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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68장. 지구 신 장태산! (1,243/1,284)

1268장. 지구 신 장태산!

‘멍청한 놈!’

데오드란은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베커 공작이 자신의 의도를 파악하지 못하고 자극을 받아 화살을 날렸다.

마지막 세 발째 화살.

제법 강력한 힘이 느껴지는 화살이었지만 두렵지 않았다.

드래곤 가죽으로 제작한 갑옷은 중간계에서 그 무엇도 뚫을 수 없는 무적이다.

제아무리 정령신의 힘이 담겨 있는 화살이라 해도 마찬가지다.

정령왕급의 능력이 아니라면 흠집도 낼 수 없고 찢어지지도 않는다.

데오드란은 보란 듯이 가슴을 활짝 폈다.

실드도 필요 없었다.

그 역시 마나 낭비였다.

가죽 갑옷은 몰아치는 충격도 자체적으로 흡수한다.

‘이번 공격이 끝나면…… 흐흐흐.’

화살이 눈앞까지 날아왔지만 데오드란은 속으로 여유 있게 웃었다.

이번 공격만 막아내면 맹약이 풀린다.

베커 공작은 세 번째 공격이 실패하는 동시에 종이 된다.

누가 봐도 승부가 결정난 전투.

데오드란은 한없이 느긋했다.

‘마법 제국이여! 내가 간다! 움하하하하하!’

유년 시절 어느 시점부터 꿈꾸던 미래의 모습 중 하나가 마법 제국이다.

고귀하고 무서운 존재로 추앙받지만 대륙 역사상 마법 제국은 단 한 번도 존재하지 않았다.

물론 과거 기록의 역사가 없던 시절에 마법 제국이 있었다는 설도 있긴 했다.

하지만 기록의 역사가 이어져 온 뒤로 분명 단 한 번도 존재하지 않았던 마법 제국이다.

최초의 마법 제국의 황제가 되는 것도 썩 나쁘지 않았다.

영혼의 맹약 덕분에 베커 공작은 기꺼이 자신의 종이 될 것이다.

그 순간.

카아아아앙!

베커 공작이 날린 화살이 갑옷을 치며 심장께에 맞고 요란한 소리를 냈다.

팟!

그리고 즉시 소멸됐다.

약속됐던 모든 공격이 끝났다.

“꿇어라! 나의 종아!”

데오드란이 준엄한 목소리로 베커를 향해 외쳤다.

마나의 맹약에 구속되는 자는 모두 약속을 지켜야만 한다.

“음…….”

베커 공작이 낮은 신음을 흘렸다.

“아…….”

“끝났어.”

“제국이여…….”

황제 아린을 비롯해 제국 귀족들과 기사, 병사들은 표현할 수 없는 분노를 삼켰다.

더 이상 데오드란을 상대로 대항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약속대로 황실수호공작이 마탑주의 종이 되는 현장을 확인할 뿐이었다.

이제 크로얀 제국은 영영 역사 속에 묻히고 마법 제국이 새 시대의 주인으로 도약할 것이다.

사르칸 마탑의 탑주와 최상급 정령사를 소환할 수 있는 베커 공작이 손을 잡게 되었으니 세상에 두려울 상대가 없었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때 베커 공작의 담담하고 차분한 목소리가 공간에 퍼졌다.

“???”

사람들이 일제히 의문 가득한 시선으로 베커 공작을 바라봤다.

마나의 맹약을 그들 모두 들었다.

마법사인 베커 공작은 그 약속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

끼릭.

베커 공작이 다시 활을 잡았다.

납득하기 어려운 베커의 태도.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연출됐다.

“미, 미쳤구나! 마나의 이름으로 맹세한 자가 어찌 거짓으로…….”

“후훗.”

데오드란의 크게 당황한 외침에 베커 공작이 싸늘하게 웃었다.

“맹세는 지켜졌다.”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헛소리냐! 넌 지금 맹약을 깨트리고 다시 공격하고 있지 않느냐!”

데오드란이 준엄하게 꾸짖었다.

한 번 약속한 맹약을 저버리게 되면 다시는 마나를 사용하지 못한다.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분명하게 존재하는 마나의 그물.

너무 촘촘해 마나를 다루는 마법사들은 누구도 피할 수 없다.

“네 눈에는 이게 지금 마나로 보이더냐?”

파아아앗!

말과 함께 베커 공작의 활에 등장하는 화살 하나.

