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 11장 :
'천신이 재림한 것일까?'
도인이 딛고 있는 백색의 검은 도인과 신검 합일된 듯 도인의 의지에 따라 신검을 따라 움직였고 검은 도복의 도인은 딛고 있는 검을 타고 천변만화 하며 붉게 타오르는 검으로 하얀 빛 무리에 싸인 신검과 대결하고 있었 다. 그토록 영활하던 신검이 이상하게도 붉은 검의 검광에는 약한지 몸을 사리며 도주하기에 바빴다.
신검을 바짝 뒤쫒은 도인의 붉은 검의 검광이 일순 크게 확대되며 신검을 덮쳐갔다. 지척에 이르른 두검 사이 에는 붉고 하얀 검광이 미친 듯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꽝'
귀청을 찢을듯한 소음이 나더니 흰빛이 다소 바랜듯한 신검이 검광속에서 떨어져 나오며 지면으로 추락하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지면으로 추락하던 신검은 다시 몸을 옆으로 틀고 비스듬이 날아 올랐다.
'아! 천고의 보물이라는 금사검과 태아검 까지도 두부처럼 잘라버린 신검이 몸을 사릴 정도로 붉은 검이 단단 하고 날카롭단 말인가?'
비스듬하게 날아 오르던 신검이 갑자기 방향을 바꾸어 하늘로 솟구쳤다. 그러자 도인이 타고 있던 검도 급히 솟구쳐 오르기 시작하였다. 신검은 허공에서 원을 그리며 맴을 돌았고 도인의 검도 뒤따라 돌았다.
몇바퀴 돌았을까... 신검의 하얀색 광채도 도인의 붉은색 검의 광휘도 여전하였지만 속도의 한계런가...?
원을 도는 속도에 따라 돌고 돌던 형상이 신검과 도인이 속도 차이에 의해 신검이 도인을 뒤따르는 형세가 되 어 버린 것이다. 갑자기 신검에서 하얀 광채가 더욱 더 밝아지더니 속도가 더 빨라지며 도인의 하반신 쪽으로 파고 들었다. 형세가 뒤바뀐 것을 눈치챈 도인이 급하게 붉은 검으로 아래쪽 귀검을 향해 휘둘렀지만 신검이 너무나 갑작스럽게 속도를 내서인지 늦고 말았다.
'싹'
검은 도복의 도인이 타고 있던 흰색 검이 두동강으로 끊어지자 도인이 추락하기 시작하였다. 신검은 고진인이 땅으로 추락하자 급히 신형을 틀어 고진인에게로 달려 들었다. 하지만 무술의 고수인 고진인이 아무런 방비없 이 떨어질 리가 없었다. 타고 날던 검이 부지불식간에 동강나 땅으로 떨어지는 와중에도 신형을 안정시키기를 철통같이 하였던 것이다.
발디딜 대지는 없어도 힘을 빌릴만한 물건은 있었다. 두동강 난 채 흰 빛을 잃고 같이 떨어지는 검편을 밟고 차 오르며 힘을 얻은 고진인의 화룡검이 재차 쏘아져 오는 신검을 향해 휘둘러졌다.
'꽝'
처음보다.더 큰 굉음을 내며 신검은 힘을 잃고 땅바닦에 떨어져 버렸다. 신검과 고진인의 공중 대결시 특기할 만한 일이 있었다. 모두들 경이의 시선으로 용호상박하는 대결을 바라보느라 정신이 없었지만 오직 한명만이 고진인과 신검의 격전지를 쫒아 다니고 있었다.
신검과 고진인의 신출 귀몰함 만큼이나 놀랄만한 신법으로 몸을 날리고 있는 인영 또한 검은 도복을 걸치고 있었다. 바로 고진인의 하나밖에 없는 제자인 김선경이었다. 고진인의 화룡검에 힘을 잃은 신검이 땅에 떨어 지기가 무섭게 김선경은 가지고 있던 화룡검의 검집에 신검을 넣으려고 하였다.
