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46장. 나, 베커 장이야!
“파이어 볼!!!”
“파이어 스피어!”
“파이어 썬더!”
마법사들의 동시다발적인 화염계 마법 영창이 터졌다.
그들은 하나같이 허공에 둥둥 떠 있었다.
이중 마법 발현이 가능한 고서클 마법사들이다.
파아아아앗!
마나가 그에 응답하며 허공중에 각종 화염계 마법이 생성됐다.
어른 몸통만 한 화염구와 다리만 한 화염계 창, 불벼락 등이 무작위로 임했다.
위이잉 위이잉!
대기 중의 마나가 마법에 흡수되며 거세게 요동쳤다.
화르르르르르르르르르.
시뻘건 화염마법이 연속 하강하며 내리꽂혔다.
그리고.
퍼버버버버버버벙!
금이 가고 있는 방어 마법진 표면에서 소임을 다하며 화려하게 폭발했다.
쩌저저저저저적.
화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
마법사들의 무차별적인 공격에 성을 보호하고 있던 마법진이 수명을 다해가고 있었다.
땡땡땡땡땡땡!
요란한 경고용 종이 멈추지 않고 연신 울렸다.
“으으으…… 에레카 님이시여 자비를!”
“신이시여!”
성벽 위의 화살과 창으로 무장한 병사들은 신의 이름을 부르는 일밖에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그들의 얼굴은 이미 온통 공포로 물들어 있었다.
몇 년 동안 누렸던 평화가 산산이 부서지고 있었다.
“영주님…….”
누군가의 입에서 영주를 찾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소식이 끊긴 지 벌써 2년이 넘어가고 있었다.
그사이 주변은 난리가 났다.
제국의 여황제가 직접 근위 기사단을 이끌고 찾아오기도 했다.
무슨 수를 써봐도 공작의 종적은 묘연했다.
마수에 의해 죽임당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더러 자신이 원래 살던 마계로 돌아갔다는 소문도 돌았다.
한편 청부 길드에 의해 죽임을 당했다는 말도 뒤를 이었다.
이런저런 소문들에 영지민 모두 불안에 떨었다.
크로얀 제국의 부활을 외치며 팰트론 왕국을 멸망시켰던 불세출의 영웅 베커 장 황실수호공작.
그가 사라졌다는 소문이 전해지면서 쥐 죽은 듯 조용했던 주변 왕국들이 다시 꿈틀거렸다.
결코 제국의 부활을 순순히 용납하지 않으려 했던 왕국들.
불시에 등장한 베커 장 공작의 기습 공격에 한때 모두 몸을 사린 것에 불과했다.
공작의 종적이 묘연해진 상황을 틈타 언제 그랬냐는 듯 연합군은 부활했다.
덩달아 사방에 첩자들이 풀렸다.
워낙 베커 장 공작이 남긴 인상이 강했던지라 부활을 꿈꾸면서도 모두 두려움까지 떨쳐내지는 못했다.
끝내 베커 장 공작의 흔적은 찾지 못했다.
그러는 사이 호시탐탐 왕국연합은 기회를 노렸다.
그리고 결국 전격적으로 공격을 감행해 왔다.
“흐흐흐. 쥐새끼들 같군.”
“이것도 방어마법진이라고 가동시킨 거야? 베커 장이라는 놈이 강하다는 소문은 다 허튼소리였어.”
“슬슬 사냥을 시작해볼까.”
허공에 둥둥 떠서 아래 상황을 살피던 자들은 갈기오 마탑 소속의 마법사들이었다.
베커 장 공작과는 악연으로 엮여 있었다.
탑주는 구체적으로 베커 장의 영지를 깨끗이 정리할 것을 명했다.
일체 생명체 하나도 남기지 말라는 뜻이다.
그 명에 마법사들은 신이 났다.
살생에는 이미 오래 전에 무감각해진 자들이었다.
도리어 이런 일을 즐기는 자들이라고 해야 맞았다.
그들 중 어떤 자들은 살생 중에 깨달음을 얻기도 했다.
그 수가 무려 20여 명.
철저하게 마법진을 이용해 움직였다.
미리 침투한 마법사가 인근에 대응 이동 마법진을 먼저 구축했다.
그렇게 펼쳐진 기습 공격.
