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황정허무검-5화 (5/152)

■ 제 5장 :

오래된 습관은 무서운 것이다.

축시에 일어난 은성이는 동쪽 창문을 열고 좌정에 들어갔다. 전신의 기를 활성화 시킨 은성이는 문득 자신이 알고 있는 의학적 지식을 기를 이용해 탐색해 보고자 하는 열망이 생기자 기의 운행 속도를 느리게 한후 신체 내부를 관조하기 시작 하였다.

정밀하게 신체 내부를 살피던 은성이는 신체 내부의 어느 곳이라도 경락에서 뻗어 나간 락맥과 다시 락맥에서 이어져 간 세맥이 거미줄처럼 몸 구석구석을 촘촘히 연결해 놓고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실감할 수 있었다.

하늘은 인간을 창조할 때 인간의 신체 내부를 조정할 수 있는 원동력으로 혈과 기를 주고 혈관과 경락을 주어 통하지 않는 곳이 없도록 한 것이다. 사람이 죽지 않는한 아주 가는 혈관으로라도 피는 순환되고 아주 말단의 신체 기관일지라도 기맥이 있어 기가 흘러가고 있는 것이다.

대신 피는 간에서 만들어진 후 심장이라는 대동력을 이용해 전신으로 순환되는 반면에 기는 전신에 퍼져 있는 모든 기들을 통제하고 제어할 수 있는 중심 기관이 없다. 단전이 있다고는 하지만 이는 외부의 기를 저장하는 그릇에 불과하며 심장과 같이 혈액을 만들고 이를 스스로 신체내 모든 곳에 두루 공급하는 기관은 아닌 것이 다.

신체적으로 극히 정상적인 일반인이 단전이 텅 비어 있어도 행동하고 사는데 전혀 지장이 없다는 것이 이를 입증한다. 더욱 정밀한 탐구를 위해 은성이는 전신에 퍼져 있는 기들을 모아 탐색하는 곳으로 집중시키며 세 맥의 분포 상태와 흐름등을 면밀히 관찰 하였다.

이를 통해 은성이는 세맥은 오장 육부에 가장 많이 분포돼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특이한 현상이 발 견되었다.

간, 심장, 지라, 폐, 신장의 오장과 담, 소장, 삼초, 위, 대장, 방광 등 육부간에 연결된 세맥의 대부분이 폐 쇄 되어 있는 것이었다. 게다가 오장의 각각에는 전신에 순환되는 내가 진기와 성격이 다른 막대한 진기들이 봉인되듯이 뭉쳐져 존재하고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오장과 육부간 연결 부위의 세맥들만 폐쇄되어 있는 것이 아니었다. 오장과 육부 각각의 장기를 따로 놓고 관 찰해 봐도 상황은 유사하였다. 어떤 장기 한 부위에 있는 봉인된 진기 간에도 서로 합일되지 못하고 나뉘어져 저장되고 있으며 저장된 진기의 특징은 각각의 장기마다.달랐다.

유심히 살펴 본 은성이는 오장 육부에 각각 봉인된 진기가 순수한 오행진기 임을 알 수 있었다. 오행진기는 금목수화토의 특이하고도 순수한 성질을 가지고 있는 관계로 오행 진기 서로간에, 게다가 내가 진기와도 상호 융합될 수가 없었다.

오장의 하나인 간을 탐색해 본 은성이는 간과 심장, 지라 ... 는 오행진기간의 연결 통로가 없고 간 하나에도 오행진기중의 진목기가 10여 군데로 나뉘어져 있으며 독립적으로 자기가 위치한 간 부위만을 보호하고 아주 적은 양만이 순환하고 있는 것이었다.

하지만 전혀 순환이 없지만은 않았다. 가끔씩 미세하지만 조금씩의 오행진기중 진목기가 순환되고 있는 부위 도 있었다. 오행지기와 내가 진기를 살펴보며 각각의 특성을 연구하며 은성이는 많은 것을 알 수 있었다.

각각의 장부에 고여 있는 오행진기는 다른 장부의 오행진기가 다가와 부딪히면 익히 알고 있는 오행 상생, 상 극의 원칙에 따라 반응하였다.

하지만 오행 진기의 순수성 때문인지 아니면 오행 진기와 내가 진기의 특성 때문인지 오행진기가 머무르고 있 는 곳으로 내가 진기가 유입되는 것은 철저하게 배제 되었다. 그렇지만 오행진기는 내가 진기 속으로 잘 섞여 들었으며 이를 내가 진기가 방어하지도 않았다.

