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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69장. 형님 왜 그래!!! (1,244/1,284)

1269장. 형님 왜 그래!!!

“아!!!”

아린의 입술을 비집고 짧은 탄성이 터져나왔다.

직접 눈으로 보고도 결코 믿어지지 않았다.

더욱 심각해지는 위기 속에 선보인 베커 공작의 놀라울 만한 신위.

곤경과 극복, 또다시 닥치는 위기 속에 베커 공작은 연이어 전설을 만들어 냈다.

‘이번에는…… 신성이라니! 도대체 정체가…….’

황실 마탑주의 능력을 전수받은 자신보다 더 강력한 마나를 소유했다.

게다가 4대 정령을 모두 소환할 수 있는 정령사다.

겸비한 기사급 능력은 더 말할 것도 없다.

베커 공작의 연인이었고 누구보다 그를 많이 안다 자부했지만 모든 게 빙산의 한 조각일 뿐이다.

베커 공작의 능력은 끝이 없었다.

급기야 인간의 능력을 벗어나 버렸다.

신성을 사용할 수 있는 존재는 대륙에 아예 존재하지 않았다.

신이 내린 축복을 받았다는 사제급도 비교 불가한 존재였다.

대륙에 존재하는 최고급 사제도 저만큼 신성을 사용할 수 없다.

이건 오직.

‘신이야……. 그는 신이었어!’

아린은 이번 사건으로 확실히 깨달았다.

황실수호공작 베커는 인간이면서 동시에 신이었다.

그제야 능력에 끝이 없어 보였던 베커에 대한 비밀이 어느 정도 해답을 얻었다.

신이었기 때문에 감히 누구도 대적할 수 없을 만큼 강했던 것이다.

유희를 나온 드래곤처럼 평범한 인간들 속에 섞여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런 생각이 들자 갑자기 낯설게 느껴졌다.

신은 인간과 분명 달랐다.

무한한 삶을 살 수 있는 지고지순한 존재.

경배와 찬탄을 받으며 보이지 않는 세상에서 삶을 이어갔다.

게다가 베커는 신인 동시에 인간이다.

그와의 따뜻했던 입맞춤은 거짓도, 눈에 보이지 않는 신의 것도 아니었다.

아린을 품었던 그의 품은 아늑하고 평화로웠다.

같이 마주치며 나누었던 눈빛에는 진심이 가득했다.

“괜찮아……. 그가 신이라 해도…… 난 그를 사랑해.”

아린은 독백하듯 중얼거렸다.

진실로 베커가 신이라 해도 상관없었다.

자신을 위해 8서클 마법사와 목숨 걸고 전투를 벌였던 황실수호공작.

지금 눈앞에 신위를 드러냈다.

공간을 날아가는 신성 가득한 화살.

그대로 데오드란의 심장을 꿰뚫었다.

푸욱!

화살이 가죽 갑옷을 뚫고 들어갔다.

그 어떤 인간들의 물질도 파괴할 수 없다고 알려진 드래곤 가죽 갑옷에 손상을 입혔다.

그러나 아무리 신성이 가미된 화살이라 해도 관통하지는 못했다.

화살촉만 확실하게 데오드란의 심장 가까이에 박혔을 뿐이다.

“크아아아아아아아아!”

가죽을 뚫고 전해지는 고통에 데오드란이 비명을 터트렸다.

무방비 상태로 당한 셈이다.

전혀 예상치 못한 신성의 힘이 가미된 화살에 가죽 갑옷이 뚫렸다.

다행히 완벽하게 관통하지는 않았지만 데오드란이 입은 타격이 만만치 않았다.

주루룩.

갑옷을 뚫고 가슴팍에 박힌 화살촉을 타고 데오드란의 피가 흘러나왔다.

위치 자체가 심장 바로 위였기에 흘러나오는 피가 제법 되었다.

다행히 심장은 피한 듯했다.

갑옷을 뚫고 가슴팍 뼈에 박혀버린 화살.

핏물이 흘러내려 순식간에 갑옷을 촉촉하게 적실 정도였다.

“네놈이 감히…… 날……!”

데오드란이 분노했다.

그런데 목소리가 기이했다.

조금 전에 떠들어대던 데오드란의 목소리에 그가 아닌 다른 기운이 섞였다.

언뜻 들어도 오만하고 광오한 그 무엇이었다.

파앗!

