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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71장. 공짜로 말입니까? (1,246/1,284)

1271장. 공짜로 말입니까?

‘하르케우스! 멍청한 로드 같으니! 크크크.’

인간 마법사의 몸을 차지한 광룡 샨트리아.

기분이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얼마 만에 누리는 자유인가.

과거에는 화려한 레드 드래곤 고룡으로 살았다.

드래곤 하트가 품는 마나가 강해질수록 피의 본능 역시 강렬해졌다.

어쩔 수 없는 종족의 운명이다.

레드 일족은 타고나기를 피가 뜨거웠다.

다른 드래곤과 달리 파괴와 파멸의 인자가 피에 각인돼 있다.

그 이유는 아무도 몰랐다.

아무리 1만 년을 넘게 사는 드래곤이라 해도 세상 이치를 다 알 수는 없었다.

그만큼 감춰진 신들의 비밀이 많다고 할 수 있다.

그런 인자를 가지고 태어난 광룡 샨트리아.

어린 시절에는 그나마 어느 정도 감정 조절이 가능했다.

다른 일족들이 흉포하다 말했지만 정작 레드 일족 안에서는 평범한 축에 들었다.

피가 뜨겁다 보니 유희를 통해 자꾸 쌓이는 분노를 표출했다.

본체로서 살육은 당연히 금지됐다.

드래곤 일족들이 본체로 강림해 세상을 파멸하고자 마음만 먹는다면 순식간에 중간계는 모습을 감추게 될 것이다.

9서클 마법은 그 정도로 엄청났다.

세상을 순행하게 하는 질서쯤은 마법으로 무너트릴 수 있었다.

그래서 더욱 각종 제약이 존재했다.

가장 크게 자신의 생명에 관한 안위를 보장할 수 없을 때 본체로 싸움이 가능했다.

그것도 유희를 통해서만 힘을 사용할 수 있었다.

당연히 유희 중에도 지켜야 할 규칙들이 많았다.

그만큼 힘을 조절해야만 했다.

드래곤은 제아무리 변신을 해도 결국 드래곤이다.

유희 중에는 모습을 띤 변신한 종족이 낼 수 있는 최대치로만 힘을 발휘할 수 있었다.

드래곤이라는 사실이 발각되면 유희를 끝내야만 했다.

인간이나 엘프, 드워프를 비롯해 오크나 마수로도 변신은 가능했다.

모습이 바뀔 때마다 샨트리아는 바뀐 모습으로 마음껏 파괴를 즐겼다.

전설적 살육자나 미친 황제, 강력한 마수 등으로 변신해 피를 흠뻑 뒤집어썼다.

물론 한계는 존재했다.

일정 이상으로 세상에 위험이 되면 다른 일족이나 고룡들이 나섰다.

중간계의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샨트리아나 다른 레드족들을 절제시켰다.

힘이 약할 때는 고분고분했지만 고룡이 되면서 태도가 달라졌다.

드래곤 하트에 마나가 농축될수록 본능적인 살육 욕구에 시달렸다.

그리고 상당수 레드 일족은 강해지는 본능을 감당하지 못하고 폭주했다.

레드 일족은 성격만큼이나 다른 일족에 비해서 강했다.

하지만 미친 듯 날뛰다가 다른 일족들에 의해 소멸되기도 했다.

샨트리아도 그랬다.

고룡이 되자 세상에 무서운 게 없었다.

도리어 따분했다.

가끔 마계에 들어가 휘젓고 돌아와도 욕구가 풀리지 않았다.

그런 레드 일족의 전투력은 드래곤들 중에 최고였다.

그들의 행패에 마족들도 벌벌 떨었다.

최상급에 드는 마족의 멱살을 잡았을 정도로 흉포했다.

레드 드래곤들에 의해 하급 마족은 벌레처럼 죽였다.

은근히 샨트리아는 마계에서 똘아이로 통했다.

그러나 징치하지 못했다.

엄연히 강자법이 존재하는 마계였기에 드래곤도 그런 강자로 취급됐다.