내가 진기의 포용력이 많아서인지 아니면 오행진기의 도도함 때문인지 진기간에도 격차가 있는 것이다...

기연을 만난 후 은성이의 신체는 오장육부외 그의 전신 어느 부위에도 기가 통할 수 있는 락맥 및 세맥이 형 성되어 있었다. 오행진기의 실체 및 오장 육부간에 연결된 세맥의 대부분이 폐쇄되어 있는 것에 큰 호기심을 느낀 은성이는 오장 육부간 세맥을 타통하고 머물러 있는 오행 진기를 활성화 시켜 보기로 결심하였다.

그저 일순간의 호기심에 따른 행동이었다. 하지만 무모한 행동이었다. 일순간의 실수는 주화입마에 빠질 수도 있고 심하면 죽음에도 이를 수가 있는 것이다...

제일 먼저 심장을 활성화시켜 보기로 했다. 심장은 가슴속의 좌, 우폐 사이에 끼여 있으며 왼쪽으로 치우쳐 있고 심장의 끝이 왼쪽 젖꼭지 바로 밑에 있다. 왼쪽 젖가슴을 눌러 보면 손에 툭툭 와 닿는 것이 심첨 박동 이다. 심장은 혈맥을 주관하는데 혈맥은 심장에서 뿜어내는 혈액을 전신으로 보내고 받아들이는 일을 하고 있 다. 예로부터 심장에서는 사람의 정신 활동과 의식 및 모든 생각이 이루어지고 똑똑하고 그렇지 못함이 모두 심장에 달려 있다고 믿어져 왔다.

그리고 심장에서 생명을 주관한다고 하였다. 심장의 움직임이 멎는 것이 죽음이므로 심장을 생명의 근본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심장에는 오행진기중 진화기가 12부위로 나뉘어져 보호하고 있었다. 그중 한 부위를 내가 진기를 선동하여 활성화시킨 은성이는 내가 진기를 둘로 나누어 그 이웃한 부위의 진화기까지 활성화 시켰다.

그리고 서서히 내가진기의 양을 늘이었다. 이미 그 이웃한 부위와는 미세하지만 조그마한 순환 통로가 있던 진화기는 침입해온 내가진기의 양이 늘자 더욱 격렬히 반응하기 시작했다.

두 부위 모두 활성화된 진화기에 의해 진화기가 몸 담았던 부위가 팽창되며 자연스럽게 진화기들간의 세맥이 타통되고 연결 통로가 확대 되었다. 몇 번의 공방전 끝에 드디어 두 부위로 나뉘어져 있는 진화기가 한 부위 로 통합 되었다.

은성이는 진화기가 통합된 후 통합된 진화기는 나뉘어져 있을 때보다 활동력이 많아진 것을 느낄 수가 있었다.

그리고 공방전의 부수입으로 두 부위에 인접해 있는 부위의 세맥도 조금 타통되었고 미세한 순환 통로가 새로 생기거나 아니면 다소 넓어졌다는 것을 느낄 수가 있었다.

같은 방법으로 심장의 12부위중 2부위를 1부위씩 통합시킨 은성이는 2부위씩 통합되어 더욱 크고 활동력이 강 해진 2부위씩을 다시 한 부위로 통합시켰다. 그런데 통합된 2부위를 다시 더욱 크게 통합시키기 위한 내가진 기의 양이 달랐다.

처음에 2부위를 통합 시키는데 필요한 내가진기의 양이 1이라면 2부위씩 통합된 2부위를 통합시키는데 필요한 내가진기의 양이 2이면 충분할 것으로 판단 되어졌지만 실제로는 4정도의 내가진기가 소용되어졌기 때문이다.

심장에 있는 12부위를 모두 통합시킨 은성이는 막대한 진화기의 잠력을 몸으로 느낄 수가 있었다.

같은 원리로 은성이가 신체내 오장 육부 각각에 위치된 오행진기를 모두 통합 시키는데 6개월이 소요 되었다.

오장 육부에 분리돼 나뉘어져 있던 오행진기가 각각의 장부에서 지기가 통합되자 은성이의 신체에 특징적인 변화가 생기기 시작하였다. 그동안 활동하지 않고 잠자고 있던 오행진기가 왕성히 활동하자 현상 유지만을 하 던 오장 육부가 제 기능을 백분 발휘하게 된 것이다.

이에 따라 은성이의 신체 기능은 일반인의 신체 구조와는 전혀 다를 정도로 발달되어졌다. 검은 머리는 더 검 어지고 피부는 더욱 윤택해 졌으며 내공을 발휘하지 않았는데도 몸에 힘이 넘치고 몸놀림은 가뿐하고 민첩해 졌다. 조금 빨리 걸으면 일반인이 뛰는 속도보다도 빠르고 내공 없이 달리는데도 예전에 내공을 발휘한 채로 달리는 정도의 속도가 붙었다.

