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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58장. 마탑주 (1,233/1,284)

1258장. 마탑주

콰아아아아아아앙! 콰과과광!

상당히 큰 폭발음이 터졌다.

“아끼지 말고 마법을 퍼부어라!”

“라이트닝 스톰!”

“파이어 레인!”

“아이스 스피어!!!”

빠지지지지직.

화르르르르르르르르르.

빠가가가가각!

갈기오 마탑의 방어 마법진이 연달아 빛을 뿜어냈다.

마탑과 한몸처럼 작용하는 마법진은 쏟아지는 마법 공격에 몸살을 앓았다.

강력한 전격과 화염, 얼음 계열 마법들이 난사됐다.

이 정도 대규모 공격은 마법진이 완성된 이후 처음 있는 일이었다.

도대체 어느 누가 8서클 마탑주가 버젓이 버티고 있는 마탑을 공격하겠는가.

그러나 오늘은 사정이 달랐다.

이동 마법진을 이용해 나타난 라든 마탑의 마법사들은 사정을 두지 않았다.

마법 지팡이를 들고 있는 힘껏 마법을 뽐냈다.

“이 미친놈들이!”

당하는 입장에서는 펄쩍 뛸 노릇이었다.

왕국 연합군에 핵심 마법사들을 뽑아 지원 보냈다.

대다수 실력 있는 장로들도 참가했다.

그 빈틈을 노리고 공격을 감행해 온 라든 마탑.

갈기오 마탑의 탑주 발몬으로서는 이를 갈 일이었다.

“하하하하하하하. 속 시원하다!”

자르반 탑주가 당황하는 발몬을 보며 광소를 터트렸다.

지축이 흔들리고 마탑의 방어 마법진이 울부짖을 때마다 쾌감을 느꼈다.

대륙 삼대 마탑들 중 가장 능력이 처진다고 평가받아오던 라든 마탑.

이해관계에 따라 입장을 달리하는 다른 마탑들과 다르게 진정 마법을 사랑하는 이들만 모였다.

자르반 탑주을 선두로 상당수 괴짜 마법사들이었다.

갈기오나 사르칸 마탑에 비해 수는 적었지만 진짜 마법에 미친 자들이라 할 수 있다.

그들이 일제히 광기를 부리며 마법을 난사했다.

“멈춰! 멈추라고!”

발몬은 마탑의 방어 마법진이 흔들리는 것을 보고 고함을 질렀다.

이제는 진정 나서야 할 때였다.

더 이상 물러났다가는 마탑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었다.

“얘들아. 잠시 멈추거라.”

“…….”

자르반 탑주의 한마디에 거짓말처럼 마법 공격이 멈췄다.

마탑계의 대표적인 이단아인 자르반 탑주.

성격이 지랄 같았기에 공식적으로 감히 대적하는 자가 없었다.

특이점은 그가 화염계 마법에 강하다는 것이다.

오죽하면 8서클도 용암 동굴에서 각성했다고 알려져 있었다.

화르르르르.

자르반 마탑주의 주변으로 붉은 기운이 연신 풍겨 나왔다.

지옥 화염의 주인이라고 해도 믿을 만한 모습이었다.

‘저 미친놈을 어이할꼬!’

30대 외모와 달리 100세가 훌쩍 넘은 발몬 탑주의 심정은 미칠 지경이었다.

얼굴에 급격히 늘어난 주름이 눈에 띄었다.

심기가 상하자 평온했던 마나가 꼬인 것이다.

상대는 말이 통하지 않는 자다.

나타나자마자 대뜸 마법부터 난사한 자르반 탑주가 찢어 죽이고 싶을 정도로 미웠다.

그러나 지금 상태로는 어떻게 할 수가 없다.

8서클 마법사들이 서로 이기겠다고 싸우면 결국 마탑도 위험해진다.

과거부터 암묵적인 규칙이 존재해 왔다.

8서클에 오르면 같은 서클 마법사들과는 손을 쓰지 않기로 말이다.

인간이지만 인간이 아닌 경지가 바로 8서클이다.

엘프들도 하이 엘프급이나 8서클에 오른다.

드래곤을 제외하고 이 지상에서 가장 강력한 존재라고 할 수 있다.

지금도 서로를 죽일 듯 쳐다봤지만 직접적인 마법은 사용하지 않고 있다.

