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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6장. 사악한 마법사의 계략(2) (1,191/1,284)

1216장. 사악한 마법사의 계략(2)

“읍!!!”

비비안은 비명이 터져 나오려는 입을 손으로 틀어막았다.

클라라는 평소 답답한 걸 싫어했다.

홍콩에서도 바다가 보이는 집에서 살아 기본적으로 시원한 풍경을 좋아했다.

그래서 저택이나 성에서도 가장 전망 좋은 방에 선택했다.

특수 방탄 처리된 통창문이 가득한 클라라의 방.

창밖을 내다보고 있던 클라라의 왼쪽 팔이 빨갛게 물드는 게 보였다.

충격적인 모습이다.

출산일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 피를 봤다.

사악한 마법사의 계략이 확실했다.

다니엘이 크게 당황했다.

먼저 태어난 조카 아벨린이 엄마를 부르는 비명소리가 비비안의 심장을 찢는 듯했다.

자신이 해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

성전 기사단원들은 베인 통나무 신세다.

백색 기사단의 기사도 허공에 뜬 악마만을 노려보았다.

‘다니엘!’

비비와 몇 명의 가족만 알고 있는 클라라와 다니엘의 관계.

자신의 요청으로 이곳에 찾아온 다니엘이 클라라에게 닥친 위급 상황을 목격했다.

운명의 잔혹한 속성이 그대로 현실이 되고 있었다.

“똑똑한 놈이니까 무슨 상황인지 알겠지? 흐흐흐.”

사악한 마법사 멀린이 비열한 웃음을 흘렸다.

“멀린……. 으득.”

다니엘이 사나운 눈빛으로 멀린을 노려봤다.

“네놈이 다니엘이라는 걸 몰랐다면 나도 큰일 날뻔했다. 이 몸뚱이의 기억 속에 네 이름이 박혀 있다. 며느리의 전 남자친구로 말이다.”

마법사는 잔인했다.

모두 쉬쉬했던 두 사람의 과거를 까발렸다.

“후후훗.”

갑자기 다니엘이 서늘한 웃음을 흘렸다.

분노를 일으킬 때마다 그가 짓는 냉소다.

비비안만이 그의 냉소 가득한 미소의 의미를 알았다.

다니엘이 저런 웃음을 흘릴 때마다 꼭 피를 봤다.

마법사도 사악한 자이지만 다니엘도 그만큼 손에 자비를 두지 않았다.

자신과 자신의 주변 사람들을 건들면 그는 몇 배로 처절한 복수를 감행했다.

“날 건들지 마. 저년과 그 뱃속 아이는 나와 마나의 끈으로 연결되어 있다. 아무리 강력한 마법사라 해도 쉽게 해결하지 못해. 내가 개발한 마법이니 파훼법을 알기 위해서는 수십 년이 걸릴 수도 있다.”

멀린은 자신감을 드러냈다.

다니엘이 약하지는 않았지만 마법사의 연륜에서 한참 밀렸다.

마탑 7서클 마법사는 허울로 얻는 자리가 아니었다.

‘그깟 연정이 뭐라고……. 저놈도 마법으로 대성하기는 글렀어.’

인간의 감정이 전혀 없는 마법사에게 남녀 간의 사랑은 1서클 마법 공식만도 못했다.

정에 얽매여 보기 좋게 당하는 자들을 무수히 봐왔다.

가족이나 연인, 동료 간의 정 때문에 자신을 희생하는 어리석은 자들이 많았다.

마음이 여린 마법사들은 마탑에서 철저하게 걸러져 퇴출됐다.

“원하는 바가 뭐냐?”

다니엘이 감정 없는 목소리를 물었다.

극한 감정의 동요가 어느새 차분하게 가라앉았다.

‘무서운 놈이야. 감정 조절이 탁월해.’

멀린은 다니엘을 보면서 여러 번 놀랐다.

연륜에서 밀리는 건 분명했지만 자질은 놀라울 만큼 뛰어났다.

“조건은 간단해. 날 보내주면 된다.”

멀린은 다니엘과 싸워 이길 자신이 없었다.

놈에게서 풍겨져 나오는 기운이 만만치 않다.

마법뿐만 아니라 다른 능력도 소유하고 있음이 확실했다.

정령의 냄새도 맡아졌다.

철저히 숨겨왔던 정체가 들통 난 상황.

더는 이곳에 있을 이유가 없었다.

“허락한다.”

다니엘이 단숨에 답했다.

“물론 혼자가 아니다.”

멀린이 검을 들어 자신의 배를 겨누었다.

협박용 자세.

