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78장. 튜토리얼 종료
쫘아아앗! 쫘아아아악!
2차 교육으로 찰진 구타의 생생한 현장음이 사방으로 울렸다.
듣는 것만으로도 공포스러웠다.
지상에 운집해 있던 왕국 연합군은 베커 공작의 잔혹함에 치를 떨었다.
고문 중에서 가장 악독한 고문으로 꼽히는 것이 치료 고문이다.
상대가 사경을 헤맬 때까지 구타하고 마법으로 상처를 치료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고문 방법이다.
이 고문법은 그 악독함으로 인해 여러 신전에서 오래전에 금지 명령을 내렸다.
차라리 인정사정 보지 않고 죽이는 게 낫다는 결론 지었을 정도다.
죽고 싶어도 죽을 수 없는 상태에서 지속해 가해지는 폭력은 결국 정신을 붕괴시킨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상황도 마찬가지.
사르칸 마탑주의 상처를 치료하고 다시 시작되는 베커 공작의 폭력.
지상에 운집해 있는 사람들의 귀에는 무슨 내용의 말이 오가는지까지는 잘 들리지 않았다.
그저 과격하기 이를 데 없는 행동만 확인될 뿐이다.
‘악마야!’
‘진짜 마족이 확실해!’
‘저런 미친놈을 공격했다니…….’
‘이제 우리 차례인가…….’
왕국 연합군을 구성한 귀족들과 기사들은 멈출 줄 모르고 벌어지는 참담한 고문 상황을 보며 벌벌 떨었다.
공포는 어느 순간 위엄으로 변질 됐다.
베커 공작이 보이는 절대자의 위엄이 곧 그것을 증명했다.
대륙에 이 사태가 소문이 되어 퍼지는 순간 그 누구도 크로얀 제국에 두 번 다시 덤비지 못할 것이다.
사실 오늘 패배만 보아도 이미 승부는 끝난 것이나 다름없었다.
두 개 마탑 고위 전력이 고스란히 무너졌다.
다시 키워내는 데 수십 년이 넘게 걸릴 것이다.
왕국들 입장 또한 마찬가지다.
고위 귀족들과 기사들이 대거 파견된 전투였다.
그들 모두가 포로 신세가 됐다.
왕실 마탑 마법사들도 대승을 예견하며 자신만만하게 출동했다.
그러나 결과는 대부분이 사망한 것으로 끝났다.
왕국과 귀족가에 남아 있는 귀족들과 기사, 병사들은 전력상 큰 의미가 없는 부류들이다.
결정적으로 이번 전투를 통해 황실수호공작은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무적이 됐다.
왕국 연합군이 합세해 그 사실을 증명한 꼴이 되고 말았다.
게다가 신성 무기를 사용할 수 있는 최상급 정령소환사.
하르케우스의 가피까지 임했다.
마탑주 데오드란의 정신을 빼앗은 광룡 샨트리아도 무릎 꿇었다.
더욱이 그는 엘프와 드워프와도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알려졌다.
드래곤을 빼고는 누구도 중간계에서 베커 공작을 상대할 존재는 없었다.
쫘아아앗.
그러는 중에도 참교육은 계속됐다.
“그……마아안…….”
넋이 나간 데오드란의 눈동자가 반쯤 풀렸다.
마법사가 된 이후 이런 고문은 처음 겪는다.
아니 살면서 이렇게 무식하고 잔인한 일을 당한 적이 없었다.
어떻게 된 일인지 때린 곳만 정확하게 다시 때렸다.
퉁퉁 부어 감각이 둔해진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그래도 고통은 여전했다.
그 어떤 말도 하지 않고 뺨을 때리는 무식한 포식자.
‘죽여! 차라리 날 죽이라고!’
데오드란은 이 처참한 순간이 도저히 믿기지 않았다.
몸뚱이를 갖고는 있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는 힘 없는 육신.
저항이라고 해봐야 몸을 바둥거리는 것밖에 달리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육신이 완벽하게 베커의 손에 의해 제압당했다.
혀를 깨물어서라도 죽고 싶었지만 남은 이가 없었다.
“힐!”
다시 베커 공작이 힐을 펼쳤다.
팟!