왼손에는 신검을 화룡검의 검집에 넣은 후 꽁꽁 묶으려는 듯 매우 질겨 보이는 끈도 들고 있었다.
김선경이 왼손으로 신검의 손잡이를 누르고 오른손으로 검집을 들어 신검을 제압하려는 순간 뜻밖의 일이 벌 어졌다. 화룡검에 힘을 잃고 땅에 떨어졌던 신검이 땅의 음기에 닿자마자 갑자기 힘이 복원되어 버린 것이다.
이곳은 지대가 음기가 고여 있는 장소였다. 그것도 곤륜산에서 내려온 음기의 큰 대맥이 백두산을 지나 이곳 서산을 지나던 중 발이 묶이게 된 자리였다.
누천년간 음기가 쌓여져 왔으니 그 성세가 오죽할 것인가?
지하 깊숙이 또아리를 틀고 뭉쳐져 있던 음기들이 마침내 그 힘을 주체하지 못하고 대지 밖으로 흘러 나오고 있는 음혈 자리가 몇 군데 생성되었는데 하필이면 신검이 떨어진 자리가 그 자리였다.
크게 위험을 느낀 신검이 반사적으로 몸을 세웠다.
'읔! ... 꾸륵...'
신검을 땅에 떨어트린 고진인은 내공을 이용해 몸이 땅에 떨어지는 속도를 늦추고 애제자가 신검을 포획하는 것을 보고 있었다. 일단 신검이 화룡검의 검집에만 들어가면 신검을 생포할 수 있는 것이다.
화룡검과 충돌하며 일순간 음기가 제어된 신검을 화룡검의 검집에 가두고 그 옆에 화룡검을 놓아 두면 신검의 음기는 화룡검이 떨어지지 않는 한 계속 억제되고 차후 자아가 있는 것으로 판단되는 신검을 서서히 복종시키 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럴 수가...
지금까지 3번 출현한 후 그 숱한 결전속에서도 한번도 사람의 피를 보지 않아 신검이라는 칭호를 받고 있는 신검이 제자의 목을 뚫고 삐죽이 나와 있는 것이다.
반장여나 남은 대지와의 거리가 수천장은 되어 보이는 것 같았다. 촌각이면 대지에 발을 디디련만 그 짧은 시 간이 몇겁은 되어 보이는 것 같았다. 대지에 발을 디딘 후 애제자의 목을 베면서 소름 끼치는 기음을 발하며 하늘높이 솟구치는 신검의 모습이 문득 뿌옇게 흐려졌다.
그리고 고진인의 눈가에는 작은 눈물이 방울지고 있었다. 일장여 앞에 쓰러져 있는 제자에게로 나아가는 고진 인의 심사는 한없이 처량해져 있었다. 조금 굽혀진 등에 휘청이며 목없는 제자를 향해 힘없이 한발 한발 떼어 놓고 있는 고진인은 지금 제자의 목이 아닌 자신의 목이 떨어져 나간 기분이었다.
삼년 수행과 귀선문의 천고의 기보인 화룡검 그리고 그의 스승이 입적하면서 모든 내공과 신력을 쏟아부어 만 들어 준 비천검으로도 신검을 사로잡지 못한 것이다. 그리고 일인부전으로 이어져 오는 귀선문에서 친아들 같 이 키우고 팔불출 소리를 들어가면서도 자랑스러워 하던 제자마저도 잃고 만 것이다.
이번 일에는 나름대로 필승의 자신이 있었었다. 삼년전의 실패를 거울삼아 치밀한 계획과 준비를 할 수 있었 던 것이다. 그 동안 신검을 연구한 결과 신검에 신묘한 영혼이 있고 자아가 있다는 결론을 얻었다. 그것도 순 수하고 선한 자아가 있는 것으로 판단 되었다.
그런데 음기의 극치인 신검의 날카로움을 억제하고 속도를 줄이기 위해서는 강한 양강 지기가 있어야만 했다.
