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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57장. 쥐덫(2) (1,232/1,284)

1257장. 쥐덫(2)

우르르르릉!

거대한 진동이 왕성 가득 울렸다.

상공을 에워싸고 백성들을 뒤덮어 보호하던 마법진의 빛깔이 변했다.

“헛!”

“이건…….”

출정 준비를 마친 아린 황제의 뒤를 따르던 소규모 귀족과 기사들이 그 광경을 보고 깜짝 놀랐다.

방어 마법진이 더 이상 손쓸 수 없는 지경으로 파괴되었다고 착각했다.

“기회가 왔어요!”

하지만 아린 황제의 목소리는 더욱 힘이 들어갔다.

“기회라 하심은…….”

모두 기이한 현상에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아린 황제를 따르기로 마음먹은 순간 모두 죽기를 각오한 터였다.

연합군에 함락되면 더 치욕스럽게 죽임당할 것이다.

죽기 전에 최선을 다해 전투에 임하기로 마음먹었다.

역사의 한 페이지에 기록될 크로얀 제국 부흥군의 일원으로서의 마지막 모습이기를 바랐다.

황제와 함께하다 죽는다면 크게 나쁘지 않을 것이었다.

상황이 악화된 게 분명함에도 아린 황제는 변함없이 전의를 불태웠다.

“저기를 보세요.”

아린 황제가 손으로 상공을 가리켰다.

상공에 수백 명의 마법사들이 무리 지어 떠 있었다.

저렇듯 공중에 떠서 마법을 시현할 수 있을 만큼 강한 자들이었다.

평소에는 보기 힘든 마탑과 각 왕국의 고위 마법사들이다.

그들은 베커 장 공작과 대치 중이었다.

그런데 그 순간.

파아아아아아앗!

강력한 푸른빛이 사방으로 부챗살처럼 넓게 퍼졌다.

“헙!”

“윽!”

강력한 빛에 모두가 신음을 흘리며 두 눈을 질끈 감았다.

도저히 눈을 뜨고 쳐다볼 수 없을 정도로 빛이 강렬했다.

아린 황제만이 똑바로 눈을 뜨고 모든 걸 지켜봤다.

본인이 직접 전해준 팰트론 왕성 방어 마법진의 비밀.

‘결전이야!’

아린은 입술을 잘근 깨물었다.

이중 마법진은 제국에 위협될 수 있는 혹시 모를 요소를 제거하기 위해 설치한 마법이다.

마법진 근간에 교묘하게 설치되어 있어 지금껏 누구도 알아채지 못했다.

그리고 오늘에야 제대로 그 위력을 발휘했다.

8서클 방어 마법진에 각인된 이중 마법진.

방어 역할만 하던 힘을 모조리 뱉어내며 하늘을 온통 뒤덮었다.

“어!”

“으아아아아아!”

하늘에 떠서 실력을 뽐내던 마법사들의 입에서 단말마 비명이 터졌다.

쇄애애애애앳.

비명이 멈추는 동시에 마법사들은 묵직한 우박처럼 지상을 향해 여지없이 추락했다.

“프, 플라이!!!”

“그레비티!!!”

“으아아아아아아아!”

몸뚱이가 통제되지 않자 마법사들이 다급하게 마법을 펼쳤다.

그러나 마법은 뜻대로 실현되지 않았다.

무려 8서클 마법의 발현이었다.

수백 명이 합심해 공격하던 마법을 온전히 견뎌내던 방어 마법진이 분노한 듯했다.

거침없이 마법사들을 지상으로 끌어내렸다.

“사, 살려줘!!!”

“크아아악!”

능력을 자랑하기 위해 고공에 떠 있던 마법사들은 반대로 살려달라고 비명을 질렀다.

어느 누구도 그에 대꾸하지 못했다.

지상에서 이를 지켜보던 기사들도 입만 떡 벌리고 쳐다봤다.

다만.

“이, 이게 무슨!”

7서클 마법사들만 겨우 힘겹게 버텨내는 수준이었다.

방어 마법진의 마나가 약해져 있어 그들까지 끌어내지 못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결과는 처참했다.

“실드!!!”

마지막까지 미련을 못 버린 마법사들이 온 힘을 짜내 실드 마법을 펼쳤다.

퍼어어억! 퍽!

부질없는 행동이었다.

