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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54장. 쥐 잡는 날(2) (1,229/1,284)

1254장. 쥐 잡는 날(2)

“!!!”

“아!”

짧은 비명이 터졌다.

조금 전까지 의기양양하던 하루하틴의 이마에 창이 정확하게 박혀들었다.

그 힘이 얼마나 강력했는지 두개골을 뚫고 통과한 창날이 벽에 깊게 박혔다.

피하거나 저항할 틈도 없었다.

파르르르르.

창대에 꼬치구이처럼 꿰뚫린 하루하틴의 몸뚱이가 떨리는 창과 함께 흔들렸다.

벽에 꽂힌 채 매달려 있는 기괴한 시체.

“으으으으.”

그 광경에 신음은 뒤늦게야 흘러나왔다.

마법사들의 눈동자에 처음으로 공포가 깃들었다.

저벅저벅.

황제를 호위하는 근위기사단들 쪽에서 누군가 걸어 나왔다.

손에는 검을 들고 있었다.

누가 봐도 당당한 모습이다.

“머, 멈춰라!”

앙주앙이 몹시 떨리는 목소리로 외쳤다.

‘강한 놈이다!’

한 걸음 다가온 자의 몸에서 강력한 마나가 풍겨 나왔다.

그리고 진득한 살기도 한몫했다.

꿀꺽.

앙주앙은 밀려드는 공포에 마른침을 삼켰다.

7서클에 오르는 동안 수많은 위험을 겪어온 그였다.

마력석을 얻기 위해 깊은 산맥에서 마수들과 싸워가며 물품을 채집했다.

성장을 거듭하는 그를 시기하는 동료들과 정면 대결도 벌였다.

그때마다 그는 목숨을 걸었다.

그러나 그 많은 시련을 돌파해 오면서도 오늘 같은 두려움은 처음 느꼈다.

남자가 다가오는 것만으로도 몸이 굳을 지경이었다.

“베커…… 장 공작!”

마법사들 중 누군가 외마디 비명처럼 소리쳤다.

‘저놈이 황실수호공작!’

이동 마법진을 이용해 침투할 때까지만 해도 실종 상태였던 놈이 버젓이 눈앞에 나타났다.

‘설마 모든 게 계획적이었단 말인가!’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일망타진하기 위해 실종 상태로 위장했다는 생각이 퍼뜩 들었다.

‘그건 아니야. 제아무리 놈이 강하다 해도 이 전력을 혼자 상대할 수는 없어.’

갈기오 마탑 장로들 중에서도 저놈에게 당한 이들이 몇몇 있었다.

마탑에서도 눈여겨보는 위험 순위 1위가 황실수호공작 베커 장이다.

“쥐새끼들이 많이도 몰려왔군.”

베커 공작이 앙주앙을 비롯해 침입자들을 쳐다보며 쥐새끼들이라 말했다.

“닥쳐!”

성격 급한 앙주앙이 버럭 화를 냈다.

7서클에 오른 이후 이렇게 상스러운 말로 천한 취급받는 건 처음이었다.

성격이 오만한 그는 자신 앞에서 잘난 척하는 놈은 절대로 가만두지 않았다.

“이름이 뭔가?”

베커 공작이 앙주앙에게 물었다.

질문하는 상대의 눈빛과 태도가 재수없었다.

황제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베커 장 공작.

“갈기오의 앙주앙 장로다!”

답을 하면서도 앙주앙은 몸에 이중 방어 주문을 걸었다.

착용하고 있는 마법 아이템들 중 최상품이었다.

팟! 팟!

빛이 번뜩였다.

어설픈 창 따위로는 뚫지 못할 것이다.

여차하면 순간 이동 마법 주문을 사용해 현장에서 도망칠 수도 있었다.

7서클 마법사에게만 주어진 특혜였다.

“유언은?”

“뭐라고? 유언?”

앙주앙은 뒷골이 당길 정도로 어이가 없었다.

아무리 근본 없는 놈이라지만 7서클 마법사를 이렇게 함부로 대해선 안 된다.

