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265장. 고대 룬어 무기 (1,240/1,284)

1265장. 고대 룬어 무기

‘미친!’

데오드란은 서슴없이 튀어나오는 욕설을 겨우 삼켰다.

두근두근.

심장이 제멋대로 미친 듯이 뛰었다.

마탑주가 된 이후 지금 같은 충격과 공포를 느낀 적은 없었다.

베커 공작 놈이 최상급 물의 정령을 소환했을 때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자신을 상대할 수 있는 수준으로 최소한의 자격이 주어지는 자는 동급 서클 마법사나 최상급 정령 정도 되어야 했다.

냉정하게 말해 베커 공작과 나머지는 피라미에 불과했다.

예기치 못한 놀라운 현상이었지만 마음만 먹으면 상대하는 일은 어렵지 않았다.

알고 있는 마법과 몸에 두른 최고급 마법 아이템들은 충분히 제 몫을 해 줄 것이다.

다만 귀찮은 일이었다.

되지도 않은 일에 힘 쏟고 땀 빼는 일은 체질에 맞지 않았다.

게다가 다소 위험이 따르기도 했다.

상황을 빠르게 정리할 방법으로 여황제를 기습 공격해 포로로 잡은 것이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무난하게 승승장구할 수 있었던 이유가 다 이런 민첩함에 있었다.

최대한 몸을 보호하면서 결정적인 순간 주어진 기회를 놓치지 않고 잡은 결과였다.

기회와 능력, 그리고 운빨이 합쳐져 오늘의 마탑주를 있게 한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사정은 달랐다.

생전 처음 보는 무기 정령활이 등장했다.

마탑주도 해석 불가능한 문자와 기호가 각인되어 있다.

물론 신성한 성력도 감돌았다.

마탑주도 진정 처음 보는 엄청난 무기.

시력을 돋워 집중해 활을 더 면밀하게 살폈다.

그리고!

‘……고대 룬어다! 분명해. 저건 사라졌던 고대 룬어야!’

기억이 났다.

옛 상고시대에 사용되었다는 고대 룬어가 확실했다.

지금보다 더 강력한 마나 응집력과 발현력을 갖고 있다고 했다.

인간도 어렵지 않게 9서클에 올랐고 당당히 드래곤이나 마족을 상대할 수 있었다는 그 시절.

고대 룬어를 통해 신이 된 이들도 많았다고 비밀 역사서는 말했다.

그러나 어느 날 갑자기 사라졌다고 했다.

무기에 관한 비밀스러운 내용은 은밀하게 보관된 마탑주 개인전용 서가에 꽂혀 있었다.

사라진 이유는 아무도 몰랐다.

신들의 전쟁 중에 고대 룬어를 사용하던 자들 대부분이 타 차원으로 쫓겨났다는 설만 남아 있을 뿐이다.

그런 역사를 갖고 있는 무기가 눈앞에 나타난 것이다.

그것도 고대 룬어가 또렷하게 각인된 채 말이다.

강력한 보호마법을 펼치고도 데오드란 탑주는 안심을 하지 못했다.

‘그대로 해 볼만해! 아무리 고대 룬어가 각인된 마법활이라고 해도 서클 차이는 무시할 수 없어!’

7서클과 8서클은 단순히 한 서클 차이만 보이는 게 아니다.

저서클 마법사는 운이 따라준다면 차이를 극복할 수도 있지만 고서클은 달랐다.

1서클은 호수와 웅덩이 정도로 담겨 있는 마나량이 달랐다.

7서클 마법사는 제법 수가 되어도 8서클 마법사는 대륙에도 손에 꼽을 정도로 극소수다.

쇄애애애앳.

그사이 날아오는 화살!

‘와라!’

데오드란은 이를 악물고 화살을 똑바로 노려봤다.

매우 빠른 속도로 날아오고 있었지만 대마도사의 동체시력은 일반인과 달랐다.

화살이 날아오는 방향을 향해 마나를 더 응집시켰다.

조밀하고 탄탄한 8서클 마나가 벽을 만들어 냈다.

미스릴보다 더 단단하다고 자부하는 절대 방어 마법.

당연히 이 벽을 부술 수 있는 마법은 9서클 언령 마법밖에 없었다.

“…….”

지켜보는 이들도 숨죽였다.

순식간에 결정된 결투와 공격.

모두의 시선을 받으며 화살이 방어막에 부딪혀갔다.

그리고.

턱!

화살이 실드에 박혔다.

‘그럼 그렇지! 흐흐흐.’

유형화된 마나에 의해 형성된 화살은 겨우 촉만 방어막에 박히는 정도에서 멈췄다.

그것만으로 대단했지만 완벽하지는 못했다.

밀첩된 방어막의 두께는 어른 몸통보다 두꺼웠다.

그걸 뚫지 못하면 소용이 없었다.

“이게 끝이더냐? 다음 공격도 어서 날려…….”

그때.

그그그그그그그극.

쇠가 뚫리는 소음이 발생했다.

데오드란은 말을 하다 말고 멈췄다.

실드에 박힌 화살이 사라지지 않고 여전히 형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리고 활대에 각인된 고대 룬어들이 빛을 발했다.

동시에 박혀 있던 촉이 맹렬히 회전하며 실드를 뚫기 시작했다.

“허억……!”

심장이 튀어나올 만큼 큰 충격을 받은 데오드란이 비명을 토했다.

듣도 보도 못한 괴사였다.

화살이 실드를 뚫고 심장 쪽으로 다가왔다.

‘안 돼!!!’

데오드란은 속으로 비명에 가까운 말을 곱씹으며 재차 마나를 불어넣었다.

