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황정허무검-19화 (19/152)

■ 제 19장 :

"꽝..., 쿠쾅"

밤인데도 불구하고 폭사되는 묵광과 금광이 어둠을 잘게 찢어 놓았다.

신검과 청은검이 부딪힌 곳은 폐허로 변해 있었다. 방원 오장 이내로는 그토록 많이 널려있던 바위들도 그리 고 바위사이에서 끈질긴 생명력을 자랑하고 있던 잡목들도 하나도 남아 있지 않았다. 주변보다 반장 정도가 푹 팽긴 대지는 비가 오면 작은 연못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청은검을 이기어검으로 조정하고 있던 은성이는 신검과의 충돌 여파로 가슴이 답답해져 옴을 느꼈다. 급히 중 단전에 남아 오장 육부를 보호하고 있던 태극 진기를 돌리자 가슴이 시원하게 뚫리고 비실거리던 청은검이 힘 차게 하늘로 솟아올라 은성이에게로 날아왔다.

신검은 땅위에 떨어져 있었다. 하지만 곧바로 묵빛 검광을 띄우더니 노인의 수중으로 빨려 들어갔다. 노인은 큰 충격을 받았는지 창백한 얼굴이 더욱 창백해졌다.

그러나 기이한 일이 발생되었다. 창백하던 노인의 얼굴이 순식간에 처음의 상태로 복원되어져 간 것이다. 은성이가 생각하기는 노인은 신검에 내력을 불어넣고 이를 조정하느라 전력을 다 기울이는 것 같았다. 혼신의 전력을 다 기울이던 신검을 통하여 내부 장기에 큰 충격을 받았다면 내상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몇 시 진은 운기조식하지 않으면 안되었다. 자신은 중단전에 머물고 있는 태극진기가 오장육부를 철옹성 같이 보호 하고 있었기에 내상이 거의 없었지만 앞에 있는 노인은... 알 수 없는 일이었다.

노인도 내력을 남겨 두고 있었던지 아니면 다른 비장의 술법을 지니고 있는지도 몰랐다.

어쨋든 노인이 순식간에 기력을 되찾는 것을 감지한 은성이는 청은검에 처음보다 더 많은 내력을 쏟아 부었다.

중단전에서 장기들을 보호하고 있던 태극진기들 마저 대부분 청은검에 불어 넣은 것이다. 이제 중단전에는 장 기들을 보호할 최소한의 진기인 삼할 정도의 태극 진기만이 남아 있었다.

그런데 청은검에 태극진기를 불어넣어 주고 있던 은성이는 청은검의 상태가 좋지 않다는 것을 발견했다. 잇 따른 신검과의 부딪힘에 청은검에 잔 균열이 가 있는 것이었다. 막강한 태극진기로 검강을 형성하여 청은검의 검날을 보호하고 있었지만 신검의 날카로운 검날을 평범한 청은검으로 이겨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는 어쩔 수 없었다. 신검과의 직접적인 부딪힘은 피해야 했다. 비록 내력 소모가 더 심해지지만 검강을 불어넣은 채 이기어검을 펼치는 청은검이 무진변의 초식을 발휘하도록 하여야만 했다. 그리고 되도록 신검보 다는 노인을 상대 하여야만 했다. 어차피 노인을 제압하면 신검은 움직일 수 없을 것이다.

"대단하구나! 이처럼 어린 나이에 그만한 신공 절학을 가지고 있다니... 앞으로 일 이년만 지나면 땅에 발을 붙이고 사는 종자들 중에 너를 따를 자가 없겠구나."

은성이의 실력에 감탄해서인지 노인의 어투에 처음과 같은 오만함은 많이 줄어 있었다.

"노인장, 이제 그만 하시지요? 왜 다짜고짜 처음 보는 사람을 공격하는 것입니까?"

호기심으로 신검의 행방을 찾으려고 의념을 펼친 기억밖에 없는데 노인은 자신이 무슨 불구 대천지의 원수라 도 되는 듯 살의를 가지고 공격하고 있으니 어찌 생각해보면 황당한 일이기도 하다. 혹시나 자기가 노인의 수 중에 있는 신검을 욕심낼까봐 노인이 오해한 후 공격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은성이가 말을 이었 다.

"노인장, 노인장께서 가지고 계신 신검은 무사라면 모두가 가지고 싶어할 정도로 훌륭한 보검이지만 저는 그 것을 갖고 싶은 생각이 없습니다."

