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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8장. 몽둥이를 휘둘러 달을 치려 하다. (1,213/1,284)

1238장. 몽둥이를 휘둘러 달을 치려 하다.

“로버트 자네가 요즘 제일 부러워.”

“뭐가?”

“월가의 전설도 되고 주변에 미녀도 널렸잖아.”

“왜 이래 잭. 자네는 세계 권력의 핵심층에 있잖아.”

“곧 백수가 될 신세야.”

“아직도 부족해? 8년 동안 대통령 곁에서 마음껏 경제 정책을 폈지 않나.”

“정책? 그랬지. 하지만 마음처럼 간단하지 않아.”

잭이 고개를 내저었다.

“잭 자네는 능력이 탁월한 친구야.”

“자네와 후원자 덕분에 이 자리에 있을 수 있었지. 알다시피 대학교 재학시절 성적은 그렇게 높지 않았잖아.”

“늙었군. 자기 비하는 새치를 부르는 노화의 근원이야.”

로버트 라이언이 친구인 잭 브라운과 대화를 나눴다.

오바마와 보스의 피 튀기는 설전에 살 떨려 죽는 줄 알았다.

월가의 전설이네 신화네 하는 소리를 듣는 입장이었지만 모두 허명이다.

같이 앉아 논쟁하기에는 수준 미달이었다.

두 사람이 뿜어내는 강한 포스에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

도대체 어떤 말을 꺼내야 할지도 감을 잡을 수 없었다.

고도의 정치 문제까지 결합되면서 상황은 더 난처해졌다.

이야기는 단순히 개인이 아닌 국가와 국가의 문제까지 흘러갔다.

로버트 라이언은 평소에도 자신의 수준을 잘 알았다.

보스의 완벽 무결한 지시가 없었다면 지금 이 자리에 있을 수 없었다.

지금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자신의 예측은 번번이 보스에 의해 과감하게 수정됐다.

처음에는 고개를 갸우뚱하지만 결과는 생각지 못한 차이로 확인됐다.

최소 몇 년 앞을 내다보는 보스의 투자 방식과 방향에 몇 번이나 혀를 내둘렀다.

내로라하는 휘하의 금융과 경제 전문가들도 보스의 발끝을 따라가지 못했다.

거기에 더해 강력한 인맥은 덤이다.

보스의 든든한 배경 중 한 곳이 차일드 가문이다.

그것만으로도 거의 모든 게임에서 끝이다.

레임덕에 내몰린 상황이지만 누가 뭐라 해도 오바마는 현존하는 세상 최고 권력자다.

그런 오바마가 보스를 직접 찾아왔다.

지시를 위한 방문이 아닌 부탁하는 입장.

보스가 우위를 차지했다.

오바마는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 모든 걸 내려놔야 할 상황이다.

“……분위기 어때?”

잭 브라운이 두 사람이 대화를 나누고 있는 룸을 바라보며 묻는다.

“어떨 것 같아?”

도리어 로버트 라이언이 되물었다.

“별로겠지.”

눈치로 살아온 잭 브라운이다.

오바마를 대통령으로 만든 1등 공신이지만 지금 룸 안에 있는 다니엘에게는 밀렸다.

일개 무명의 상원의원이었던 오바마를 대통령으로 찍어 슈퍼팩을 던진 로버트 라이언의 조종자.

후원자 덕분에 오바마는 수월하게 미국 대통령이 됐다.

재임도 무사히 끝나간다.

“예상대로야.”

로버트 라이언도 상황을 부정하지 않았다.

애국자인 오바마를 좋아하지만 보스와는 비교가 되지 않았다.

“대통령이 보기보다 고집이 세.”

잭 브라운이 쓴 표정을 지었다.

다니엘 장이 자신의 후원자라는 건 알고 있다.

정권 초기에는 후원자가 원하는 자리를 순순히 내줬다.

미국형 정치의 표본대로 움직였다.

그러나 의외로 다니엘은 이렇다 할 권력을 행사하지 않았다.

로버트 라이언의 편의를 몇 번 봐준 게 다다.

재선 이후에는 후원자 지정 권한을 대폭 축소했다.

국익을 따지는 과정에 충돌이 발생했다.

