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황정허무검-17화 (17/152)

■ 제 17장 :

허공으로 오장여나 뛰어 오른 후 서서히 내려서고 있던 은성이가 흠찟하며 청은검을 뽑았다.

유성검법의 발걸술이 펼쳐지고 뽑혀진 청은검이 종으로 휘둘러졌다. 하늘로 튀어오른 흙과 돌조각 사이로 백 광이 번뜩이며 은성이에게 다가오다가 청은검과 부딪혔다.

'캉'

청은검에서는 어느순간 태극진기를 주입하였는지 금색 검강이 흘러 나오고 있었다. 다행히 검강에 둘러싸인 청은검은 신검과 부딪히고도 부러지지는 않았다. 하지만 은성이는 느낌으로 청은검의 날이 손상되어졌다는 것 을 알 수 있었다. 날과 날이 부딪히는 것은 피하여야 했다.

검강이 주입된 청은검에 부딪힌 신검이 저만치 밀려 나는가 싶더니 재차 방향을 바꿔 쇄도해 왔다.

신검은 지면으로 바짝 붙어 오다가 은성이의 일장여 앞에 이르자 은성이의 몸과 사선을 유지한채 달려 들었다.

검으로 저지하기 어려운 날카로운 공격이었다. 처음에 신검과 부딪힌 후 이미 대지에 내려 서 있던 은성이의 오른발이 왼발의 위에 가볍게 얹히는가 싶더니 은성이의 몸도 사선을 그리며 등뒤로 넘어져 갔다.

등뒤로 넘어지는 순간에도 시선을 신검에 집중하고 있던 은성이는 청은검을 신검의 검날에 밀착시키고는 신검 을 옆으로 밀어 버렸다. 훌륭한 '사량발천근'의 수법이었지만 신검의 공격력을 잠시 저지하는 정도로 밖에 효 과를 거둘 수 없었다. 신검을 밀어낸 은성이의 신형이 뒤로 넘어지기 직전에 용수철처럼 튀어 오르며 똑바로 세워졌다. 전신이 거의 땅에 닿을 정도로 넘어져 있다가 일어서는 동작이 마치 오뚜기 같았다. 은성이가 일어 선 수법은 은성이가 순간적인 기지로 내기를 두군데로 나뉘어 이를 활용한 것이다.

왼발 끝으로 내기를 보내 대지를 축으로 몸을 일으키는 기운을 일으키는 동시에 등뒤로 기운을 내뿜어 몸을 앞쪽으로 쏠리게 하였던 것이다.

순간적으로 몸의 중심을 찾은 은성이가 청은검에 밀려 옆으로 날아가는 신검에게로 다가가며 금색 검강이 형 성된 청은검을 휘둘렀다. 뒤로 밀려나던 신검은 은성이의 청은검이 다가오자 갑자기 청은검 쪽을 향해 검날을 돌리었다. 이미 청은검에 밀려 나가고 있던 신검인지라 청은검의 내력을 해소시키지 않는 한 어떤 대응도 할 수 없을 것이라고 판단하였지만 신검은 역시 평범한 검이 아니었다.

깜짝 놀란 은성이가 청은검의 속도를 늦춘 후 허무경상의 무공을 시전하였다. 무진변이 펼쳐진 것이다. 기묘 한 각도로 기울어지며 역시나 검날을 돌린 청은검의 검날 일부분이 다시금 신검의 검날에 밀착되어지고는 맹 렬히 회전하기 시작하였다. 신검은 날카로운 검날로 청은검을 자르려고 하였지만 청은검은 한치의 허점도 노 출시키지 않았다. 회오리 바람처럼 회전하는 청은검의 검날은 끊임없이 신검의 검날을 공격하며 신검이 움직 이지 못하도록 제어하고 있는 것이다.

그토록 신출귀몰하던 신검이 어부의 어망에 갇힌 물고기처럼 힘 한번 쓰지 못하고 땅으로 조금씩 떨어져 내려 갔다. 땅으로 떨어져 내리는 신검은 끊임없이 무진변의 초식에서 벗어나려고 하였지만 중과부적 이었다.