"뭐라고, 이놈! 지금 내가 니 놈이 내 신검을 훔쳐 갈까봐 두려워서 너를 공격했다는 것이냐?"

은성이가 넘겨 짚으며 한 말 한마디가 노인을 정말로 화나게 한 것 같았다. 노인의 붉은 머리카락이 하늘로 쭈삣거리며 일어서고 있었다. 눈을 부라리고 머리카락은 하늘로 뻗친 것이 노인은 한 마리 사자와 같았다.

노인의 신분은 중원 마교의 장로였다.

어려서 마교에 가입한 후 첩보 조직에 몸을 담고 이곳 해동 지역의 문파들을 감시하고 이를 상부에 보고하는 임무를 맡았었다. 자연스럽게 해동지역의 언어와 풍습과 접하였고 우연히 다 죽어가는 음양술사를 구해 주고 놀라운 사실 하나를 알게 되었다.

바로 이곳 서산에 곤륜산에서부터 내려온 음기가 누천년간 지하 깊숙이 쌓여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마 교에는 수많은 무공기서들이 있었고 그중에는 채양보음이나 채음보양과 같은 다른 인간의 기를 빼앗아 자신의 내기를 늘리는 술법도 있었지만 인간의 기만이 아닌 땅의 지기와 하늘의 천기를 급속하게 모을수 있는 방법이 기록된 무공기서도 있었다. 하지만 천기와 지기가 모이는 장소는 쉽사리 발견되지 않았고 이로 인하여 이 천 고의 기서인 소만취삼(小萬取 三)이라는 책은 천지인 삼재중에 하나만 대성해도 세상이 작아 보이고 굽어 볼 수 있다는 거창한 제목에도 불구하고 마교의 삼류 무공을 모아놓은 서고에서 먼지만 풀풀 날리고 있었다.

다행히 노인은 해동지역의 첩보 조직내에서 두각을 나타내여 승진을 계속한 덕택에 마교 본산에서 며칠 머무 를 수 있는 특전을 얻을 수 있었고 우연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공교롭게 노인과 소만취삼(小萬取三)은 감격적 인 상봉을 하게 되었다.

그 후로는 모든 일이 일사 천리로 진행 되어졌다. 다시금 해동지역으로 넘어온 노인은 검시봉 아래 지음지기 가 뭉친 장소를 확인하고는 땅을 파고 들어가 서서히 지음지기를 흡취하기 시작하였다. 지음지기는 천고의 비 서인 소만취삼(小萬取三) 덕분에 가공할 속도로 내기화 되기 시작하였고 그럴수록 노인은 더욱더 지하 깊숙이 로 들어가게 되었다. 어느정도 성취에 이르르자 음식물을 섭취하지 않고도 견딜 수가 있었으며 서산으로 온지 삼 년만에 지하 삼십장 깊이에서 원하는 만큼의 대공을 이루었다. 이상하게 대공을 이루는 순간 검은 모발이 적발로 변화 됐다.

그런데 대공을 이루기 직전 이곳에는 지음지기가 다시 결정화 되어 지음지기 사이로 이동하고 있다는 것을 알 게 되었다. 말로만 듣던 '순정지음지기(純靜地陰之氣)' 가 실존한다는 것을 알았지만 그 지기의 강력함은 인 간이 흡취 할 정도가 아니었다. 대공을 이룬 후 다시금 중원 마교로 복귀한 후 수많은 업적을 쌓고 마침내 그 공로로 중원 마교의 십대 장로중 한명으로 임명되었다.

중원에서의 명호는 '적발지마(赤髮地魔)' 였다. 20년전 중원에 정마대전이 벌어진 후 노인이 마교를 위하여 이룬 공적은 일일이 열거할 수도 없었다. 말을 바꾸어서 노인이 무림맹 쪽에 끼친 악행은 말로 설명할 수가 없었다.

인생은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라던가?

무당의 태상장로이자 무림맹 삼대 호법중 한명인 '일양자'와 마주친 것이다. 무당파가 위치하고 있던 호북성 균현의 이름모를 야산에서 마주친 후 삼일 밤낮을 쉬지 않고 싸웠다. 가진바 모든 내공을 사용하고 마교의 장 로만이 드나들 수 있는 '혼마각'을 드나들며 익힌 수많은 무공을 사용하였다.

하지만 '태극혜검'이라고 불리우는 무당파 최고의 비기 앞에서 무릎을 꿇게 되었다. 가진 내공이 전폐되고 창 자가 잘라지는 외상을 입은 채 다.죽어가는 적발지마를 보며 일양자는 차마 마지막 일검을 더 가할 수가 없었 다. 그 날이 바로 20년 전이었다.

