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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75장. 그게 최선은 아니지? (1,250/1,284)

1275장. 그게 최선은 아니지?

“!!!”

베커 공작의 한마디 외침에 주변에 운집해 있던 인간들은 하나같이 믿을 수 없다는 표정들을 지었다.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제대로 파악하기 힘들었다.

반전과 반전의 연속!

절대 승리를 장담했던 왕국 연합군이 크게 패배했다.

소리소문없이 사라졌던 베커 공작의 출현부터 일이 이상하게 꼬였다.

한순간에 절망적으로 완패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승기를 잡았다고 생각했던 제국 부흥군 역시 마탑주의 등장으로 다시 위급한 상황에 직면했다.

그러다 한 치 앞을 짐작할 수 없는 순간에 최상급 정령이 소환되면서 공작에게 힘을 실었다.

대단한 능력자들의 순차적 등장에 사람들 모두 얼이 나갈 지경이었다.

그러는가 하면 광룡 샨트리아에 의해 마탑주 데오드란은 몸을 점령당했다.

인간이면 누구라고 말할 것도 없이 죽음의 공포 앞에 치를 떨 때 베커 공작의 입에서 드래곤 피어가 터졌다.

베커 공작의 대화 내용은 지상까지 명확하게 들리지 않았다.

눈치껏 짐작할 뿐이었다.

현재 베커 공작도 제국 수호 드래곤 하르케우스의 힘을 사용하고 있다는 정도를 알 뿐이다.

지금 상황에는 인간이 사이에 낄 자리가 없다.

오로지 고개를 떨구고 귀를 쫑긋 세운 채 극도의 긴장감 속에 대단한 능력자들의 눈치만 보았다.

고위 귀족이나 기사, 마법사들도 스스로 한낱 하인에 지나지 않는 듯 행동했다.

드래곤에게 인간은 오크와 하등 다를 바 없는 하찮은 존재인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지금 또 다른 사건이 벌어졌다.

샨트리아에 정신이 오염된 데오드란 탑주가 공격을 가했다.

마나가 소용돌이로 거칠게 요동쳤다.

엄청난 공격력에 숨이 턱턱 막혔다.

발을 디딘 지상까지 묵직한 마나가 휘몰아쳤다.

그 위험천만한 상황을 베커 공작이 가볍게 막아냈다.

손을 잡아채 힘을 가하자 즙이 짜이는 듯 데오드란 탑주의 손이 뭉개져 녹아내렸다.

괴기스러운 장면이 아닐 수 없다.

광룡이 극심한 고통에 울부짖었다.

넋이 나간 채 쳐다보는 사이 귀를 파고드는 베커 공작의 외침.

가죽 갑옷을 벗으라고 윽박질렀다.

감히 누구도 내뱉지 못할 망언이었다.

드래곤을 협박할 만큼 배포 있고 미친 인간은 세상에 없었다.

그런 일을 베커 공작이 저질렀다.

부르르르르르.

그 모습을 보며 듣고 있던 이들 모두가 사시나무처럼 몸을 떨었다.

크로얀 제국 황실수호공작은 이 순간부터 공포 그 자체였다.

감히 누가 있어 그에게 대적하고 덤빌 수 있겠는가.

‘이놈…… 미쳤어!’

샨트리아는 미치기 일보 직전이었다.

가벼운 주먹 공격처럼 보였겠지만 결코 그렇지 않았다.

자신이 현재 발휘할 수 있는 모든 힘을 쏟아 마나를 응축해 휘둘렀다.

드래곤들의 전투는 의외로 간단하다.

9서클 마법은 대결에서 장식품 역할밖에 되지 않았다.

승패를 좌우하는 건 마나의 절대량.

인간의 몸뚱이를 빌렸지만 그 역시 8서클 마법사다.

그리고 주변 마나까지 샨트리아의 의지에 굴복한 상황이었다.

계획대로 모든 게 순조로웠다.

하르케우스가 강림한 베커의 몸뚱이는 데오드란의 몸뚱이보다 약했다.

그런 차이를 뛰어넘어 압도적으로 패배하고 말았다.

하르케우스가 강하긴 했지만 과거에도 간발의 차이로 승부가 났을 뿐이다.

격차가 이 정도까지 나지는 않았다.

