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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1장. 병원장 한번 해보시죠?(4) (1,176/1,284)

1201장. 병원장 한번 해보시죠?(4)

- 결과는?

짧은 물음이 던져졌다.

“바로 처리했습니다. 병원장은 오늘 날짜로 사표 제출할 예정입니다.”

아웅대 학교 법인 이사장실.

이사장 이덕훈은 자리에서 일어나 차렷 자세로 전화를 받았다.

환갑이 넘은 나이이지만 과거 습관은 어쩔 수 없었다.

한때 상사로 모셨던 도운중 회장이다.

그와 함께 젊은 시절 대한민국 산업계의 역사를 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덕훈은 대웅 부도가 터지기 전에 아웅대 학교 법인 이사가 됐다.

이상 기류를 감지한 도운중 회장의 배려였다.

이덕훈은 지금도 그때의 고마움을 잊지 못했다.

다른 동기들은 대웅의 부도 이후 낙동강 오리 알 신세가 됐다.

그러나 아웅대는 달랐다.

지금까지 사비를 털어 학교 법인에 투자했던 도운중 회장 덕이었다.

그 덕으로 아웅대 학교 법인은 현재까지 탄탄한 재무 구조를 갖고 있다.

특히 아웅대 대학병원이 효자였다.

그곳에서 벌어들인 수익금으로 아웅대는 내실 있게 학교를 운영했다.

- 확실히 마무리해. 그 녀석 성격이 보기보다 까칠해.

“넵! 회장님!”

이덕훈은 목소리에 힘을 담아 답했다.

조금 전 도운중 회장으로부터 먼저 전화가 왔다.

평소 자주 연락을 주고받지는 않았다.

대웅이 무너진 뒤로 혹시나 피해가 올까 봐 도운중 회장이 스스로 거리를 두고 멀리했다.

오랜만의 전화에 이덕훈은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뵙고 싶어도 워낙 신출귀몰하게 움직이는 어른이라 약속 잡는 일도 쉽지 않았다.

아직도 국내에 들어오면 언론들이 도운중 회장을 물어뜯었다.

그 와중에 다이렉트로 들어온 부탁 전화.

사실 이사장직에서 물러나라고 하면 두말없이 나가야 했다.

이사진들 대다수가 도운중 회장과 연관이 있는 인사들이다.

현재도 도운중 회장이 이사들을 임명하고 있었다.

한마디로 보이지 않는 실세요 아웅대의 대부였다.

법적으로는 아무 연관이 없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그 도운중 회장이 병원장을 날리라고 지시했다.

느닷없는 지시에 이덕훈은 이유를 물었다.

병원장 오동수는 의사 실력은 차치하고 우선 경영에 능한 인물이었다.

병원 수익 구조를 획기적으로 개선한 사람이기도 했다.

골프 실력도 좋고 눈치도 빨라 수하에 두기에 적당한 사람이다.

여러모로 쓸모 있게 부리기에 그만한 자가 없었다.

사정을 모를 리 없는 도운중 회장이 충고를 해왔다.

본인도 무서워하는 도깨비가 지금 아웅대 병원에 있다고 말이다.

그리고 그 도깨비 이름이 장태산이라고 밝혔다.

안아를 비롯해 몇 개 그룹을 단숨에 날려버린 대한민국 경제계의 신화적인 인물이다.

이사장도 익히 소문은 들어 알고 있는 이름이었다.

그 장태산이 병원장을 치워달라고 부탁한 것이었다.

더 이상의 이유가 필요 없었다.

이사장은 즉시 병원장에게 사표를 제출하라고 명령했다.

저항은 있을 수 없다.

- 그리고 새로운 병원장은 그 녀석이 원하는 대로 정리해 줘.

“벼, 병원장을 말씀입니까?”

병원장을 자르는 것과 새로 임명하는 건 전혀 다른 사안이다.

주변에 대기자가 꽤 많았다.

그들 중에서 입맛에 맞는 자를 임명하고 싶었던 이덕훈.

병원장 하나 잘못 들어오면 법인 재정 수익이 바로 악화될 수 있다.

- 왜? 아까워?

도운중 회장이 대놓고 물었다.

“그게 아니라…….”

사실 속으로는 아까웠다.

