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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77장. 합체! (1,252/1,284)

1277장. 합체!

비번? 그게 뭔데?

듣는 이 모두 다 하나도 이해를 하지 못했다.

레어까지 친절하게 알려준 광룡 샨트리아의 싸다귀를 재차 날리는 베커 공작.

누가 봐도 괜한 트집을 잡는 모습이다.

천하의 광룡 샨트리아가 보는 이로 하여금 불쌍해 보이기는 처음이었다.

눈물 콧물 핏물이 범벅이 되어 얼굴을 엉망으로 만들었다.

멱살을 잡힌 노구의 당사자, 데오드란 탑주의 눈부시도록 새하얗던 로브는 완전히 거지꼴이 됐다.

신비롭게 보이기만 했던 마탑주의 새하얀 머리칼도 반쯤 피로 뒤덮였다.

이마에 난 혹은 옵션.

그럼에도 베커 공작은 만족하지 못하는 눈치다.

어떤 면에서 광룡보다 더 광기 넘친다고 할 수 있었다.

“그게 므신…….”

급기야 얻어터진 샨트리아가 눈물을 흘리며 물었다.

비번이라는 말 자체를 이해하지 못하는 눈치다.

짝!

샨트리아의 뺨에 가볍게 부딪히는 손바닥.

가벼운 충격이지만 얼얼한 뺨에는 칼날을 대는 것과 같았다.

‘이 새끼 악마야! 마신의 특급 은총을 받은 악마!’

샨트리아는 후회하고 또 후회했다.

재수없게 오늘 왜 의념이 발동했는지 몰랐다.

꼴에 마탑주라고 그동안 몸에 착용만 해왔다.

더구나 마나는 불어 넣지 않고 장식용으로만 사용했다.

긴 시간 때를 기다리다 드디어 오늘 출현했다.

하르케우스가 마나의 품으로 돌아간 마당이었기에 중간계를 파멸시키기에도 기회가 좋았다.

그런데 생각지 못한 전생의 원수를 만난 격이 됐다.

“내가 호구로 보여?”

“???”

호구라는 말도 이해 안 되기는 마찬가지.

“너 같은 음흉한 드래곤이 레어에 아무 장치도 안 해놨다는 게 말이 돼? 요즘은 유치원생도 안 속아 인마!”

“!!!”

인간이 의심도 많고 똑똑하기까지 했다.

“눈동자 흔들리는 거 봐라. 잔대가리 적당히 굴려라. 가죽만 남은 빨간 도마뱀 새끼야.”

인정사정 보지 않고 모욕적 언사를 연신 날리는 베커 공작.

레드 일족들을 전혀 두려워하지 않는 태도였다.

드래곤을 도마뱀이라고 부르는 것은 대륙에서 최대 금기어에 속했다.

농담이라도 그런 말을 했다가는 큰일이 벌어진다.

자존심 강한 드래곤이 가장 싫어하는 비유적 표현이다.

과거에 유희 중인 드래곤 앞에서 술 취한 용병 하나가 드래곤을 두고 멍청한 도마뱀이라고 말한 적이 있었다.

그날 용병이 머물던 도시 하나가 사라졌다.

“레어에 출입할 수 있는 비밀번호 내놔.”

그제야 비번의 정확한 의미를 파악했다.

“…….”

하지만 샨트리아는 말을 하지 못했다.

별거 없는 레어지만 확실하게 각종 마법진과 가디언들로 보호되고 있었다.

그냥 들어갔다가는 다른 드래곤도 생명을 장담 못 한다.

레어의 보호장치는 드래곤의 자존심과 같았다.

“그래 도마뱀 쫀심이 있는데 이 정도 교육에 굴복하면 체면이 안 살지.”

말과 함께 멱살을 잡은 팔에 힘을 주는 베커.

스윽.

뺨을 때리기 가장 이상적인 자세로 데오드란이 위로 들려 올려졌다.

그리고 다시 올라가는 손.

“힐!”

그러더니 갑자기 마법을 외쳤다.

파앗!

노란빛이 데오드란의 얼굴을 뒤덮었다.

그리고 잠시 후 데오드란의 상처가 완벽하게 깨끗해졌다.

“깨끗하니 때릴 맛이 나겠어. 후훗.”

베커가 진짜 악마처럼 웃었다.

‘으아아아아! 차라리 날 죽여!’

샨트리아는 정신이 무너지기 일보 직전이 됐다.

이대로 가다가는 화가 나 영혼이 폭발할 것 같았다.

더 이상 잔머리도 굴리지 않았다.

“가, 가죽 갑옷을 활성화시키면 됩니다! 이게 비번입니다!!!”

샨트리아는 더 감출 게 없었다.

빨리 지옥으로 가고 싶었다.

마법으로 치료되자 혀가 매끄럽게 굴러갔다.

“가죽 갑옷?”

“네!”

“진짜야?”

“확실합니다! 제 이름과 명예를 걸고 맹세합니다!”

“미쳐 날뛰다 죽은 놈이 이름과 명예가 어딨어. 그냥 뒈진 놈이지.”

짜릿한 언어폭력에도 샨트리아는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

괜히 입을 놀렸다가는 자신만 손해라는 걸 깨달았다.

“샨트리아…….”

그때 베커 공작이 샨트리아의 이름을 한없이 부드럽게 불렀다.

눈빛도 부드럽다.

“네…….”

“이 가죽 갑옷 혹시 변신도 가능해?”

“변신이라면…….”

“다양한 형태로 변하냔 말이야!”

큰소리가 터졌다.

“넵! 당연히 변신 가능합니다!!!”

샨트리아가 힘차게 답했다.

여러 종족으로 폴리모프가 가능한 드래곤이다.