일양자가 사라진 후 그 자리에 나타난 부하에 의해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건진 후 서산으로 다시 넘어올 수 있 었다. 그 후로 20년동안 절치부심하며 다시금 소만취삼을 수련하고 있었다. 내공은 잃었지만 내공을 수련하며 가꾸어 놓은 경락은 폐쇄만 되어졌다 뿐이지 좁아진 것이 아니었다. 지기를 서서히 유도하여 폐쇄된 경락을 뚫은 이후로는 오히려 그전에 비해 내공 성취가 더 높아져 버렸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동안 지저 깊숙한 곳 에서 지음지기에 대한 연구를 한 성과로 '순정지음지기(純靜地陰之氣)'를 흡취할 수 있는 방법을 알아낼 수 있게 되었다.

양에도 태양과 소양이 있듯이 음에도 태음과 소음이 있었다. 지저에 있는 태음을 섭취하는 자신으로서는 태음 의 결정체인 '순정지음지기'를 받아 들일수가 없었지만 소음을 이용하여 자신이 내기를 순화 시키면 비록 조 금씩이지만 '순정지음지기'를 흡취할 수가 있었던 것이다.

태음이 지음지기라면 소음은 천기 즉 하늘에 떠있는 달의 기운(月氣)이었다. 그것도 '순정지음지기'를 받아 들일 수 있기 위해서는 '순음월기(純陰月氣)' 즉 삼년마다 한 번씩 삼월 보름에만 나타나는 달의 기운을 받아 들여야만 하였다.

지저 깊숙이 파고 들다 이제는 지음지기가 가장 많이 쌓여 있으며 '순정지음지기'의 핵심이 위치해 있는 백장 지하에 머물러 있는 신체를 지상으로 옮길 수는 없었다. 그 동안 지음지기의 흐름에 몸을 맡긴 후 자연스럽게 흘러 다니는 지음 지기를 따라 안주된 곳이 지금 위치하고 있는 자리였다. 자신이 한 번 이곳에서 나가면 지 음지기와 순정 지음지기의 중심맥이 흔들려 다른 곳으로 이동할 것이고 그곳을 다시 찾고 지금처럼 동화되어 안주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십년은 낭비해야 할 것이었다.

어쩔 수 없이 마교에서 장로로 임명될 때 포상으로 받은 마교의 전설적인 마검을 기로써 조정한 후 지상으로 이동시켜 순음월기를 흡취하도록 하였다. 지저에서 내공을 수련하면서 특이할만한 것으로 감각이 매우 세밀하 여 졌다는 것이었다.

시각을 활용할 수는 없었지만 마검에 의식을 집중하면 주변 상황이 눈에 보이는 듯 선명하였다. 순음월기를 흡취하기 위하여 지상에 나타난 마검을 보고 견물생심을 일으키고 있는 무림인들에게서 마검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약간의 재주를 부릴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마검으로 살생을 저지르지는 않았다. 삼년전에 실수로 한명 을 죽이고 말았지만 명백한 실수였었다. 이는 그가 살생을 두려워해서가 아니라 이 해동 지역 사람들의 민심 과 의식구조를 익히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한명이 죽으면 한명이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다음에는 그 원한을 갚는다고 서너명이 몰려오는 이들의 생리를 파악하고 있는 그가 쓸데없이 몰려드는 무림 인들의 수를 가능한 한 줄이기 위한 수단이었다.

그 동안  몇차례 순음월기를 흡취한 덕에 그의 내공은 비약적인 발전을 하게 되었다. 내기도 묵색으로 변화되 었으며 비록 신외지물이지만 몸 바깥에 거미줄처럼 퍼져 연결돼 있는 지음지기와 순정지음지기를 조정할 수도 있게 되었다. 이제 한 번만 더 마검을 밖으로 보내 순음월기를 흡취하면 지음지기를 흡취하듯이 거리낌 없이 순정지음지기도 흡취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때는 무당의 일양자도, 소림의 공공 대사도 두렵지 않을 것이 다. 마교도 자신의 발 아래로 둘 자신이 있었다. 이틀만 기다리면 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틀밖에 남지 않은 오늘 뜻밖의 일이 발생되어졌다. 지하 백장 깊숙이 있는 자신이 존재를 파악하고 있는 존재가 나타난 것이다. 그 동안의 수련으로 감각은 물론 영성까지도 일부 개발된 그로서도 경악할만 하 고 믿을 수 없는 일이었다. 이곳은 지하 백장 깊이였다. 지상에 있는 상대라 해도 백장밖의 물체를 조정할 수 는 없었다. 아무리 내공이 높아도 이는 불가능한 것이다.

