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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3장. 나 좀 도와줘!!!(2) (1,178/1,284)

1203장. 나 좀 도와줘!!!(2)

“도대체 왜 반대하는 거죠? 이건 무조건 되는 사업이잖아요!”

엘자그룹 회장의 저택.

막내딸 고연지의 목소리가 뾰족하게 섰다.

“…….”

저녁 식사를 마치고 서재에서 차를 마시던 고자룡은 딸의 외침을 애써 못 들은 척 침묵했다.

딸의 말이 전적으로 맞았다.

시작만 하면 사업은 무조건 성공 가도를 달릴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연지야……. 우리 지분이 낮다.”

부정할 수 없는 뼈아픈 말을 꺼냈다.

직책 회장이지만 가끔 그 이름이 허울뿐일 때가 많았다.

엘자그룹은 그 어떤 기업보다 사공이 많다.

처음 사업을 시작할 때 조부의 뜻은 순수했다.

하씨 집안과의 동업은 당시만 해도 먹혔다.

그리고 그때는 이렇게 거대 그룹으로 성장할지 예상치 못했다.

사업이 승승장구 급속도로 성장하면서 가업은 기업이 됐고 만만치 않은 그룹으로 성장했다.

장자승계를 내세웠지만 자식들이 많아 주식은 분할될 수밖에 없었다.

현 회장인 고자룡에까지 다다르자 그룹 지분은 큰 의미가 없어졌고 다들 그만그만한 수준이 됐다.

그사이 하씨 집안도 독립했고 형제들도 지분을 쪼개 각자 그룹을 만들었다.

돈이 되는 지분 중심으로 돈 많은 형제들이나 친척들에게 팔려나갔다.

그 형제들 몇몇이 마음만 먹는다면 회장도 갈아치울 수 있을 만큼 자리가 위태로웠다.

“태산이가 중국 사업은 말렸잖아요. 들어가면 늪에 빠질 거라고. 100% 성공할 수 있는 사업을 놔두고 왜 그런 자리에 들어가요? 아빠……. 이건 아니에요!”

고연지는 답답해서 어찌할 바를 몰랐다.

더 이상 순수했던 인문대생 고연지가 아니었다.

기업 경영에 뛰어들어 대표가 되면서 세상 보는 눈이 크게 달라졌다.

과거에는 생각만으로도 막연했던 사업과 그룹 경영.

직접 부딪치면서 경험하게 되자 그제야 부조리가 보이기 시작했다.

“하아아…….”

고자룡이 한숨을 쉬었다.

야심차게 장태산 버프를 받아 추진했던 사업들이 번번이 이사회에서 좌초됐다.

교묘하게 이간질하는 피붙이들 때문에 계파가 나뉘었다.

과거와 달리 빠른 경영판단이 필요할 때가 많았지만 아직도 속도가 한참 느렸다.

장태산이 거침없이 충고했던 엘자그룹의 문제점이 결국 발목을 잡았다.

“모두 잘라버리세요!”

고연지가 거칠게 나왔다.

“연지야!”

“아빠! 이러다 그룹 망해요. 스마트폰만 해도 그래요. 오정보다 우리가 먼저 준비했잖아요. 그런데 불가능하다고 미리 겁먹고 주저하다 결국 만년 2인자가 됐어요. 그사이 중국이 세계 시장을 점유하기 위해 들어왔어요. 이러다가는 스마트폰 사업부 날아가요!”

“…….”

고자룡은 딸의 거침 없는 신랄한 비판에 입을 다물었다.

‘답답해!’

고연지의 속이 타들어갔다.

장태산에게 시원하게 큰소리쳤지만 그사이 제대로 이뤄진 게 하나도 없었다.

도리어 그가 말리던 중국 LCD와 배터리 사업은 거침없이 추진됐다.

공장에 거금이 투자된 건 두말 할 필요도 없다.

이제 와서는 발도 빼지 못하는, 이도 저도 아닌 상태가 되었다.

문제는 점점 중국 측 분위기가 처음과 달리 바뀌고 있다는 것.

사드 때문에 한국에 대한 인상이 좋지 않고 신뢰 구도가 망가졌다.

교묘하게 중국 국영 언론들이 한국을 비하하기 시작했다.