삼년동안 지저 깊숙한 곳에서 지음지기를 섭취하는 신검은 삼년마다 한번씩 보름달이 휘영청 뜬 날에 천음지 기를 섭취하기 위해 지상으로 올라오는 것이다. 그런데 신검의 날카로움에 눈이 먼 무술인들이 달려들자 자아 가 있는 신검이 스스로의 실력을 한시진 정도씩 뽐내 왔던 것이다.
지저 깊숙한 곳에서 막강한 지음 지기를 섭취한 신검을 상대하기 위해서는 이에 필적하는 양강지기만이 유일 한 방법이었다. 다행스럽게도 귀선문에서는 막강한 양강지기를 갖추고 있는 보물이 있었다.
'화룡검'
귀선문에는 대대로 내려오는 신비한 전설이 있었다.
먼 옛날 불타는 유성이 지상에 무더기로 떨어진 적이 있다고 한다. 대부분의 유성은 강한 지진과 화산 폭발을 일으키며 지저 깊숙이 흔적도 없이 파고 들어갔다. 하지만 우연의 일치인지 날아오던 유성 두 개가 대기 중에 서 부딪혀 버린 것이다. 폭죽처럼 화려하게 폭발하던 유성의 잔재중 큰 덩어리 하나가 떨어지는 속력을 모두 잃고 지상에 안착되어졌다.
유성이 쏟아지는 산중에 은거하던 한 기인이 산 정상에 떨어져 내린 유성에 의해 일어난 화산 폭발을 피하던 중 공중에서 떨어져 내리는 용암들 사이로 이상한 것을 보았다. 처참하게 찟겨진 용머리가 하늘에서 떨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절세의 신공을 발휘해 신력으로 용머리를 받아 산을 내려온 기인은 용의 머릿속에서 손톱만한 보석을 찾아낼 수 있었다.
전설에 용암속에서 만년을 산다는 화룡의 내단인 것이다. 너무나 뜨거워 손으로 만질 수도 없는 화룡의 내단 은 주변의 모든 것을 불태웠다. 오직 내단을 감싸고 있던 용골과 용피만이 화기를 제어할 수 있었다.
이 기인이 바로 귀선문이 개파 조사인 귀선진인이었다. 후에 귀선진인은 유일하게 지상에 안착된 유성을 발견 하고 그 속에서 현철보다도 몇배나 단단한 유성철을 얻어 이를 가지고 남은 생애를 검을 만들며 제자를 키우 는데 다 바쳤다.
이 검으로 용의 뼈를 세공하고 용혁을 얇은 천으로 다듬었다. 용골로 세공한 검자루에 화룡의 내단을 넣고 이 위에 용혁으로 감싸자 비로소 화룡검이 완성되었다. 용골과 용혁 때문에 검의 손잡이에서는 따스한 온기만이 스며 나왔지만 검신으로는 화룡의 내단에서 뿜어져 나오는 열기가 항상 붉은 불꽃을 피워 올렸다.
그리고 화룡검의 손잡이 부위로 내공을 주입하면 붉은 불꽂은 더욱 붉고 뜨겁게 피워 올랐다. 검집도 용골과 용혁으로 만들어졌다. 이러한 화룡검이기에 신검이 직접 부딪히기를 저어한 것이다.
떨리는 손길로 애제자의 떨어져 나간 머리를 붙잡고 부릅뜬 눈을 쓰다듬어 감겨준 고진인이 힘없이 일어나 애 제자의 시체 바로 옆에다 화룡검으로 땅을 파고 있었다. 검기를 일으키면 쉽게 팔 수도 있겠지만 힘없는 노인 이 모습으로 힘들여 땅을 파고 있었다. 봉분이 완성되자 애처롭게 앉아 뜨거운 눈물로 봉분을 적시며 쓰다듬 던 고진인이 눈을 돌렸다.
신검은 어디로 사라졌는지 보이지 않았다.
부러진 검이나 도를 들고 축 처진 어깨로 사라져 가는 무술인들이 눈에 보였다. 한쪽에서는 동방파의 김장로 와 나이 어린 제자가 운공 조식 중이었고 그 옆에는 배석승 이라는 제자가 애처로운 눈길로 자신을 바라본 채 호법을 서고 있었다.