데오드란의 눈빛은 처음 그의 눈빛을 찾아볼 수 없을 만큼 더욱 더 붉게 물들었다.

충혈 따위와 달랐다.

처음부터 그랬던 것처럼 눈동자는 이미 붉어질 대로 붉어졌다.

그리고.

“크크크크크크.”

고통의 비명 대신 비릿한 웃음이 연신 흘러나왔다.

어떤 힘에 의해 계속해서 잠식당해 가는 것처럼 보였다.

파스스스스스스.

데오드란의 주변으로 붉은 마나가 본격적으로 흘렀다.

처음 샨트리아 가죽 갑옷을 착용하고 모습을 드러낼 때와 달리 농도가 급격하게 진해졌다.

“으으으으…….”

“이게 무슨!”

“마나가…… 굴복하고 있어!”

살아남은 마법사들의 입에서 비명이 터졌다.

데오드란이 변해가는 속도에 맞춰 주변의 마나들이 미친 듯 빨려 들어갔다.

자양분이라도 되는 듯 흡수되는 속도가 거침없었다.

마법사들의 고유 마나까지 빠져나가고 있었다.

“안 돼!!!”

“내 마나가…….”

“피해!!!”

마법사들은 저마다 당황한 나머지 혼비백산했다.

어떻게든 막아보려 안간힘을 썼지만 도저히 막을 수 없었다.

그리고.

순식간에 마법사들의 몰골은 미라처럼 변해갔다.

데오드란에게 흡수된 마나가 과격해질수록 공간은 왜곡됐다.

“음…….”

상황을 지켜보던 베커도 낮은 신음을 토했다.

누구도 예상치 못한 또 다른 전개.

“샨트리아!”

누군가 광룡의 이름을 소리쳐 불렀다.

***

- 이번에는 또 뭐야!!!

알파닥의 비명이었다.

묻지 마라 나도 모른다!

예상했던 대로 카르마 포인트가 듬뿍 가미된 신성 화살에 드래곤 가죽 갑옷이 뚫렸다.

모든 게 계획대로 착착 돌아갔다.

우연과 반전 속에 승리의 실마리를 잡았다.

8서클 마법사도 가뿐히 누를 수 있는 힘을 사용했다.

그런데 마무리 단계를 앞에 두고 예견치 못한 반전이 또 벌어졌다.

“샨트리아!”

누군가 광룡의 이름을 부른 것이다.

느낌이 싸했다.

데오드란의 몸뚱이와 주변이 붉은 마나로 뒤덮였다.

도도한 마나가 복종의 의사를 보이며 데오드란에게 자신을 헌납했다.

저거 반칙이다.

평소에 얼마나 갑질하던 마나인가.

맹약이라는 이름으로 자신의 이름값을 올리던 마나가 싸구려 간신배가 됐다.

복종!

바로 그거다.

- ……광룡이…… 깨어나려고 합니다!

비비안이 피할 수 없는 진실을 밝혔다.

- 불가능해! 저건 광룡 본체가 아니야. 세상을 향한 광룡의 의념이 완벽하게 마법사를 잠식했어!

뭔가 희망이 보이는 말이다.

드래곤만 아니면 붙어볼 만…….

- 그런데 너무 강해! 진짜 드래곤 같아! 어떻게 저럴 수 있지? 광룡 샨트리아는 하르케우스 로드에게 죽었어. 아무리 의념이 강하다 해도 저건 말이 안 돼!

알파닥의 말에 그대로 말문이 막혔다.

달콤한 미끼를 덥석 물어버린 데오드란 때문에 일이 제대로 꼬였다.

광룡이라는 놈의 농간에 당한 것 같다.

“크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느닷없이 데오드란이 광소를 터트렸다.

살아남은 마법사들은 미라 꼴이 되어 지상으로 추락했다.

공중에 떠 있는 존재는 데오드란과 나, 아린밖에 없다.

신성을 사용하는 나는 마나의 영향을 받지 않았다.

아린 역시 비비안의 결계에 머물고 있어 안전했다.

쿠궁!

지축이 흔들렸다.

우우우우우우웅!

엄청난 음파가 주변으로 퍼져 나갔다.

가늠할 수 없는 무지막지한 힘이 담겼다.

“으아아악!”

“아아아아악!”

지상에 운집해 있던 사람들이 귀를 막고 뒹굴었다.

“크윽!”

내 입에서도 묵직하게 가라앉은 비명이 새어나왔다.

