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황정허무검-31화 (31/152)

■ 제 31장 :

"부선장! 이 배의 지금 위치가 어디쯤일 것으로 추정하나?"

선장의 의문점에 선원들중 매우 우락부락해 보이는 선원이 일어나 답을 하였다. 얼굴에는 구렛나룻이 파 뿌리 처럼 자라 있었고 햇빛에 그을리다 못해 익어버렸는지 매우 시커먼 사람이었다.

"글쎄요... 폭풍우에 남쪽으로 휩쓸려 내려온 것 같은데... 정확한 위치 추정은 어렵습니다."

"음, 그래? 어쨌든 부선장! 선원들을 동원하여 돛대와 방향키를 수리하게!"

어느새 바다는 거짓말같이 평온해져 있었다. 바람 한 점 없이 잔잔한 바다는 검은 어둠에 싸여 왠지 모를 두 려움을 주고 있었지만 이제 막 폭풍우에서 벗어났다는 안도감에 모두들 애써 불안감을 부정하고 있었다.

일각 정도나 지났을까?

돛대와 방향키를 수리하는 선원들과는 달리 품속에서 낡은 지도를 꺼내놓고 들여다보고 있던 부선장이 조금은 핼쓱해진 안색으로 주변의 눈치를 살피며 조심스럽게 선장에게로 다가갔다.

"저..., 선장님! 아무래도 지금 위치가 '불회해(不回海)' 근처인 것 같습니다."

부선장이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지만 갑판 위에서 검은 바다를 주시하고 있는 은성이의 귀에는 매우 명확하게 들려 오고 있었다.

"불회해'

이름이 주는 섬찟한 의미 때문에 객실 안으로 들어가려던 은성이는 발길을 멈추고 못 들은 척 계속 검은 바다 를 주시했다.

"음..., 설마 설마 했는데... 불행히도 내 예감과 일치하는군. 부선장 ! 지금 이사실을 아무에게도 알리지 말 고 날을 새서라도 최대한 빨리 배를 수리하게! "

"알겠습니다. 일단은 벗어나는 것이 급선무이니 방향키보다는 돛대를 먼저 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비록 폭풍우에 배의 기능이 많이 손상되어졌지만 폭풍우가 멎은 후 평온함이 멤 돌던 배 주변에 서서히 암울 한 기운이 닥쳐오고 있는 것 같았다. 막 객실 안으로 들어서려고 몇 발자국 옮기던 은성이가 갑자기 흠칫하며 난간으로 다시 이동하였다.

바람도 불어오지 않는데 배 주변에 물결이 일렁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왠지 불안하고 두려운 느낌이 영대를 자극해 오기 시작하였다. 물결은 점차 심해지기 시작하더니 배 조차도 흔들리게 만들었다. 배를 수리 하던 선원들과 선장조차도 이해할 수 없는 현상에 난간으로 가서 당황한 모습으로 대책없이 서있기만 하였다.

검은 바다를 주시하던 은성이는 바다속에서 왠지 두렵고 거대한 기운이 도사리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즉시 봇짐에 있는 화룡검을 빼어들고 상황을 주시하였다.

이때였다. 바다속에서 갑자기 거대한 그 무엇인가가 솟아올라 배 쪽으로 뻗어 오기 시작하였다. 뱀처럼 흐느 적거리며 배를 감싸오는 괴 물체는 한 두 개가 아니었다. 위기를 느낀 은성이가 화룡검을 들고 공중으로 솟아 올라 괴물체에 다가가고 있는 그 순간 상선이 한쪽으로 크게 기울어졌다.

"으악, 악"

공중으로 솟아올라 괴물체에게 다가서던 은성이는 두께가 석자는 될 듯한 그 무엇이 다가오자 화룡검에 내기 를 주입한 후 재빨리 휘둘렀다.

"싹둑"

의외로 괴물체는 쉽게 베어졌다. 하지만 은성이가 벤 것은 괴물체의 매우 일부분이라는 것이 금방 밝혀졌다.