“그럼?”

“저 계집은 나와 같이 간다.”

멀린의 시선이 클라라를 가리켰다.

“안 돼!”

다니엘이 강하게 거부했다.

“너에게는 선택권이 없다. 다니엘. 크크크크.”

멀린이 다니엘을 조롱했다.

“그녀는 임산부다!”

“그래서?”

“악마 같은 놈!”

다니엘은 진심으로 분노했다.

클라라 문제만 아니었다면 이 자리에서 멀린을 당장 찢어 죽였을 것이다.

“내, 내가 갈게요!”

상황을 지켜보던 비비안이 나섰다.

새언니의 뱃속에는 가문을 이을 사내아이가 자라고 있다.

발루아 가문을 잇고, 나아가 미래에 기사단장이 될 조카였다.

반드시 지켜야만 한다.

“넌 쓸모가 없어.”

“아이가 완벽하게 자라는 걸 원하지 않나요?”

비비안이 대놓고 말했다.

“……네년이구나. 저놈에게 나에 대한 정보를 넘긴 첩자가!”

멀린이 비비안을 죽일 듯 노려봤다.

백작의 기억 속에 딸은 특수한 능력자로 저장돼 있었다.

가끔 미래를 보는 예언자.

멀린은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마법사들 중에도 그런 자들이 종종 섞여 있었다.

그렇다 하더라도 자신의 정체까지는 모를 거라 여겼다.

미래를 예견하는 데도 한계가 있는 법.

과거 자신의 기억을 더듬는 것까지는 불가능했다.

행동을 조심하면 예측할 수 있는 미래 따위는 충분히 조종 가능할 거라 여겼다.

“생사람 잡지 마. 비비는 네 비법을 말했을 뿐이야. 나머지는 내가 알아맞혔다.”

다니엘이 나섰다.

“두 연놈이 합작했다 이거지? 연인 사이라더니 죽이 잘 맞아.”

멀린은 백작의 기억을 더듬어 두 사람의 관계를 추측하고 완성했다.

“아이를 낳으면 돌볼 사람이 필요해요. 제가 할게요.”

비비가 적극적으로 나섰다.

“그래……. 시녀가 필요할 것도 같군.”

멀린이 고개를 끄덕였다.

충격에 바로 애가 나올 수도 있는 상황.

아이가 성장할 때까지 돌봐 줄 시녀가 필요했다.

‘그곳에 가면 완벽하게 실력을 되찾을 때까지 세상에 나오지 않을 것이야!’

멀린은 세상이 아직 만만치 않다는 걸 분명히 깨달았다.

자신이 살던 이계보다는 위험 요소가 더 많았다.

“비비!”

다니엘이 비비안을 불렀다.

“다니엘 괜찮아. 난…….”

비비가 말을 잇지 못했다.

이번에도 다니엘에게 폐를 끼쳤다.

사악한 마법사의 실력은 생각했던 것 이상이었다.

“비행기를 준비해 놓도록 하지.”

다니엘에 선심 쓰듯 말했다.

“내가 너처럼 바보인 줄 아느냐?”

그런 다니엘을 보고 멀린이 한껏 비웃었다.

“다시 한 번 말한다. 클라라는 임산부다. 만약 그녀와 아이가 다치면…….”

파바밧.

다니엘이 말보다 한층 서늘한 눈빛으로 경고했다.

“걱정하지 마. 나도 저 계집이 필요하니까. 흐흐.”

멀린도 생각이란 게 있다.

중요한 인질을 해칠 생각은 없었다.

아이가 어느 정도 성장을 해야 몸뚱이를 빼앗을 수 있다.

그때까지는 엄마란 존재가 필요했다.

“사랑하는 딸아 이리 오너라.”

멀린이 비비안을 향해 손짓했다.

두둥.

비비안의 몸이 공중으로 떠오르더니 멀린의 곁으로 날아갔다.

“그리고 너도.”

멀린이 클라라를 바라봤다.

스르륵.

거짓말처럼 창문이 열렸다.

그리고 한쪽 팔에서 피를 흘리는 채로 클라라가 붕 떠올랐다

“엄마!!!”

아벨린이 떠오른 클라라를 향해 소리쳤다.

스르르릇.

미끌어지듯 허공을 날아 멀린 곁으로 끌려가는 클라라.

“우아아아아아앙! 엄마! 엄마!!!”

아벨린이 목청을 돋우며 울부짖었다.

지금껏 단 한 번도 엄마와 떨어져 본 적이 없는 아벨린이었다.

