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황정허무검-32화 (32/152)
  • ■ 제 32장 :

    심해에서의 무공에 자신감이 붙은 은성이는 서서히 몸을 이동하여 예전에 혈문어가 사라진 해구 자리를 찾기 시작하였다. 바다속 지리는 생각보다도 복잡하였다.

    두달전 혈문어의 은신처를 확인한 후 수면위로 나가 조금 밖에 이동하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심해 혈문어의 은신처는 쉽게 발견되지 않았다. 무려 두시진 동안이나 찾아 헤멘 끝에 간신히 혈문어가 숨어 들어간 해구 자 리를 찾을 수가 있었다. 화룡검을 뽑아 만반의 준비를 한 후 용천혈로 진수기를 뿜어내며 해구속으로 들어가 는 은성이는 심안을 운용하고 있었다.

    해구 속으로 백여장이나 들어왔을까?

    눈앞에 특이한 현상이 발견되어졌다. 해구 한쪽에서 환한 빛이 발생되고 있는 것이다. 조심스럽게 진수기를 운용하여 환한 빛이 발생되고 있는 부근으로 이동한 은성이는 빛의 근원을 발견할 수가 있었다. 크기가 반장 은 됨직한 엄청 큰 조개가 입을 딱 벌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 조개의 한 가운데에는 찬연하게 빛을 발하는 구 슬이 한 개 있었다. 손톱만한 크기의 구슬은 그 크기에 비해 엄청나게 밝고 영롱한 빛을 발하고 있었다.

    해구의 밑에 도착하자 수압은 더욱더 강하여 졌다. 심안을 펼쳐 주변을 샅샅이 탐색하던 은성이는 강한 기운 이 느끼어지는 장소를 찾을 수가 있었다. 해구 깊은 골짜기에 거대한 동굴이 하나 있었는데 그곳으로부터 강 한 기운이 스멀스멀 기어나오고 있었다. 은성이가 살기를 집중하여 동굴로 보내자 주변의 물이 출렁이는 듯이 느껴지며 동굴 속에서 서서히 혈문어가 기어 나왔다.

    혈문어는 어느새 잘라진 두 개의 다리를 재생하였는지 멀쩡한 모습이었다. 혈문어도 앞에 있는 은성이를 보자 긴장하는 듯 보였다. 무턱대고 덤벼들지 않고 세 개의 다리만 서서히 움직이며 은성이의 좌우와 머리 위에서 서서히 공격하기 시작 하였다. 혈문어의 다리가 가까이 올때까지 움직임이 없던 은성이는 다가온 세 개의 다 리중 두 개가 갑자기 빠른 속도로 쳐오자 그때서야 화룡검에 진수기를 운용하여 빠르게 휘둘렀다.

    '사각, 삭'

    혈문어의 다리가 은성이의 몸에 가까이 다가왔을 때 물위에서보다 몇배나 강력하게 발생하는 흡반의 흡입력에 도 불구하고 진수기가 운용된 화룡검에 순식간에 혈문어의 다리 두 개가 잘라져 나갔다. 흡반의 흡입력을 역 이용하여 자연스럽게 몸을 맡긴 후 빨려드는 힘까지도 동원하여 진수기가 운용된 화룡검을 휘두른 결과였다.

    작전을 바꾼 듯 혈문어는 은성이의 위쪽에서 한꺼번에 여섯 개의 다리를 총 동원하여 날쌔게 은성이를 공격하 였다. 혈문어가 은성이에게서 오장이나 떨어져 있었는데도 흡반에서 발생되는 흡입력은 주위 물살을 소용돌이 치도록 만들고 있었다.

    이윽고 혈문어가 은성이에게서 삼장정도 다가왔을 때였다. 은성이가 흡반의 흡입력에 대항하여 재차 화룡검을 휘두르려는 순간 혈문어의 다리 사이에서 주둥이가 삐죽 튀어 나왔다. 그리고는 검은 먹물을 세차게 뿜었다. 먹물은 어찌나 시커멓고 그 양이 많았는지 순식간에 은성이의 주변은 검은 암흑으로 뒤덮여 버렸다.