병원장은 이사장의 핵심 라인을 심는 게 관례였다.

- 쯧쯧. 아직도 간이 그렇게 작아서야 원…….

도운중 회장이 그의 속을 훤히 들여다보듯 혀를 찼다.

“회장님…….”

이덕훈의 안색이 하얗게 변했다.

- 내가 덕훈이 자네를 왜 학교로 보낸 줄 알아?

당연히 몰랐다.

그저 자신을 살려 주기 위해 보냈을 것이라 지금까지 의심 없이 믿어왔을 뿐이다.

- 간이 작아 큰 사고는 치지 않을 것 같아서 보낸 거야. 지성의 요람인 학교가 돈 처먹는 곳은 아니잖아.

“…….”

수십 년이 지나서야 밝혀진 자신의 이사장 거취 내막.

이덕훈은 입을 꾹 닫았다.

도운중 회장의 진심이 어떻든 간에 지금은 잘 먹고 잘 산다.

- 장태산 그 녀석 말 잘 들어. 그러면 학교하고 병원 망할 일은 없을 거야. 이번 일만 잘 마무리되면 큰 거 한 장 정도는 투자해 줄 거야.

‘큰 거 한 장? 1000억?’

도저히 감이 서지 않는 한 장이라는 자금의 기준.

- 1000억 말고 그 뒤에 공 하나 더 붙여!

이덕훈의 마음을 알기라도 한 듯 한마디를 더 보태는 도운중 회장.

“1, 1조요???”

이덕훈은 깜짝 놀라 할 말을 잃었다.

- 그것도 최소야. 그러니까 명심해. 장태산 그 녀석 말에는 무조건 찬성해. 그리고 이사에 반드시 합류시켜. 그러면 평생 돈 걱정 안 하고 학교 운영할 수 있어.

도운중 회장의 진심이 담긴 강력한 충고였다.

“알겠습니다! 무조건 충성을 바치겠습니다!”

1조라는 말에 이덕훈도 다른 생각을 하지 않고 충성을 바치겠다고 약속했다.

거금이 투입되면 아웅대를 비롯해 병원 환경은 확실히 달라질 것이다.

분당에 자리잡은 거대 대학 병원과 자웅을 겨루는 일이 가능해진다.

그렇게만 된다면 충성이 아니라 더한 것도 바칠 수 있었다.

***

유한동 센터장과 김국조 교수는 행동하는 데 있어 가난한 사람들이 아니다.

세상에서 교화하기 가장 힘든 이들이 바로 행동이 가난한 자들이다.

그런 자들은 생각과 말만 앞서고 행동이 뒤따르지 않았다.

새로운 일을 함께하자고 하면 경험이 없다고 일단 거절한다.

오래된 사업 모델은 레드 오션이라며 인상을 쓰고 신사업은 미래가 불안하다고 고개를 내젓는다.

동업은 자신의 자유를 억압한다고 또 싫어했다.

전문가처럼 입을 놀리다가도 막상 일을 맡기려 들면 전문가가 아니라고 뒤로 빠진다.

그뿐인가.

규모가 작은 사업은 사람들에게 무시당한다고 싫어한다.

큰 사업은 또 돈이 없다고 주저한다.

그런 이들에게 도대체 뭘 잘하느냐고 물으면 대다수가 입을 닫는다.

급기야 코너에 몰리면 자기를 뭘로 보냐며 도리어 화를 낸다.

그런 식의 행동이 가난한 이들에게는 공통점이 존재한다.

바로 헛된 꿈을 상상만 하다 시간을 낭비한다는 것.

하루하루가 인생이라는 집을 짓는 데 필요한 벽돌 한 장이라는 걸 절대 이해 못 한다.

구체적으로 행동하라고 하면 이것저것 핑계 대기 바쁘다.

귀도 얇아 같은 부류의 사람들과 실속 없는 대화 나누기는 아주 좋아했다.

공상에 빠져 대부분의 시간을 흘려보내고 시간 귀한 줄을 모른다.

그렇게 자신에게 주어진 모든 인생의 시간을 헛되이 흘려보내다 삶을 마감한다.

그리고 어떤 일이든 세상을 원망하고 불공평하고 불공정하다고 따진다!