“맞고 벗을래? 그냥 벗을래?”

주먹이 녹아내리고 있는 와중에 친절한 음색으로 묻는 하르케우스.

하지만 목소리와 달리 눈동자는 욕망에 번들거렸다.

‘하르케우스가 아니야!’

골드 드래곤은 지적인 존재였다.

그만큼 감정보다 이성을 중시했다.

그런 하르케우스가 대놓고 저렇게 욕망을 투사하고 있다.

아무래도 하르케우스가 차지한 베커라는 인간의 의지가 분명해 보였다.

“네놈에게 주느니 차라리…….”

샨트리아가 저항했다.

가죽 갑옷은 샨트리아의 마지막 남은 자존심과 같았다.

이 순간이 고통스럽다는 이유로 인간들 앞에서 스스로 자존심을 버리고 갑옷을 벗어줄 수 없었다.

‘죽여주마! 네놈과 같이 죽어주마!’

샨트리아는 악독함을 잃지 않고 다시 일깨웠다.

하르케우스는 신이기에 어쩔 수 없지만 베커라는 놈은 충분히 없앨 수 있었다.

가죽 갑옷에 녹아있는 샨트리아의 드래곤 하트.

폭발하면 주변은 물론 먼 곳까지 초토화시킬 수 있다.

“흐흐흐.”

샨트리아가 고통 속에서도 웃을 수 있는 이유였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베커.

“꼭 맞아야 정신을 차리는 놈들이 세상에 많아. 인간이나 도마뱀이나. 쯧쯧.”

급기야 혀를 찼다.

“???”

샨트리아가 의문을 짧게 표하는 순간.

턱!

멱살이 잡혔다.

그리고.

쇄애애애애애앳.

커다란 손바닥이 눈에 가득 들어왔다.

‘안 돼애애애애애애!!!!’

***

쫘아아아아악!

손바닥에서 느껴지는 착착 감기는 맛.

짜릿함이 손바닥을 타고 뇌까지 전달됐다.

온몸에 쾌감의 전류가 확 돌았다.

도파민이 맥스로 분비되는 기분이다.

쾌락과 행복감, 몰입 및 의욕에 관련된 감정이 퐁퐁 치솟았다.

언제 내가 드래곤의 뺨을 후려쳐 보겠는가.

게다가 마탑의 탑주는 덤이 아닌가.

일타쌍피의 정수.

“!!!”

뺨을 맞은 샨트리아가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아플 텐데 비명도 지르지 않았다.

반쯤 영혼이 가출해 버린 듯한 표정이다.

- 좋냐?

하르케우스가 묻는다.

행복합니다! 무지!

- 기술 계약금이다.

하르케우스가 몸의 통제권을 넘겼다.

힘은 그대로 유지됐다.

샨트리아의 가죽 갑옷이 무척 탐났다.

벗겨서 착용하면 무적이 될 수 있다.

총알뿐만 아니라 대포도 막을 수 있는 물건이다.

이곳뿐만 아니라 지구에서도 유용하게 사용될 물건이 확실했다.

리장창과의 사이에 약속된 휴전도 얼마 남지 않았다.

아사신의 흑마법사들도 제한이 풀리며 그때보다 더 강해질 거다.

일본 쪽의 음흉한 뱀들도 틈만 노리며 꿈틀대고 있다.

또 미국 정치가들이 어떻게 나올지 몰랐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든든하게 대비해 놓아서 나쁠 건 없다.

그래서 샨트리아에게 갑옷을 벗으라고 했다.

예상했던 대로 놈은 거절했다.

나름대로 음흉한 계획을 짜고 있음을 간파했다.

이런 때는 긴 말이 필요 없다.

오직 행동만이 답!

멱살을 잡고 시원하게 싸다구를 날렸다.

“네……놈이 감히!”

아직 뜨거운 맛을 못 느끼는 것 같다.

“훗.”

최대한 평정심을 유지하고 짧게 웃었다.

그리고.

짜아악! 

힘이 가득 들어간 손바닥이 공간을 갈랐다.

쫘악! 쫙!!!

일절 말을 섞지 않았다.

멱살을 움켜잡고 계속해서 뺨을 후려갈기는 데만 집중했다.

파르르르.

샨트리아가 살짝 떨었다.