    심지어는 태극진기를 안광에 운용하는 은성이 조차도 일장 앞이 보이지 않고 있었다. 그런데 태극진기가 천인 의 경지에 이르러 있는 은성이에게는 시력의 한계가 큰 문제가 되지 않고 있었다. 심해에서의 수련으로 단이 형성되어지기 시작한 은성이의 진기 조절은 이미 의지와 합일 되어지는 경지에 이르러 있었기 때문이다.

    심안을 운용하면서 공수가 가능한 경지를 이룬 것이다.

    심안에 의해 자욱한 먹물속에서조차 혈문어의 현재 위치와 공격 방향 그리고 이미 잘린 두 개의 다리를 포함 한 여덣개의 다리 각각의 움직임까지 낱낱이 파악하고 있는 은성이는 묵귀영 신법으로 소리없이 오른쪽으로 오장여를 이동하였다. 그리고는 화룡검에 진수기를 십이성 주입하였다.

    자신이 뿌린 먹물에 의해 한치앞도 보이지 않는 혈문어는 은성이가 처음에 있던 방향을 목표삼아 달려들며 여 섯 개의 발을 일제히 휘젓기 시작하였다. 인간의 몸으로는 이중 한 개만 맞아도 살아 있을 수 없기 때문에 혈 문어의 이 한수는 시의적절 하다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는 은성이의 능력을 간과한 것이었다. 앞이 보이 지 않는 혈문어와는 달리 심안을 통해 모든 것을 환 히 살필 수 있는 은성이는 물속에서조차 무성무음인 묵귀 영의 신법으로 혈문어의 난측한 다리 공격을 피하다가 기회를 포착한 후 용천혈로 진수기를 뿜어내며 날아 올 랐다.

    그리고는 화룡검을 휘둘러 혈문어의 미간을 중심으로 가로로 크게 휘둘러 버렸다. 두눈이 터지고 미간 부분이 쩌억 벌어진 혈문어는 괴음을 질러대며 더욱 더 짙은 먹물을 뿜어대고 눈 앞을 향해 여섯 개의 다리를 어지럽 게 휘둘렀다. 하지만 용천혈로 진수기를 뿜어대며 혈문어의 다리가 닿을 수 없는 안전한 사각 지대로 피한 은 성이는 다시금 혈문어의 뒤통수 부근을 노리고 화룡검을 상하로 휘둘렀다.

    '쩌억‥.'

    혈문어의 흉측한 머리가 두 조각으로 갈라지고 있었다. 그 속에서 짙은 먹물이 쏟아져 나오자 그토록 발악하 던 혈문어 다리들의 움직임이 서서히 둔해지기 시작하였다.

    일각쯤 되었을까?

    먹물이 서서히 희석되고 주변이 눈에 보이기 시작하였다. 눈이 터지고 머리가 갈라진 혈문어는 죽었는지 그 큰 덩치를 축 늘어트리고 널브러져 있었다. 혈문어의 죽음을 확인한 은성이는 혈문어가 머물던 동굴속으로 들 어가 보았다. 동굴 안쪽은 별로 특이한 것이 없었지만 제일 끝부분에는 매우 특이한 것이 있었다.

    그곳에는 앞에 보았던 구슬보다 더욱 영롱한 빛을 발하는 아기 주먹만한 구슬 한 개와 그 주변에 청아한 빛을 발하는 자기들이 모여져 있었다. 해동의 특산물로 중원에서도 해동의 인삼과 함께 가장 알아주는 자기들이 구 슬에서 뿜어져 나오는 빛에 반사되어 고풍스럽고 은은한 빛을 발하고 있었다.