상선의 선수 부위에 반쯤 올라탄 후 무자비하게 배위를 휩쓸고 있는 괴물체의 정체는 피처럼 붉은 색을 하고 상선보다도 더 큰 혈문어였다.

여덟개의 다리중 한 개의 다리 끝 부분이 조금 잘라진 혈문어는 다리 한 개의 두께가 일장 정도나 되었다.

객실 안에 있는 은지와 금아가 위험하다는 초조감에 화룡검에 진화기를 주입한 은성이가 앞으로 덮쳐오는 일 장 두께의 다리를 향해 화룡검을 휘두르려고 할 때였다. 혈문어의 항아리만한 흡반에서 강력한 흡입력이 발생 되어져 왔다.

폭풍우가 몰아칠 때 불어오던 광풍보다도 몇배는 강력한 흡입력에 은성이의 진기가 나뉘어지고 휘두르던 화룡 검의 위새가 한풀 꺽여서 인지 혈문어의 다리는 두자 깊이로 밖에 베어지지가 않았다. 그 정도의 상처로는 일 장 두께의 다리에 큰 지장이 없었는지 혈문어의 다리가 계속해서 은성이에게 몰아쳐 왔다. 할 수 없이 급하게 몸을 틀고 먼저 발 바닦과 부딪히도록 유도한 뒤 내력을 조정하여 뒤로 튕기어져 나갔지만 충격은 예상외로 강력하였다.

뒤로 튕겨 나가면서 '이력 타력'의 수법으로 대부분의 충격을 해소했음에도 불구하고 선수 부근까지 튕겨져 나간 은성이는 이제 막 절반까지 잠긴 상선의 객실 부근에서 날아 오르는 금아를 볼 수 있었다.

상선 위에 있던 대부분의 선원과 상인들은 검은 바다에 빠져 생사가 불분명해져 있었고 이미 반파된 상선은 더 이상 배의 형상을 유지하지 못한 채 서서히 침수 되어지고 있었다. 다행히 금아는 검은 발톱으로 은지의 옷자락을 붙잡고 날아 오르고 있었다.

그런데 그런 금아에게로 혈문어의 다리 두 개가 달려들어 갔다. 조급해진 은성이가 화룡검에 검강을 일으킨 후 이기어검을 펼치자 화룡검이 살아있는 생명체인양 금아에게로 달려드는 혈문어의 다리로 날아갔다.

금아는 객실 안에서 매우 빠른 속도로 날아 올랐지만 은지를 붙잡고 있어서인지 혈문어의 다리보다는 속도가 조금 떨어졌다. 문어의 다리는 한두번의 공격으로는 쉽게 잘라지지가 않았다. 은성이가 이기어검으로 펼친 화 룡검이 미친 듯이 혈문어가 내민 두 개의 다리 사이에서 춤을 추었지만 간신히 한 개의 다리만 저지할 수 있 을 뿐이었다.

아무리 날쌔고 용감한 금아도 은지를 잡은채 혈문어의 다리에 있는 흡반의 흡인력에는 버텨낼 수가 없었다.

은지를 내려 놓으면 강한 날개짓으로 흡입력에 대항하여 몸을 빼낼수도 있었겠지만 금아는 금수 중에서도 영 성이 있는 영물이라서 사람만이 가진 의지와 인정까지도 생긴 것 같았다.

"안돼!"

혈문어의 일장은 되는 듯한 다리의 강력하고 빠른 공격에 금아와 은지가 부딪혀 갈 때 은성이는 미친듯한 절 규를 내 질렀다. 그러자 화룡검에서 폭풍같은 화기가 뿜어져 나왔다. 삼장 정도나 되는 진화기가 순간적으로 뿜어져 나와 방향을 바꿔 금아와 부딪히려는 혈문어의 대형 다리로 짖쳐 들어가서 혈문어의 다리를 잘라내고 잘린 혈문어의 다리가 금아와 은지의 몸 위로 떨어진 것은 순간적인 일이었다.

거대한 혈문어의 다리에 맞은 금아와 은지는 이제 막 잠기기 시작하는 배의 부위로 떨어졌지만 힘겹게 몸에 묻은 물기를 부르르 터는 금아에 비해 은지의 움직임은 멎어 있었다.