시력도 놀랄 정도로 좋아져서 금아가 구름 속으로 들어가지 않는 한 금아의 자취를 놓치는 적이 없어졌다.

그런데 오행진기의 통합에 따른 부작용이 생기기 시작하였다.

각각의 장부에 잠룡처럼 웅크린채 머물러 있을때에는 문제가 없던 오행진기가 각각의 부위에서 통합된 후에는 그 막대한 힘을 주체하지 못하고 은성이가 이미 내가진기로 닦아 놓았던 경락을 따라 이동하곤 하였다. 물론 그 장기 부위에 분포된 락맥에서 경맥으로 흘러 나갔다가 다시 돌아오곤 하였지만 조금씩의 오행진기는 내가 진기가 닦아 놓은 경맥으로 빠져나가 전신에 순환하고는 하였다.

미아가 되어 떠돌던 오행진기는 은성이의 아침 운기 조식때에 다시 오장 육부로 뒤돌아 갔는데 바로 여기에서 문제가 생겼던 것이다. 빠져 나오는 장기와 회수되는 장기가 일치하지 만은 않는 것이다. 빠져 나올 때는 그 량이 적고 흘러 다닐 경맥은 넓을대로 넓은지라 성질이 다른 오장 육부의 오행진기들끼리 만나도 『너는 너, 나는 나 신체 탐구 나그네 끼리 만났으니 제갈길로 가던지 아님 사이좋게 놀며 갑시다.』이렇게 잠정적인 합 의가 가능하였다.

물론 사이좋게 가는 기 모임은 오행중 상생의 기운들을 가진 장기의 오행진기 들만이 가능하였다. 심장의 진 화기와 신장의 진수기는 결코 가까이 하기에는 너무 먼 당신들이었다. 은성이는 운공의 경지가 이미 심신 합 일의 경지에 다다라 조화의 경지로 다가 서고 있었는데 그 조화의 경지에서는 내가 진기와 혼동된 오행진기가 내가 진기와 분리될 수 밖에 없었다.

내가 진기는 은성이의 심의(心意)에 따라 완벽하게 제어되어 전신을 활성화 시켰지만 오행진기는 아직도 은성 이의 통제에 완벽하게 제어되지 않는 상태이었다. 그래서 은성이의 아침 운기 조식 때에는 그 동안 내가 진기 와 같이 신체를 운행하던 오행진기가 제 갈 길을 잃고 오행진기 들만의 낙원인 오장 육부로 쫒겨 가는데 상황 이 상황인지라 오행진기가 있는 곳이면 아무 곳이나 비집고 들어가는 것이었다.

나올때야 막강한 진기의 힘에 의해 밀려 나왔지만 제 스스로 판단 능력 및 행동 능력이 없는 오행진기 이므로 기능이 다르고 환경이 다른 장기 내에서 원래의 장기 쪽으로 되돌아갈 능력이 전혀 없는 것이다. 운이 좋아 밀려 나오면 신체 내부를 떠돌다 다시 자기의 원 장기로 되돌아 갈 수도 있겠지만 또 다시 다른 장기로 갈 확 률 또한 높다. 때로는 다른 장기에 멋 모르고 들어온 오행진기가 원래의 오행진기의 활동에 방해를 하는 수도 있다. 재수 없는 오행진기가 자기와 상극의 기운을 가진 장기에 들어왔을 때처럼 말이다. 처음에 오장육부에 고여만 있던 오행진기를 일깨우고 천상인처럼 몸에 광채가 나고 청각, 시각, 후각들이 발달되었던 은성이의 얼굴에 병색이 돌고 몸에 이상 징후가 발생되기 시작하였다.

몸이 자꾸 찌뿌등해지고 상태가 좋지 않음을 느낀 은성이가 우연히 손톱을 살펴 보았는데 손톱에 반점이 있는 것이었다. 예전에 비해 시력도 많이 저하된 것을 느낀 은성이는 수련된 오행진기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느낌 으로 알아 차렸다. 좀더 정밀한 검사가 필요한 것이다.

내식으로 호흡을 조절한 은성이는 마음을 오장 육부에 있는 오행진기에 집중 하였다. 예전에는 고여 있기만 하고 움직이지 않던 오행진기는 마음을 집중하여도 잘 관찰되지 않았었지만 이제는 내가진기에 의해 발동된 후 왕성하게 활동하는 오행진기 인지라 그 움직임을 관찰할 수가 있었다.

