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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90장. 아찔한 유혹 (1,265/1,284)

1290장. 아찔한 유혹

뜨……겁게 동맹?

귓가에 앵앵 울리는 나타샤의 달콤한 음성.

위험한 여자다.

아니 생명체다.

- 나이는 거저먹는 줄 알아? 겉모습은 어려 보여도 1018이야!

알파닥이 파르르 떨며 빽 소리친다.

1018이 왠지 욕으로 들렸다.

- 어우! 저 비비는 솜씨 봐라. 타고났네.

알파닥이 경멸에 찬 시선을 보냈다.

다리에서 느껴지는 매끄럽고 부드러운 감촉.

- 좋아? 느끼는 표정 봐라. 이래서 수컷들은 안 되는 거야. 얼굴 좀 반반하면 영혼까지 내다 팔 거야.

느끼는 게 아니라 나타샤의 제안을 생각해 보고 있는 거라고!

- 생각? 여기 레어 주인이 누구야? 저 미성숙 드래고니아야? 아니잖아. 네가 몸에 두르고 있는 가죽 내복이 주인이잖아!

알파닥이 현실을 깨우쳤다.

맞는 말이다.

누가 뭐라고 해도 레어 주인은 광룡 샨트리아다.

비록 지금은 가죽 내복 신세가 됐지만 엄연히 레어는 드래곤의 소유다.

- 저…… 죄송한 말인데 제가 주인이 아닌데요.

응?

주인이 아니라고???

- ……방금 레어가 나타샤에게 상속됐습니다.

샨트리아가 잔뜩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과거도 아니고 왜 지금?

- 제가 죽으면 상속권자는 나타샤가 됩니다.

이해가 잘 안 된다.

또 지금 이 자리에서 레어가 상속됐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 언령 계약입니다. 그래서 나타샤가 재차 죽음을 확인했던 겁니다. 비밀 맹약 주문이 상속 비밀 열쇠이기도 했습니다.

“!!!”

나타샤 정말 무서운 여자다.

진실을 알고 싶다고 말하며 슬픈 눈빛을 보이던 게 다 가식이었다니…….

- 거짓말이라고 하면 되잖아. 짠하고 네가 나타나면 끝나는 거 아냐?

- 안 돼!

- 왜?

- 나타샤 엄마가 누군지 모르지?

샨트리아가 알파닥에게 묻는다.

- 누군데? 내가 아는 드래곤이야?

알파닥이 호기심 가득한 목소리로 묻는다.

- ……베……르니체.

- 허어억! 베, 베르니체! 정말 그 전설의 베르니체?

알파닥이 경악을 터트렸다.

- 어.

- 야! 너 미친 거 아냐! 마음 줄 드래곤이 없어 베르니체를 짝사랑해? 와아아아…… 그래 네가 미친놈이었다는 걸 이제 확실히 알았네.

알파닥이 고개를 절레절레 젖는다.

베르니체?

내가 모르는 대화를 둘이 계속 나눴다.

최상급 마족 성녀인 알파닥도 아는 드래곤의 이야기.

베르니체가 누구야?

둘에게 물었다.

- 베르니체는…….

샨트리아가 차마 뒷말을 잇지 못했다.

- 사치의 여왕 베르니체! 

알파닥이 큰소리로 외쳤다.

사치의 여왕?

쉽게 이해되지 않았다.

지구에서 꽤 인기가 좋은 명품 이름과 비슷했지만 여전히 이해되지 않는다.

그리고 드래곤은 본래가 사치스럽다.

그들이 좋아하는 건 남녀를 불문하고 비싸고 좋고 반짝반짝한 거다.

- 감정 사치의 여왕이라고! 남성체들의 마음 훔치는 게 취미야. 드래곤뿐만 아니라 마족, 인간, 엘프, 드워프 등 물불 가리지 않아. 한 번 베르니체에게 마음을 빼앗기면 남성체들은 영원히 빠져나오지 못해. 그래서 감정 사치의 여왕 또는…… 여왕벌 드래곤이라고도 말해.

알파닥의 설명에 쉽게 이해가 갔다.

한마디로 나타샤의 엄마는 드래곤계의 여왕벌이라는 소리다.

광룡 샨트리아도 빠져버린 베르니체.

나타샤가 그 피를 이어받았다.

“동맹 싫어?”

대화를 나누는 사이 날 보며 다시 묻는 나타샤.

그러고 보니 큼지막하고 새카만 눈동자에 요기가 넘쳤다.

보는 순간 빠져들 수밖에 없는 사랑스러운 눈빛.

“……왜 나와 뜨거운 동맹을 맺고 싶은 거야?”

궁금하다.

처음 마주한 순간에는 죽이려 했던 나타샤다.

“강하잖아.”

배시시 미소 지으며 대답하는 나타샤.

“???”

“내가 침 뱉어도 안 죽을 거잖아.”

“…….”

“얼굴도 봐줄 만하고 몸도 탄탄하고 씨 종마로 쓰기에 딱 좋아.”

씨…… 종마?

어이없는 눈으로 나타샤를 봤다.

순수함과 요기를 동시에 발산하는 나타샤.

