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2장. 초청
“교황청에서 보낸 고위 수사를 만나고 있다고요?”
“브리토라는 백색 기사단의 부단장입니다. 단장인 제르마노 추기경을 제외하면 제일 강한 자입니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겁니까? 프랑스에 있어야 할 성전 기사단 단장과 자식들이 갑자기 영국에 나타나다니요…….”
믿을 수 없는 보고에 오바마는 아침부터 인상을 찌푸렸다.
다니엘과 엮이게 되면 언제나 사건이 복잡하게 흘러갔다.
“그게…….”
예민하게 나오는 오바마의 반응에 비서관은 입을 다물었다.
사실 할 말도 없었다.
세계 최강이라는 미국 정보기관들도 파악 못 할 정도로 순식간에 벌어진 사태다.
프랑스에 있어야 할 이들이 뜬금없이 영국에서 발견됐다.
그것도 다니엘을 추적하던 중에 발견한 것이었다.
“중국 측 요원들도 당황했다고 했습니까?”
“도청에 의하면 그렇습니다.”
“……뭔가 단단한 것으로 엮인 것 같은데……. 이것 참.”
오바마가 입맛을 다셨다.
오늘도 역시 다니엘이 문제가 됐다.
계속 신경 쓰였던 것도 사실이다.
대통령직이 이제 반년도 안 남았다.
그 안에 다니엘을 처리한다는 건 무리다.
레임덕 현상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는 상황.
차기 권력의 눈치를 보느라 행정기관 곳곳이 원활하게 돌아가지 않고 있다.
“미국에 올 것 같습니다.”
“누구? 다니엘 말입니까?”
“네. 자가용 비행기의 착륙 허가 요청 문서가 전달됐습니다.”
“미국이라…….”
다방면으로 바쁘게 움직이는 다니엘.
“로버트 라이언 쪽 움직임이 부산합니다.”
“부산하다니요?”
“다니엘과 큰 사업을 진행 중인 것 같습니다. 로버트 라이언과 관련된 여러 조직들이 무슨 서류를 준비하고 보고서를 작성하느라 바쁘다고 합니다.”
‘로버트 라이언은 다니엘의 하수인이 분명해.’
오래전부터 오바마는 강하게 의심하고 있었다.
쫄딱 망했던 로버트 라이언이 짧은 기간에 월가의 스타가 됐다.
그리고 몇 년에 걸쳐 그의 아성은 단단해졌다.
겉으로 보기에는 로버트 라이언이 윗선 같지만 타고난 정치인인 오바마는 진작 눈치를 챘다.
물론 증거는 없다.
둘이 주고받는 메일이나 통화는 철저하게 암호화 처리 됐다.
정부 소속 해커들이 모두 고개를 내저었다.
“골치 아픈 녀석입니다.”
오바마가 씁쓸한 미소를 머금었다.
다니엘에게 세상은 좁았다.
“교황청에 연락해 볼까요?”
“됐습니다. 그들도 생각이 있겠지요.”
교황청은 바티칸이라는 독특한 국가의 핵심기관이다.
오바마도 어떻게 할 수 없다.
교황청은 열성적이며 그들의 지지자들은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그러시다면…….”
“로버트 라이언 쪽에 연락해 놓으십시오.”
“네?”
“내가 다니엘과 최종 담판을 짓겠습니다.”
오바마가 결정을 내렸다.
현재까지는 힐러리가 앞서가고 있지만 어딘가 불안했다.
그 전에 큰손을 만나볼 필요가 있다.
과거와 달리 지는 해의 처지가 된 오바마도 아쉬운 소리를 해야 하는 입장이 됐다.
‘다니엘! 널 위해 선물을 준비해 놓으마.’
복잡해지고 있는 대한민국의 현 정치 상황.
오바마는 애국자인 다니엘을 위해 생각해 둔 커다란 미끼를 떠올렸다.
***
교황 성하가 왜?
뜬금없는 초청이다.
교황과 난 접점이 거의 없다.
물론 만나야 할 이유는 있다.
하지만 이렇게 빨리 그쪽에서 초청할지는 몰랐다.
“가브리엘의 강력한 추천이 있었습니다.”
브리토가 가브리엘을 바라봤다.
씨익.
가브리엘이 브리토를 보며 웃는다.
자신들에게는 그야말로 최고의 선물일 것이다.
교황 성하라 불릴 만큼 지지자들로부터 대단한 존경을 받았다.
“초청 이유를 물어도 되겠습니까?”
“다, 다니엘 경! 그건 실례입니다!”
가브리엘이 당황하며 말을 더듬었다.
불경죄에 해당할 수 있는 말이다.
과거 시대였다면 마법사인 나는 교황청에 끌려가 화형당할 게 확실했다.
그러고 보면 세상 많이 좋아졌다.
“성하께서 다니엘 경을 특별한 존재로 여기십니다.”
나이는 거저먹는 게 아니다.
브리토라는 부단장은 보이는 외모와 달리 눈빛이 익었다.
마나도 상당했다.
저 정도 수준이라면 이계에서도 밥 먹고 사는 데 지장이 없을 것이다.
“부족한 저를 그리 생각해 주신다니 고마울 뿐입니다.”
교황님께 예를 표했다.
나름 존경하는 분이다.
낮은 자의 발도 닦아주는 살아 있는 성인이시다.