“듣기 싫어! 난 세상에서 애기 울음소리가 가장 듣기 싫단 말이야!”

멀린이 버럭 짜증을 냈다.

그리고 죽일 듯 아벨린을 노려봤다.

“착하지 아벨린……. 쉿.”

클라라가 허공에 뜬 채 이동하며 사랑하는 딸을 향해 손가락으로 입을 가려 보였다.

사악한 마법사가 아벨린을 죽일 것만 같았다.

“흐으으윽.”

아벨린이 뚝뚝 눈물을 흘리면서 입을 꾹 다물었다.

아직 나이는 어리지만 어떤 상황인지 깨달은 것이다.

자신의 행동으로 나쁜 마법사가 엄마를 해칠 수 있다는 걸 알았다.

“그래. 이렇게 조용해야지.””

멀린이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

다니엘이 얼음장 같은 시선으로 멀린을 노려봤다.

“그렇게 쳐다보지 마. 생각해보면 우리는 좋은 동료가 될 수 있어. 흑마법사 놈들도 처단해야 잖아.”

‘잘만 구슬리면 괜찮은 종이 될 것도 같은데…….’

멀린은 다니엘이 진심으로 탐났다.

맹약을 맺는다면 엄청난 힘이 될 것이다.

“충고 하나 하지.”

“???”

“더 이상 나를 겁박하지 마라. 인연도 소중하지만 난…… 나를 가장 사랑한다.”

새카만 멀린의 속내를 알아채고 다니엘이 선수 쳤다.

‘눈치까지 빠른 놈이야.’

멀린이 더한 협박은 무리라는 걸 깨달았다.

“흐흐. 이거 아쉬워서 어떡하지. 앞으로 몇 년 동안은 볼 수 없을 텐데.”

멀린의 얼굴에 흐뭇한 미소가 번졌다.

“…….”

인질이 멀린의 수중에 든 만큼 다니엘은 말을 아꼈다.

“능력이 있다면 찾아오는 걸 말리지 않겠다. 그런데 네놈 실력으로 가능할까?”

멀린이 끝까지 다니엘을 자극했다.

이를 악물고 멀린을 노려보는 다니엘.

“그럼 떠나볼까. 내 집으로.”

멀린이 여유를 부리며 말했다.

“흐흐흐흐흐흐.”

음흉하고 사악한 웃음을 마음껏 날렸다.

그리고.

“이동!”

짧게 외친 한 마디.

파아아아아앗!

엄청난 빛의 파장이 일시에 일었다.

“허엇!”

조용히 지켜보고 있던 가브리엘이 놀라 신음을 터트렸다.

어느새 멀린과 두 여인이 사라지고 없었다.

“이……동 마법이라니!”

말로만 듣던 이동 마법이 펼쳐졌다.

그걸 무심히 바라보고 있는 다니엘.

“우아아아아아아아아앙! 엄마! 엄마아아아아!”

엄마를 잃은 여자아이의 서러운 울음소리가 성에 울려 퍼졌다.

스르르릇.

다니엘이 공간을 노려보다 이내 아이를 향해 몸을 날렸다.

지금 아이를 달래 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비상종이 울리자 성의 일을 보던 이들은 평소 교육받은 대로 지하실로 몸을 숨겼다.

“울지 마. 아벨린. 이제 괜찮아.”

클라라가 애절하게 부르던 딸, 아벨린에게 닿은 다니엘.

무릎을 꿇고 아이를 안았다.

“아저씨…….”

아벨린이 주르륵 눈물을 흘리며 다니엘에게 안겼다.

“응……. 아벨린.”

다니엘이 아픈 감정을 억누르며 대답했다.

클라라를 닮아 총기가 넘치는 눈빛을 한 그녀의 딸.

“진짜진짜 기사님 맞아요?”

“……기사?”

“엄마가 그랬어요. 기사 아저씨가 괴물한테서 우리 가족을 지켜줄 거라고…….”

아벨린이 눈에 희망을 품고 다니엘을 바라봤다.

눈앞에서 두 여인을 강탈당한 다니엘은 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지켜주기 위해서 찾아왔지만 약속을 이행하지 못했다.

“약속해 주세요……. 우리 엄마와 제 동생을 꼭 찾아주겠다고.”

아벨린이 새끼손가락을 내밀었다.

다니엘이 떨리는 손을 내밀어 작은 손가락에 자신의 손가락을 걸었다.

“그래 약속해 줄게. 이 기사 아저씨가 신과 마나의 이름으로…… 사악한 괴물을 물리치고 엄마와 네 동생을 찾아줄게!”

회귀의 전설 3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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