하지만 호흡을 통해 조금씩 키워온 후 행공으로써 지금까지 방향성을 통제해 왔으며 또 자유자재로 활용 가능 한 내가진기에 비해 오행진기의 통제는 마음대로 되지 않고 있었다.

오행진기가 그 자신의 터전인 오장육부에서 벗어나지 않으려는 습성이 은성이 에게는 천만 다행한 일이었다.

오장육부에 고인 오행진기를 관찰하던 은성이는 그 막대한 잠력에 다시금 놀랐다.

지금까지 은성이가 기연을 얻기 전 행한 운기 조식에서 얻은 각각의 오행진기와 오행의 결정체인 영약에서 얻 은 오행 진기, 그리고 이후 이 년여 동안 천부경에서 얻은 깨달음으로 예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급속 하게 늘어난 내공중의 오행진기가 오장육부에 고스란히 축적되어 있었던 것이다.

일반인도 장기중에 약간의 오행진기가 머물고는 있지만 거의가 매우 미미한 수준이어서 운기 조식에 지장이 되지도 그리고 느끼지도 못할 정도였다. 하지만 은성이는 익힌 내공이 오행을 강화시켜 주는 상고 기서상의 내공이었고 게다가 천고의 기연을 통해 몸에 오행지기가 급속도로 축적된 것이다.

은성이는 언제라도 뛰쳐 나올 준비가 되어있는 성난 야수와 같은 오행 진기를 관찰하는 중에 그 자신의 몸에 이상이 오는 원인을 발견할 수 있었다. 진화기에 해당되는 심장에서 이와 상극인 진수기를 느낄 수가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다른 오장육부에서도 같은 현상을 발견할 수가 있었다.

상생 상극이 존재하는 오행진기의 혼합과 반목을 관찰하며 은성이는 오행진기의 특성에 대해 그 동안 너무나 도 무지했었다는 것을 알 수가 있었다. 차면 넘치는 것이 세상만사의 법칙인 것인데 오행진기들을 통합한 후 에 그 막대해진 잠력들을 생각하지 못한 것이 실수라면 실수인 것이다. 어쨌든 오행진기를 재대로 다스리지 못하면 서로간에 섞이어 없으니만 못할 수 도 있겠다는 판단 하에 은성이는 대책을 강구하지 않을 수가 없었 다.

몇날 며칠을 오행진기를 관찰하고 연구해 보아도 쉽게 그 대책이 나오지가 않았다.

은성이의 신체는 음식물 조차도 거부하고 입안으로 넘기는 량의 대부분은 다시금 입 밖으로 나왔다. 육체적 정신적으로 피폐해진 은성이는 점점 말라만 갔다. 신초금의도 오행진기에 의한 현상임을 은성이에게 들었지만 이를 고칠 어떠한 처방도 내릴 수가 없었다.

현재 은성이의 과도기적인 내부 기운들에 대해 정확한 분석없는 침술이나 약물 복용은 약이 아니라 독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신초금의였기 때문이다.

은성이는 내가진기가 오행진기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 하기 위해서 내공 수련도 금하였다. 이러기를 3달여 은성이의 얼굴은 광대뼈가 드러날 정도로 바짝 말라 붙었다. 신초금의가 몸에 무리가 가지 않을 정도로 충분 히 심사 숙고해 조심스럽게 먹여 준 보양탕도 그 약효가 미미하였다.

하나뿐인 아들의 피골이 상접한 모습을 보고 안쓰러움에, 비록 먹는 량의 대부분을 다시 내뱉었지만 보고 있 던 정집사가 눈물을 흘릴 정도로 신초금의의 정성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신체적으로 거동도 불편해져서 급기야는 은성이는 하루의 대부분을 누워서 보냈다. 하루종일 대부분의 시간을 누워서 보내니 낮과 밤의 개념 조차도 모호해졌다.

잠결에 소변을 보기 위해 눈을 뜬 은성이는 힘겹게 일어나 방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방안에 요강이 있었지 만 너무나 오랫동안 누워만 있었기에 바깥 공기를 마셔 보기 위해 굳이 힘겨운 몸을 어렵게 지탱하며 문 밖으 로 나온 것이다.

별빛이 무척이나 아름다운 밤이었다.