7서클 장로들과 그 휘하 마법사들만 신나게 마법을 사용하고 있는 상황이다.

갈기오 마탑의 마법사들은 방어 마법진 밖으로 나가지 못했다.

수도 부족했고 마법에 미쳐 사는 라든 마탑의 마법사들이 무섭기도 했다.

“발몬 탑주.”

자르반 탑주가 발몬을 다정한 음성으로 불렀다.

“왜 그러시오!”

말이 곱게 나가지 않았다.

금기를 깨고 한판 뜰 생각도 품고 있었다.

“적당히 합시다.”

‘적당히? 지금 자기 입으로 할 말이야?’

어이가 없는 발몬.

“다짜고짜 나타나 마탑을 공격해 놓고 적당히? 자르반 탑주 지금 제정신이오?”

다른 놈 같았다면 쌍욕을 퍼부어도 부족할 판이었다.

“다 그럴 만한 사정이 있소이다.”

“말도 안 되는 소리…….”

“난 제국 편에 붙었소.”

“!!!”

헛소리로 치부하려던 발몬 탑주의 입이 쑥 들어갔다.

다소 충격적 고백이다.

“그, 그게 무슨 말이오! 라든 마탑은 지금껏 중립적인 위치에서…….”

“내 맘이오.”

“…….”

그의 대답은 발몬이 말문을 막아버렸다.

마탑을 다스리는 탑주의 뜻과 명령은 지엄했다.

휘하에 있는 인물들이 8서클에 오르기 전까지는 누구도 거역하지 못했다.

“이제 슬슬 끝날 시간 같은데 오늘은 이쯤에서 마무리합시다. 나도 명분을 충분히 쌓았으니 물러나겠소.”

올 때도 마음대로 밀어닥치더니 갈 때도 같은 태도다.

“자르반 탑주 진정 제정신이오? 다 망해가는 제국 편에 섰다는 걸 다른 왕국들이 알면 어떻게 하려고 그러시오?”

발몬은 진심으로 걱정돼서 물었다.

마탑의 힘은 무시 못 할 정도로 강력했지만 결국 대륙이라는 사회 구조의 일부분에 속할 뿐이었다.

왕국들이 연합해 타격을 주기로 마음먹으면 독립적으로 운영하기 힘들었다.

마탑에 온갖 것을 제공하는 각 상단이 왕국들 눈치를 볼 것이다.

각 왕국 영토에서 활동하는 마탑 소속 마법사들도 불이익을 받을 건 당연했다.

“반대는 생각해 봤소?”

“그게 무슨…….”

“제국이 부흥해 옛 힘을 되찾는다면 누가 가장 이득일 것 같소이까?”

그렇게 된다면 당연히 제국 편에 선 라든 마탑이 될 것이다.

문제는 그럴 가능성이 전혀 없어 보인다는 게 현실이다.

“누가 제국을 다시 일으킨단 말이오. 지금쯤이면 팰트론 왕성은 무너져 피바다가 되었을 것이오.”

“크크크. 누구 마음대로 말이오?”

자르반 탑주가 악랄한 웃음을 날렸다.

“당연한 일 아니오. 마탑의 마법사들과 왕국 연합군의 전력이라면 과거 제국도 버티기 힘들 정도요. 어느 누가 그 전력에 대항해 막을 수 있단 말이오.”

“베커 장.”

“!!!”

자르반 탑주의 입에서 흘러나온 이름 하나에 발몬 공작은 기겁하며 놀랐다.

이미 사라졌다고 전해지는 놈의 이름이 언급됐다.

“놈은 사라지지 않았소이까?”

“아니오.”

“그렇다면…….”

“알면서 뭘 물어보시오. 팰트론 왕성에서 마법사들을 조지고 있을 것이오.”

“말도 안 되는 소리! 아무리 놈이 강해도 7서클 마법사들만 해도 한둘이 아니오. 거기에 같이 참전한 마법사들이 수백 명이 넘소. 나라도 막아내기 힘든데 그놈이 무슨 수로…….”

“놈을 본 적이 있소?”

“…….”

“난 봤소. 그리고 확실히 깨달았소. 세상에 나보다 더 또라이 같은 놈이 있구나.”

자르반 탑주의 입에서 진심이 담긴 말들이 흘러나왔다.