간신히 화룡검을 붙잡은 은성이는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순간적으로 너무나 많은 내력을 소모한 때문이다.

내식을 조정한 후 이제는 서 있을 공간조차 부족한 선미 부근을 박차고 화룡검을 들어 눈 앞의 혈문어를 공격 하였다. 아직도 혈문어는 일곱 개의 다리가 남아 있었다. 일곱 개의 다리 사이에서 혈문어의 거대한 머리가 나타났다. 흉측한 혈문어의 녹광이 일렁이는 두 눈은 은성이를 날카롭게 노려보고 있었다. 이미 극성으로 태 극진기를 운용하고 있는 은성이는 화룡검을 타고서 날아다닌다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공중에서 종횡무진 하 고 있었다.

진화기를 운용하고 있는지 일장정도 검강이 어려있는 화룡검을 들고 불사조처럼 날아다니고 있었다.

바다의 무법자이며 적수가 없는 혈문어 조차도 분노에 들떠 날뛰는 은성이의 화룡검은 대적하기가 쉽지 않은 적수였다. 방금 잘린 한 개의 다리까지 두 개의 다리가 잘리운 혈문어는 고통을 삭히며 서서히 바다속으로 꺼 져 들어가기 시작하였다.

간신히 기력을 되찮은 금아는 날아올라 위험은 모면하였지만 그 이상은 어려울 것 같았다.

여기서 혈문어가 바다속으로 들어가면 상선내에 있던 수많은 상인들과 선원들 그리고 무엇보다 초롱초롱한 눈 동자로 '오빠'라고 불러 주던 은지를 잃은 원한은 어디에다가 풀 수 있다는 말인가?

이미 극성으로 운용되는 태극진기로 문어의 다리 사이에서 빠져 나와 문어의 녹광이 반짝이는 두 눈 사이로 날아가는 은성이의 얼굴에는 비장함이 서려져 있었다. 하지만 앞에 있는 혈문어는 천년을 산 바다괴물이었다. 두 눈 사이에 있던 혈문어의 입에서 검은 묵광이 뻗어 나오자 세상이 온통 검게 변해 버렸다.

그리고 검은 묵광에 휩싸인 은성이의 신형이 뒤로 삼십여장이나 밀려나 버렸다. 급히 호신강기를 운용하였는 데도 불구하고 온몸의 뼈들이 조각조각 나고 창자들이 터질 것 같은 강한 충격으로 더 이상 움직이기도 어려 웠지만 은성이의 분노는 그 모든 것을 초월할 정도로 강하였다.

평소의 삼할 정도의 진기밖에 운용되어지지 않았지만 이를 악물고 숨을 크게 한 번 들이쉰 후 물속으로 잠수 해 들어갔다. 이미 피부호흡을 하고 반시진 정도는 숨을 멈추고 활동을 할 수 있는 은성이인지라 물속에서도 호흡에는 크게 문제가 없었다.

다만 저 멀리 물속에서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깊은 바다속으로 들어가는 혈문어의 빠른 잠수 속도는 은성 이를 조급하도록 만들었다. 바다속으로 들어갈수록 어두워지자 태극진기로 안력을 극대화 시키고 발바닥의 용 천혈로 태극진기를 뿜어내자 비로소 혈문어와 비슷한 속도로 잠수해 들어갈 수가 있었다.

그런데 바다속으로 들어가자 수압이 계속 증가되기 시작하였다. 몸을 가누기도 힘들 정도로 높은 수압에 태극 진기로 보호되고 있는 몸 조차도 떨려 오기 시작하였다. 바다속으로 오백장 정도나 들어오자 바닥이 보이기 시작하였다. 이름 모를 물고기 떼들이 무리를 지어 몰려 다니고 있는 바닥에는 수많은 난파선들이 군데 군데 처참한 형상으로 처박혀 있었다. 그동안 혈문어에게 파손 된 배들이 이렇게 많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던 은성 이는 다시금 혈문어에 대한 원한에 이를 앙물었다.