빛과 함께 퉁퉁 부어 앞이 보이지 않던 눈이 가라앉더니 이내 곧 다시 앞이 보였다.
부풀었던 뺨과 입술도 본래 상태로 돌아오는 게 느껴졌다.
“일개 마법사 나부랭이 주제에 제국 공작에게 말이 짧네?”
무심하게 툭 하고 뱉는 시비조의 말이 들렸다.
존경받던 마탑주의 신분에서 한낱 나부랭이로 전락해 있었다.
“사…… 살려, 아니 죽여주십시오!”
데오드란은 진심으로 사정했다.
눈물이 볼을 타고 주르륵 흘러내렸다.
바짓가랑이는 진작부터 축축해져 있었다.
“죽는 게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야. 후훗.”
베커 공작은 아랑곳하지 않고 사악한 미소를 지었다.
부르르.
똑바로 바라본 그의 눈빛은 무저갱처럼 깊다.
감정을 조절하고 있다는 증거였다.
자신의 목을 비틀어 숨통을 끊는 일에 절대 주저하지 않을 놈이었다.
“워, 원하는 게 뭡니까?”
“마탑주라면서 기억력이 짧네? 제국 반역자 주제에.”
“!!!”
반역자라는 말이 비수가 되어 데오드란의 심장을 찔렀다.
과거부터 제국은 반역에 무척 민감했다.
반역을 저지르는 순간 귀족은 물론 그 상대가 누가 되었든지 결코 살아남지 못했다.
“……청구서 비용을 드리면 됩니까?”
“어.”
공작은 마탑주에게 더 이상 인간적인 대우를 하지 않고 있었다.
반역자 이전의 입장이었다면 이런 사소한 말투 하나로도 베커를 처분할 수 있었겠지만 지금은 그렇지 못했다.
철저하게 비겁자와 약자의 입장이 됐다.
전투에서 패배한 제국의 반역자.
“열어봐.”
“네?”
“아공간 열어보라고!”
“!!!”
***
스릇.
아공간이 열렸다.
8서클 마탑주답게 제법 큰 아공간을 소유했다.
“내가 가져도 되지?”
“저, 전부 다 말입니까?”
데오드란이 떨리는 목소리로 묻는다.
씨익 웃었다.
그리고.
“하급 마력석 하나라도 삥땅치면…… 재교육.”
꿀꺽.
재교육이라는 말에 데오드란 탑주가 마른침을 삼켰다.
- ……날강도가 따로 없네.
부러우면 부럽다고 해라.
인건비에 정신적 위자료까지 계산하면 이 정도로도 부족하다.
생각보다 나 비싸다.
그리고 오빠라고 호칭해라 마족.
- 정말 잘났어. 오빠신님!!!
한마디로 알파닥을 입 다물게 했다.
- 크크. 참 재미있게 사는구나.
아직 안 갔어요?
- 계산서 정산 중이다…….
하르케우스도 입을 막았다.
“……알겠습니다.”
폭력에 굴복한 데오드란 탑주가 힘없이 대답했다.
“그럼 아공간 내가 먹는다.”
“그게 무슨?”
“이렇게 말이야.”
눈앞에 나타난 데오드란의 아공간을 나의 아공간으로 감쌌다.
꿀꺽.
아공간이 아공간을 삼켰다.
“헉!!!”
데오드란이 짧은 비명을 토했다.
아공간은 마법사의 통장과 비슷한 개념을 가졌다.
쉽게 말해 데오드란의 숨겨진 통장을 삼킨 격이다.
배부르고 든든하다.
반면 마탑주의 얼굴은 하얗게 변했다.
자신의 전 재산이 털리는 걸 눈 뜨고 지켜봤으니 그럴 수밖에.
그야말로 하늘이 무너지는 심정일 거다.
“다시 벌면 되잖아.”
“그 말씀은…….”
데오드란의 눈빛에 다시 희망이 엿보였다.
진정한 고수의 밀당은 이런 것이다.
“살려줄게.”
“!!!”
나의 한마디에 데오드란이 감격하며 두 눈을 크게 떴다.
데오드란의 아공간이 생각보다 묵직했다.
기대하지 않았던 복권이 당첨된 것과 같았다.
바짝 말랐던 자비심이 생겼다.