활과 창으로 무장한 기사들과 병사들은 고서클 마법사들에게는 한낱 개미 새끼 정도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파아아아앗!
방어 마법진이 빛과 함께 사라졌다.
드디어 완벽한 무방비 상태가 된 것이다.
벌벌 두려움에 떠는 성안의 영지민들이 보였다.
그들은 하나같이 마법사들을 공포에 질린 시선으로 뚫어져라 쳐다봤다.
“으으으으.”
“사, 살려주십시오!”
벌써 상황을 파악하고 무릎을 꿇고 목숨을 구걸하는 자들도 보였다.
“명령을 내려주십시오. 오르달 님.”
이번 공격을 이끌고 있는 장로 오르달.
공포에 질려 사시나무처럼 떨고 있는 영지민들을 오만한 눈빛으로 바라봤다.
“흐흐흐. 뭘 기다리나. 화끈하게 불벼락들 날려!”
“넵!”
장로들만이 착용할 수 있는 일곱 개의 황금 서클이 수놓아진 새하얀 로브를 두른 오르달이 최종 공격 명령을 내렸다.
스윽.
마법사들이 심기일전하며 마나 스태프를 움켜잡았다.
인정사정 볼 것 없는 순간.
대범위 화염계 마법을 준비했다.
위이이이이잉.
주변의 마나들이 마법사들과 동화되기 시작했다.
인간 생사에는 전혀 관심 없는 대지의 무정한 마나들.
죽음의 불벼락으로 전환되느라 거칠게 꿈틀거렸다.
그리고.
“위대한 화염의 불비여 강림하라! 파이어 레인!!!”
선두에 선 마법사가 마나 스태프로 성을 가리키며 영창을 완성했다.
파아아아아아아아앗!
강렬한 붉은빛이 터졌다.
성 위 상공에 붉은 마법진이 나타났다.
6서클 마법에서 공격력이 최상인 마법이다.
화염계 마법 중 범위가 넓은 측에 속하는 파이어 레인.
방어 마법진이 상실된 상태에서 지상에 시현되면 단숨에 눈앞에 화염지옥이 펼쳐질 것이다.
화르르르르르르.
마법진에서 쏟아져 내리기 시작한 수천 개가 넘는 화염의 빗줄기.
그대로 지상을 향해 떨어졌다.
“으아아아아아!”
“피, 피하라!!!”
그 광경을 보고 있던 병사들과 영지민들이 비명을 질렀다.
화염계 마법에 격중되면 물로는 끌 수가 없었다.
살과 뼈가 다 타야 사그라드는 마법 화염.
더 이상 살아도 산목숨이 아니게 되는 것이다.
마법 화상 상처는 성수로도 치료하기 힘들었다.
“죽어라! 파이어 스토오오오옴!”
“파이어 레이이이인!”
기다렸다는 듯 뒤이어 마법사들이 화염계 마법을 날렸다.
가장 화려하고 볼거리가 많은 화염 마법.
인명 살상을 목표로 할 때는 화염계 마법이 최고였다.
“모조리 불타거라! 모조리 크하하하하하하하!”
살기가 번들거리는 눈동자로 광소를 터트리는 마법사.
처음 파이어 레인을 펼쳤던 6서클 마법사 아드레브는 흠뻑 즐거움을 맛봤다.
마법사가 된 이후 오늘 같은 대규모 합법적 살인은 처음이었다.
평소 마탑의 마법사들에게는 엄격한 규율이 적용됐다.
전쟁과 같은 명분이 확실한 일이 아니라면 이런 기회는 흔치 않다.
그동안 축적돼 있던 응어리가 모두 풀리는 것만 같았다.
벌레만도 못한 인간들을 소각 처리할 수 있는 이 순간.
짜릿한 쾌감이 시각을 통해 뇌로 전달되어 온몸의 피를 타고 흘렀다.
그리고 그때.
퍼억!
갑자기 머리통에 깊숙이 박혀드는 이물질.
통증이 강하게 느껴졌다.
검뻑.
애써 눈알을 움직여보려 애를 썼다.
하지만 몸의 어느 곳도 말을 듣지 않았다.
쉬이이이이이익.
가동되고 있던 마법이 풀리며 그대로 지상으로 추락하는 몸뚱이.