중국 정부 실책을 한국과의 갈등으로 얼렁뚱땅 해결하려는 것이다.

과거 일본 정부가 시도했던 방법과 같았다.

이렇게 되면 알고도 당해야 할 판이다.

‘고선택 이 매국노 새끼!’

고연지는 당숙인 고선택을 증오했다.

아빠의 사촌형이자 엘자그룹의 대주주다.

엘자통신을 휘어잡고 있었으며 LCD 사업부에도 행사하는 영향력이 컸다.

사람 좋은 아빠와 달리 치밀하고 야비한 사람이다.

지분을 가진 고씨 집안 패밀리들을 알차게 꿰차고 앉았다.

점점 고자룡 회장의 입지가 센터에서 밀리고 있다.

회장 전결 사항도 이사회에서 수시로 뒤집히기 일쑤다.

엘자통신과 주웨이의 동맹 문제가 그랬다.

중국 시장을 잡아야 한다며 LCD 공장을 중국에 증설했다.

미래 먹거리인 배터리 사업도 이상한 방향으로 진행됐다.

“……연지야 미안하구나.”

고자룡이 딸을 안쓰러운 시선으로 바라봤다.

겉보기에는 화려해도 고난밖에 없는 그룹 경영에 끌어들인 게 못내 미안했다.

“아빠가 왜 미안해요. 그룹에 기생하는 쓰레기들이 문제죠.”

고연지는 차분하게 응대했다.

대표가 되니 감정 조절에도 능숙해졌다.

분노하되 절제했다.

“태산 군에게도 면목이 없구나.”

고자룡은 다시 한 번 반성했다.

장태산의 나이만 보고 섣불리 판단했던 첫 만남이 내내 후회됐다.

“괜찮아요. 태산이가 그렇게 속 좁은 친구는 아니잖아요.”

고연지는 장태산을 믿었다.

진심을 다하면 용서와 이해를 하는 사람이다.

배신하지 않으면 절대 먼저 뒤통수를 치는 일도 없다.

‘순댓국에 소주 생각나네.’

괜히 장태산이 떠올랐다.

그리고.

“아빠. 우리…… 태산이에게 부탁해요.”

“뭐, 뭘 말이야?”

“쓰레기들 분리수거. 대한민국에서 장태산을 따라올 능력자는 없어요!”

독하게 마음먹은 고연지.

당숙과 엘자그룹을 좀먹는 자들을 아예 쓰레기라고 불렀다.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었다.

한 번 무너지면 재생이 불가능한 시대다.

“…….”

고연지의 말뜻을 알아들은 고자룡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다시 선택의 기로에 섰다.

이마에 깊은 주름이 잡혔다.

고심에 빠졌다.

‘너무 안일했어.’

피붙이라는 이유로 은연중 믿고만 살았다.

조부 때부터 듣고 살았던 가족 간의 화목.

이제는 날려 버려야 할 낡은 적폐가 됐다.

하나둘씩 양보해 오다 보니 결국 집안 기둥까지 뽑아가려 들었다.

‘장태산…….’

번번이 딸에게 부탁하는 입장이 됐다.

무안하고 미안한 일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그래 내가 직접 부탁해 보마!”

***

“비비. 무슨 일이야?”

능숙한 프랑스어가 바로 튀어나왔다.

꾸벅.

심각한 분위기에 한진웅 대표는 고개를 숙여 보이고 사라졌다.

- 흐으으윽…….

전화기 너머에서 비비가 갑자기 울음을 터트렸다.

심각한 일이 생긴 게 분명하다.

유럽을 보호하는 기사단 단장의 딸이 타국에 있는 나에게 울면서 전화할 정도라면 뭔가 큰 사건이 터졌다는 의미다.

“말해봐. 무슨 일이야? 아사신이 공격이라도 했어?”

로리아나 습격 이후 얼마간 조용했던 아사신이다.

그들이 아무리 흑마법사로 이뤄진 집단이라 해도 괴물들을 국수면 뽑듯 뽑아낼 수는 없을 것이다.

- 아니 그게 아니라…….

비비가 말을 잇지 못했다.

감춰야 할 비밀 같은 게 있음이 감지됐다.