은성이는 무진변 초식으로 신검을 제압하여 신검이 움직이지 못하도록 한다음 신검을 땅에 누인 후 내력을 가 하여 최종 회수할 생각이었다. 신검이 지면에서 한자쯤 떨어졌을 때 은성이는 초식을 무진중 초식으로 바꾸었 다. 신검은 검강에 둘러싸인 청은검의 무게가 순식간에 천근의 무게로 내리누르자 힘없이 청은검에 밀려 바닥 에 떨어져 버렸다. 은성이는 신검이 땅속으로 파고 들지 못하도록 신검이 떨어지는 대지에도 태극진기를 전이 시키고 있었다.

하지만 의외의 변수가 발생되었다. 태극진기로 보호되고 있는 부분의 땅속으로부터 거대한 진기가 치솟아 올 라온 것이다. 지저 깊숙한 곳에 위치한 생명체가 신검이 위험한 지경에 이르자 음습한 기류를 뿜어낸 것 같았 다. 땅으로부터 솟아 올라오는 기류는 매우 차갑고 암울한 기운이 느껴지며 묵빛이었다. 이번에는 은성이도 심안을 발휘하지 않고 신검과 대결하는 것에 정신을 집중시키고 있는 상태였기에 차가운 기운이 은성이가 태 극진기를 펼쳐 놓은 지면에 3자 정도까지 접근 해서야 위험을 알아 차릴 수 있었다.

차가운 기운의 순간적인 기습에 은성이는 대책을 세울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 급하게 지면으로 태극진기를 보 충시켜 주며 중단전에 있는 태극진기도 순간적으로 운용하며 몸 주변에 호신막을 펼치기 시작하였다.

하단전에 있는 태극진기가 5성 정도는 지면으로 집중되었을 정도의 시간에 두 기류가 충돌을 일으켰다.

'꽝... 꽈과광.'

두 기류가 충돌하자 천둥같은 소리가 울려 퍼지고 주변의 모든 것이 산산이 부서져 나갔다. 방원 5장 정도에 있는 바위와 나무들이 부숴지고 산산이 찟겨지며 하늘로 날아 올랐다. 돌조각과 흙더미가 충돌 부위의 하늘을 어지럽게 흩날리며 폭사되었다. 어지럽게 폭사되던 흙더미와 돌부스러기 그리고 먼지들이 가라 앉자 오른손에 청은검을 들고 공중에 떠 있던 은성이도 서서히 지면으로 내려섰다.

은성이는 땅속에서 차가운 기운이 솟구쳐 나올때만 해도 크게 걱정하지는 않았었다. 심안을 운용할 때 땅 속 의 생명체는 지하 100장 깊이에 있지 않았던가. 아무리 그 생명체의 내력이 강하다 해도 지하 100장 아래에서 지상에 있는 자신에게로 내뿜을 수 있는 기력은 한계가 있을 것이다.

자신도 허무경상의 '지일이' 초식을 배웠지만 지하 100장 깊이에 있는 생명체에게까지 영향을 미칠 정도는 아 니었다. 중단전에 있는 태극진기까지 총동원한다 해도 지하 100장 깊이에서 지상으로 이처럼 강력한 진기를 발할 수는 없었다.

그런데 그 예상이 보기좋게 빗나간 것이다. 다행히 지금까지 한 번도 운용해본적이 없는 중단전의 태극진기를 운용하여 호신막을 펼친 덕분에 상처를 면할 수는 있었지만 적은 상상 이상으로 강력하였다. 가까스로 위험을 벗어난 신검은 저 멀리 공중에 몸을 고정시킨 채 은성이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은성이는 이제서야 신검의 정체를 대강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신검이 스스로 자아가 있어서 3년에 한 번씩 지상에 나와서 무공을 펼치고 유희를 즐긴 후 스스로의 의지로서 다시 지저 깊숙이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었다 . 자신이 이기어검을 펼쳐 보아서 잘 알지만 신검은 지저에 있는 생명체에게서 조종을 받고 있음이 분명하였 다. 방금 은성이를 공격한 정도의 공력을 지상으로 전해줄 수 있는 정도의 생명체라면 신검을 충분히 조정하 고도 남을 수 있었다. 게다가 그 생명체가 무공의 고수라면 이해하기는 더욱더 수월해졌다. 신검 정도의 보검 에 검기나 검강을 불어 넣고 강력한 내력으로 절정의 이기어검을 펼친다면 과연 누가 막아낼 수 있을 것인가?