“허엇!”

데오드란의 눈동자가 더할 나위 없이 커졌다.

그러고 보니 화살의 빛깔이 달랐다.

조금 전과 많이 다른 신성한 기운이 넘실거리고 있는 화살.

“……신성!”

***

- 아!!!

욕을 퍼부으며 말리던 알파닥이 낮은 신음을 터트렸다.

말문이 막혔다는 표현이 맞다.

화살을 쏘는 데 마나가 운용되지 않았다.

마나에 대한 맹약이라 불리는 맹세는 무척 준엄했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

난 마나를 가져다 썼지만 그렇다고 종은 아니다.

분명한 건 필요할 때 마나를 활용해도 종속 관계는 아니었다.

- 도대체…… 오빠는 누구야?

알파닥의 음성이 떨렸다.

- 그는 제가 살던 곳의 신이라고 했잖아요.

비비안이 대신 답했다.

- 진짜 신? 오빠 진짜 신이야???

알파닥이 못 믿겠다는 듯 다시 묻는다.

이래서 문제다.

신을 눈앞에 두고도 신을 믿지 못하는 불신자들이 세상에 너무 많다.

어차피 신이라고 해서 특별할 것은 없다.

해탈해도 우주의식으로 돌아가지 못한 존재들은 결국 죽어서 모두 다 신이 된다.

그런 점에서 특히 인간의 의식은 더욱 특별하다.

인간에게는 신이 제대로 몸에 깃들기 때문이다.

전생에 못다 이룬 꿈을 위해 우주가 새로운 육신을 허락한다.

다만 어린 시절을 보내는 동안 전생의 기억을 차차 잃어버린다는 게 문제다.

누구에게나 공평한 게임을 위한 규칙 같은 것이다.

물론 생전에 정신적 수양이 높았던 이들은 전생을 어렵지 않게 기억해 내기도 한다.

레벨이 높은 자들에 대한 특혜 같은 거다.

그렇게 신을 안고 살다가 그 신을 잃어버리면 한마디로 정신 나간 자가 된다.

자신의 몸에 강림한 본래 신을 지키지 못하면 육신도 빼앗긴다.

무속인들이 자신의 몸에 신을 받는 이치가 그와 비슷하다.

세상사는 데 지치고 힘들어 견디지 못하고 정신줄 놓는 순간 인간의 육신을 원하는 다른 신이 스며드는 것이다.

그 순간에도 카르마 포인트가 작용한다.

전생 선업과 이생의 업이 결합되면서 정식으로 코스를 밟아 쓸 만한 새로운 신의 제자가 된다.

그러나 업이 너무 강하면 떠돌이 영혼에게 도리어 먹힌다.

여러 배고픈 영혼들이 하나의 육신을 차지하고 앉아 멋대로 조종해 헛소리를 뱉게 만든다.

욕심 강한 자들은 정식으로 신의 제자가 되어도 다시 앉은 선신이 그에게 오래 머물지 못한다.

고약한 타락의 냄새를 견디지 못하고 도망치는 것이다.

만신으로 오래 버티는 이들이 수양과 기도를 게을리하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새 삶을 살기 위해 신을 받아도 그 신을 지키지 못하면 결국 신발이 다한다.

어른들이 살면서 정신 똑바로 차리라는 말을 하는 이유가 그 때문이다.

내 정신을 바로 잡고 배양한다면 어지간한 풍파는 스쳐 지나간다.

고난은 단단한 정신을 위한 자양분이 돼주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세상 곳곳에 고난이 차고 넘쳤다.

가장 큰 고난인 배고픔과 가난이 있어 인간을 단련시키고 강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 반대가 됐다.

물질은 넘치지만 갈수록 정신은 빈약할 대로 빈약해진 시대가 됐다.

타인과 비교하며 끈임없이 경쟁하고 밑 빠진 욕망을 채우기 위해 발버둥친다.

먹어도 먹어도 배고픈 아귀의 욕망과 전혀 다를 게 없다.

그러다 어느 날 그마저 지치는 순간이 온다.

몸이 아프거나 주변 사람들의 배신을 경험하거나 하면 스스로 모든 걸 포기하고 자멸한다.

그러다 보니 지금 세상은 곳곳에서 정신줄을 놓는 이들이 늘고 있다.

그걸 노리고 악신들은 또 판을 짠다.

정신없는 자들이 많아져야 악신들은 그만큼 포인트를 벌어들이게 된다.