- 순수는 아니라고 했지 않습니까. 나타샤……. 정말 위험한 아이입니다. 베르니체를 닮아 세상에 나가는 순간 엄청난 혼돈을 몰고 올 겁니다.

세상 멸망을 꿈꾸던 당신이 할 소리는 아닌 것 같은데?

- 저야 레드 일족으로 태어난 어쩔 수 없는 피의 본능이 그렇게 만든 겁니다.

드래곤은 역시나 내로남불의 끝판왕이다.

- 죽이자!

그때 알파닥이 강하게 한마디 뱉었다.

누가 마족 아니랄까 봐 해결 방법이 참 무식하다.

- 오빠신이 몰라서 그러는데 베르니체 만나서 뿔이 뽑힌 마족이 한둘인 줄 알아? 요망한 베르니체는 최상급 여성 마족으로 변신해 남자 마족들의 정기를 쪽쪽 빨아 마셨어. 거기에 가정 있는 남성 마족들까지 가리지 않아 마계 여자 마족들 사이에서 공공의 적이 됐어! 죽여야 해! 나타샤가 각성하면 세상에 진짜 멸망이 올 수도 있어!

알파닥이 나타샤를 극도로 경계했다.

그래봤자 반쪽짜리 드래곤이다.

마법도 8서클 밖에 안 된다.

각성해봐야 얼마나…….

- 뭐야? 각성한 드래고니아 능력을 몰라?

알파닥이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묻는다.

당연히 모른다.

내가 이쪽 세상 지식이 많지 않다.

- 쟤 각성하면 9서클 오를 수 있어!

뭐라고 9서클!!!

알파닥의 말에 나타샤를 다시 봤다.

드래곤 짝퉁이라도 9서클에 오르면 그 순간부터는 넘사벽 존재가 된다는 말이다.

- 그러고 보니 흐르는 피가 평범하지 않아……. 인간의 모습을 띠고 있지만 감춰진 비밀이 있을 거야.

- 마성녀의 말이 맞아. 나도 베르니체 아버지의 남성체 정체를 몰라.

인간 아니야?

드래고니아는 인간과 드래곤 사이의 생명체다.

그런데 드래곤과 최상급 마족도 나타샤의 부계 혈통을 정확히 몰랐다.

궁금해서 나타샤를 빤히 쳐다봤다.

씨익.

순수하면서도 뜨거운 눈길로 날 보던 나타샤가 또 웃는다.

백만 송이 장미가 활짝 피어난 것처럼 아찔하다.

“오빠…….”

오빠라 부르는 달달한 목소리에서 향긋함까지 묻어났다.

“으, 응.”

“나 부자야.”

드래곤 레어를 상속받았으니 부자는 확실하다.

“여기 황금 창고 말고 다른 것도 많아~.”

다른 거?

귀가 솔깃해졌다.

“저쪽에 마법 무구 창고에는 마력 갑옷하고 검, 창 따위가 수만 개가 넘어. 모두 다 드워프와 엘프들이 만든 거야.”

꿀꺽.

마른침이 저절로 넘어간다.

머리에 그려지는 각종 마법 무구.

“내가 심심해서 각종 마법 주문도 걸어놨어. 그거 팔면 오빠 인생 한 방에 펴.”

유혹이 대단히 현실적이다.

현대판 그룹 상속녀의 아찔한 유혹이다.

“포션도 엄청 많아. 마탑이라는 것들도 상대가 안 돼.”

신이시여! 날 이 물질 유혹에서 건져주십시오!

나타샤의 거침없는 물품 공개에 사정없이 마음이 흔들렸다.

누구보다 난 세속적이다.

“그리고…… 나 안 예뻐?”

나타샤의 질문은 솔직하고 거침없다.

천진무구하면서도 요염함을 품은 절세 미녀.

당연히 예쁘다.

“예뻐…….”

나도 모르게 대답이 튀어나왔다.

“8서클 마법사라 호위로도 안성맞춤이야. 나와 동맹을 맺으면…… 죽을 때까지 안전해. 일할 때나 잠잘 때나…….”

잠잘 때라는 말을 조용히 강조하는 나타샤.

그녀의 뺨에 홍조가 일었다.

감정 사치의 여왕 베르니체의 딸답다.

사정없이 감정이 흔들리고 심장이 제멋대로 뛰었다.

돈 많고 예쁘고 능력도 있다.

세상에 이만한 여성체 없다.

- 자다가 죽을 수 있다.

- 나도 그 말 인정합니다. 나타샤는 위험한 녀석입니다!

샨트리아와 알파닥이 한목소리로 말렸다.

- 죽이고 빼앗으면 돼. 오빠신 선택만 해! 내가 도와줄게.

- 레어를 상속받아 출입도 이제 자유롭습니다. 나타샤를 가둘 방법이 없습니다.

샨트리아도 더 강하게 가세했다.

갈등이 극에 달하는 순간.

싱긋.

나타샤가 또 해맑게 웃는다.

내가 지금껏 본 가장 티 없이 맑은 영혼의 빛이다.

꾹!

입술을 잘근 깨물었다.

그리고 나는…….

회귀의 전설 3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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