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황정허무검-3화 (3/152)

■ 제 3장 :

순식간에 5 주야가 흘렀다.

오랜 동안의 혼절에서 깨어난 은성이는 누운 채로 몸의 상태가 어떠한지 살펴 보았다. 몸이 매우 가볍고 기력 이 넘쳐 흘렀으며 내력을 운기하지 않았는데도 어둡던 동굴안이 환하게 보였다. 은성이는 좀더 세밀히 조사해 볼 필요성을 느꼈다.

좁은 동굴이지만 동굴 마지막 부분은 그런대로 가부좌를 틀고 앉을 수 있을 정도였다. 허무경의 호흡법을 운 용하자 서서히 망아지경으로 빠져 들어갔다. 호흡은 고요해지고 얼굴은 평온하며 그의 정신 세계는 소우주인 그의 신체 속에 어우러져 가기 시작했다.

허무경의 호흡 방법대로 주변의 기와 몸안의 기를 동일한 파장으로 일치시킨 후 서서히 주변의 기를 몸안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다. 망아지경으로 빠져 들어 운기 조식을 행하던 은성이는 몸안의 변화에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다. 몸속에 충만된 기운은 예전에 이미 뚫려 있던 독맥만이 아니라 일부경락만이 미약하게 뚫려 있었 던 임맥까지도 의지가 이는대로 거침없이 흐르는 것이었다.

내공이 충만된 것을 느끼며 은성이는 허무경상의 내용을 상기할 수 있었다.

허무경상에는 10단계 까지의 수련법이 있었다.

허무경 수련법 1단계는 호흡을 통해 얻은 내가 진기를 도인하여 임맥과 독맥으로 흐르게 하는 것이었다. 소장 에서 기초된 진기를 도인하여 회음혈, 미려혈, 명문혈, 협척혈, 대추혈, 옥침혈, 백회혈로 이어졌다가 다시 양미간으로 내려와 윗 잇몸에까지 이어지는 몸 뒤쪽의 한가운데로 이어지는 독맥에 위치된 경혈 및 역시나 회 음혈에서 시작하여 관원혈, 전중혈, 천돌혈을 지나 아래턱에서 나누어져서 입을 감싸 돌아서 윗 잇몸에서 교 차하여 눈까지 이어지는 몸 앞쪽의 임맥에 위치한 경혈을 타통한 후 운기행공을 하는 것이다.

1단계를 시험삼아 운공하자 임맥과 독맥이 시원하였다. 노도같은 기들이 흘러가는데도 다 포용하고 일점 막힘 이 없었다.

허무경 수련법 2단계를 실험해 보았다. 2단계는 12정경의 수련이었다. 12정경이란 12개의 정식적인 경맥이다.

12정경은 심장 위장 소장과 같은 각 내장과 연결되어 그 내장의 기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며 전신을 연결 하여 흐른다. 팔에 6정경이 음과 양으로 짝을 이루고 있고, 다리에 6정경이 음과 양으로 짝을 이루고 흐른다.

먼저 수3음경인 수태음폐경(肺經) 수소음심경(心經) 수궐음심포경(心包經)에이어 수3양경인 수양명대장경(大 腸經) 수소양삼초경(三焦經)수태양소장경(小腸經)을 뚫었다.

평소 잘 알고 있던 경락이고 경혈이어서 그런지 이미 뚫려 있던 경락처럼 거침이 없이 진기가 순행되자 이어 서 족3음경인 족태음비경(脾經) 족소음신경(腎經) 족궐음간경(肝經)과 족3양경인 족양명위경(胃經) 족소양담 경(膽經) 족태양방광경(膀胱經)을 마저 뚫었다.

3단계는 기경 8맥중 임맥과 독맥을 제외한 충맥, 대맥, 음교맥, 양교맥, 음유맥, 양유맥 까지 6맥의 수련이었 다. 충맥은 회음혈에서 시작하여 몸속을 곧바로 뚫고 백회혈 까지 이르는 경맥이고 대맥은 허리를 한 바퀴 도 는 경맥이며 음교맥은 뒤꿈치 가운데에서 시작하여 다리 안쪽을 지나서 인후에 이르고 충맥에서 엇갈린다.