“단!”
물론 그냥 선심을 베풀 수는 없다.
“맹세해.”
“어떤 맹세를…….”
“머리 굴리지 마라. 대충 짐작하고 있잖아.”
“…….”
“크로얀 제국과 황실에 대한 절대 충성 맹세. 탑주 이름으로 마나를 걸고 맹세해.”
데오드란의 얼굴이 새카맣게 변했다.
마탑주가 뱉는 맹세는 결코 가벼울 수 없었다.
지금껏 어떤 마탑주도 제국과 황제에게 충성맹세 같은 건 하지 않았다.
“쫄지 마. 탑주가 살아있는 동안만이니까.”
더도 말고 그 정도 기간이면 충분했다.
협조적인 라든 마탑과 탑주가 복종한 사르칸이라면 제국의 안전은 보장된다.
“싫어?”
“아, 아닙니다!”
“그럼 맹세해. 아주 큰 소리로!”
요구는 거침없이 몰아쳐야 한다.
여기서 쐐기를 박아야 두 번 머리 굴리지 않을 것이다.
지구로 돌아가면 언제 다시 이곳에 오게 될지 기약할 수 없었다.
시간의 법칙이 전과 다르게 흐르고 있는 것을 분명하게 알았다.
머무는 동안 아린을 위해 최대한 많은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둬야 한다.
“……나 사르칸 마탑의 탑주 데오드란은…….”
바라던 대로 생방송이 시작됐다.
역사적인 순간이다.
대륙 삼대 마탑 탑주가 자신들의 입으로 항복을 선언하는 자리다.
멱살을 잡은 채 귀를 한껏 열고 들었다.
아직은 놈을 믿을 수 없었다.
맹세가 끝나기 전까지는 공수표에 불과하다.
그런데 눈물은 왜 흘려?
그렇게 좋아?
- 싸이코 오빠신……. 저게 기쁨의 눈물로 보여?
후훗.
상관없다.
지은 죄만 봐도 사형감이다.
마탑의 효용 가치가 없었다면 당장 이 자리에서 요절냈을 것이다.
“크로얀 제국과.”
“대가 빠졌잖아.”
문장을 세세히 체크해 코치했다.
“대…… 크로얀 제국과 황실을 위해 충성을 다할 것을.”
“아린 황제 폐하와 수호공작이라는 단어도 추가.”
“……대 크로얀 제국과 황실, 아린 황제 폐하와 황실수호공작을 위해 절대 충성할 것을……. 마나의 이름으로 맹세합니다!!!”
특히 마지막 말은 더욱 큰 외침으로 우렁차게 울렸다.
속에서 터져 나오는, 열불이 나 내뱉는 외침에 가까웠다.
파슷!
마나가 호응하듯 가볍게 반응했다.
계약이 성사됐다.
사르칸 마탑의 탑주가 이제 제국의 충성스러운 신하가 되었다.
마음이 뿌듯했다.
오늘 여러 번 죽을 위기를 넘기고 얻게 된 기념비적인 수확이다.
매일 오늘만 같다면…….
“베커!!!”
아린이 빠르게 다가왔다.
휘릭.
멱살을 잡고 있던 마법사를 내던졌다.
맹세가 끝났으니 이제 전혀 두려운 존재가 아니다.
덥석.
아린이 그대로 날아와 품에 안겼다.
이제는 이 모습을 누가 봐도 상관없다.
이 순간부로 난 이 동네 짱이다!
- 레벨업하셨습니다.
- 레벨업…….
- 레벨…….
연속 들려오는 듣기만 해도 즐거운 알림음.
그 순간.
- 100레벨을 달성했습니다.
오! 드디어 100레벨 등극이다!
진짜 이제 무서울 게 없다.
말로만 듣던 만렙!
아린을 품에 안고 지상을 둘러 봤다.
그야말로 세상에 부러울 게 하나도 없었다.
이곳에서 지금부터 난 제국의 신급으로…….
- 기본 레벨 달성으로 튜토리얼이 종료됩니다.
뭐라고? 튜, 튜토리얼 종료?
- 오빠신 축하해. 이제부터 진짜 본 게임 시작이야. 호호호호 호호호호호호호.
회귀의 전설 3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