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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6장. 다 너 때문이야!(2) (1,201/1,284)

1226장. 다 너 때문이야!(2)

“……사라졌어!”

비비안은 눈앞에서 벌어진 상황에 깜짝 놀랐다.

마법사의 모습이 바로 앞에서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다.

별장 성에서 낯선 이곳으로 이동해 올 때도 지금과 같은 충격을 받았었다.

진짜 마법사들의 무서움을 다시금 깨달았다.

괴물로 변한 아사신과 대면했을 때와 버금가는 충격이다.

“세상에…….”

클라라도 비비안의 상태와 다르지 않았다.

저도 모르게 입이 떡 벌어졌다.

시아버지와 남편이 특별한 일을 수행하는 정도는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까지 위험한 자들과 엮여 있는 일을 한다는 것은 짐작도 못 했다.

성전 기사단의 역사를 어느 정도 알고 있기에 아랍권 테러 분자들과 전투를 벌이는 것까지는 알았다.

그러나 상상하지 못한 엄청난 능력을 소유한 마법사들이라니!

“비비……. 넌 알고 있었어? 아버님과 루이스가 저런 자들과 싸우고 다니는걸?”

함께하면서 두 사람은 어느새 친자매처럼 관계가 돈독해졌다.

둘 사이에 감추는 비밀 같은 게 거의 없다고 생각했는데 착각이었다.

“……네.”

비비안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오! 신이시여!”

클라라는 절로 신을 찾았다.

지금까지 꿈에도 몰랐던 가문의 비밀.

남편이 가끔 무척 지친 상태로 귀가할 때마다 이상하다는 생각은 했었다.

희미하게 피 냄새가 느껴진 적도 있었다.

그리고 딸과 자신을 안쓰러운 시선으로 바라보기도 했다.

자신이 어느 날 소리 없이 사라져도 원망하거나 미워하지 말아달라는 이해할 수 없는 말을 당부하기도 했다.

그동안 그가 했던 이해하기 힘든 말들의 진정한 의미를 오늘에서야 깨달았다.

“대대로 내려오는 가문과 기사단의 숙명이에요.”

“그럼 내 아이들도 그 길을 가야 한다는 거야?”

“발루아라는 성은 감당하기에 가볍지 않아요.”

프랑스 왕가 핏줄이 어찌 가볍기를 바라겠는가.

하지만 이건 아니라는 생각이 강하게 클라라를 엄습해 왔다.

“다니엘도 그런 자들과 싸워요.”

“…….”

다니엘의 이름이 언급되자 클라라는 입을 다물었다.

마법사만큼은 아니겠지만 아빠 리장창도 그들 못지않게 위험한 인물이다.

중국의 이익을 위해 하나밖에 없는 딸까지 넘긴 분이다.

다니엘을 죽이려고 몇 번이나 시도했다는 사실도 알고 있다.

“세상은 보이는 게 다가 아니에요.”

비비안은 어설픈 위로 대신 진실을 밝혔다.

언젠가 알게 될 판도라의 상자 속의 진실이다.

차라리 지금이 기회였다.

“지금 루이스는 어디에 있나요?”

“몰라요.”

“아버님……. 아니 저 마법사가 그를 데려가지 않았나요?”

“…….”

클라라의 물음에 비비안은 입술을 잘근 깨물었다.

동시다발적으로 악재가 터졌다.

아버지의 몸을 차지한 마법사가 오빠를 데려간 건 사실이다.

훈련을 핑계로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보냈다.

‘코린 경도 마법사가 한 짓이야!’

내부의 적이 가장 무섭다는 말을 실감했다.

누구도 아닌 단장인 아버지가 적이었다.

이 사실이 밝혀지지 않았다면 성전 기사단의 모든 게 와해될 뻔했다.

만약 다니엘이 패배하기라도 한다면…….

‘끝이야.’

성전 기사단은 그대로 모든 기능을 잃게 될 것이다.

아빠와 오빠에 이어 자신마저 없어지면 기사단의 구심점이 무너진다.

그 파장의 여파가 어디까지 뻗칠지 몰랐다.

“괜찮을 거예요. 오빠는…… 약한 남자가 아니잖아요.”

“흐윽.”

클라라는 벅차오르는 슬픔에 눈물을 참지 못했다.

모든 상황이 최악이다.

이대로라면 남편과 시아버지는 물론 자신과 뱃속 아기의 목숨도 장담할 수 없다.

성에 남겨두고 온 아벨린도 걱정됐다.

“울지 마요. 다니엘이 모든 걸 원상태로 돌려놓을 거예요.”

비비안은 그를 믿었다.

아니 지금은 믿을 수밖에 없다.

희망은 오직 단 하나 다니엘뿐이다.

뻔뻔한 것 같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임을 부인할 수 없다.