오바마는 동북아시아의 균형추를 일본으로 잡았다.

한국은 로비스트를 제대로 가동하지 못했다.

그에 반해 일본은 전방위적으로 자금을 살포했다.

게다가 미국 의견에 웬만해서는 토를 달지 않고 고개부터 숙이고 들어왔다.

내심 충실한 종을 미국도 원했다.

그에 반해 한국은 로비스트를 이용할 줄 몰랐다.

가장 위태로운 국가이면서 구명에는 힘을 쓰지 않았다.

다니엘이 봐서 오바마는 그나마 편의를 봐주고 있었다.

북한이 핵미사일과 대륙간 탄도 미사일을 개발할 당시 전쟁이 발발할 뻔도 했다.

그때마다 다니엘 때문에 폭격 명령을 과감하게 내리지 못했다.

“자네도 이제는 알겠지만 우리 보스는 고집이……. 더 세.”

로버트 라이언도 솔직하게 사실을 털어놨다.

다니엘을 두고 진심으로 보스라 칭했다.

의심의 눈빛을 보냈던 이들도 지금에 와서는 그 사실을 대부분 확신하는 분위기다.

그래도 아직은 기밀에 속한 부분이 많다.

오바마를 비롯해 잭 브라운 같은 극소수만 다니엘과의 관계를 알았다.

사실 많은 사람이 사실관계를 안다 해도 믿지 못할 것이다.

월가의 전설인 로버트 라이언의 보스가 한국인이라는 걸 누구도 쉽게 납득하지 못할 게 빤했다.

“누가 이길까?”

“보스.”

로버트 라이언의 답은 짧고 간결했다.

“그래도 명색이 미국 대통령인데…….”

“노는 물이 달라.”

“노는 물?”

“미국 대통령은 우리 보스에게 체스판의 폰 정도밖에 안 돼.”

“폰? 비숍이나 나이트도 아니고 겨우 폰?”

잭 브라운이 어이가 없는 표정으로 친구를 쳐다봤다.

세상에 미국 대통령을 체스판에서 가장 별 볼 일 없는 폰에 비교했다.

“잭.”

로버트가 잭을 불렀다.

“……응.”

잭이 불만 어린 표정을 지었다.

“심한 비약 같지만 그게 맞아.”

“로버트, 네 보스가 대단한 건 알겠지만 그 정도는 아니라고 봐.”

잭 브라운은 사실을 인정하지 못했다.

그가 봐왔던 미국 대통령의 권력은 엄청났다.

핵 가방을 떠나서 행사할 수 있는 권력은 상상 이상이다.

행정명령은 의회도 꼼짝 못 하게 만드는 마법의 힘과 같다.

명령 한 번으로 비밀 군사작전이나 전쟁도 개시할 수 있다.

“잭 네가 보기에 난 어때?”

“???”

“미국 대통령과 나 둘 중에 누가 더 강한 힘을 소유한 것 같냐고.”

어처구니없는 질문이긴 했다.

하지만 잭의 입에서 선뜻 대통령이라는 말이 튀어나오지 않았다.

월가의 신화인 로버트 라이언 역시 미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지대했다.

“나도 보스의 폰이야.”

로버트 라이언은 스스로 위치를 정확하게 밝혔다.

“하아.”

잭 브라운이 짧게 한숨을 내뱉었다.

이곳에 동행할 때만 해도 어느 정도 희망이 보였다.

대통령은 다니엘과 담판을 지어 힐러리를 돕게 만들겠다고 했다.

그러나 직접 와서 보니 품었던 희망과 달랐다.

“친구.”

로버트 라이언이 잭을 불렀다.

“응…….”

잭이 힘이 빠진 목소리로 대답했다.

“떠날 때는 미련을 갖지 마. 그리고…… 날 찾아와. 내가 널 위해 보험료를 지불해 줄 수 있으니까.”

“!!!”

미국 시민들이 퇴직 후 가장 무서워하는 의료 보험료.

로버트 라이언이 제대로 선심을 썼다.

“로버트! 자네는 영원한 내 친구야!”

잭 브라운은 언제 그랬냐는 듯 활짝 웃는 얼굴로 로버트를 바라봤다.

곧 떨어질 마지막 잎새와 같은 입장의 오바마.