“도와달라며. 뭘 알아야 도와주지.”

부드럽게 비비를 달랬다.

비비와의 인연이 상당히 깊다.

프랑스에서 보냈던 그녀와의 추억이 짧지 않다.

부족한 나를 사랑해 주던 비비.

미래를 예측하는 힘으로 여러 번 도움을 주기도 했다.

- 가문 일이야……. 밖으로 이 일이 알려지면 큰일 나.

비비는 두려운 듯 목소리가 떨렸다.

발루아라는 성 자체가 갖는 책임과 의무가 가볍지 않다.

프랑스 왕족이며 기사단장을 대대로 배출해 온 명망 있는 귀족가다.

“비비. 우리가 남은 아니잖아.”

큰 사태라면 가장 먼저 생각난 게 나였을 것이다.

- 아빠가…… 이상해.

아빠?

갑작스런 비비의 말에 의문이 발동했다.

아르노 발루아 백작은 직접 만나보지 못했지만 대단한 남자로 파악됐다.

기사단을 이끌고 지금껏 악마 같은 아사신을 물리쳐 왔다.

“뭐가 이상해? 구체적으로 말을 해봐.”

- 구체적으로는 말 못 해. 하지만……. 변했어.

“변해? 어떻게?”

미래를 예견하는 예지력을 소유한 비비의 감각은 탁월했다.

가볍게 지나칠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기사단장에게 탈이 생기면 유럽 전체가 위험해진다.

보이지 않는 또 다른 변수인 게 분명하다.

나비효과의 후폭풍이 어디까지 튈지 알 수 없었다.

- 눈빛이 차가워. 나와 오빠, 그리고 새언니와 아이들을 보는 시선이 예전 같지 않아.

“비비, 구체적으로 설명해봐.”

직접 대면하지 못한 상황이라 어떻게든 상세하게 듣고 파악해야 했다.

- 인간 같지가 않아. 마치……. 다른 영혼이 들어와 있는 것처럼 말이야.

“!!!”

빙의다.

다른 영혼이 들어와 있는 것 같다는 말에 확실히 감이 잡혔다.

그럼 아사신은 아닐 것이다.

아르노 발루아 백작은 성전 기사단장이다.

오염된 악의 씨앗이 목숨을 빼앗을지언정 영혼만을 삼킬 수는 없다.

“그렇다면…….”

“내가 모르는 비밀 얘기해봐.”

- 하아.

비비가 짧은 신음을 흘렸다.

“비비. 느낌이 안 좋아.”

솔직한 감상을 말했다.

예지력은 없지만 예감력은 나 역시 뛰어났다.

- 아빠가…… 마법을 배웠어.

응? 마법?

갑자기 튀어나온 마법이라는 말에 당황스러웠다.

백작과 마법은 결코 어울리지 않았다.

“배워? 지금 그 연세에 말이야?”

- 응…….

“내가 아는 상식으로는 너무 늦었어. 마법이라는 게 쉽게 배울 수 있는 술법이나 학문이 아니야.”

깨달음도 중요시되지만 마나를 축적하는 과정이 쉽지 않다.

그만큼 근골이 중요하다.

어린 시절부터 체계적으로 수련하거나 나처럼 특별한 신의 은총이 있어야 가능하다.

마나가 흐르는 혈맥이 굳어지면 아무 소용이 없다.

기사단장이라고 해도 그건 마찬가지다.

- 편법을 쓰셨어.

“편법……. 설마!”

마법의 편법은 다른 말로 흑마법과 동일한 뜻이다.

빨리 마법을 획득하기 위해 다른 어둠의 힘과 계약한 자들.

그것도 기사단장이 흑마법을 습득했다면 큰일이다.

기사단 자체가 괴멸될 수 있다.

- 흑마법은 아니야!

비비가 다급히 소리쳤다.

거짓말은 아닌 듯하다.

“그럼 뭔데?”

호기심이 극도로 상승했다.

마법은 지구상에 얼마 남지 않았다.

흑마법 말고 다른 마법은 또 얼마나 대단한지 궁금했다.

- 멀린의 금지된 비법을 사용했어.

멀린? 전설의 그 멀린???

회귀의 전설 3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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