다시 한번 봉분을 바라보던 고진인이 갑자기 처량한 울부짖음과 함께 경신법을 발휘해 현장을 떠나갔다. 더 이상 이곳에 있다가는 간장이 모두 녹아 들기라도 하는 듯...
한편 김장로가 신검에게 중상을 입은 후 채 품속에서 영단을 꺼내 힘겹게 먹는걸 목격한 은성이는 김장로에게 몸을 날렸다. 그리고는 영단의 흡수력을 높여 주기 위해 김장로의 상의를 벗긴후 은침지술을 시전하고는 이도 모자라 김장로를 좌선해 앉힌 채로 명문혈로 내가진기를 주입해 주었다. 이미 은성이의 내공은 신묘지경에 들 어 있었다.
김장로의 명문혈로 조심스럽게 들어간 은성이의 진기가 김장로의 내기와 반발력이 없이 합해지는가 싶더니 운 기 요상을 도와주기 시작 하였다. 신검과의 충격으로 막혔던 혈도를 뚫고 김장로가 복용한 영단의 기운을 조 심스럽게 전신으로 퍼지도록 하는 것이다. 기혈의 운행이 순조롭자 서서히 자신의 진기를 거둬들인 은성이는 김장로 몸에 꽂힌 은침을 회수한 후 김장로 옆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좌선하였다.
은성이가 자신의 진기를 회수한 것은 자신의 진기가 일반적인 진기와는 다른 오행진기가 통일된 태극진기였기 때문이었다. 과거 오행진기와 후천진기와의 배타성으로 인해 큰 곤욕을 치른 적이 있기에 치료에 사용하던 태 극진기를 모두 거둬들인 것이다.
옆에서 호법을 서고 있던 배 사형은 은성이가 김장로의 치료에 내력을 많이 소모해 운기 조식을 하는 것으로 이해했지만 사실은 그것이 아니었다. 김장로의 현란한 초식으로도 간신히 신검의 손잡이를 잡아 보는데 그쳤 는데 자신의 얇고 다듬어지지 않은 무공 초식으로는 신검의 손잡이는 커녕 신검 근처에도 가지 못할 것은 자 명한지라 일찌감치 포기하고, 비록 신검을 잡는데는 별 소용이 없지만 신출 귀몰한 신검을 관찰하는데는 더할 나위없는 심안을 발휘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좌선에 들자 은성이는 주변의 시끄럽고 난잡함을 이겨내고 순식간에 진허의 경지로 빠져 들어갔다. 명경지수 처럼 맑아진 마음의 눈을 밖으로 돌려 신검에 집중시키자 신검의 움직임이 눈에 보이는 듯이 느껴졌다.
신검의 방향 전환, 몸놀림, 속도, 그리고 기세까지도...
고진인과 귀검의 대결은 사용된 초식과 사용되려고 했던 초식은 물론 아주 작은 기세까지도 포함시켜 은성이 의 뇌속으로 각인 되어졌다. 신검은 고진인의 하나뿐인 애제자를 죽인 후 하늘로 솟구쳐 오른 다음 땅속으로 빠져든 후 흐느끼듯 가늘게 떨다가 지저 깊숙한 곳에 이르러서 서서히 떨림을 멈추었다. 그리고는 더욱 더 지 하 깊숙이로 사라져 갔다.
신검이 사라지자 은성이는 서서히 심안을 거두고 좌선에서 깨어났다. 하지만 조금 더 신검을 관찰하지 않은 것은 숙명인가? 천명인가? 이로써 혈세의 달이 떠오르기 시작하였으니...
마니산은 그리 높지는 않았지만 영성이 강한 산이었다. 그래서인지 역대 군왕들은 하늘의 천기가 내려 온다는 이곳에서 천신제를 지내고는 하였다. 곳곳에 기암절벽이 펼쳐져 있는 마니산을 일시진 정도 오르자 그토록 오 매불망하던 동방파가 보이기 시작하였다.