    이제서야 은성이는 혈문어가 상선들을 습격한 이유를 알 수가 있었다. 혈문어는 특이한 취미를 가지게 된 것 같았다. 바로 '자기 수집' 이었다. 이 때문에 애매한 상선들이 수없이 난파되고 수많은 생명들이 죄없이 사라 져 간 것이다. 자기 가운데에 있는 구슬의 영롱함에 감탄하던 은성이는 구슬을 가지고 동굴 바깥으로 나왔다. 그리고 욕심을 낸 김에 바깥에 있는 손톱만한 구슬까지도 태극진기의 흡자결을 이용하여 취한 은성이는 용천 혈로 진수기를 뿜어내며 수면으로 나올 수가 있었다.

    수면 밖은 어두운 밤이었다. 밖으로 나오자 주변을 두리번 거리던 은성이는 내력을 운용하여 휘파람 소리를 크게 내었다. 휘파람 소리는 밤 하늘로 멀리멀리 퍼져 나갔다. 세 번째 휘파람 소리가 울린 후 하늘 저편에서 무언가 우뢰치는 소리를 내며 은성이에게로 쏘아져 내려왔다.

    금아였다. 두달동안이나 보이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금아가 은성이가 사라진 바다 부근에서 떠나지 않았다고 생각되자 은성이는 금아를 꼬옥 안아 주었다.

    "은성아! 살아 있을줄 알았다."

    은성이의 얼굴에 하얀 부리를 부비며 금아가 재롱을 부렸다.

    "금아야! 미안하다. 그런데 그동안 어떻게 지냈지?"

    쉴 곳 하나 없는 바다위에서 금아가 두달여 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궁금한 은성이가 물었다.

    "나무다. 나무에서 잤다. 떠내려 가면 다시 물어와 놓고 또 잤다."

    정말로 영특하고 정이 깊은 새였다. 은성이가 자운곡에서 죽어가는 금아를 살려 준 이후로 금아는 은성이를 친 부모처럼 여기고 있었다. 은성이가 바다 속으로 사라지자 은성이가 사라진 바다 근처에서 생활하며 은성이 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금아야! 고맙다."

    금아의 금색 깃털을 쓰다듬던 은성이는 금아를 날아 오르게 한 후 자신도 화룡검에 태극진기를 주입한 후 그 위에 올라탔다. 그리고는 중원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되는 서쪽 방면으로 화룡검을 몰았다. 하늘에는 검선처럼 검위에 올라탄 채 밤 하늘을 날고 있는 사람 한명과 그 뒤를 혜성처럼 뒤쫒는 금빛 새 한 마리가 유성같은 속 도로 날고 있었다.

    '쐐애애애액'

    달빛만이 이들의 뒤를 그림자인양 소리없이 뒤따르고 있었다.

    중원에 도착한 은성이는 먼저 언어적 장벽에 부딪혀 버렸다. 입고있는 백의 장삼은 심해에서의 생활과 혈문어 와의 혈투로 인해 거의 넝마로 변해 있었고 수중에 돈이 없어서 객잔에 투숙은 커녕 음식을 사 먹을 수도 없 었다. 할 수 없이 산속에 들어가 커다란 곰 한 마리를 사냥을 하여 시장에 내다 팔고서야 깨끗한 백의 장삼을 입을 수가 있었다.

    중원말은 생소하였지만 한문 실력은 높은 은성이 인지라 중원에 도착한 후 몇 일 지나지 않아 간단한 중원말 은 알아 들을 수가 있게 되었다.

    은성이가 도착한 곳은 절강 지역이었다. 산동으로 가려던 상선이 폭풍우에 휘말려 남쪽으로 떠내려 온후 은성 이가 무작정 서쪽으로 날아온 때문이다. 사부가 있을 것이라는 무림맹과 마교가 위치해 있는 신강으로 가기 위해서는 일단 안휘를 거쳐 호북으로 가야될 것 같았다.

    중원은 문물이 번성하고 인구가 많아 남의 눈에 쉽게 띄일 수있는 비행술을 이용하기도 어려웠지만 지역마다.명승고적과 문화 유적이 많아 은성이는 안목도 넓힐겸 구경하며 천천히 가기로 마음을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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