양교맥은 뒤꿈치 가운데에서 시작하여 다리 바깥쪽을 지나 풍지혈에 이르고 음유맥은 12정맥중 음맥이 만나는 곳에서 시작하여 모든 음맥을 실로 꿰듯이 이으며 양유맥은 12정맥중 양맥이 만나는 곳에서 시작하여 모든 양 맥을 실로 꿰듯이 잇는다. 기경 8맥은 임·동맥을 제외하고는 자기 경맥 고유의 경혈이 없으며 일정한 운행순 서도 없고 인체를 상하로 옆으로 그리고 경사로 운행하며 오행에 속해 있지도 않는 경맥이다

은성이가 충만된 내공을 바탕으로 기경 8맥중 이미 뚫린 임·독맥외의 경맥으로 진기를 도인하자 나머지 6 경 맥이 모두 순조롭게 타동 되어졌다.

4단계 수련법은 기의 이용 방법이었다. 기를 이용하여 그의 신체 내부 장기를 보호하고 최상의 상태를 유지시 키며 손상시 이를 회복시키는 방법과 원하고자 하는 부위에 원하고자 하는 만큼의 기를 가장 빠른 시간 안에 이동시키는 방법, 그리고 혈도의 위치를 이동시키는 방법 및 신체 내부의 물질 및 신체로 유입되는 물질들을 조정하는 방법이었다. 아무리 극독한 독일지라도 신체 내부에서 분리 추출시킨 후 몸에 이상이 없는 방법으로 신체 내부에 저장하는 방법과 즉시 몸 밖으로 배출시킬 수가 있었다.

5단계 수련법은 기의 신체 외부로의 운용 방법이 적혀 있었다. 몸을 가볍게 유지시켜 잔 나뭇가지 위에 흔들 림 없이 서 있을 수도 있으며 초상비나 강물 위를 평지와 같이 달릴 수도 있었다. 그리고 외부 신체도 단련 시킬 수가 있었다. 기를 손바닥이나 손가락 등을 통해 장풍이나 지풍 형태로 방출하는 방법과 손에 접하고 있 는 물체나 인명을 손상시킬 수도 있었다. 기를 이용하여 타인의 몸속에 주입함으로써 그 사람의 신체를 제어 할 수도 그리고 치료할 수도 있었다.

6단계 수련법은 손에 직접 닿지 않은 채로 허공을 격하고 물체를 움직이는 것이었다. 이기어검이 가능하고 허 공을 격하고 사물을 취하고 기로써 주변 사람을 조절하고 심지어는 아무런 움직임 없이 자신과 떨어진 사람을 기만으로 살상하거나 치료조차 가능한 것이다. 중단전이 발달되기 시작하는 단계이었다.

7단계에 들어서면 본격적으로 상단전을 발달시키는데 이는 기가 아닌 정신의 힘으로 즉 의지력으로 모든 것을 조절하는 것이었다. 기가 아무리 수련되고 빠르다.하여도 생각보다 빠를 수는 없는 것이다. 7단계를 수련하면 지금까지 기를 이용한 4, 5, 6 단계의 것들을 생각만으로도 가능하도록 돼 있었다. 물론 그 정도는 상단전의 발달 정도에 따르고 상단전의 발달은 깨우침에 있었다.

8단계에 들어서면 상단전이 매우 발달된 형태이다. 영육이 몸을 벗어나 공간 이동을 할 수 있고 전생을 알 수 있을뿐만 아니라 미래를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하고 인간의 감각이 아닌 신의 감각으로 까지 육감이 발달되고 눈이 아닌 영안이 발달되는 것이다.

9 단계에 들어서면 신선의 경지이다. 육체와 함께 공간 이동을 하고 벽속을 통과하며 그 자리에 앉아 천리밖 의 사물을 조정할 수 있는 것이다.