그가가가가가각.

화살과 마나의 대결.

푸스스스스스스.

순간 화살이 회전을 멈췄다.

촉은 물론 화대까지 빨갛게 달아올라 있었다.

화살이 박힌 실드 주변도 마찬가지로 붉은빛을 띠며 엄청난 열을 발산했다.

그나마 다행스럽게 화살이 멈췄다.

꿀꺽.

데오드란은 숨을 가다듬으며 마른침을 삼켰다.

화살이 심장 한 뼘 앞에서 멈췄다.

팟!

순간 제힘을 다 쏟아낸 듯 마법 화살이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으으으으.”

데오드란은 들릴 듯 말 듯한 신음을 흘렸다.

“몸풀기는 끝났고. 두 번째 갑니다!”

한마디 할 기회도 주지 않고 다시 팽팽하게 활을 당기는 베커 공작.

파아아아앗.

또다시 화살이 생성됐다.

조금 전 사라졌던 화살보다 두 배는 더 커 보이는 화살.

‘이 미친!!!’

데오드란의 안색이 조금 전보다 더 하얗게 변했다.

***

- 저……걸 꿰뚫어? 8서클 절대 방어 마법진을?

알파닥이 놀라며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나도 모른다.

다만 화살 성능이 예상보다 강력하다는 사실에 만족스럽다.

첫 화살은 맛보기로 날렸다.

마나를 담았지만 80% 정도만 채웠다.

놈이 어떻게 나오는지 반응을 먼저 보고 싶었다.

그 결과는 대만족이다.

- 그런데 저 글자들은……. 언니 혹시 알아요?

알파닥이 비비안에게 물었다.

- 저도 처음 보는……. 아! 본 적 있어요!

비비안이 뭔가 기억난 듯 아는 체했다.

- 봤어요? 어디서요? 정령계 언어인가요?

알파닥이 다급하게 채근했다.

전투의 승패보다 자신의 호기심 채우기에 바빴다.

- 지구에서 옛 마녀들이 사용하던 룬어와 닮았어요.

옛 마녀들의 룬어?

비비안이 하는 말은 나도 처음 듣는 소리다.

아마존 여왕이 하사한 무기이니 지구 물건은 맞다.

그러나 역사서에도 기록되어 있지 않은 문자다.

언어학자 반스데일 신선 기억에도 없었다.

- 그래요? 나도 어디서 본 것 같은데……. 아!

기억을 더듬던 알파닥이 갑자기 탄성을 터트렸다.

뭔가 깨달은 듯 크게 놀라워했다.

- 고대 룬어! 잊혀진 신들의 전쟁 때 사용됐던 룬어!!! 맞아 저건 고대 룬어야!

고대 룬어?

이번에는 내가 궁금해진다.

아마존 여왕과 이곳에서 사용됐다는 고대 룬어.

뭔가 알 것 같으면서도 명확하게 고리가 이어지지 않았다.

- 고대 룬어……. 들은 것 같기도 해요. 왕께서 얼핏 고대 신들의 전쟁 시대 때 다른 룬어가 사용됐다고 했었어요.

비비안도 애써 기억을 더듬고 있었다.

- 맞네 고대 룬어! 

알파닥이 확신에 찬 듯한 말을 내뱉었다.

- 오빠 신. 어디서 났어? 그 정령 무기 누가 줬어?

놈이 빠지고 신이 붙었다.

알파닥이 본격적으로 무기의 출처를 물었다.

알파닥!

- 왜? 내가 모르는 아는 언니가 줬어? 둘이 무슨 사이야? 이 정도면 신혼 예단급인데…….

좀 닥쳐!

나 지금 전투 중이잖아!

화살을 겨누고 있는 중에도 끊임없이 들려오는 말들에 정신이 산란했다.

아마존 여왕과는 알파닥이 말하는 그런 사이가 전혀 아니다.

- 빨리 잡아버려! 저 자식 잡으면 레벨업 금방이야!

알파닥이 응원 아닌 응원을 했다.

8서클 마탑주가 귀찮게 하는 파리로 보이는 모양이다.

파아아앗!

그사이 한 차례 크게 놀란 마탑주가 실드에 마나를 더 집중하고 있었다.

그냥 봐도 밝기가 달라졌다.

놈도 깜짝 놀라 최선을 다하는 게 보였다.

- 집중해요. 왕께서 말하셨어요. 고대 마법은 마나의 양보다 의식의 힘이 더 중요하다고 말이에요.

비비안이 중요한 팁을 알려줬다.

화살에 정신을 집중했다.

파아아아앗!

비비안의 말처럼 화살에 뿜어져 나오는 빛이 달라졌다.

한 번 더 코팅된 것 같은 느낌이다.

씨익.

입가에 만족스럽게 번지는 두 번째 미소.

“둘이요!”

구령을 외쳤다.

피이잉!

거의 동시에 화살이 시위를 떠났다.

쇄애애애앳.

첫 번째 화살보다 훨씬 빠르게 날아가는 화살.

콰아아앙!

눈 깜짝할 사이에 실드와 부딪치며 굉음을 냈다.

빠가가가가가각.

실드에 박힌 화살은 엄청난 속도로 회전하며 거침없이 파고들었다.

짜릿함이 온몸에 전해졌다.

저 상태라면 실드가 맥없이 부서질 게 확실했다.

빠각!

화살은 예상했던 대로 실드를 부셨다.

그리고 예정되어 있었던 듯 마탑주의 몸에 박히는…….

깡!

응??? 깡???

회귀의 전설 3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