몸은 망신창이이고 엄청난 수압에 간신히 지탱할 정도인지라 은성이는 혈문어에게 발각되지 않기 위해 조심하 며 백장 뒤에서 서서히 미행하고 있었다. 혈문어가 가는 방향으로 심해의 바닥 부근에 시커먼 해구가 눈에 띄 였다. 바다속에 있는 산이 갈라진 듯 죽음 의 아가리를 벌리고 있는 듯한 해구속으로 혈문어가 사라지자 은성 이는 근처의 지리를 기억해 놓고는 서서히 대기가 있는 수면쪽으로 빠져 나오기 시작하였다.

'푸우'

물 밖으로 고개를 내민 은성이는 하늘에서 멤을 돌다가 은성이 어깨위로 날아 내려와 은성이의 얼굴에 부리를 부비는 금아를 만날 수가 있었다. 상선은 가라앉았지만 아직도 주변에는 혈문어에 의해 파손된 상선의 파편들 이 많이 떠 다니고 있었다. 그 중 조금 넓은 나무 판자 한 개를 발견해 그 위에 몸을 날려 길게 누운채 은성 이는 고민을 하였다. 몸이 회복되면 배가 없더라도 몸을 가볍게 한 후 금아를 타거나 아니면 진기를 조절하여 화룡검을 탄 후 중원으로 건너갈 수 있겠지만 문제는 혈문어였다.

혈문어를 생각하자 귀엽고 똘망똘망 하던 은지 생각이 떠올라서 설움이 복받쳤다. 상선에 타고 있던 그 많은 사람들과 심해에 가라 않아 있는 많은 난파선들까지 머리속에 겹쳐 떠오르자 가슴속에 분노의 불길이 일어나 기 시작하였다.

갑자기 벌떡 일어나 나무판자 위에 가부좌를 틀고 앉은 은성이는 조식을 하기 시작하였다. 이미 토납법이 필 요없게 된 은성이였다. 앉은채로 공기중과 물속에 있는 오행진기를 피부로 받아들여 내부 진기와 합일 시키면 서 운기 요상을 하기 시작하였다.

주변에 있는 대지의 기운과 물의 기운이 약해지자 점차로 주변에 있는 기운들이 은성이를 향해 몰려들기 시작 하였다. 은성이의 몸이 기를 빨아들이는 통로라도 되는 듯 대지에는 기의 폭풍이 휘몰아 치고 있었다.

한시진 정도 조식에 들어선 은성이는 조식중 무슨 깨달음이라도 있었는지 나무 판자에 앉은 채로 물속으로 들 어가기 시작하였다. 삼장쯤 내려오자 합판은 빠져나가 수면위로 올라갔지만 은성이는 계속해서 물속으로 가라 앉기 시작하였다. 그리고는 영겁의 세월동안 침묵을 지키고 있는 심해 깊숙이까지 내려와서 바닥에 정지한 후 에야 감고 있던 눈을 뜨는 것이었다.

혈문어와 물고기들이 물속에서 숨을 쉬는 것은 물속에도 공기가 있다는 증거였다. 이미 일반인과 달리 피부호 흡을 하고 있던 은성이는 물고기들이 물속에서 숨을 쉬는 원리가 피부 호흡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자 서서 히 물속으로 들어가며 물속에서의 피부 호흡의 가능성을 시험해본 것이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정말로 물속에 서도 피부 호흡이 가능하였다. 물론 바다속으로 들어갈수록 수압이 강하여지자 피부 호흡이 조금씩 힘들어졌 지만 전혀 않되는 것이 아니었다.

조금씩 적응해가면 물속에서도 육지에서와 같이 자연스럽게 활동할 수가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문제는 엄청난 수압에 있었다. 물속 깊이 들어갈수록 몸이 둔해져서 오백장 깊이 들어온 현재는 태극 진기를 운용해도 재빨리 움직이기가 어려웠다. 하지만 사방에 널려 있는 물고기들은 내공이 없을 것인데도 불 구하고 매우 재빠르고 날렵하게 헤엄을 치고 있었다.

