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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1장. 마법의 성. (1,186/1,284)

1211장. 마법의 성.

“헉…… 헉! 허어억!”

가브리엘은 심장이 목구멍으로 튀어나올 것 같다는 말을 직접 경험하고 있었다.

숨이 쉬어지지 않았다.

눈알은 거친 호흡에 따라 툭 튀어나왔다 다시 들어가기를 반복했다.

두 다리를 지탱하는 단단한 근육도 의지대로 움직이지 않고 흐느적거렸다.

폐부는 찢어질 듯 아팠다.

‘어떻게!’

기사단에서도 가브리엘은 상당히 뛰어난 달리기 속도를 자랑했다.

일반적인 달리기 수준이 아니다.

마나라 불리던 과거의 힘을 이용한 달리기였다.

거짓말 조금 보태 약간 가속하면 하늘을 날 정도의 수준이었다.

그는 백색 기사단의 성기사다.

성령의 은총을 받은 몸이지만 그가 쓰는 힘은 마법사들과 같은 방법으로 취득했다.

한마디로 반 절짜리 성기사인 것이다.

마녀사냥을 통해 빼앗은 마법서를 용이하게 활용했다.

바깥세상으로 비밀이 새어나가지 않는 중세시대 수도원에서는 성기사들을 위한 각종 마법술들이 연구됐다.

그때 사제 마법사들을 적극 활용했다.

개중에는 마법의 유혹에 빠져 신을 배신한 자들도 여럿 있었다.

마법서는 지금껏 믿고 신봉해 왔던 신을 부정하고 이단의 길로 들어서기에 충분한 조건이 됐다.

속속 반란자도 나타났다.

그러나 그들 모두를 제압했다.

결국 사제 마법사들은 고서클 마법사로 진화하지 못했다.

조금이라도 성령의 은총을 받은 자들은 고서클 마법사가 될 수 없었다.

그렇게 되면서 기초와 중급 마법 이외에 상급 마법서는 아예 활용이 불가능했다.

그 대신 얻게 된 기사의 힘.

마나를 통해 육체 수련이 극도로 발달했다.

성령의 힘이 발휘되면서 흑마법이 잘 먹히지 않았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백색 기사단은 교황이 명한 바를 완수했다.

소수지만 지금껏 그들에게 대적할 만한 적수들은 거의 없었다.

그러나 오늘은 사정이 달랐다.

기사단에서 빠르기로 첫 번째 손가락에 꼽히는 가브리엘이 보기 좋게 발렸다.

도약 거리가 달랐다.

바람을 가르는 야조처럼 날아가는 다니엘.

반칙으로 시작했지만 따라잡고도 남을 만큼 자신감이 넘쳤다.

일반인들은 상상도 못 할 속도로 뛰어나가는 게 가능했다.

모든 게 착각이었다.

저만치 앞서는 다니엘의 그림자도 밟지 못할 수준이다.

어찌 된 일인지 추격하면 할수록 거리는 더 벌어졌다.

“괜찮아요?”

심장이 튀어나올 듯 헐떡거리는 가브리엘과 달리 호흡 하나 흐트러지지 않는 다니엘.

괴물 같았다.

땀 한 방울 흘리지 않았다.

부정할 수 없는 확실한 실력 차이.

“사람 맞습니까?”

가브리엘이 진심으로 물었다.

“내가 사람으로 보입니까?”

씨익 웃는 다니엘의 반문에 가브리엘은 그만 입을 다물었다.

“조용하군요.”

별장으로 사용하는 백작의 성은 어둠 속에 잠긴 채 고요했다.

성이라 불렸지만 방어용은 아니었다.

넓은 정원 안에 자리잡은 5층 높이의 대저택.

곳곳에 총을 든 경호원들이 보였다.

CCTV를 비롯해 각종 첨단 보안장치도 가동되고 있다.

난공불락의 요새가 따로 없었다.

“으음…….”

가브리엘이 신음을 뱉었다.

이번 일이 쉽지 않을 거라 생각은 했지만 그 이상이다.

혼자였다면 진작 포기하고 돌아섰어야 할 분위기다.