그리고 신검이 금나수 등에 잡힐 수도 있는 상황에 대비해 강력한 반탄강기까지 펼쳐 놓는다면 ...

어쨋든 현재 자신에게 위험한 상대는 하늘위 보다는 땅속에 있었다. 하늘에 떠 있는 신검도 위험하지만 지저 깊숙이에서 음습하고 차거운 기운으로 은성이를 두차례나 공격한 생명체가 더욱 위험한 것이다. 적의 기운이 상상 이상으로 강력하자 은성이는 하단전에 있는 태극 진기를 모두 운용하였다.

현재 은성이의 태극 진기는 하단전에 삼성 정도가 머물러 있고 중단전에 칠성 정도가 머물러 있었다. 중단전 에 필요 이상의 태극 진기가 머물러 있는 것 같았지만 이것은 은성이의 자유 의지에 의한 결정은 아니었다.

계룡산의 기연시 중단전에 머물던 오행 진기가 하나로 통합되고 생사현관이 타통된 후 생성된 태극 진기가 하 단전 및 중단전으로 모여 들어가면서 자연스럽게 분할되어졌던 것이다. 오행진기가 통합되어진 태극진기라 그 런지 오행진기가 머물던 중단전이 더 좋았는지 칠할 정도가 중단전으로 그리고 삼할 정도는 하단전으로 모여 들었었던 것이다. 하지만 태극진기는 일반적인 후천진기에 비해 그 능력이 매우 탁월하였다. 하단전에 저장된 삼할 정도의 태극진기만 가지고도 은성이는 청은검에 검강을 형성시킨채로 이기어검을 펼칠 수 있었고 검환 조차도 아무 무리없이 펼칠 수가 있었던 것이다.

하단전에 있는 태극 진기를 모두 운용한 것도 모자라 중단전에 있는 태극 진기의 2할 정도까지 추가적으로 운 용한 은성이는 지저의 생명체를 향해 허무경상의 무공인 '지일이'를 펼쳐 볼까도 하였지만 100장 지하에 있는 적에게 큰 영향을 미칠 수는 없을 것이라는 판단이 섰다.

먼저 지금까지 공중에 떠 있다가 지면으로 내려서며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묵빛 검광을 발하고 있는 신검을 제압하여야 할 것이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지저의 생명체는 지상으로 올라오지 않고 신검만을 이용해 은성이 와 대적하고 있는 것이다. 지저의 생명체가 왜 심안을 발휘해 신검의 위치를 추적하려던 은성이에게 적대감을 가지고 공격하고 있는 것인지는 몰라도 은성이가 생각하기로 지저에 있는 생명체는 선의를 가지고 있지 않았 으며 이 세상에 해를 끼칠 만한 악마적인 존재인 것 같았다.

펼쳐지는 내기도 음침하고 살기에 가득차 있으며 내기의 색도 죽음의 색인 묵빛 이었다. 물론 선입견이 될 수 도 있겠지만 어쨌든 은성이의 감각은 지저에 있는 생명체가 매우 위험한 존재임을 계속해서 은성이의 뇌리로 전달하고 있었다.

운용된 태극진기중에 일부는 지저에 있는 생명체로부터의 불시적인 기습을 예견하기 위하여 모든 감각을 극대 화 하는 것에 사용하고는 그 외의 태극진기를 모두 동원하여 저 멀리서 묵빛 검광을 발하고 있는 신검에게로 서서히 다가갔다.

삼년전에도 그랬지만 오늘 처음에 나타날때에도 신검은 백색 검광을 발하고 있었다. 하지만 잠시 전에 공중에 떠 있던 신검이 지상으로 내려선 후 잠깐 사이에 신검의 백색 검광은 사라지고 묵빛 검광이 생성되어진 것이 다. 밤이라서 모든 것은 어둠에 둘러싸여 있었지만 신검을 둘러싼 묵빛 검광은 어둠보다도 훨씬 더 검은 색으 로 주변의 어둠을 집어 삼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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