높은 상공에서 날개 없이 추락한 인간의 몸뚱이는 그저 하나의 살덩이에 불과했다.

종국에는 짧은 비명도 없었다.

지상에 추락하는 순간 그대로 박살난 수백 명의 마법사들.

실드 마법과 함께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만큼 산산이 부서졌다.

“…….”

짧은 순간 하늘은 깨끗해졌다.

더러 팔다리가 부러지고 목이 꺾인 시체들만이 간간이 눈에 띄는 정도로 널려있었다.

까아악 까아악.

피 냄새를 맡고 귀신같이 까마귀 떼가 나타났다.

“으으으으…….”

“마, 마법사들이!”

연합군을 이끌고 나타난 고위 귀족들은 눈앞에서 벌어지는 참담한 광경에 몸을 덜덜 떨었다.

마탑까지 투입된 엄청난 전력이었다.

내로라하는 왕국들도 반나절 정도밖에 버티기 힘들 만큼의 엄청난 무력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그때.

그그그그극.

사방 성문이 열렸다.

그리고.

“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한꺼번에 쏟아져 나오는 기사와 병사들.

귀를 찢을 듯한 함성을 지르며 연합군 귀족과 기사들을 향해 돌격해왔다.

“저저 미친놈들이!”

“마법진을 가동하라!”

“8서클 마법의 영향으로 마법진이 손상됐습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한단 말인가!”

삽시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술을 마시며 승전보를 기다리던 귀족들에게는 날벼락이나 다름없었다.

이동 마법진이 손상됐다.

남은 방법은 단 하나.

“퇴각하라! 퇴각해!”

퇴각 명령을 내렸지만 그것도 여의치 않았다.

이동 수단인 말까지 이동 마법진을 사용할 수 없었다.

승리를 확신한 나머지 귀족들과 기사들만 이동했다.

게다가 모두 다 갑옷을 착용했다.

쉽게 몸이 움직일 수 없을 정도로 무거웠다.

평소에는 마법 갑옷을 입고도 말을 타고 이동하던 이들이었다.

당장 두 다리로 뛰어서 도망치는 방법에 익숙하지 않았다.

두두두두두두두두.

그사이 성에서 쏟아져 나온 말을 탄 기사들이 눈앞까지 돌진해왔다.

“막아! 막으라고!”

누군가 비명에 가까운 명령을 내렸다.

“으아아아아!”

“도망쳐!!!”

군율이 와르르 무너진 상태다.

각 왕국과 고위 귀족들, 그리고 기사들이 중구난방으로 섞여 있어 더 이상 통제하기 어려웠다.

명령권자를 찾기도 힘들었다.

지축을 울리는 말발굽 소리와 마법사들의 처참한 시체들 사이에서 연합군 기사들은 패닉에 빠졌다.

철컹! 철퍽.

급기야 갑옷과 무기까지 내던지고 도망치는 무리들도 있었다.

이곳이 제국 부흥군의 영토라는 사실도 잊어버렸다.

어느 곳으로 도망쳐야 하는지 방향도 몰랐다.

그저 기마병들이 달려오는 방향의 반대 방향으로 무작정 내달렸다.

와장창창아.

조금 전까지 귀족들이 먹고 마시고 즐기던 막사가 무너져 내렸다.

“항복하라! 그러면 목숨만은 살려주겠다!”

제국 부흥군 무리에서 한 기사의 외침이 울렸다.

“살려주십시오!”

“투항하겠습니다!!!”

그 한마디 외침에 기사들 다수가 곧바로 고개를 땅에 처박았다.

자존심이고 나발이고 필요 없었다.

높은 하늘에서 날개 없이 추락해 피떡이 되는 마법사들을 봤다.

그 상황에 온전히 정신을 유지할 만한 기사들은 몇 되지 않았다.

“추격하라! 반항하는 자는 모조리 참살하라!”

연이어 떨어지는 명령.

“모조리 잡아라!”

“크로얀 제국 만세!!!”

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

함성을 내지르며 신나게 말을 몰아 추격하는 제국 기사들.

조금 전까지 성에 숨어 죽음을 기다리던 무기력한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단숨에 역전된 전세.

힘차게 말고삐를 쥐고 도망치는 연합군 무리를 향해 돌진했다.

***

- 뭐야? 이렇게 쉬웠어?

쉬워?