자신은 몸 바깥에 거미줄처럼 퍼져 있는 지음지기와 순정지음지기를 조정할 수 있는 관계로 백장밖의 마검을 마음대로 조정할 수 있었지만 이는 특수한 경우였다. 일단 위기를 느끼자 몸밖에 있는 지음지기와 순정지음지 기를 조정하여 위험적인 존재를 공격해 보았다.

다행히 상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마검을 이용하여 다시금 상대방을 공격하였는데 마검이 밀리고 있었다.

마검은 곧 제압될 것 같았고 그 이후 이미 자신의 존재를 눈치채고 있는 위험적인 존재는 처음과 같은 방법으 로, 아니 모든 방법을 다 동원하여 자신의 신공 성취를 방해할 것 같았다. 순간적으로 판단하여 보았는데 자 신이 지상으로 나가는 것이 최상의 대책이었다.

지상 위에 있는 위험적인 존재는 마검과의 대결을 통한 느낌으로는 자신이 제압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비록 자신이 밖으로 나가면 더 이상 지음지기와 순정지음지기를 조종할 수는 없고 그토록 갈망하던 신공을 대 성할 수도 없겠지만 지금의 성취로도 지상에 있는 적을 제압하고 세상을 발 아래로 둘 자신감이 생겼다.

순간적으로 의식을 집중하여 이번에는 더욱 더 강하게 지음지기와 순정지음지기를 조종하여 막 마검을 제압하 고 있는 위험 인물을 공격하고는 지상으로 올라가기 시작하였다. 이번에 올라가면 다시 지음지기와 순정지음 지기를 활용할 기회가 없을 것 같자 올라가면서 마검을 땅으로 내려서게 한 후 순정지음지기의 묵광을 주입시 켜 주기 시작하였다.

그런데 지상에 올라온 적발지마는 허탈하기 그지 없었다. 최소한 지고 무상한 도를 깨우친 고승이거나 나이 지긋한 노도사일 것이라 추측하고 올라왔건만 새파랗게 어린 놈이 눈앞에 서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비록 어 린 놈이지만 겨루어 본 결과 그 능력은 절대 자신의 아래가 아니었다.

방금 전 일합의 충돌로 약간의 내상마저 입었었다. 지저에서 이십년동안 지음지기를 흡취하고 순정지음지기마 저 흡취하여 내공으로는 당적할 자가 없을 것이라고 호언장담하는 자신이 아니던가?

다행히 현재 자신이 서 있는 곳은 땅 속의 지음지기가 흘러 나오고 있는 음혈 자리로서 이를 이용하여 쉽사리 내상을 치료할 수 있었다. 어떤 무공을 사용하면 저 어린 놈을 제압할 수 있을까 생각하고 있는데 그 어린 놈 의 하는 말이 가관이었다. 생과 사의 기로에서 그 모든 것을 포기하고 지상으로 올라온 자신에게 저 어린 놈 은 왜 다짜고짜 죄없는 사람을 공격하느냐고 묻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한술 더 떠서 자신은 아무런 목적없이 이곳에 그냥 한 번 와 본 것 뿐이라는 말을 하고 있었다. 어이 가 없는 정도를 넘어서 노화가 치밀어 올랐다.

앞에 있는 어린 놈은 절대로 오늘 이대로 보내 줄 수가 없었다. 지금도 크게 자신은 없지만 이곳에는 몇군데 지음지기가 솟구쳐 오르는 음혈 자리가 있었으며 이는 자신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조건이었다. 앞으로 일 이 년 후 다른 곳에서 이 놈과 마주친다면 그때는 이 놈을 이길 수 없을 것이 분명하였다. 마검에 지음지기와 순 정지음지기가 합일된 스스로가 명명한 묵정지기를 쏟아 넣자 마검위로 묵광이 한 장 정도 치솟아 올랐다.

그런 후 적발지마는 마교의 최상승의 보법이자 술법인 천마행보(天魔行步)를 펼쳐 은성이에게 덮쳐갔다. 이미 장기를 보호할 최소한의 태극진기를 제외한 모든 진기를 청은검에 불어 넣고 있던 은성이는 신검에서 또다시 묵광이 치솟아 오르자 잔뜩 경계 태세를 갖추고 있었다.

