황을 향한 그 충절에 나직한 감탄을 한 소교주와 그 일행은 눈 깜박할 새에 내담 으로 다가서 있었다. 이번에도 역시나 맨 앞에 선 권마대주의 무지막지한 권세에 중문을 이루고 있던 토대는 물론 그 옆의 담까지도 한꺼번에 터져 나가 버렸다.

    '꽈광..꽝.'

    가공할 만한 굉음소리에 일순 치열한 장내의 싸움이 멈추어졌다. 먼지가 서서히 가라앉고 눈앞의 상황을 직시 하던 소교주의 눈에 살기가 번뜩이었다.

    야산위에서 몸을 날려 여기까지 도착하는 짧은 순간에 전세는 크게 변해 있었다.

    서른명 정도 남았었던 지옥 대원들은 십여명으로 줄어 있었고 십이명이 남아 있었던 권마대원들도 여섯명만이 살아 있었다. 무엇보다도 반각 정도는 버틸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한 지옥대주가 폭풍륜을 땅속에 박은 자세로 웅크린채 죽어 있었다.

    "크큭! 목검문에 쓰레기 같은 허접들만 모여 있는줄 알았는데 그것만은 아니었군!"

    소교주가 살기 어린 눈빚으로 목검문측의 고수들을 둘러보며 말을 하였다. 사실 소교주가 이런 말을 하는 데 에는 나름대로 충분한 이유가 있었다. 목검문을 멸문시키기 위해서 독중지마 의 제자들인 악독이마까지 데려 와 앙천지독까지 풀었건만 어찌된 영문인지 내담안에 있는 목검문측 고수들중 중독된 증상을 보이고 있는 사 람이 한 명도 없었기 때문이다.

    분명히 중독을 확인했었는데 중독된 사람이 없다면 원인은 한가지 밖에 없었다. 목검문측 사람중에 마교 십대 지독중의 하나인 앙천지독을 해독시킬 수 있는 사람이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들 중에는 자신들이 이곳까지 오는 그 짧은 시간 동안에 지옥대주같은 절정 고수를 죽일 수 있는 초절정 고수도 있는 것이다.

    자신의 뒤로 혈의 대원들이 속속 도착해 진열을 형성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악독이마가 아직까지 나타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아 전신이 독으로 둘러싸인 그들조차도 당한 것이 분명하였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