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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5장. 사악한 마법사의 계략. (1,190/1,284)

1215장. 사악한 마법사의 계략.

두근두근!

비비안의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

갈비뼈가 없었다면 심장은 이미 밖으로 튀어 나왔을지도 모른다.

기사들과 아버지의 탈을 쓴 악마, 그리고 다니엘의 시선이 비비안에게 쏠렸다.

비비안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

‘다니엘! 나만 믿어!’

이런 순간이 한 번은 올 거라 예감했다.

실제 본 일은 아니다.

갑자기 환영으로 나타난 마녀로 인해 집중이 확 깨졌다.

많은 에너지를 소모했다.

마녀로 보였던 여인이 어떤 상황을 의미하는지 모른다.

다만 다니엘과 어떤 연관이 있다는 것만 짐작할 뿐이다.

“비비안 님 정말입니까!”

“기사단장님이…….”

“멀린이라니…….”

유럽권 사람들 사이에서 아서왕의 이야기는 전설이자 판타지다.

그중에서도 마법사 멀린은 아서왕을 측근에서 도운 은인으로 남아 있다.

그런데 기사단장을 보고 멀린이라 가리키는 의아한 상황.

“…….”

기사단장 아르노 발루아 백작의 얼굴이 눈에 띄게 굳었다.

한마디 변명의 말도 뱉지 않는다.

그러다 잠시 후.

“크크크크크크크.”

사악하고 음흉한 웃음을 흘렸다.

온몸에서 뭉클뭉클 탁하고 강력한 기운이 풍겼다.

백작의 몸에서 풍기던 기운이 순식간에 전혀 다른 기운으로 바뀌었다.

더 이상 신을 수호하는 성전 기사단의 단장이 아닌 사악한 존재의 종이 된 듯했다.

“단장님…….”

“!!!”

성전 기사단 기사들이 당황했다.

지금껏 믿고 따르던 자신들의 단장이 가짜였다는 것을 쉽게 믿지 못했다.

“재미있어, 아주 재밌어! 푸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단장이 광소를 터트렸다.

주변 공기가 한바탕 뒤집어질 정도로 대단했다.

“…….”

침묵이 뒤덮은 별장.

“넌 누구냐! 감히 신의 선택을 받은 자의 몸을 강탈한 네놈의 정체가 무엇이란 말이냐!”

가브리엘이 검을 들고 엄하게 꾸짖었다.

‘멀린이라니……. 수천 년 전에 존재하던 마법사란 말인가. 어떻게 그렇게 긴 세월 동안 살아남을 수 있었지? 뱀파이어라도 된다는 건가?’

가브리엘은 지금 벌어지고 있는 상황을 도저히 믿을 수 없었다.

어떻게든 확인이 필요했다.

“강탈은 아니지. 이놈이 알아서 몸뚱이를 바쳤는데.”

툭툭 자신의 몸을 치며 당당하게 말하는 멀린.

“단장니이이임!!!”

차자작.

기사들의 총구가 멀린을 향했다.

여차하면 난사할 분위기다.

“머저리 같은 놈들. 네놈들은 섬기는 주군의 몸뚱이에 구멍을 낼 생각이냐?”

“…….”

기사들이 멀린의 호통에 입을 다물었다.

“쯧쯧.”

시선을 회피하는 그들을 보며 멀린이 혀를 찼다.

뭔가 믿는 구석이 있는 듯한 태도다.

“기생 숙주였군.”

다니엘이 뭔가를 알아챈 듯 입을 열었다.

“네놈 정체가 궁금하구나. 나의 정체를 어떻게 알았지? 그리고 어디서 마법을 배웠느냐?”

멀린은 다니엘의 정체가 진심으로 궁금했다.

자신의 정체를 알고도 물러섬이 없었다.

백작의 몸을 숙주로 삼아 시간을 버텨왔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

“알고 싶은 것도 많네. 시간 많으니까 기다려. 내가 천천히 가르쳐 줄게.”

다니엘은 얼굴에 웃음기를 띠고 멀린을 상대했다.

“저것들을 믿는 건 아닐 테고…….”

멀린이 자신을 매섭게 노려보고 있는 성전 기사단을 가리키며 말했다.

“어느 정도 도움은 되지 않을까? 웬만한 실드는 총알을…….”

“모두 쓰러져라!”