더욱이 상대할 자는 백색 기사단의 아르노 발루아 백작이다.

그가 왜 변심하고 오염됐는지 아직은 이유를 모른다.

최대한 접근에 조심해서 나쁠 건 없었다.

“흐으으음……. 제법인데요.”

“경비가 삼엄합니다.”

“느끼셨습니까?”

“네. 경호원들과 보안장치가 대단합니다.”

“보이는 것 말고 다른 거 말입니다.”

“다른 거요?”

가브리엘은 다니엘의 말에 성을 다시 봤다.

묘하게 거슬리는 기운이 느껴지고 있었지만 딱히 와닿는 건 없었다.

“없어요?”

“……네.”

“그렇군요.”

‘도대체 뭐가 있다는 거야?’

가브리엘은 내심 자존심이 상했다.

경주는 패했다.

두말없이 햄버거를 사야 한다.

신의 종에게 거짓 약속은 있을 수 없다.

그런데 이 상황에 또 다른 걸 감지한 다니엘.

“마법입니다.”

“마법요???”

“각종 탐지 마법과 결계 마법이 중첩되어 펼쳐져 있습니다. 와우! 대단하군요. 지구에 아직 이런 마법사가 남아 있다니. 후훗.”

감탄을 터트리며 비웃음을 함께 날리는 다니엘.

그는 지금 상황을 즐기고 있었다.

‘마법이라니! 도대체 무슨…….’

가브리엘은 다니엘의 말이 이해되지 않았다.

눈을 부릅뜨고 다시 주변을 살폈다.

분명 이상한 기운이 느껴졌지만 마법이 존재한다고는 판단하기 어려웠다.

“아르보 발루아 백작이 펼친 마법입니까? 그가 마법사가 된 겁니까? 그는 기사입니다! 마법사는 나이 제한이 있어 쉽게 될 수가 없습니다!”

가브리엘은 다니엘의 말을 믿지 못하고 연이어 되물었다.

아르노 발루아 백작에게 교황청 지하 비밀 금고를 열어줬다.

그곳에서 삼신기를 비롯한 마법서를 얻었다.

물론 욕심만큼 다 가져가지는 못했다.

교황청에서 성궤와 성배는 따로 빼놓은 상태였다.

유일하게 허락된 물품이 엑스칼리버와 마법서였다.

또 마법서들 중에서도 흑마법과 고서클은 제한됐다.

“가브리엘 님.”

다니엘이 이름을 불렀다.

불신의 눈빛을 띠고 바라보는 가브리엘.

“당신도 일반인이 보기에는 마법사입니다.”

훅 찌르고 들어오는 부인할 수 없는 팩트.

“그리고 아르노 발루아 백작이 아닙니다. 그는 이 정도 마법사가 될 수 없습니다.”

“그럼…….”

“오염으로 추정된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헛!”

뭔가를 깨닫고 가브리엘이 신음을 터트렸다.

“그는 오염됐습니다.”

“추정일 뿐입니다!”

“봐야 믿겠습니까?”

“…….”

확신에 찬 다니엘의 말에 가브리엘은 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그 순간.

“드러나라!”

다니엘이 준엄한 신처럼 손을 허공에 뿌리며 명령했다.

미세한 빛의 입자가 사방으로 날아가는 게 보였다.

그리고 잠시 후.

“아!!!”

가브리엘은 탄성을 터트렸다.

성 주변으로 일렁이는 일정한 규칙을 이룬 빛의 파장들이 드러났다.

빨주노초파남보.

무지개를 이루는 일곱 가지 색이 아름답게 일렁였다.

문제는 모두 다 마법에 의해 창조됐다는 것이다.

“고서클 마법사의 마법입니다. 마법 이해력이 7서클은 되겠군요.”

“7……서클!!!”

가브리엘은 놀라서 말을 더듬었다.

마법을 배운 몸으로 다니엘이 말한 7서클이 얼마나 대단한 경지인지 잘 안다.

사제 마법사들 중에 최고에 오른 자가 5서클이다.