무사히 이곳에서 벗어날 수 있으면 그나마 다행이라 여겼다.

***

뭐라고 대통령?

저 오만한 미국 대통령을 봐라!

대한민국 주권은 대한민국 국민에게 있건만 자신이 한국의 대통령을 임명할 수 있다고 말한다.

화르르르!

순간 심장에서 불길이 치솟았다.

화가 난다는 게 맞았다.

역대 한국 대통령들이 얼마나 한심하게 국정을 운영했으면 저자의 입에서 저런 말이 나올까.

애국심의 차원을 넘어섰다.

민족의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다.

더 이상 웃으며 농담을 나눌 기분이 아니다.

오바마는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었다.

“후훗.”

짧은 비웃음이 입술을 비집고 새어 나왔다.

“???”

회심의 제안을 날린 거라 스스로 생각하는 듯한 오바마는 어리석었다.

자신이 생각해 낸 제안을 내가 거부하지 못할 것이라 여긴 게 분명하다.

“민심은 천심이라는 말은 알죠?”

말이 차갑고 짧게 나갔다.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부!”

링컨 대통령이 남긴 말이 소환됐다.

“당신의 입장을 이해합니다. 자국의 이익을 위해서는 저도 그런 선택을 했을 겁니다. 하지만!!!”

강하게 ‘하지만’을 또박또박 짚었다.

“기본적으로 정치적 양심과 도덕은 무너지면 안 됩니다. 본인 집안의 부흥을 위해 다른 집안을 망하라고 기도하는 건 악마나 하는 짓입니다.”

“!!!”

악마라는 말에 오바마의 눈이 번쩍 뜨이며 커졌다.

내가 제대로 화가 났다는 걸 이제야 안 것 같다.

“내가 어떤 대통령을 원할 거라 생각하십니까?”

오바마를 똑바로 쳐다보며 물었다.

“그야 지금 접촉하고 있는…….”

오바마가 대한민국의 정치 상황을 모를 리 없다.

내가 누구를 만나는지도 알고 있다.

“그래서요?”

“…….”

툭 던진 질문에 오바마는 입을 닫았다.

미래를 알고 있는 나는 이 상황이 몹시 웃겼다.

지금 누가 누구를 걱정해야 하는지 번지수를 한참 잘못 짚었다.

“도봉타월(掉棒打月)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

오바마가 이 말을 알 턱이 없다.

“몽둥이를 휘둘러 달을 치려 하는 어리석음을 비유하는 말입니다.”

“으음.”

오바마가 뜻을 음미하며 낮은 신음을 흘렸다.

똑똑한 이라 말뜻을 바로 알아들었다.

“깊게 생각할 것도 없습니다. 지금 내 눈앞에 있는 당신이 몽둥이를 쥐고 있는 어리석은 자입니다.”

“!!!”

오늘 여러 번 당황하는 오바마였다.

자신을 대놓고 어리석다 말하는 나를 어이없는 시선으로 바라본다.

상관없다.

어차피 몇 달 후면 이 남자는 뒷방으로 물러난다.

냉정하게 말해 지금도 핵가방밖에 없는 남자다.

“한 번 흔들어줘요?”

“뭐…… 뭘 말인가?”

“힐러리! 투표장에도 못 가게 밟아 줄 거냐고 묻지 않습니까!”

으르렁, 누르고 있던 폭탄이 터졌다.

파르르르 오바마가 눈에 띄게 몸을 떤다.

쩌렁쩌렁 울리는 음성에 엄청난 기를 담았다.

천하의 오바마도 보통의 인간에 불과하다.

고수의 일갈에 얼이 나간 표정이 됐다.

“앞으로 더는 볼 일이 없을 겁니다. 그래서 마지막으로 충고 하나 드리죠.”

앞으로의 노선에 있어 오바마와 확실히 선을 그었다.

스윽.

무심한 시선으로 오바마를 바라봤다.

“제가 좋아하는 한국 영화가 있습니다. 그 영화의 주인공 여배우가 이런 명대사를 남겼습니다.”

심하게 흔들리는 오바마의 눈동자를 똑바로 마주했다.

그리고.

“오지랖 떨지 말고……. 너나 잘하세요!”

회귀의 전설 3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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