언젠가 빚을 갚을 기회가 올 것이다.

그 때를 기다리며 차곡차곡 기억해 뒀다.

‘다니엘. 난 널 믿어!’

할 수 있는 일은 다니엘을 위한 기도뿐.

‘그런데 그 마녀는 어떻게 된 걸까?’

분명 마법사가 사라지기 전 말했다.

예지로 등장했던 마녀가 어떤 일을 수행하지 못하고 실패한 게 확실했다.

아무래도 마법사가 남긴 말이 찝찝했다.

다니엘과 무척 깊게 연관된 듯 보였던 마녀.

클라라와 달리 다른 문제로 비비안의 머릿속이 복잡했다.

마녀에 대한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

***

“사악한 마법사는 당장 앞으로 나와 목을 내놓거라!!!”

가브리엘이 검을 들고 큰소리로 외쳤다.

목소리가 얼마나 컸는지 쩌렁쩌렁 메아리가 울렸다.

이미 눈동자에는 핏발이 섰다.

회색 로브는 진흙 범벅으로 엉망이 됐다.

로브와 연결된 모자를 벗고 사방을 두리번거렸다.

마법사의 비밀 던전.

섬 지하에 교묘하게 건설되어 있었다.

대형 동굴을 마법을 이용해 생활에 불편함이 없는 공간으로 재탄생시켰다.

“내가 겁나는가? 네놈이 진짜 남자라면 결투로 결판을 내자!”

가브리엘이 몇 차례 멀린을 자극했지만 반응이 없었다.

그때였다.

“흐흐. 뒈지고 싶어서 환장한 놈이군.”

갑자기 텅 빈 공간에 울리는 멀린의 음성.

그 어디에서도 그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어, 어디 있느냐!”

휙휙!

검을 들고 사방을 휘저으며 멀린을 찾는 가브리엘.

“다니엘이라는 놈은 어디 있나?”

모습을 감춘 채 멀린이 물었다.

“……네놈이 보낸 요상한 유령과 함께 싸우다 기절했다!”

“기절?”

“직접 가보면 알 것 아니냐! 비겁한 마법사야!”

어디서 그런 용기가 났는지 준엄하게 호통을 치는 가브리엘.

분노에 찬 일갈을 내뱉었다.

“겁도 없는 애송이 성기사 놈 같으니라고. 이곳이 어딘 줄 알고 겁도 없이 찾아온 것이냐. 흐흐흐흐.”

이계에서 차원을 이동할 때 사용하고 지금까지 감춰 놓았던 마법 망토.

탑주에게 잠시 빌렸던 마탑의 보물이다.

흑마사들과의 전투에서도 이 망토를 사용해 목숨을 부지했다.

마법 망토는 성능 면에서 그 무엇보다 신변 보호에 뛰어났다.

모습뿐만 아니라 기척과 마나까지 철저하게 숨길 수 있다.

멀린은 빠른 시선으로 사방을 살폈다.

씩씩거리는 성기사 놈을 제외하고는 다른 자의 기척 같은 게 느껴지지 않았다.

‘비비안이 기본은 한 모양이군.’

성기사가 이곳으로 들어올 수 있게 다니엘이라는 놈이 방어 마법진을 해제해 준 듯했다.

“어서 모습을 나타내라!”

화르르르.

성기사의 검에서 성령의 오라가 뿜어져 나왔다.

‘확실히 놈이 맞아.’

의심 많은 멀린은 눈앞의 성기사가 별장에서 마주쳤던 그자가 맞다는 것을 확인했다.

마법사는 성력을 다룰 수 없었다.

물과 기름 같은 관계.

“죽고 싶어 환장한 놈의 소원이라면 들어줘야지.”

스릇.

멀린이 망토 마법을 해제했다.

망토도 오랜 시간을 견뎌왔다.

마력석을 품을 수 있는 실로 짜 만들었지만 제대로 충전되지 않고 있었다.

그만큼 아껴 써야만 했다.

“헛!”

10미터 전방에 모습을 드러낸 멀린을 확인하고 가브리엘이 비명을 터트렸다.

분명 아무도 없었던 곳에 그가 갑자기 나타났다.

“마법 망토 처음 보나?”

“마……법 망토!”

마법 지팡이까지 들고 망토 얘기를 하는 멀린은 어느 때보다 당당했다.

가브리엘을 조롱하는 듯 어깨를 쫙 폈다.

멀린은 다니엘을 상대하기 부담스러웠을 뿐, 성기사는 대적 상대로 생각하지도 않았다.

“너 같은 하찮은 놈들은 처음 볼 거다. 이게 바로 마탑에서 온 정성을 다해 제작한 은신 망토라는 거다.”