반면 당한 마족들은 모자란 일족 취급을 받았다.

다른 드래곤들도 마찬가지.

그때까지 중간계에 피해를 주지 않으며 샨트리아는 다른 일족들을 괴롭혔다.

괜히 시비를 걸고 자존심을 건드려 싸움을 일으켰다.

가차없이 죽이기도 했다.

드래곤은 성체가 되면 누구의 도움도 받지 못했다.

완벽한 독립적 개체로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샨트리아는 때로 중간계가 아닌 아공간을 만들어 그곳에서 싸웠다.

그곳에서 샨트리아에 의해 죽임을 당한 드래곤이 10마리가 넘어갔다.

시간이 흐르면서 모든 일족들이 샨트리아를 증오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규칙을 어기지 않았기에 고룡들도 선뜻 나서지 못했다.

간간이 샨트리아가 시비를 걸어도 꾹꾹 참았다.

일족을 죽이지 못해 더 따분해진 샨트리아.

무료한 시간이 연속되던 어느 날 샨트리아는 계획을 세웠다.

중간계를 박살내고 그 대가로 신을 만나고 싶었다.

계획을 세운 샨트리아는 엄청난 파괴 마법을 준비했다.

발현되는 순간 누구도 막을 수 없는 9서클 마법.

그때 마침 골드 일족 하르케우스가 나타났다.

당연히 샨트리아를 꾸짖었다.

하르케우스의 앞에서 샨트리아는 참지 않았다.

그러면서 대결이 성사됐다.

로드이자 드래곤들 중 가장 오래된 고룡이었던 하르케우스를 꺾으면 마음대로 세상을 파괴하는 일이 가능했다.

당연히 아공간에서 결투가 벌어졌다.

그 결과는 샨트리아의 패배.

마나와 마법 능력에서는 밀리지 않았지만 결정적인 부분에서 약세를 보이며 패배했다.

그건 바로.

‘신! 너희들을 증오한다!’

반신으로 불리는 드래곤이었지만 신은 아니었다.

마나의 품으로 돌아갈 때 선택된 몇몇만 신이 된다.

그리고 그런 신들이 하사한 신성한 힘.

하르케우스는 싸움이 불리하게 돌아가자 신성력을 사용했다.

사실 그것은 반칙이었다.

감춰져 있던 하르케우스의 능력에 샨트리아는 움찔했다.

그 작은 차이가 승부를 결정지었다.

샨트리아는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이어지는 준엄한 호통을 들었다.

샨트리아로서는 억울하고 원통했다.

그래서 마지막까지 잔머리를 굴렸다.

자신의 가죽으로 갑옷을 만들어 일족들에게 경고해 달라고 청원했다.

눈물까지 흘리며 호소했다.

하르케우스는 처음에 망설였다.

대신 평생 습득한 아공간을 넘겼다.

골드 일족은 지혜롭지만 동시에 탐욕심이 강했다.

레드 일족과 다른 단점이었다.

결국 하르케우스는 샨트리아의 청을 받아들였다.

샨트리아는 기꺼이 하르케우스에게 죽임을 당했다.

하지만 마지막 한 수를 아껴둔 상태였다.

과거 발견한 레드 일족 고룡의 비상한 마법이 그것이었다.

몸의 일부분에 의념을 담을 수 있었다.

‘잠깐이면 된다! 이놈들을 모조리 손보고…… 마법진을 발동한다!’

세상을 파괴할 마법은 거의 완성 단계였다.

감춰놓은 타 일족의 드래곤 하트로 가동 가능했다.

끝까지 중간계를 파멸시키기를 원했던 샨트리아.

그 죽지 않은 의념이 다시 발동하고 있었다.

“어서 이리 와라. 목이 마르구나.”

자신을 향해 겁 없이 신성 무기를 사용한 인간을 노렸다.

가장 증오하는 신의 냄새가 강하게 맡아졌다.

피를 빨아 마시고 가죽을 씹어버리고 싶은 강한 충동이 연신 일었다.

그런데 그 순간.

팟!

갑자기 놈의 손에서 터지는 강렬한 황금빛 서기.