당연히 가죽이니 변신이 가능했다.

갑옷에 드래곤 하트도 어느 정도 녹아 있다.

“맹세해.”

“그게 무슨…….”

“일단 축하한다. 샨트리아! 넌 오늘부로 내 특급 경호원으로 임명됐다.”

“네???”

샨트리아는 이번에도 인간 베커의 말을 이해하기 힘들었다.

하지만.

“아직도 교육이 필요해?”

스윽.

말과 함께 오른손을 들어 올리는 베커 공작.

맞으면 진짜 영혼이 붕괴될 것 같았다.

“저 샨트리아는 베커 공작님의 특급 경호원이 되겠습니다!!!”

“마나의 이름으로?”

“……마나의 이름으로 맹세합니다.”

“배신 없는 거 알지?”

“배신은 절대 하지 않겠습니다! 이 또한 마나의 이름으로 맹세합니다!”

샨트리아는 베커가 바라는 방향으로 완벽하게 교육됐다.

어떤 대답을 해서라도 그만 맞고 싶었다.

드래곤으로 태어나 오늘같이 처맞은 적은 한 번도 없다.

하르케우스와 싸울 때도 피가 튀고 뼈가 부러졌지만 모든 과정이 명예로웠다.

그러나 지금은…… 치욕스러웠다.

방금 전에는 오줌을 살짝 지리기까지 했다.

광룡 샨트리아는 이 자리를 어떻게든 피하고 싶었다.

“그럼 들어와.”

“???”

“뭐 해! 빨리 합체 안 하고!”

합체?

인간 베커를 멍하니 바라보는 샨트리아.

그 순간 떠오른 합체라는 말의 진짜 의미.

‘이런 개또라이 변태 썅!’

샨트리아는 속으로 욕을 맹렬하게 쏟아냈다.

***

스르르륵.

가죽 갑옷이 액체처럼 녹아내려 손을 타고 몸을 감쌌다.

최대한 얇고 부드럽게.

샨트리아에게 의지를 전달했다.

- 넵…….

샨트리아가 맥없는 목소리로 답했다.

그리고 잠시 후 샨트리아의 가죽 갑옷은 발끝부터 시작해 가슴팍까지 일체형 내복으로 변했다.

기분이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새롭다.

기대 이상의 촉감이 특히 마음에 들었다.

본래 내 가죽인 것처럼 완벽하게 한몸이 됐다.

- 너, 너 미쳤어? 지금 광룡을 네 보호수로 사용하려는 거야?

알파닥이 당황했는지 말을 더듬는다.

상식을 파괴하는 나의 일 처리 방식이 믿기지 않는 모양이다.

어.

- 안 돼! 샨트리아는 광룡이야! 저 자식과 나중에 동화라도 되면 어떡하려고! 

알파닥이 아는 체하며 잔소리를 퍼붓는다.

싫어.

이 가죽 비싼 거야.

- 으아아아아아! 내가 너 때문에 제 명에 못 살 거야!

오래 산 마족 주제에 세상에 아직도 미련이 많다.

얼마나 더 살고 싶은지……. 쯧.

- 정말 너란 인간은……. 휴.

하르케우스의 한숨이 귓가에 울렸다.

아직도 동화가 된 하르케우스는 나를 떠나지 않았다.

볼 일 다 보셨으면 떠나도 됩니다.

- 매정하고 독하고 약삭빠른 놈!

같은 신끼리 그렇게 욕해도 됩니까?

이 동네는 신들 모욕죄도 없습니까?

- …….

하르케우스가 입을 다물었다.

말 그대로 서로 간에 볼 일이 끝났다.

광룡 샨트리아를 채집했다.

마탑주 목줄도 잡았다.

- 조심해라. 그놈 위험한 짐승이다.

하르케우스가 걱정해 준다.

계산 바로 하실 거죠?

- ……바로 계산서 보내주마.

하르케우스와 같이 몸을 공유하는 건 사양하고 싶다.

이제 신이 아닌 인간들의 시간만 남았다.

겁대가리를 상실한 채 쳐들어온 왕국 연합군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일만 남았다.

싸늘한 시선으로 지상을 훑었다.

벌벌 떨며 감히 고개를 들지 못하는 왕국 연합군.

“으으으으.”

샨트리아가 빠져나가자 마탑주 데오드란이 신음을 흘리며 눈을 떴다.

“!!!”

나를 바라보더니 흠칫 놀란다.

“탑주님 이제 정신이 드십니까?”

“네……놈이 어떻게…….”

아직 분위기 파악을 못 한 모양이다.

폭주하다 광룡에게 먹힌 주제에 입이 아직 살아있다.

“각종 청구서 발행해 드릴까요?”

“???”

데오드란이 무슨 소린지 몰라 눈을 껌뻑인다.

아직 잠이 덜 깬 눈치다.

“교육…… 받으셔야겠네요.”

“교육?”

“네. 참교육.”

“뭔 헛소리야! 당장 풀어라! 난 사르칸 마탑의 8서클 대마법사 데오드란…….”

쫘아아아악!

말이 다 끝나기도 전에 허공을 가른 손.

“악!”

데오드란의 비명을 크게 울렸다.

마법으로 재생된 얼굴에 제대로 빨갛게 손바닥 자국이 찍혔다.

“네……놈이 감…….”

쫙! 쫘아아악!

참교육은 쿨 타임이 없다.

화끈하게 다시 한 번 이어진 매타작.

- 베커 님! 더 화끈하게 때리십시오! 제가 받아봐서 아는데 저런 모자란 인간은 더 맞아야 제대로 교육이 됩니다! 더! 더! 때리십시오! 더어어어어어!!!

회귀의 전설 3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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