다니엘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멀린의 음성이 공간을 울렸다.

그 순간.

“으음…….”

“아!”

기사단원들 모두가 무기를 손에 쥔 채 바닥에 쓰러졌다.

깊은 잠에 빠진 듯 미동도 보이지 않았다.

“무, 무슨 짓이냐!!!”

가브리엘이 그 광경을 보고 놀라 외쳤다.

“보면 몰라? 멍청한 놈들을 전부 재웠다. 흐흐흐.”

멀린이 자신만만하게 소리쳤다.

“준비성이 철저해. 대단한 마법사야.”

다니엘이 고개를 내저으면서 칭찬을 날렸다.

“저놈들을 내가 믿었을 것 같나?”

멀린은 과거 마탑에서도 어떤 누구도 믿지 않았다.

마탑은 모든 부분에 있어 경쟁구조였다.

동료와 선후배를 찍어 누르지 못하면 위로 치고 올라갈 수 없다.

자원은 한정돼 있었고 고서클 마법사에게 모든 게 집중적으로 배분됐다.

결코 스승도 믿을 수 없었다.

자신의 마법 업적을 위해서 제자도 실험도구로 사용하는 자들이 태반이었다.

그 구조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멀린은 인간의 양심 따위는 애초에 없애 버렸다.

백작의 몸을 차지한 뒤 기사단원들을 마법 미약으로 중독시켜 왔다.

간단한 시동어와 의지만 발현해도 잠재우는 게 가능하다.

“네놈은 타락한 아사신 놈들보다 더 악독하다!”

가브리엘이 진심으로 분노했다.

신이 선택한 종의 몸을 강탈한 것도 모자라 성전 기사단원들에게 해를 가했다.

보아하니 이대로 두면 모두 죽여 후환을 없애려 할 게 뻔했다.

“오! 최고의 칭찬이야.”

멀린은 가브리엘을 희롱했다.

“닥쳐!”

“반쪽짜리 성기사 주제에 입만 살았군. 네가 모시는 신은 그 힘밖에 없더냐? 불쌍하기도 하지.”

멀린이 도발했다.

“이노오오옴!”

신성 모독에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 가브리엘.

“자신 있다면 네놈이 모시는 신의 영광을 실현해 보거라.”

멀린이 가슴팍을 쭉 내밀었다.

“죽어라 악마야!!!”

타다닷.

가브리엘이 성벽을 박차고 멀린을 향해 돌진했다.

파아아앗.

한 손엔 방패를, 나머지 한 손엔 검을 들고 돌격하는 백색의 기사 가브리엘.

그의 날렵한 몸놀림은 초원을 가로지르는 한 마리 표범 같았다.

날카로운 검은 성령과 함께 마나가 결합되어 진한 은빛으로 빛났다.

쉭!

순식간에 공간을 압축해 멀린에게 달려드는 가브리엘.

‘널 죽여 신께 제물로 바치리라!’

사악한 마법사를 살려줄 생각은 전혀 없었다.

자신이 모시는 신은 위대했고 유일했다.

가브리엘이 살아가는 유일한 이유였다.

‘멍청한 놈!’

멀린이 멧돼지처럼 돌격해 오는 성기사를 보며 비웃었다.

마법사로 짐작되는 놈과 합공하면 귀찮아질 것 같아 도발했다.

예상했던 대로 걸려든 성기사.

멀린은 마법을 준비했다.

이계였다면 성기사와의 싸움은 무조건 피했을 것이다.

그들은 성력이라고 하는 특별한 힘을 사용했다.

성력은 마법사의 마나와 상극이다.

게다가 신성마법은 파훼하기도 힘들었다.

성기사들 모두가 기사급에 준하는 육체를 갖고 있어 초근접전은 피해야 했다.

그러나 이곳은 이계가 아니다.

한마디로 제대로 된 성기사가 존재하지 않는다.

저렇게 마법사 무서운 줄 모르고 돌격해 오는 놈도 결국 반쪽짜리에 불과하다.

성력도 쥐꼬리만 했고 대부분 마나를 주로 이용했다.

‘한 방에 보내주마!’

멀린이 마법 지팡이 대신 사용하고 있는 검을 치켜들었다.

그리고.

“라이트닝 체인!”

갑옷으로 무장한 기사나 적들에게 시전하는 전격 마법이다.

파찌지지지지지직!