악하고 타락해 삿된 욕망이 넘쳐야 악신들은 부자가 된다.

지금 이 상황도 그런 현실과 다르지 않다.

저 악마 같은 마탑주가 바로 악신의 화신이다.

탐욕으로 물든 욕망의 눈동자가 번들거렸다.

이곳에서는 거의 신처럼 대접받지만 그 이상을 원하고 있다.

마탑주를 쟁취하고자 내기를 벌였다.

마나의 지배를 받는 마법사 베커 공작이 아닌 지구에서 온 신 장태산!

카르마 포인트를 이용해 화살을 만들었다.

파아아아아아아앗.

강렬한 은색 광채가 화살에 깃들었다.

찬란한 신성!

- 오빠가 진짜 시, 신이라니……. 모자라고 바보 같고 여자나 밝히는 저 쓰레기 오빠가…… 신이라니!!!

듣는 신 기분이 몹시 나쁘다.

- 멋있잖아요.

비비안……. 당신도 멋져.

흐뭇했다.

신도 누군가에게 인정을 받아야 활력이 솟는 법이다.

여러 신들이 도처에서 신도들의 기도발로 카르마 포인트를 벌어들이는 이치다.

지구 여러 신들은 자신을 따르는 추종자들을 열심히 교육시킨다.

무한의 자유를 허락하는 신은 많지 않다.

따르지 않으면 지옥에 간다고 겁을 주고 끊임없이 세뇌 교육시킨다.

모든 인간이 결국 신이라는 건 이제 비밀 축에도 들지 못하지만 여전히 믿지 않는 자들이 많다.

아이러니하게도 인간도 그들이 믿는 신과 같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자들은 또 무지한 자들 앞에서 자신이 살아있는 신이라고 선포한다.

광신도들이 바치는 재물과 포인트를 얻어 살아서나 죽어서나 신으로 군림한다.

그 대부분이 어둠의 카르마 포인트이다 보니 죽어서 신의 세계로 넘어가 악신이 된다.

그 덕에 현실에서도 사이비들이 도처에서 판을 치는 것이다.

죽어서도 악신과 손을 잡는 건 두말할 것도 없고, 살아 있는 교주들는 스스로 악마의 종이 되어 신도들의 귀에 대고 속삭인다.

당연히 정신이 심약한 이들은 금방 물들 수밖에 없다.

내가 처단했던 사이비 교단도 그런 곳들 중 하나였다.

- 이건 불공평해! 어떻게 저런 똥XXX가 신이야!!!

배덕한 알파닥 같으니라고.

신을 믿지 않는 불신 지옥이 너에게 임할 것이다.

- 이제 끝내세요. 정령왕을 비롯해 여러 존재들이 이곳을 지켜보고 있어요.

비비안이 슬쩍 정보를 알려왔다.

알고 있다.

지구에서는 신의 신분이지만 이곳에서는 아니었다.

아직 인정받지 못했다.

알파닥의 말처럼 이계에서 넘어온 잡스러운 존재일 뿐이다.

이곳에 존재하며 활동하는 신들뿐만 아니라 신에 근접한 강자들이 이질적 존재인 나를 인식했다.

상황을 길게 끌어서 좋을 게 없다.

깨달음이 고차원적이지 못한 신은 인간들처럼 질투한다.

“말도 안 돼! 네가 어찌…….”

데오드란이 벌벌 떨며 중얼거렸다.

마나의 맹세가 통하지 않는 신성한 화살.

활의 방향을 정확하게 잡고 데오드란을 향했다.

“덤벼라! 아무리 내가 신성을 사용할 수 있어도 광룡 샨트리아의 가죽은 두려워하지 않는다! 쏴라! 어서!!!”

데오드란이 발악하듯 소리를 질렀다.

자신이 소유한 것을 가장 강력한 힘이라 믿고 있었다.

“후훗.”

차가운 비웃음이 저절로 흘러나왔다.

매도 맞아봐야 그 맛을 아는 법.

끼리릭.

시위를 끝까지 당겼다.

파아아아앗!

빛이 더 강렬해졌다.

아마존의 여왕이 하사한 정령신의 활.

마나보다 카르마 포인트를 더 좋아했다.

티잉!

화살이 시위를 떠났다.

시원하게 날아가는 화살!

핏!

빛과 같은 속도로 순식간에 공간을 갈랐다.

그리고!

회귀의 전설 3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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