샨트리아는 그것을 보고 기겁했다.

자신이 가장 증오하는 일족의 광채였다.

결투로 인해 오래지 않아 마나의 품으로 돌아가고도 남았을 놈의 기운이 느껴졌다.

“……하르케우스!!!”

샨트리아가 크게 놀라며 그의 이름을 외쳤다.

***

- 으아아아! 이건 또 뭐야!

오늘 알파닥 비명 여러 번 지른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도도하고 까칠했던 마족이 거침없이 감정을 드러냈다.

- ……드래곤의 기운!

비비안도 놀라며 입을 열었다.

나도 느낌이 온다.

손에 착용한 하르케우스의 절대반지가 스스로 빛을 뿜었다.

내가 작동시키지 않았다.

“……네, 네놈은 누구냐!”

샨트리아가 묻는다.

“베커 장. 크로얀 제국 황실수호공작.”

짧게 대답했다.

드래곤 앞에서 인간의 명함 자랑할 일 없다.

“왜! 왜! 네놈이 하르케우스 냄새를 풍기느냔 말이다! 왜애애애애애!”

쿠구구궁!

놈의 버럭거리는 소리에 대기가 진동한다.

경기를 일으키는 놈의 모습에 헛웃음이 났다.

방금 전까지 나를 핍박하고 조롱하던 오만한 드래곤의 모습이 아니다.

선도부 선생님께 걸린 반항기 가득한 학생 같다.

스윽.

반지를 들어 바라봤다.

아직도 은은히 빛을 뿜어내는 절대반지.

묘한 힘이 반지를 타고 몸으로 전해졌다.

뭐랄까……. 누군가와 소통되고 있는 듯한 느낌?

- 나다.

그때 갑자기 머릿속을 때리며 울리는 음성 하나.

나? 누구?

- 그동안 널 지켜봤다.

왠지 느낌이 싸했다.

누가 봐도 이건 하르케우스…….

그런데 어떻게 죽었다던 하르케우스가 나와 소통이 가능하단 말인가?

- 나도 신, 너도 신이지 않느냐.

“!!!”

진짜 하르케우스가 맞다.

신으로서의 소통이 된 듯하다.

- 오빠? 누구랑 대화해???

도리어 알파닥은 음성이 들리지 않는 듯 묻는다.

하루케우스의 음성은 나에게만 들리는 것 같다.

그런데 갑자기 왜?

- 네 모습이 심히 딱하고 가련하여 위험을 무릅쓰고 돕기로 마음먹었다.

어째 말투가 고상하다.

뭔가 사이비적인 냄새가 진하게 풍긴다.

진작 등장해 도와줄 것이지 지금까지 침묵하다 이제야 나타난 하르케우스.

- 너도 알다시피 신이라는 게 마음대로 나타나고 막 그럴 수 없다. 일정 조건을 충족하고 서로 도움이 될 만할 때 강림하고 그러는 거다.

서로 도움이 될 만할 때?

“…….”

이런 어투 진짜 많이 들었다.

반스데일 형님이나 노바 형님을 비롯해 지구 여러 신들이 나에게 사용하던 수법이다.

그래서요?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 저 깡패 드래곤 새끼가 또다시 세상을 어지럽히려 한다. 그냥 놔두면 제대로 사고 칠 게 뻔하다. 너를 비롯해 이 공간에 있는 모든 생명이 위태로울 수 있다.

하르케우스가 협박조로 밑밥을 깐다.

수긍하는 듯 고개를 끄덕여줬다.

- 이에 악을 미워하는 본신이 너를 도와 정의를 바로 세우고자 한다! 

도와주시게요?

- 그렇다! 어서 내 의지를 받들라! 그럼 너에게 저 깡패를 벌할 수 있는 힘을 하사하겠노라!

판을 깔아주자 하르케우스가 물 만난 듯 말한다.

피식 헛웃음이 터져 나왔다.

돌아가는 판을 보니 느낌이 왔다.

그리고.

공짜로 말입니까?

- ……알면서.

회귀의 전설 3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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