10 단계는 허무의 경지이다. 기연으로 인하여 1단계 초입에 머물던 수련의 경지가 3단계까지 완성된 것을 느 낀 은성이는 호흡을 가다듬고 눈을 떴다.

4단계 이상은 일시간에 수련할 수가 없는 단계이었다.

운기 조식을 마치고 자신을 돌아본 은성이는 낭패감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 걸치고 있던 옷들이 모두 없어져 알몸인체로 "초금 의가"까지 갈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사부님께서 주신 청은검을 한손에 들고 기다시피 동굴 밖으로 나왔다. 시력이 매우 좋아진 덕분에 자색 안개속을 대낮같이 볼 수 있는 은성이는 지금이 한낮임을 알 수 있었다.

뭔가 몸을 가릴만한 것을 찾아야만 했다. 할 수없이 동굴 옆에 매달려 있는 밧줄을 무시하고 동굴 아래로 내 려 가기로 했다. 자운곡은 사람이 침범할 수가 없는 계곡인지라 아무도 살지 않을 것이기에 그곳에서 나뭇잎 등을 엮어 몸을 가릴만한 옷을 대충 만든 후 밤에 초금의가로 들어가려는 것이다.

자색 안개에 몸을 보호하기 위해 내공을 운용했는데 몸이 매우 가볍고 전신에 힘이 넘치는 관계로 내려가기는 매우 수월하였다. 마치 한 마리의 다람쥐가 나무를 내려가듯이 힘도 별로 소모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내려가지 는 것이었다. 비록 경사각이 직각보다는 다소 약했지만 새삼 건강해지고 강해진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동굴에서 100여장 정도 내려오니 땅에 닿을 수 있었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자색 안개는 자운곡 지상에서 30장 위에서부터 만이 끼여 있었다. 마치 구름이 낀 듯이 넘실대며 자운곡을 수중세상처럼 보이도록 만드는 것이었 다. 자운곡은 지상과 큰 차이가 없었다. 숲이 있고 골짜기가 있으며 골짜기에는 물도 흐르고 있었다. 하지만 안개 때문인지 자운곡 밖이 현재 겨울인데도 불구하고 기온이 온화했으며 햇빛을 조금씩 밖에 받지 못하기 때 문에서인지 나무들은 대부분 크기가 작았다.

자운곡에 첫발을 내딛은 은성이는 뭔가 이상함을 느낄 수 있었다. 바닥에 혈흔이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혈 흔은 바로 옆 숲 속으로 이어져 있었다. 동굴 입구에 묻어 있던 혈흔과 묘하게 연관성이 있는 것을 느낀 은성 이는 청은검을 왼손에 잡고 오른손으로는 검 손잡이를 잡고 긴장한 체로 혈흔을 따라갔다.

10여장 앞에서 원영이는 그 혈흔의 정체를 알 수 있었다. 그의 눈앞에는 금색 깃털에 붉은 눈 그리고 흰 부리 에 검은 발목을 지닌 1자 정도 되는 맹조 한 마리가 그를 노려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옆에는 머리에 금관과 같은 것이 씌여 있는 붉은색의 3자쯤 되어 보이는 뱀 한 마리가 눈알이 피투성이인체로 죽어 있었다. 그 뱀의 몸통에는 날개 같은 것이 달려 있었다.

주변의 나뭇가지들이 부러지고 풀들이 뽑혀져 있으며 검은 핏자국이 있는 것으로 봐서는 두 마리 금수가 싸움 을 한 것으로 보였다. 그리고 그 혈흔의 실마리가 기연을 얻었던 동굴 입구에서부터 시작된 것으로 보아 싸움 의 실마리는 동굴안의 영초 때문인 것으로 판단되었다. 맹조도 큰 부상을 입었는지 두 날개를 힘없이 펼쳐 늘 어 트리고 발목도 두 개 모두 부러졌는지 균형을 잃은 채로 옆으로 누워 있었다. 하지만 머리에 비해 큰 편인 붉은 눈만은 매서운 빛을 발하며 위험한 인물일지도 모르는 낯선 인간을 경계하고 있었다.