그 이상은 마법서도 존재하지 않았다.

상상 속에서나 존재하는 경지.

그런데 다니엘은 그 실체를 알고 있다.

“어떻게 아느냐고요?”

대수롭지 않다는 표정으로 빙긋 웃는 다니엘.

가브리엘은 차마 두려워 묻지 못했다.

다니엘의 입에서 폭탄 고백이 나올까 무서웠다.

“어떻게 할까요?”

정신이 멍한 가브리엘에게 다니엘이 또 물었다.

“???”

“전진과 후퇴. 고르십시오.”

선택지는 두 개다.

마음 같아서는 뒤로 물러나고 싶지만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아직 확인되지 않았어! 그리고 7서클은 불가능해!’

6서클 이상은 지구에서 수련이 불가능하다고 알려져 있다.

가브리엘은 선배들의 가르침을 의심하지 않았다.

그리고 상부에서 이 사건에 대한 처리 명령이 하달됐다.

어떻게든 백작의 변심 이유를 알아내야 했다.

상부의 명령은 절대적이다.

설사 그게 죽음의 길이라고 해도 뒤로 물러날 수 없었다.

“전진입니다!”

가브리엘이 용기내어 말했다.

“역시! 기사들은 용감합니다.”

다니엘이 엄지척을 내밀었다.

그리고.

“이번에도 선택하십시오. 정문 아니면 뒷문?”

누가 봐도 정문으로의 입장은 불가능했다.

백색 기사단이 눈치를 채면 뒤가 어떻게 될지 장담할 수 없었다.

마법으로 보호되는 성에는 백작의 식솔들이 기거하고 있다.

그들은 아직 오염되지 않았다는 것이 확인됐다.

잘못하다가는 그들까지 위험해질 수 있었다.

“다른 방법은 없습니까?”

선뜻 대답하지 못하던 가브리엘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어느새 마법진의 모양은 사라졌다.

마법진과 첨단 감시 체계를 뚫고 들어갈 만한 묘수가 떠오르지 않았다.

“피자도 쏠 겁니까?”

“…….”

이 상황에서도 농담을 던지는 다니엘.

“수당은 많을수록 좋은 법입니다.”

“알겠습니다.”

“그럼 가시죠.”

그렇게 말을 내뱉은 다니엘이 앞장섰다.

“멈추십시오! 그렇게 막 들어가면 들키지 않습니까!”

가브리엘이 무턱대고 앞으로 나아가는 다니엘을 보며 외쳤다.

바로 앞은 마법진이 있던 자리다.

“손잡으십시오.”

“네???”

스윽.

다니엘이 돌아보며 손을 내밀었다.

가브리엘은 상황을 이해하지 못했다.

성경을 기반으로 여러 선배들이 가르침을 전수했다.

특히 남자들끼리 손을 잡는 일은 결코 있어서는 안 된다고 가르쳤다.

“무슨 생각합니까?”

“아니 그게 아니라…….”

가브리엘의 얼굴이 붉어졌다.

지금껏 여성은 물론 어떤 남성과도 손을 잡아본 적이 없는 가브리엘.

게다가 성기사들은 악수 같은 것도 하지 않았다.

“안타깝습니다.”

“뭐, 뭐가 말입니까?”

“순수한 듯하면서 영혼에 이렇게 때가 두텁게 껴서야…….”

“다니엘 님!!!”

가브리엘이 빽 소리를 질렀다.

내면을 들킨 것 같아 몹시 부끄러웠다.

덥석.

말이 끝나기 무섭게 다니엘이 가브리엘의 손을 잡아챘다.

“!!!”

가브리엘의 표정은 사색이 됐다.

“브로맨스는 제 취향이 아닙니다. 걱정 마십시오.”

장난스러운 다니엘의 말투.

“그런데 왜…….”

“마법의 성으로 가시죠.”

‘도대체 어떻게!’

가브리엘은 머릿속이 온통 의문으로 가득찼다.

그 순간.

“플라이!!!”

가브리엘의 무거운 몸뚱이가 새처럼 가벼워졌다.

회귀의 전설 3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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