가부좌를 푼후 해동권법을 시전하여 보았다. 생각대로 잘 되지 않고 호흡까지 가빠져 오자 은성이는 다른 방 안을 강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우선은 심해의 환경에 익숙해져야만 하는 것이다. 심해에서 전혀 호흡에 구애 치 않고 물고기보다도 더 빠르게 헤엄칠 수 있을 때 만이 혈문어와의 재대결이 가능한 것이다.

몇일동안 자유롭게 심해를 헤엄쳐 다니던 은성이는 용천혈로 태극 진기를 뿜어내는 방법으로 민첩성을 높일 수 있었다. 하지만 이것으로는 부족했다. 무언가 더 획기적인 방법으로 심해에서 재빠르게 이동할 수 있어야 만 했다. 육지에서 움직이는 정도로만 단련되면 혈문어와의 재대결에 왠만큼 승산이 있을 것 같았다. 수중생활에 조금 씩 익숙해지자 심해에서 해동 권법을 수련하던 은성이는 귀선문의 묵귀영을 익히기로 하였다.

어짜피 묵귀영 신법은 심해 깊은 곳에서 수련하여야만 하였다. 바다속의 높은 수압을 견뎌내면서 익혀야만 진 정한 위력이 발생되는 신법이었다. 귀선문의 고진인도 묵귀영 신법을 익혔다. 하지만 고진인은 바다속에서 호 흡할 수가 없으므로 해저 삼십장 깊이에서 묵귀영을 수련하였다.

그때보다 수압이 열입곱배나 높은 심해에서 묵귀영을 수련한다는 것을 알면 죽은 고진인이 연부에서 뛰쳐나와 죽으려고 환장했느냐며 말릴 일이었다.

음식은 주변에 널린 물고기와 수중에 떠 다니는 해초들로 대신하였다. 두달여 정도 묵귀영을 수련한 은성이는 심해 깊은 곳에서 조차도 육지와 비슷한 정도로 신법을 발휘할 수가 있게 되었다. 심해에서 수련하면서 다른 성과도 있었다. 오행 진기중 진수기를 발하면 물속에서의 생활이 몇 배는 편해졌다.

화룡검을 손에 들고 묵귀영의 신법을 펼쳐 종횡무진하며 바다속을 누비던 은성이가 용천혈로 태극진기를 변화 시킨 진수기를 뿜어내자 몸이 두배는 빨라졌다. 물속에서도 능히 이형환위를 펼칠 수가 있게 된 것이다. 화룡검에 진수기를 운용하여 검강을 펼치자 순간적으로 심해의 바닷물이 두쪽으로 갈라졌다가 합쳐지기도 하 였다. 화룡검에 진수기를 운용하면 물속이어서인지 검강지기는 눈에 보이지도 않았다. 햇빛이 전혀 들어오지 않는 깊은 심해이지만 태극진기가 운용된 은성이의 눈은 백장 거리도 명확하게 살필 수가 있었다.

두달여 심해에서 생활하는 동안 태극진기는 더욱 원만해지고 조화가 자유로워졌다. 그리고 비록 콩알만하지만 중단전에 단이 형성되어지는 것을 느낄 수가 있었다. 중단전에 있는 태극진기는 단을 중심으로 회전하며 머무 르고 있었으며 단은 은성이의 심령과 연결되어 신체의 구석구석 까지 은성이의 의지가 이르는 곳이면 태극진 기도 뒤따라 주었다.

아직은 초보적인 형성 단계인데도 불구하고 태극진기의 조절이 의지와 합일되어져 가고 있는 것이다. 운이 좋 았는지 은성이가 수련하는 근처에 난류와 한류가 교차하는 지역이 있었다. 이곳은 다른 곳보다도 물살의 흐름 이 시시각각으로 변화되고 수온 변화가 심해 몸을 에일듯한 냉기와 살갗을 익힐 정도로 뜨거운 열기가 뒤섞여 흘러 다녔지만 이미 심해의 변화 무쌍함에 익숙해진 은성이에게는 큰 어려움이 아니었다.

오히려 묵귀영을 익히는데 큰 도움이 되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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