은성이는 현재 12살이었다. 호기심도 많았으며 동정심도 많은 편이었다. 그리고 의가에서 자란 때문인지 병들 고 아픈 사람이나 동물을 보면 구해주어야 한다는 사명감이 그의 정신 속에는 깊이 자리잡고 있었다. 어떤 환 자든지 치료하기 전에는 먼저 심신을 안정시켜야 했다. 그리고 은성이는 이를 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눈앞에 있는 새가 어떤 종류인지 알 수 없는 은성이는 새의 깃털색을 보고 새의 이름을 지어 버렸다.

"금아야, 가만히 있어어... 치료해 줄께..."

검을 한쪽에 내려놓고 부드러운 시선으로 새를 바라보며 아주 천천히 다가갔다. 새는 그가 가까이 다가오자 갑자기 날개를 움직이고 몸을 추스르며 일어나려고 했다. 하지만 몸에 힘이 없어서인지 다시금 주저앉고 말았 다. 새가 놀란 듯 하자 그 자리에 멈춰선 은성이는 더 이상 다가서지 않았다. 조금 있다.새가 다시 안정된 듯 하자 다시금 조용히 다가갔다.

"금아야 착하지 가만히 있어" 하며 두 손으로 날개를 가지런히 접어주며 새를 안았다. 새는 포기한 듯 아니면 은성이의 말소리를 알아 듣기라도 한 듯 하지만 여전히 은성이를 경계하는 눈초리로 붉은 눈동자를 데구르르 굴리고 있었다.

새를 살펴본 은성이는 이 새가 붉은 뱀과의 혈투로 상처를 입고 발목이 부러지자 움직이지 못한 채로 아무 것 도 먹지 못해 허기져 죽어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붉은 뱀과의 싸움에서 목 언저리 등을 물리 는 등 깃털도 많이 뽑히고 전신에 압박을 받아 몸의 내부 상태도 매우 좋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무엇보다도 뱀에게 물린 목 언저리에는 독상과 함께 상처가 덧나 있었다. 주변의 풀들을 살펴본 은성이는 눈 에 익숙한 약초들을 많이 발견할 수 있었다. 사실 눈에 보이는 모든 풀들이 약초였으니 말이다.

일단 부러진 다리의 뼈를 맞추고 부목을 댄 후 나뭇껍질을 벗겨 단단하게 고정시킨 후 상처에 맞는 약초들을 캐서 배합하고 돌로 찧어서 목의 상처에 발라주고 가는 나뭇껍질로 고정시켜 주었다.

맹조는 일단 이 사람이 자기에게 적의가 없다는 것을 파악했는지 아니면 움직일 힘도 없는 듯 매우 고분고분 했다. 맹조를 안아 시냇가에서 손바닥에 물을 떠 맹조의 입을 벌리고 조금씩 흘러 들어가도록 했다.

일단 응급 조치를 한 후 은성이는 몸을 가릴만한 나뭇잎들이 주변에 있는지 살펴 보았다. 부근에는 침엽수 위 주로 있는 걸 확인하고는 맹조를 안아 들고 활엽수가 자랄만한 골짜기로 발을 옮겼다.

■ 자운곡의 비밀

몇 개의 골짜기를 넘은 후 은성이는 드디어 고대하던 활엽수림을 발견할 수 있었다.

자운곡 밖은 겨울이지만 이곳은 날씨가 따뜻해 활엽수의 잎들이 아직도 푸른빛을 띤 채 가지에 매달려 있었다.

넓직한 입사귀를 몇 개 따서 잇대어 묶고는 중요 부위만 대충 가린 은성이는 근처에서 들리는 묵직하며 깊은 소리의 근원을 알기 위해 소리의 진원을 향해 나아갔다. 어차피 집에는 밤에나 갈 수 있으므로 한낮인 지금은 남는 시간을 보내야만 했다.