멀린은 보란 듯이 망토를 펄럭이며 자랑했다.

솔직히 그도 함부로 볼 수 없었던 마법 망토다.

마탑에서도 손꼽히는 최고급 아이템이었다.

“어떻게 그런…….”

조금 전까지 길길이 날뛰던 가브리엘이 허를 찔린 듯 말을 흐렸다.

마법사의 무서움을 다시 한 번 깨달은 표정이다.

“부럽지? 흐흐흐.”

멀린은 가브리엘을 한껏 조롱했다.

이 맛에 마법사가 됐다고 해도 할 말이 없을 정도다.

마법사만 착용할 수 있는 마탑 망토를 걸치게 되면 세상 무서울 게 하나도 없었다.

평민들은 감히 고개를 들지도 못했다.

마구간지기 아들이었던 멀린이다.

평민들이 두려움의 시선을 보일 때마다 더 강한 쾌감을 맛봤다.

귀족을 상대할 때도 마찬가지다.

서클이 높아질수록 귀족들은 몸을 사렸다.

고개를 들어 똑바로 쳐다봤다는 이유로 아버지의 한쪽 눈을 파냈던 준남작 놈.

5서클 마법사가 됐을 때 그 가문에 찾아가 놈과 그의 아들놈 눈깔을 다 파내 분을 풀어냈다.

그럼에도 추궁은 없었다.

마탑의 보호를 받는 마법사는 그만큼의 힘이 부여되고 실행할 수 있는 존재였다.

“그러게……. 부럽네.”

가브리엘이 부럽다고 속내를 밝혔다.

그런데 말투가 좀 이상하다.

떨리는 감탄이 아니라 비웃음이 섞였다.

입가에 조롱이 보였다.

‘뭐지?’

멀린은 뭔가 불길함을 감지했다.

한껏 비웃을 때 느껴지던 쾌감 대신 등줄기를 타고 흐르는 불길한 기운.

“그거 얼마야?”

가브리엘이 가격을 물었다.

“이건 돈 주고도 구입 못 하는 거다!”

멀린이 버럭 화를 냈다.

놈의 질문을 무시하지 못하고 말려들었다.

‘이상해…….’

가브리엘의 기운이 살짝 변했다.

두려움 대신 느긋함이 풍겼다.

“마력석 기운도 얼마 남지 않았는데 비쌀 리가 있나. 오랜 세월 동안 방치한 감가상각 비용도 생각해 봐야지.”

“뭐……라고?”

“뭘 그렇게 놀라나. 9서클 마법 아이템도 관리 안 하면 똥 된다는 격언 몰라?”

놀리듯 가브리엘이 연설을 했다.

“그걸 네놈이 어떻게……!”

멀린의 심장이 미친 듯 뛰었다.

마법사들 사이에서 대대로 내려오는 격언이다.

“후후훗.”

대답 대신 비릿한 미소를 베어무는 가브리엘.

파아아앗.

동시에 갑자기 놈의 몸에서 풍겨 나오는 강력한 마나.

“허억!”

멀린은 심장이 튀어나올 것 같은 충격을 받았다.

평범한 수준을 훌쩍 뛰어넘었다.

“해제!”

낭랑한 목소리가 뒤를 이었다.

그 순간.

가브리엘의 얼굴이 순식간에 바뀌었다.

“네……놈은!”

“반갑지? 나도 그래.”

분명 성기사였는데 그의 얼굴이 느닷없이 마법사 다니엘의 모습으로 바뀌었다.

눈치조차 채지 못할 정도로 완벽했던 마법 변형.

‘7서클 대마법사!’

다니엘은 자신과 같은 수준의 7서클이 확실했다.

파르르르.

멀린의 몸이 격하게 요동쳤다.

도리어 함정을 파고 성기사인 척했던 마법사.

지금의 멀린 상태로는 다니엘을 상대할 수 없었다.

무조건 도망가는 게 상책.

“하……이드!”

마법 망토를 두르며 다급하게 마법을 펼쳤다.

파앗.

순신간에 멀린의 모습이 사라졌다.

하지만 그 순간.

팟!

다니엘이 먹이를 쫓는 날쌘 표범처럼 공간을 향해 돌격했다.

그리고.

터억!

도망치던 멀린의 목을 움켜잡았다.

“캐애액!”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허공에서 들려오는 숨 막히는 소리.

“다 너 때문인데! 쥐새끼같이 사고만 치고 어디로 도망가!”

‘어떻게…….’

숨이 턱 막힌 와중에도 멀린의 머릿속을 지배하는 의문 하나.

마법은 완벽하게 펼쳐졌다.

그런데도 그 틈에 기척을 알아챈 괴물 같은 다니엘.

“너! 무공이라는 건 들어봤냐?”

“???”

회귀의 전설 3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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