‘저 미친놈이 인정할 정도라면……. 끙.’

발몬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지금쯤이면 마탑의 마법사들 상당수가……. 쯧쯧.”

자르반 탑주가 혀를 찼다.

말에 담긴 의미를 짐작하기에 충분했다.

불상사가 일어났다는 뜻이었다.

“말도 안 되오!”

“지금 직접 확인해 보시오.”

자르반 탑주가 여유를 부렸다.

“개방!”

즉시 아공간을 여는 발몬 탑주.

스윽.

공간에서 장거리 마법통신구를 꺼냈다.

무척 비싼 마력석을 사용한 덕에 이용 거리가 상당했다.

마탑에서도 한 쌍밖에 없는 물건이었다.

“앙주앙 장로 대답하라.”

마나를 불어넣자마자 통신구를 가동했다.

- …….

대답 없는 통신구.

“앙주앙 장로! 어서 대답하라. 나 탑주다! 속히 답하라!”

발몬의 목소리가 점점 커졌다.

그러나 통신구는 전혀 반응하지 않았다.

“쯧쯧. 갔네 갔어.”

상황을 지켜보던 자르반 탑주가 혀를 찼다.

“닥치시오! 누가 감히 갈기오 마탑 장로를 해칠 수 있단 말이오!”

“몰라서 묻소? 그 구역 미친놈이 가만 놔뒀을 것 같소이까?”

친절한 자르반 탑주의 반문에 발몬 탑주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앙주앙 장로가 당했다면 나머지 마탑 마법사들도 위험하기는 마찬가지.

미래 마탑을 짊어질 핵심 인재들이 사라지면 갈기오 마탑은 100년 정도를 암흑기로 보내게 될 것이다.

“나처럼 조직이 아니라 사람을 보고 투자를 했어야지……. 흐흐.”

자르반 탑주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염장을 질렀다.

“이이이!”

이를 바득바득 가는 발몬 탑주.

“그럼 쉬는 시간 끝났으니 2차전 갑시다.”

“방금 그만하자고…….”

“누가? 내가 말이오?”

시치미를 뚝 떼는 자르반 탑주.

뻔뻔하기가 하늘을 찔렀다.

“얘들아”

“넵! 탑주님!”

“마나 찼으면 2차전 가자! 공격 시작!”

그리고 이어지는 공격 명령.

“야! 이 개XXX! 니가 그러고도 탑주냐! 이 쌩 양XXX!”

화가 머리끝까지 치솟은 발몬 탑주는 뚜껑이 열렸다.

“그럼 한 판 떠보시든가!”

막 나가는 자르반 탑주.

비웃음을 빙자한 승리자의 미소가 그의 입가에서 떠나지 않았다.

***

“!!!”

공간이 일렁였다.

처음 보는 장면이다.

엄청난 마나 파장이 요동쳤다.

그리고.

파아앗!

빛이 터졌다.

순간 눈이 부셔 고개를 돌리고 눈을 감았다.

이내 잠잠해진 빛.

다시 눈을 떴다.

- 오오! 멋진데?

알파닥이 감탄사를 터트렸다.

시선은 원래 상태로 돌아왔다.

그리고 빛이 터졌던 곳을 확인했다.

한 남자가 서 있었다.

새하얀 수염을 바람에 휘날리며 그보다 더 새하얀 마법사 로브를 착용하고 서 있는 신선 같은 할배.

천천히 사방을 훑었다.

그리고 바닥에 떨어져 피떡이 된 마법사들을 보며 인상을 구겼다.

다시 고개를 든 할배가 나를 봤다.

찌릿.

순간 정신이 섬뜩해졌다.

보는 것만으로도 심장이 아파왔다.

그만큼 강자다.

그것도 내가 어떻게 해볼 엄두도 낼 수 없는 엄청난 존재.

“타, 탑주님!”

허공에 떠 있던 마법사들 중 한 명이 할배를 보며 탑주라 호칭했다.

- 흐흐흐. 이거 어떡하나. 끝판왕이 납시었네.

알파닥이 상황 돌아가는 것을 보며 음흉하게 웃는다.

자동으로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생각지도 못한 8서클 마법사의 등장이었다.

이런 속세의 일에는 나서지 않는 마탑의 탑주가 전장에 직접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네놈 짓이더냐?”

회귀의 전설 3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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