검에 박혀 있는 마력석이 반응하며 마법을 완성했다.

검에서 불꽃처럼 튕겨 나가는 새파란 전격 마법의 파장들.

어른 허벅지만 한 십여 개의 전격 줄기가 기사를 향해 뻗어 나갔다.

공간 범위 마법의 일종으로 피할 곳도 없었다.

상대하는 방법은 간단했다.

몸으로 막아내면 그만이다.

성기사는 멈추지 않고 달려들었다.

방패로 몸을 막고 그대로 전격 마법이 만들어 낸 파장에 뛰어들었다.

‘넌 죽었다! 흐흐!’

멀린이 확신한 순간.

“실드.”

가볍게 들려오는 마법 영창.

파아아아앗.

성기사 앞으로 순식간에 우윳빛 실드가 쳐졌다.

그리고.

두둥! 두두두두둥!

전격 마법이 실드에 부딪치며 사방으로 튕겨져 나갔다.

“!!!”

멀린의 눈이 튀어나올 듯 커졌다.

한 방에 제거하기 위해 5서클 마법에 온 힘을 쏟았다.

마력석의 기운까지 가미되어 마법은 완벽했다.

그런데 평범한 기초 실드 마법에 전격 마법이 튕겼다.

이유는 단 하나.

그건 실드에 고서클 마법사의 엄청난 마나와 의지가 담겼다는 것.

쇄애애앳.

그사이 성기사의 검이 멀린에게 쇄도했다.

성벽을 박차며 그대로 멀린의 몸을 베어왔다.

“이이이!”

이를 갈며 뒤쪽 허공으로 급히 몸을 빼는 멀린.

다급하게 검을 앞으로 뻗었다.

캉!

멀린의 검이 밀렸다.

슈우우욱!

성기사의 검이 멀린의 몸뚱이를 노려왔다.

카가가강!

혹시 몰라 가동해 놓은 실드에 성기사의 검이 부딪쳤다.

“큭!”

묵직한 통증이 아랫배를 자극했다.

오랜만에 맛보는 고통의 진한 맛.

쿠우웅!

아쉽게도 허공을 날지 못하는 가브리엘의 육신은 지상으로 떨어졌다.

땅에 착지한 후 허공에 뜬 멀린을 노려보는 가브리엘.

“네……놈이!”

멀린이 마법을 펼친 상대를 보며 이를 갈았다.

“네놈이 아니라 마법사 다니엘 님.”

다니엘은 여유만만했다.

마법사 멀린 따위는 안중에도 없어 보였다.

“보아하니 마법 능력을 다 회복하지 못한 것 같은데 순순히 포기하지. 그럼 고통 없이 마나의 품으로 보내주겠다.”

다니엘이 인심을 쓰듯 말했다.

“흐흐흐흐흐.”

멀린이 음흉한 웃음을 흘렸다.

“어떻게 마법을 수련했는지 모르지만 대단하구나. 이곳에서 네놈 정도의 실력자를 만날 거라고는 감히 상상하지 못했다.”

멀린은 다니엘을 적수로 인정했다.

평범한 실드 마법으로 5서클 마법을 쉽게 막아냈다.

지금 자신의 수준으로는 처리하기 어려웠다.

“그래서?”

“다음에 만나면 그때 제대로 겨뤄보자.”

“다음? 그게 가능할 거라고 생각해?”

“아마도.”

“그 자신감의 원천은 뭐지? 내가 놀랄 만한 계략이라도 준비했나?”

“보면 알 것이다. 흐흐.”

멀린은 짧은 비웃음과 함께 들고 있던 검으로 자신의 왼손을 그었다.

후두두둑.

허공에서 땅 위로 떨어지는 핏방울.

“공갈자해가 통할 것…….”

다니엘이 여유롭게 받아쳤다.

그때.

“아아아아악!”

여인의 처절한 비명소리가 들렸다.

귀에 익은 목소리.

“크, 클라라?”

다니엘이 비명이 들리는 방향으로 시선을 돌렸다.

성의 유리창 너머로 들여다보이는 고풍스러운 방.

배가 불룩 튀어나온 클라라가 왼팔을 잡고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붉게 젖은 그녀의 팔.

“엄마아아아아아아아!”

어린 딸의 비명이 다시 성에 울려 퍼졌다.

회귀의 전설 3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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