“없나?”

끝도 없는 우롱.

“네이노오오오오옴!”

화를 참지 못하고 앙주앙이 마법 지팡이를 높이 들어 올렸다.

황제를 죽이기 위해 며칠 전부터 메모라이즈해두었던 마법들이 다수다.

영창과 동시에 발현될 마법들.

파앗!

하지만 갑자기 놈의 모습이 서 있던 자리에서 꺼지듯 사라졌다.

“!!!”

속도를 가늠할 수 없는 빠른 움직임으로 순식간에 바짝 다가온 베커 공작.

“호…….”

놈을 붙잡기 위해 마법을 펼쳤다.

촤아앗.

하지만 입술이 열리기도 전에 목덜미에서 느껴지는 짧고 굵은 화기.

다급히 왼손으로 목을 만졌다.

따끈한 무언가가 흘러나왔다.

그리고.

툭.

단번에 목이 잘린 허수아비처럼 바닥을 뒹구는 앙주앙의 머리.

촤아아아아아앗.

동맥에서 뿜어져 나오는 다량의 피가 허공을 붉게 장식했다.

“으어엇!”

“아아악!”

아직 목숨을 부지하고 있던 마법사들과 반란군들은 그 광경에 기겁했다.

가장 강력한 7서클 마법사가 제대로 된 마법 한 번 펼치지 못하고 죽었다.

게다가 몸에 호신 주문을 걸어둔 상태였지만 소용없었다.

여전히 검을 들고 자신들을 쳐다보는 제국 황실수호공작.

“와아아아아아아아아!

곧바로 함성을 지르며 제국 근위기사들이 돌격해왔다.

“사…… 살려줘!”

“으아아아아아아아아!”

전의를 상실한 채 뒷걸음질 치며 도망가는 쥐떼.

“홀드!”

도망가는 그들 무리에 저주의 마법 주문이 펼쳐졌다.

***

“갑옷을 주세요.”

“폐하. 그게 무슨…….”

밖에서는 연신 처절한 비명소리가 울렸다.

회의장 안에는 카이루 후작을 비롯해 수십 명의 귀족들과 기사들이 황제를 호위했다.

위기의 순간에 황실 수호공작이 다시 돌아왔지만 위험이 다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내성에 침투한 반란군들을 제거한다 해도 가장 큰 적이 남아 있다.

창문 너머로 보이는 거대 침략자들.

퍼어엉! 퍼버버벙!

그들은 지금도 마법을 멈추지 않고 퍼붓고 있었다.

“전투에 참가하겠습니다.”

“그건 아니 되옵니다!”

카이루 후작이 펄쩍 뛰며 황제를 말렸다.

황제는 황실의 근간이자 제국의 모든 것이었다.

아린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긴다면 제국 부흥군은 그 순간 소멸한다.

그게 바로 황제와 황실이 갖고 있는 존재의 값이었다.

“전 크로얀 제국의 황제입니다.”

아린의 목소리에 힘이 실렸다.

“제국과 황실의 위기를 앉아서 지켜본다는 건 말이 안 됩니다. 지금 저 문밖에서는 제국의 충신들이 피를 흘리며 싸우고 있습니다. 가서 힘을 보태야 합니다.”

아린의 태도는 강경했다.

더 이상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다는 건 심장이 용서치 않았다.

현재 남아 있는 마법사들 중 아린보다 강한 자는 거의 없었다.

베커 공작이 이곳에 있으라고 말했지만 아린의 마음은 편하지 않았다.

사랑하는 이가 목숨을 걸고 싸우고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뒤에 앉아 지켜만 본다는 건 아린의 평소 신념과 맞지 않았다.

‘죽어도 같이 죽고 살아도 같이 살 겁니다.’

아린에게 제국이나 황제 감투보다 중요한 건 한 남자의 안위였다.

스윽.

만류에도 불구하고 자리에서 일어나는 아린.

“…….”

황제가 풍겨내는 강력한 의지에 모두가 입을 다물었다.