신검에게서 흘러 나오는 묵광이 일장이나 되자 경계심은 한층 더 강화되고 있었다. 갑자기 노인의 신형이 흐 릿해 지더니 좌우로 번뜩거리기 시작하였다. 그런 다음 노인의 신형이 늘어나고 있었다. 처음에 한명이던 노 인이 두명 네명... 으로 불어나 은성이 앞에 짓쳐 들어올 때는 열여섯 명으로 불어나 있었다.

순간적으로 감각을 발휘하였지만 열여섯 명 모두가 실체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열여섯 명은 모두가 신검을 들 고 각각 다른 초식으로 은성이를 공격하고 있었다. 은성이가 비록 조사 지공에 있는 무진변의 초식을 익히고 는 있었지만 이러한 환술은 처음 접해보는 것이었다. 다행히 오행진기가 통합되어 태극진기가 이루어진 후 은 성이의 의지는 견고하기가 이를데 없어서 이만한 일로 허둥댈 정도는 아니었다.

급히 조사지공에 있는 일시 무시일을 펼치기 시작하였다. 하지만 사방에는 묵광으로 가득 차 있어서 빠져 나 갈 틈이 없었다. 일시무시일을 펼치면서 무진변의 초식을 펼치자 초반의 공세는 막아낼 수 있었다. 하지만 노 인들의 공격은 면면이 이어지고 끝이 없었다. 무진쾌의 초식까지 펼치면 상대할 수 있을 것 같았지만 무진쾌 의 초식은 직접적으로 노인의 신검과 맞부딪쳐야만 했다.

지금 청은검의 상태는 심각하였다. 무진변의 초식만을 간신히 견디어 낼 수 있을 정도였다. 무진쾌나 무진중 초식은 연달아 펼칠 수가 없었다. 하지만 지금 이대로는 절대적으로 승산이 없었다. 너무나 일반적인 공세에 열여섯 명으로 늘어나 있는 노인의 실체를 파악할 여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일시 무시일이 조사께서 심혈을 기울여 완성한 신공이라고는 하지만 자신과 대등한 정도의 능력을 가진 열 여섯명의 적수를 상대하기에는 그 한계가 있었다.

몇번의 생명의 위험을 가까스로 넘긴 은성이가 이를 앙다물었다. 그리고는 열여섯명의 노인들 중에서 묵광이 일렁이는 검날을 들이밀고 있는 네명의 노인의 검날을 가까스로 피하고 일시무시일을 펼쳐 목표한 두명의 노 인들 쪽으로 순간적으로 몸을 이동 시켰다. 이번에도 네명의 노인들이 기묘한 방향으로 각각의 신검을 들이밀 었다. 순간 네명의 노인 사이에서 금광이 크게 일어났다.

"카캉, 팍"

노인들이 서있는 자리에서 십장여 밖에서 왼쪽 어깨를 오른손으로 싸잡은 은성이가 서 있었다. 은성이의 오른 손가락 사이로 핏물이 스며 나오고 있었다. 그런데 그것도 잠시 흐르던 핏물이 멈추고 은성이의 오른손도 내 려 졌다. 한데 은성이의 오른손에 들려 있어야 할 청은검이 보이지 않고 있었다. 열여섯명의 노인들의 흐릿하 던 신형들이 더욱 더 심하게 흔들리더니 이윽고 한 명으로 합체 되어졌다.

"정말로 대단하구나. 내 오늘 무슨 일이 있어도 너를 그냥 놔줄 수가 없구나."

노인의 목소리는 살기가 짙어지고 더욱더 음산하여졌다.

은성이가 노인들의 검세에서 빠져 나올 수 있었던 것은 큰 모험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네명의 검이 다가오자 두 개의 검은 무진변으로 비껴 가도록 만들 수 있었지만 나머지 두 개의 검은 무진변의 초식으로 제압할 방도 가 없었다. 즉시 청은검에 내력을 더욱 집중하여 무진쾌의 초식을 펼쳐 내었다. 무진쾌의 초식을 펼치자 마자 일시무시일을 펼쳐 무진쾌의 초식에 의해 잠시 검세가 뚫린 두명의 노인이 있던 방향으로 몸을 돌렸고 곧바로 이형환위를 펼쳤던 것이다.

갑작스런 무진쾌의 초식과 이형환위 신법으로 노인들의 공세에서 가까스로 벗어날 수 있었지만 청은검은 부서 지고 왼쪽 어깨 부위는 스쳐가는 검날에 조금 내줄 수밖에 없었다. 정말로 아찔할 정도로 무서운 공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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