퍼어어어어억!
제법 높은 곳에서 떨어진 마법사의 몸뚱이가 하필 바위에 부딪치며 피곤죽이 되어 박살났다.
***
파르르르르르.
온몸의 피가 끓어올랐다.
어떻게 일구어 낸 영지던가.
맨몸뚱이로 떨어져 피땀 흘려 완성해 놓은 영지였다.
나의 온 정성과 열정, 그리고 시간이 투자됐다.
영지민들은 또 얼마나 순박하고 착한 사람들인가.
기사들과 병사들은 나의 한마디 명령에 목숨을 걸었다.
이 영지를 발판으로 크로얀 제국의 부활을 꿈꿨다.
지구에서 받았던 스트레스를 천국 같은 이곳 영지에서 다 풀었다.
그런데 침략자 놈들이 내가 없는 틈에 영지를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거칠 것 없이 화염계 마법을 펼쳐 영지민들을 살육하고 있는 마법사들.
용서할 수가 없다.
끼릭.
마법이 각인된 활을 꺼내 들었다.
파앗!
주저하지 않고 화살을 날렸다.
마법은 시전자가 죽으면 그대로 마나로 돌아가는 성질을 갖고 있다.
처음 마법을 펼쳤던 마법사의 머리통에 화살을 박아 넣었다.
나름 힘 조절을 했다.
화살촉이 머리통을 뚫고 나가지 못하도록 제어했다.
깊숙이 꽂힌 화살촉이 파르르 떨었다.
마법을 펼쳤던 놈은 지상에 떨어져 박살이 났다.
다음 마법사를 노렸다.
“저, 적이다!”
“실드!!!”
마법사들이 당황해 놀라며 방어 마법진을 가동했다.
모두들 5서클 이상의 마법사들이다.
한두 명이 아니다.
무려 20여 명.
작정하고 마탑에서 보낸 살육자들이다.
“막아볼 테면 막아봐!”
끼리리릭!
파아아앗! 파아앗!
화살을 연속 날렸다.
마나가 듬뿍 담겼다.
팟! 파앗!
마법사들의 메모라이즈되었던 방어 마법진이 빠르게 완성됐다.
쇄애애애애애앳.
방어 마법진을 향해 거침없이 날아가는 화살들.
콰아아아앙! 콰아앙!
귀청이 찢어지는 소음이 들렸다.
퍽! 퍼버벅!
선두에 서서 마법을 펼쳤던 마법사들의 몸뚱이에 화살이 박혀들어갔다.
“끄아아아아아악!”
“아아악!”
찢어져라 비명을 토하는 마법사들.
날개 없는 새들처럼 하나둘 지상으로 추락했다.
아무리 잘나가는 마법사들이라고 해도 공중에 뜬 상태로 연달아 마법을 펼치는 일은 쉽지 않다.
허세를 떨다가 임자 제대로 만난 셈이다.
퍼억! 퍽! 퍽! 퍽!
마법사들은 지상으로 추락하며 곤죽이 됐다.
비명 따위는 없었다.
수백 미터 상공에서 떨어져 목숨을 부지할 수 있는 인간은 없다.
“그레이트 실드!!!”
7서클 마법사가 넓은 보호막을 펼치며 앞을 막아섰다.
신속하고 정확한 판단이다.
- 오! 자세 좋고!
알파닥은 오랜만에 신이 났다.
파스슷 파스스스슷!
지상에 강림하던 화염계 마법들이 허공중에 불꽃이 되어 산화됐다.
다행이다.
조금만 늦었어도 마법에 의해 성은 재가 되고 말았을 것이다.
“네놈은 누구냐!!!”
7서클 마법사가 마나 스태프를 들고 호통치듯 물었다.
“나?”
어이가 없어서 마법사를 노려봤다.
그때.
“와아아아아아아아! 영주님이 돌아오셨다!”
“베커 장 영주님이시다!!!”
그제야 날 발견한 영지민들이 환호성을 지르기 시작했다.
“허억!”
동시에 마법사들의 표정은 일제히 썩어들어갔다.
씨익.
입가에 번지는 잔혹한 미소 한 점.
“들었지? 난 이 성의 영주. 베커 장이야!”
회귀의 전설 3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