황제의 말이 틀리지 않았다.

동료들이 밖에서 전투 중일 때 이 안에 숨어 있는 것도 못 할 짓이었다.

전우란 같이 피를 흘리고 싸울 때 나눌 수 있는 말이다.

“폐하. 갑옷을 준비했습니다.”

무엇보다 아린은 마법사다.

무거운 갑옷은 필요 없었다.

황실수호공작이 엘프들에게 받아온 가벼운 가죽 소재의 마법 갑옷.

시녀들이 아린의 붉은 망토를 벗겼다.

그리고 갑옷을 입혀주었다.

“……제국의 진짜 역사는 오늘부터 시작입니다.”

손에 마법 지팡이를 든 아린.

저벅저벅.

당당하게 문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척척척!

말없이 그 뒤를 따르는 귀족과 기사들.

스르릉.

대신 모두가 검을 빼 들었다.

황제의 말처럼 진정한 제국 부흥군의 역사는 오늘부터가 시작이었다.

***

- 오! 깔끔해! 그리고 화끈해. 호호호호호호.

알파닥이 처음으로 호탕하게 여성체처럼 웃었다.

기분이 몹시 좋다는 의미였다.

피가 튀고 뼈가 드러난 시체들을 지나쳐왔다.

기사들은 반란군을 상대로 자비를 베풀지 않았다.

어떤 저항도 하지 못했다.

홀드 마법에 반란을 꾀한 마법사와 기사들의 몸뚱이가 돌처럼 굳었다.

이어 펼쳐진 살육.

순식간에 쥐떼가 도륙됐다.

- 그래……. 이런 확실한 장점으로 네가 그분께 선택받은 거야.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종족을 죽일 수 있는 자! 그게 바로 너야.

알파닥이 칭찬 같지 않은 칭찬을 날렸다.

전혀 기분이 좋아지지 않았다.

휘리리리링.

내성 망루에 올랐다.

침투한 쥐떼는 모조리 제거했다.

이제 남은 건.

퍼어어엉! 화르르르르르.

파괴력이 화끈한 화염계 마법을 난사하고 있는 방어 마법진 밖의 적들이 보였다.

그 수는 어림잡아 수백 명이 넘었다.

모두 5서클 이상의 마법사들이었다.

“후우.”

짧게 숨을 몰아쉬었다.

나도 상대하기 쉽지 않은 적들이다.

마탑이나 각 왕국과 고위 귀족들이 합심해 파견한 5서클 이상의 마법사들.

파아아앗!

외성 밖에서 강력한 마나 파장이 감지됐다.

이동 마법진을 통해 기사급들에 해당하는 무리도 속속 도착했다.

적들이 속전속결로 강한 전력을 대범하게 투사했다.

“많이도 모였네.”

- 왜 쫄려? 그럴 만도 하지. 드래곤급이 아니면 저들을 물리치기 쉽지 않을 거야. 아무리 너라 해도……. 흐흐흐흐흐.

알파닥은 아직도 분위기 파악 못 하고 팝콘을 튀겼다.

누군가에게는 생사의 갈림길이었지만 그녀에게는 이 모든 상황이 유희에 불과한 듯했다.

- 힘내. 레벨업하기 좋은 날이잖아. 저들만 때려잡으면 화끈하게 레벨업할 거야. 이 누나가 찐하게 응원할게.

알파닥이 소곤소곤 속삭였다.

눈에도 보이지 않고 기운으로도 어디쯤에 있는지 탐지할 수 없었다.

그건 나보다 상위급 존재라는 뜻이다.

“알파닥.”

그녀를 불렀다.

- 왜~.

목소리가 아주 간드러진다.

나의 위기 때마다 반대로 기분이 좋아지는 모양이었다.

“너 혹시 부업으로 식당 하냐?”

- 식당?

알파닥이 의아한 듯 되물었다.

“네 주접이 맛집 메뉴 같아서 말이야.”

- 뭐라고! 주접 맛집???

회귀의 전설 3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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