눈이 왕방울만 하게 커졌다.

놈의 눈을 똑바로 직시했다.

쇄애애애애애앳.

자동으로 손이 다시 움직였다.

“아아아아악!”

닿지도 않았는데 샨트리아가 미리 쫄아서 비명을 토했다.

효과가 서서히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럴 때 마음 약해지면 계획이 틀어진다.

음흉한 도마뱀.

여기서 친절을 베풀었다가는 도마뱀 녀석이 이빨로 물 게 빤하다.

쫘아아아아아아아아악!

눈 딱 감고 더 힘을 실어 풀 스윙으로 날렸다.

앞 전보다 더 찰진 소리가 주변으로 울렸다.

쫘아아아앗! 쫘아아앗!

도마뱀의 훈육에 따라 에코처럼 연속 울려 퍼지는 소음.

후두두둑.

피에 젖은 옥수수들이 허공으로 우수수 비산했다.

- ……역시 인간은 잔인하구나.

하르케우스의 목소리가 들렸다.

놀라움 속에 담겨 있는 은근한 경계심.

친구에게는 무한 친절을! 적에게는 처절한 공포를!

이게 제 신념이자 삶의 철학입니다.

- …….

나의 소신을 밝히자 하르케우스가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이어지는 교육 타임.

쫘앗! 쫘아아악!

드래곤에 정신을 빼앗긴 마탑주의 뺨이 호빵처럼 부풀어 올랐다.

그러나 사랑의 매는 멈추지 않았다.

자존심 강한 드래곤의 정신을 빼앗기에 아직 부족했다.

그리고 그동안 놈에게 당했을 인간들의 고통도 계산해야 했다.

기계적으로 손이 놈의 싸다구를 갈겼다.

놈의 입에서 복종의 말이 터지기 전까지!

***

쫘아아아아악! 

얼얼한 뺨이 제멋대로 뒤틀렸다.

위이이이잉.

얼마나 맞았는지 세포가 망가져 도리어 고통의 강도가 약해졌다.

하지만 골이 심하게 울렸다.

아픔보다 공포가 더 강하게 밀려왔다.

차라리 깔끔하게 맞아 죽는 게 나을 판이었다.

놈이 잡은 멱살을 타고 마나가 통제됐다.

마나 없는 늙은 마법사의 몸뚱이에 불과한 처지.

광룡 샨트리아는 태어나 지금껏 이런 매질은 처음 당해봤다.

하르케우스에게 패배할 때도 격은 있었다.

같은 드래곤 일족이었기에 기본 예의는 지켜졌다.

그런데 오늘은 그런 기대를 일절 할 수 없다.

뺨이 빵처럼 부풀어 오르고 이빨이 다 나갔다.

눈도 붓기로 인해 잘 떠지지 않았다.

핏물과 콧물이 코를 타고 연신 흘러내렸다.

인간이 느낄 수 있는 고통을 오감으로 온전히 느꼈다.

‘차라리 날 죽여!!!’

샨트리아는 정신이 붕괴되기 일보직전이었다.

놈과 자폭하려는 생각은 진작 사라졌다.

빨리 이 고통에서 해방되고 싶을 뿐이었다.

그러나 무정한 매질은 멈추지 않고 계속됐다.

쇄애애액! 쫘아악! 쇄애애액! 쫙!

잔인한 놈은 때린 곳만 다시 집중적으로 때렸다.

피와 살이 튀어도 놈의 손은 놀라울 정도로 규칙적이었다.

“그……만…….”

마법사의 입을 통해 샨트리아의 지칠 대로 지친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

붉은 눈동자는 맞아서 핏발이 가득했다.

“그만? 말이 짧네?”

인간의 탈을 쓴 악마가 시비를 걸었다.

샨트리아는 다시 한 번 부르르 떨었다.

“그마내 조세요…….”

이빨이 거의 다 빠져 버린 상태여서 발음이 멋대로 샜다.

무척 수치스러웠다.

하지만 그보다 고통과 공포심이 더 컸다.

“그럴까?”

“벗게스니다아.”

급기야 샨트리아는 스스로 가죽을 포기했다.

“후후훗.”

악마가 웃는다.

그리고.

“그게 최선은 아니지?”

“???”

회귀의 전설 3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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