화장실 들어갈 때와 나올 때는 엄연히 다른 법이다.

마족들에게 욕을 퍼붓던 마법사가 곤죽이 됐다.

분노의 대상이 너무 쉽게 소멸하자 알파닥이 본전이 아쉬운지 욕심을 드러냈다.

그래서? 취소하겠다고?

- 아니 그렇다는 거지…….

알파닥이 말꼬리를 흐린다.

알파닥도 한 성격한다.

마신을 모시는 종답게 화가 나면 물불 안 가리는 성격이다.

“네……놈은 누구냐!”

건더기가 떠 있던 하늘은 깨끗하게 청소됐다.

오만하게 마법 자랑질하던 쓰레기들은 대부분 지상에 내리꽂히는 순간 세상을 하직했다.

보기에 심히 좋지 않았지만 마음에 동요는 일어나지 않았다.

제국군 방어막이 무너졌다면 성안의 기사와 귀족들, 그리고 아린이 저 꼴로 죽임당했을 것이다.

특히 전장에서 어설픈 자비는 만용일 뿐이다.

사람은 원래 고쳐 쓰는 게 아니라고들 말한다.

이곳에서도 그 진리가 통했다.

“몰라서 묻는 거야? 아니면 너무 놀라 바보가 됐나?”

냉혈한으로 보이겠지만 입가에 비웃음이 절로 피어났다.

“마족이 확실하구나! 어떻게 나이도 어린놈이 8서클 마법을 펼칠 수 있단 말인가!”

어찌어찌 힘겹게 허공에 버티고 있던 일곱 명의 마법사들.

그들 모두 다 7서클 마법사였다.

각 마탑과 왕국에서 파견한 정예 마법사들이다.

이중 방어 마법진이 손상되지 않고 마나가 풍성했다면 저들도 지금쯤 지옥행 특급 열차의 승객이 됐을 것이다.

- 저 새끼들은 심심하면 마족이래! 이 덜떨어진 타 차원 문제아가 감히 마족으로 불리다니! 저 새끼 눈깔 파버려!

알파닥이 또 흥분한다.

그럼 부속 계약 하나 더 추가?

- ……양아치 장사꾼 같은 놈.

알파닥이 대번에 입을 다문다.

“나이 어린놈에게 뒤통수 맞아보니 기분이 어때?”

스윽.

말과 함께 아공간에 손을 집어넣었다.

마력활을 꺼냈다.

“!!!”

지켜보던 마법사들이 잔뜩 긴장했다.

8서클 마법진에 대응하기 위해 보유한 마나를 대부분 소진했을 것이다.

내 눈에는 허공에 떠 있는 과녁판들로 보였다.

그들은 하나같이 벌벌 떨었다.

“얌전히 항복하겠나? 아니면…….”

끼릭.

활을 한껏 당겼다.

파아아앗.

마나로 이뤄진 화살촉이 밝게 빛났다.

거리는 200미터쯤 됐지만 사거리는 아무 상관 없었다.

마나로 조종되는 화살은 웬만한 저격총 사거리쯤 된다.

“감히 천둥벌거숭이 같은 놈이 알량한 재주로…….”

쉬익! 팅!

헛소리를 지껄이는 마법사를 겨냥해 냉큼 화살을 날렸다.

“시, 실드!”

놀란 마법사가 다급히 마법을 펼쳤다.

파가가가가강.

7서클 마법사가 펼친 실드 마법답게 한 번에 파괴되지 않았다.

하지만.

끼릭! 핑! 끼릭 핑! 끼릭 핑!

연달아 화살을 발사했다.

“!!!”

크게 당황한 마법사.

그리고.

파강!

마법이 깨졌다.

퍽! 퍼버벅!

연이어 쏜 화살 몇 발이 앞통수부터 시작해 온몸에 고루 꽂혔다.

쇄애애애애앳.

이어 지상으로 추락하는 어느 7서클 마법사.

“으으으.”

남아 있던 마법사들이 두려움에 신음을 흘렸다.

그들을 쳐다보며 담백하게 웃었다.

“항복 아니면.”

끼리릭.

매사 말보다 행동이 먼저다.

다시 화살촉이 생성됐다.

그때.

위이이이이이.

마법사들이 떠 있는 공간 상층부가 갑자기 무섭게 일렁였다.

- 어라? 이 파장은!!!

회귀의 전설 3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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