"와!"

은성이의 입이 벌어지며 자기도 모르게 큰 숨을 들이 쉬었다. 활엽수림 바로 옆에 폭포가 있었던 것이다. 하 지만 일반 폭포와는 달랐다. 계곡이 갑자기 끊기고 끊긴 자리에는 방원 5장은 됨직한 넓은 구멍이 뚫려 있었 다. 그 구멍으로 계곡의 물이 빨려 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어찌나 깊던지 기연을 만난 후 시력이 좋아진 은성 이가 내력을 돋구어도 그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마치 백룡이 땅으로 파고 들어가는 같았다.

폭포의 길이가 워낙 깊기에 물이 떨어지는 소리가 그렇게 둔중하며 깊게 울려 퍼졌던 것이다.

한참을 구경하던 은성이는 금아를 안고 다시금 뒤돌아 섰다.

그리고는 오던 길로 뒤돌아 왔다. 올 때는 활엽수림을 찾고자 주변 경관을 자세히 보지는 못했지만 지금은 목 적했던 바를 이루고 시간도 많이 남았는지라 여유를 가지고 천천히 구경하며 갔다. 폭포를 지나 일각 정도 왔 을 때 은성이는 묘한 느낌을 받았다. 자꾸만 무엇인가가 그를 좌측으로 끌어 당기는 것 같았다. 아무래도 가 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심령상의 느낌이 강하게 왔다. 시간이 많이 남았는지라 가 보기로 결심한 은성이가 좌측 방면으로 조그마한 나무들을 헤치고 가자 검은색의 큰 바위가 보였다.

이 바위는 둥그렇지 않고 각이 져 있었다. 그리고 그 바위에는 음각으로 글이 써 있었다.

天符經 / 천부경

一始無始一 / 일시무시일

析三極無盡本 / 석삼극 무진본

天一一地一二 人一三 / 천일일 지일이 인일삼

...

萬往萬來用變不動本 / 만왕만래 용변부동본

本心本太暘昻明 / 본심본태양 앙명

人中天地 一 / 인중천지일

一終無終 一/ 일종무종일

언뜻 보면 아무런 뜻도 없는 것 같았지만 그 글에서는 알 수 없는 현묘함이 내재되어 있는 것 같았다. 그 묘 함에 이끌려 읽고 또 읽던 은성이는 그 글을 읽기만 하여도 마음이 맑아지고 트여지는 느낌을 받을 수가 있었 다.

바위 밑에는 동굴이 있었다. 동굴은 바닦에서 1장 정도의 높이에 있었다. 내력을 운기할 필요조차 없었다.

가볍게 동굴 입구에 착지한 은성이는 동굴 입구는 사람 키보다 조금 크지만 동굴 안은 주거가 가능할 정도로 넓다는 것을 발견했다. 동굴 안에는 돌침상 1개, 돌 서탁 1개 그리고 나무로 칸을 대어 만들어 놓은 가구가 1개 있었다. 그리고 돌 침상 위에는 흰색 도포를 걸친 해골이 정좌한 채 죽어 있었다. 아마도 동굴 안에는 공 기의 흐름이 항상 고요하여 죽은 사람의 형상대로 뼈가 그 형태를 유지하고 있는 것 같았다.

아마도 땅에 묻히지도 못하고 죽은 이 사람의 영혼이 자기를 불러들인 것으로 판단한 은성이는 시체를 수습하 여 바위 밑의 그래도 양지바른 곳에 묻어 주었다.

노인을 묻어 준 은성이는 문득 이 노인의 정체가 궁금해졌다. 문득 동굴 안의 서탁 위에 책이 한 권 있었다는 것을 기억한 은성이는 다시 동굴 안으로 들어갔다. 책의 제목은 없었다. 하지만 겉장의 제일 하단에 그 노인 의 정체를 알 수 있는 구절이 있었다.

동방파 덕수... 그 노인이 누구인지는 몰랐지만 사문인 동방파의 존장이란 것을 알게 되었다.

책장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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