소리 마법 공격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었다.

내부가 진탕이 되어버렸다.

- 어, 엄청난 마나야!

알파닥이 두려운 듯 입을 열었다.

마신을 섬기는 마족도 광룡에 쫄아버린 셈이다.

- 바보 오빠 신아 쫀 게 아니라! 이 구역은 내 구역이 아니잖아! 

그 와중에도 알파닥은 나를 향한 알 수 없는 분노에 버럭 소리를 질렀다.

똥개도 제 앞마당에서는 반절은 먹고 들어가는 이치와 같았다.

중간계 절대자였던 드래곤의 의념에 모두가 다 쫄았다는 게 사실이다.

감히 고개 들어 데오드란을 똑바로 볼 수 없었다.

귀를 잡고 쓰러진 이들이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

머릿속에서는 끊임없이 복종이라는 말이 맴돌았다.

방금 전 데오드란이 폭사한 광소에는 드래곤 피어가 담겨 있었다.

중간계 생명체라면 누구나 복종해야만 하는 절대자의 기운이다.

상황이 매우 불리하게 흘렀다.

- 그러게 마신께 복종했으면 이런 일이 없잖아!

이미 엎질러진 물이다.

그리고 분명하게 말하는데 지구에서 신들과 노는 나다.

레벨은 다르다 해도 신이 신에게 무릎 꿇는 건 모양새가 좋지 않다.

- 아직도 그놈의 자존심을 세워? 자존심이 밥 먹여줘? 일단 살고 봐야 할 거 아냐!

그래서 어떡하라고?

- 늦지 않았어……. 오빠도 신이니까 알겠지. 마신이 엄청나게 강한 존재라는 거. 그러니까 복종해. 그럼 특별히 더 예뻐해 주실 거야.

달콤한 솜사탕을 들이밀고 유치원생을 꼬드기는 납치범 같다.

턱도 없는 소리!

- 와……. 천하에 똥XXX 같은 오빠 새끼를 봤나! 너 돌대가리야? 신이라면서 계산도 못 해? 지금 너 드래곤 영혼에 빙의된 마법사 손에 죽을 일만 남았다고!

알파닥이 입에 걸레를 물었다.

예쁘장하고 귀여운 모습과 달리 입이 거칠다.

그래서 남녀 모두 겉모습만 보고 판단하면 큰 코 다치는 거다.

- ……왕을 불러야겠어요.

비비안이 대안을 제시했다.

- 언니 안 돼! 정령왕이 강림하면 이 공간은 무너져. 그리고 다른 절대자들이 가만히 있지 않을 거야. 중간계가 난장판이 될 거라고!

- 제 계약자가 죽을 수도 있잖아요!

오! 비비안 나의 순수한 영혼의 동반자와 같은 정령이여.

당신의 마음을 내 영원히 잊지…….

- 자기가 싼 똥은 자기가 치워야죠. 오빠 신이 알아서 할 거예요.

나쁜 마족 같으니!

내가 언제 저렇게 크고 빨간 똥을 쌌다고 그래!

“흐음……. 오랜만이야.”

그때 데오드란의 완벽하게 바뀐 목소리가 들렸다.

듣는 순간 소름이 쫙 번질 정도로 서늘한 말투.

“아름다워…….”

데오드란이 주변을 싹 훑었다.

살짝 안심됐다.

자연을 사랑하는 이들치고 악한 놈은 없다고 선현들께서…….

“그래서 파괴하고 싶어. 모조리!”

이런 싸이코 변태를 봤나.

아름다운데 왜 파괴해!

- 그게 레드 일족의 성향이야. 아름다운 것들을 파괴하고 불 지르는 게 취미 생활이야.

범법자 도마뱀 종족 같으니라고.

“네놈은 특별하구나.”

데오드란, 아니 광룡의 의념이 나를 뚫어져라 쳐다봤다.

붉은 눈동자가 날 샅샅이 살피며 훑었다.

눈빛이 아주 끈적끈적하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위대하신 존재시여.”

바로 고개를 숙였다.

데오드란과는 악연이지만 레드 드래곤과는 전혀 인연의 고리가 없었다.

“후후훗.”

놈이 웃는다.

“처음 뵙겠습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리는…….”

“아름답구나……. 매우.”

“네???”

헉! 제, 제가 아름답다고요?

드래곤 형님 취향이 설마!!!

회귀의 전설 3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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