108개의 돌계단 위에 정문이 위치돼 있는데 정문 상부 지붕 밑에는 금색의 편액이 걸려 있었다.
'동방 제일문'
배사형의 안배로 목욕을 하고 깨끗한 도복으로 갈아입은 은성이는 동방파의 장문인을 친견할 수 있었다.
자운검 허선도, 백운검 김재두 등 구대 장로와 사형제이면서 그 능력이 가장 출중해 장문인 직에 오른 천운검 황규억, 하얀 수염에 푸른 도복을 입은 인자함이 물씬 풍겨 나오는 노인이었다.
장문인 옆으로는 3명의 노인들이 있었는데 모두 흰색 도복을 입고 있었다. 역시 흰색 도복 차림의 김장로가 이번 신검 때문에 서산에서 벌어진 사건을 장문인에게 보고한 후 은성이를 소개 하였다. 은성이는 이름이 거 론되자 앞으로 나가 장문인을 향해 포권 지배를 한 후 말을 하였다.
"허선도 사부님의 제자 이은성이 장문인께 인사 드립니다"
"그래, 허선도 장로의 제자란 말이지."
약간 침통한 목소리로 말을 잇던 장문인이 은성이에게 다가와 은성이의 손을 잡았다.
"본파의 무공은 어디까지 배웠느냐?"
"예! 해동 권법과 유운 검법을 배웠습니다."
"음, 그래..."
은성이의 손목을 잡고 미세하게 내공을 주입하며 은성이의 내공 수위를 살펴보던 장문인은 은성이의 몸에서 전혀 반발력이 없자 다소 실망한 듯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허선도 장로는 본파의 중요한 일로 중국으로 떠난 후 아직까지도 돌아오지 않고 있구나. 은성아! 이 산에서 언제까지 머무를지는 모르지만 이왕 왔으니 본파의 무공을 조금 더 배우고 가거라!."
"예! 장문인"
"저... 드릴게 있습니다"
막 뒤돌아서 원래의 자리로 가려는 장문인에게 은성이가 말을 했다.
"무엇이냐?"
"살펴보십시오"
하면서 은성이는 봇짐을 풀어 하얀 보자기로 정성스럽게 싸맨 물건을 장문인에게 건네었다. 다소의 호기심으 로 은성이가 내민 보자기를 풀어 보던 장문인이 깜짝 놀랐다. 그리고는 바로 위쪽으로 풀다만 하얀 보자기를 놓고는 옷깃을 여미고 경건하게 절을 하기 시작했다.
옆에 있던 장로들과 김장로, 배사형 까지도 당황했다. 이윽고 삼배지례를 올린 장문인이 떨리는 목소리로 은 성이에게 물었다.
"은성아! 이 이책은 어 어디서 얻게 되었느냐?"
평소 도행이 깊고 진중하기로 소문난 장문인이 말까지 더듬었다.
"예! 제자가 저희 집이 위치해 있는 미륵산의 심산 유곡에서 기이한 인연으로 발견한 것입니다."
"그 그래"
장문인의 목소리는 환희에 젖었는지, 슬픔에 젖었는지 가늠할 수 없었다. 하얀 보자기를 열고 그 속에서 빛바 랜 책 한권을 꺼내든 장문인이 장로들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동방파의 경사로다! 경사야!"
"여보게! 심재후 장로"
"예 장문인"
동방파의 안 살림을 맡아보는 후덕한 인상의 심재후 장로가 말을 받았다.
"지금 당장 조사지전에 성대하게 제를 올릴 준비를 하시오!"
"알겠습니다. 장문인! 하지만 무슨 연유이신지..."
"하!하! 이것이 무슨 책인지 아시오? 바로 실종된 조사님이 작성하신 무공비급이란 말이오"
이제야 장문인의 이해하기 어려운 행동을 이해한 장로들이 외경스런 눈빛으로 은성이가 전해준 책자를 바라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