“제가 특별히 청을 넣었습니다. 다니엘 경은 신께서 예비하신 특별한 분이라고 말입니다.”
가브리엘이 속내를 내비쳤다.
솔직히 나도 신이다.
교황청이 믿는 그분께는 레벨이 딸리지만 신들 중에서도 어느 정도 끗발 좀 날린다.
“잊지 않겠습니다. 가브리엘 경.”
가브리엘 덕분에 사업이 확장될 조짐이 보였다.
특히 교황청은 돈이 많다.
게다가 내가 필요로 하는 물건이 그곳에 있다.
“바로 이동하시겠습니까?”
브리토 경도 성격이 급하다.
초청장을 건넨 즉시 출발하자고 한다.
이럴 때는.
“할 일이 남아 있습니다.”
한 번은 튕겨야 맛이다.
이런 일로 넘어가는 쉬운 남자라는 인상을 풍기면 안 된다.
“다니엘 경…….”
가브리엘이 어처구니없는 시선으로 날 본다.
교황의 부름에 생각해 보는 시늉도 없이 단박에 거절하는 남자는 처음 볼 것이다.
“성하께서도 바쁘신 분입니다.”
안다.
하지만 나는 더 바쁘다.
“초청장에 유효기간이 있습니까?”
“…….”
없는 게 당연하다.
이런 경우는 예상치 못한 눈치다.
“연락드리겠습니다.”
강하게 나갔다.
파밧.
브리토가 강단 있는 시선으로 나를 빤히 쳐다본다.
봐봐야 답 없다.
“알겠습니다.”
곧바로 꼬리를 내렸다.
아쉬운 건 내 쪽이 아니다.
그렇다고 매정하게 그냥 보낼 수는 없다.
멀린의 일기장에 기록된 전설의 보물이 교황청에 존재할지도 모른다.
“빠른 시간 안에 방문 드리겠습니다.”
“기다리겠습니다.”
브리토 경도 쿨하게 응대했다.
“……저도 동행을…….”
가브리엘이 은근히 욕심을 부렸다.
상부 지시를 받은 눈치다.
“제가 자유를 사랑하는 남자라서 거절하겠습니다.”
“네?”
“가브리엘 경이 직접 봤지 않습니까.”
“!!!”
정령과 진한 키스를 했던 나다.
방금 전에도 비비와 뜨거운 시간을 보냈다.
말을 알아들은 듯 가브리엘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기다리십시오. 그리고 이건 선물입니다.”
탁자에 있던 노트 한 권을 내밀었다.
“이건…….”
“쉽게 풀이한 마법서입니다.”
“!!!”
가브리엘의 눈동자가 눈에 띄게 커졌다.
“죽기 전에 하늘 한번 날아봐야죠.”
“다니엘 경…….”
스톱!
가브리엘이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달려들려 했다.
재빨리 한 발자국 뒤로 물러났다.
“이건 교황 성하께 드리는 선물입니다.”
탁자에 있던 고급 상자를 열어 보였다.
파앗
순간 드러나는 성스러운 광채.
“이…… 이건!”
“아!!!”
신성한 기운에 민감한 교황청 기사들이 깜짝 놀랐다.
넘실대는 성력을 그들이 몰라볼 리 없다.
다른 차원의 제조 상품이지만 성력의 기운은 비슷했다.
자비롭고 성스러운 에너지를 담고 있는 성수의 품격.
“감기약으로 그만입니다.”
성수를 감기약으로 둔갑시켰다.
“……고맙습니다.”
순식간에 브리토의 말투가 달라졌다.
바보가 아닌 이상 성수가 감기약이 아니라는 것쯤은 알 것이다.
교황님께 먼저 약을 쳤다.
마셔보면 안다.
효과는 안 봐도 확실하다.
현재 지구에서 성수를 만들어 낼 만한 성직자는 존재하지 않는다.
중세시대 뛰어난 성인들이 종종 만들어 냈다는 기록이 있지만 남아 있는 증거물이 없다.
“이건 브리토 님께 드리는 성의입니다.”
전달자에게 수고비가 필요한 법.
작은 성수병 하나를 더 건넸다.
비비에게 주려고 했던 물건들이 교황님과 브리토에게 건네졌다.
비비가 워낙 급하게 떠나는 바람에 미처 주지 못했다.
이 또한 하늘이 정한 운명.
뭔지 모르지만 앞뒤가 착착 맞아떨어졌다.
“감사합니다!”
브리토 부단장이 진심으로 기쁨을 표했다.
정다운 선물이 아름답게 전해졌다.
“혹시 말입니다.”
살포시 운을 뗐다.
“???”
“제가 찾는 물건이 하나 있는데 아시는지 모르겠습니다.”
“어떤 물건 말씀인지…….”
“뭐 중요한 아니고요. 아주 오래된 나무 지팡이 같은 건데……. 외관은 볼품 없지만 이상한 글자나 문양이 새겨져 있는 녀석입니다.”
파르르르.
가볍게 던진 질문에 브리토의 눈동자가 사정없이 떨렸다.
있네! 있어!
확실히 감 잡았다.
그렇다면.
“혹시 교황청에서 소유하고 있으시다면…….”
꿀꺽.
브리토가 침을 삼켰다.
씨익 웃었다.
그리고.
“장기 렌트 가능할까요?”
회귀의 전설 3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