소변을 본후 다시금 밤 하늘을 올려다본 은성이는 힘겹게 발길을 떼었다. 어디로 가는지 목적도 없이... 아마 별빛이 조금 더 많이 받는 곳으로 가는가 보다. 집위 구릉에 오른 은성이의 얼굴에는 땀방울이 맺혀 있었다. 거친 숨을 고르던 은성이는 다시금 밤하늘로 시선을 돌렸다. 시력이 저하되어서인지 한참을 바라본 후에야 밤 하늘에 눈이 익숙해졌다. 별빛이 붉은 색, 파란 색 등 제각각 다른 색이라는 것을 발견한 은성이는 별들을 형 상별, 크기별, 색상별로 구분하며 오랬만에 발견한 흥밋거리에 깊이 심취해 들었다. 그러다가 팔 베게를 하고 는 뒤로 벌렁 누워 버렸다.

4월의 밤 공기는 무척이나 향기로웠다. 아마 앞 뒤로 피어 있는 붉은 진달래 꽃 향기이리라.

별들을 구분하며 세던 흥미로움은 시간이 지나자 시들해졌다.

초점없는 시선으로 하늘을 보며 은성이는 저 하늘이 얼마나 높을까 ?

그리고 사람이 평생을 가면 저 별까지 닿을 수 있을까 생각해 보다가 문득 글자 한자를 생각해 내었다.

'천부경 - 하늘에 닿을 수 있는 경전'

피식 실소를 베어물던 은성이의 눈은 더 이상 하늘을 바라보고 있지 않았다. 자연스럽게 천부경의 내용을 상 기해 본 것이다. 그러기를 일각여... 은성이는 뇌전이 온몸을 관통하는 듯한 전율을 느꼈다.

'일시무시일 석삼극무진본 천일일 지일이 인일삼... '

그 동안 그렇게 갈구하고 애타게 찾던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드디어 발견한 것이다. 하늘이 처음 열리고 태극 이 변화되어 하늘과 땅과 사람의 세 기운으로 각각 나뉘어 졌지만 그 근본은 변하지 않는다는 구절이었다.

결국 이 세상의 모든 만물은 태극을 모체로 삼고 태극에서 분리되었지만 결국에는 태극으로 돌아가게 되어 있 는 것이다.

내가진기, 오행진기등 이름과 특성이 달라도 모두 태극에서 흘러나온 것이다. 아무리 특성이 달라도 모두가 다시 태극으로 귀일한다는 것은 아무리 상극의 특성으로 분리됐어도 상생의 여력이 남아 있는 것이다.

벌떡 일어나 앉은 은성이는 오랜만에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불편한 몸이지만 습관이 돼서인지 몸에 큰 무리 는 없었다. 내식 호흡법으로 운공 삼매경에 들자 은성이는 조심스럽게 내가진기를 단전에 모으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이를 서서히 몰고서 오장으로 인도해 갔다.

그리고는 오장 육부간에 오행진기가 흐를 수 있는 통로를 만들기 시작하였다. 오장육부 간의 통로를 한꺼번에 다 뚫을 수는 없는 노릇이라 상생이 되는 장기들간의 통로부터 뚫기 시작하였다.

상생의 순서대로 즉 목생화, 화생토, 토생금, 금생수, 수생목 순으로 진목기가 있는 간과 진화기가 있는 심장 그리고 진토기가 있는 비장, 진금기가 있는 허파에 이어 진수기가 있는 신장 순으로 이어 갔다.

먼저 간과 심장의 접촉 지점에 내가진기를 모두 모아 놓고 내가 진기에 섞이어 있던 여러 가지 오행진기가 내 가 진기를 뒤에서 받쳐 주도록 유도 하였다. 비록 완전히 제어되지는 않았지만 꽤 많은 오행진기가 내가 진기 의 뒤에서 내가 진기를 받쳐 주었다.

내가 진기가 오행진기를 격발시키자 간과 심장의 진목기와 진화기가 각각 이에 대항 하였다. 하지만 그 각각 의 힘만으로는 강력한 내가진기에 대항하기가 힘들자 진목기와 진화기는 자연스럽게 서로간의 연결 통로를 연 결시켜 오행진기의 힘을 강화 시키게 되었다.

이렇게 하는동안 진목기, 진화기, 진토기, 진금기 간의 연결 통로가 개방되고 마지막으로 진수기가 있는 신장 만이 남게 되었다.

통합만이 대세이런가... 온몸의 내가 진기를 모두 모았으나 이미 통합 완료된 4행의 기운에 비해서는 너무나 도 약세이었지만 홀로 남은 신장의 진수기는 의외로 순순히 통합된 4행진기와 합일 되어져 갔다. 혼신의 힘을 다해 오행진기를 통합시키던 은성이는 오행의 기운이 합쳐지는 순간 그 격렬한 반응에 혼절하고야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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