태어날 때부터 금수저가 아닌 이상 대부분 출발 선상은 비슷비슷하게 마련이다.

아주 부자인 상위 0.1%는 출발 위치 자체가 다르다.

대부분의 99.9%는 비슷한 위치에서 출발한다.

대한민국은 더 이상 돈이 없어 배우지 못하던 시대가 오래 전 지나갔다.

열정과 노력만 있다면 각종 장학 제도를 비롯해 인터넷 교육까지 배울 수 있는 환경이 우수했다.

그러나 결과가 다 같지 않다.

생각하고 바로 행동에 옮기느냐 그렇지 못하느냐의 차이가 바로 결과를 다르게 만든다.

그런 기준에서 센터장과 김국조 교수는 합격이다.

회귀 전에도 이들은 유명했다.

그들의 노력과 헌신이 거짓이 아니라는 걸 주변 사람들이 먼저 인정하고 증언했다.

“병……원장요?”

유한동 센터장이 놀란 눈으로 다시 묻는다.

듣고도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이다.

구박받던 응급센터 센터장이었던 자신이 병원장을 맡는다는 건 감히 상상도 안 해 본 듯했다.

“네. 병원장요.”

“……하하. 농담도 잘하십니다.”

센터장이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웃으며 제안을 농담으로 치부했다.

조금 전 병원장을 상대로 내뱉었던 말들만 놓고 보면 곧 잘려도 할 말 없는 상황이었다.

“두려우십니까?”

“…….”

유한동 센터장의 두 눈을 직시했다.

“센터 운영하고 별반 다를 게 없습니다. 좋은 의사와 간호사, 직원분들을 알맞은 자리에 배치하고 환자들이 평안하게 치료받게 해주면 됩니다. 국가에서 의료보험으로 넘치지는 않지만 적당히 의료비도 보장해 주지 않습니까. 그러다 환경이 안 되는 분들 대상으로 가끔 통 크게 무료 진료도 해주고. 그게 진짜 병원장이 할 일 아닐까요?”

병원장 업무에 대해 쉽고도 명쾌하게 설명했다.

센터장의 눈동자가 미세하게 떨렸다.

그도 남자다.

사회적 욕망이 없다는 건 거짓말이다.

“병원장 하시면서 필요하면 이곳으로 달려와 치료를 해도 됩니다. 의사의 기본은 인술 아니겠습니까.”

누가 보면 나의 개인 병원이라도 되는 줄 알겠다.

상관없다.

아웅대 뒤에 도운중 회장이 버티고 있다는 것쯤은 안다.

도운중 회장과 난 서로의 일을 돕는 관계다.

조금 전에도 확실히 도운중 회장의 파워를 실감했다.

물론 공짜는 아니다.

아웅대 법인에 돈 좀 써야 한다.

아깝지 않다.

병원장을 비롯해 응급센터에 투자되는 돈들은 포인트가 되어 돌아올 것이다.

“응급센터, 제가 화끈하게 밀어드리죠.”

“!!!”

이 모든 미끼의 핵심이다.

센터장 유한동은 마치 응급센터와 한몸처럼 느껴졌다.

자신의 피땀이 뒤섞인 이곳을 밀어주겠다고 하면 거절하기 힘든 입장이다.

“그 말 확실합니까?”

다시 확인하려는 듯 재차 묻는 센터장.

여전히 아이들의 피가 묻은 가운을 입고 있던 의사와 간호사들이 나를 쳐다봤다.

학부모들도 드라마 같은 상황을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지켜보고 있다.

“전 말보다 행동으로 보여드립니다.”

1000억 받고 그 위에 몇 배 더 얹어줄 생각도 하고 있다.

한 번 이름값을 올리면 전국에서 환자들이 몰릴 것이다.

거기에 인술을 베풀고자 찾아오는 진짜 의사들도 포함되어 있을 터.

“……병원장 맡겠습니다!!!”

유한동이 고개를 끄덕이며 마음을 굳힌 듯 답했다.

“야호!!!”

“센터장님 축하드려요!!!”

주변에 있던 의사와 간호사들이 축하를 날렸다.

아직 정식으로 결정 난 문제는 아니지만 옆에서 모든 걸 지켜봤기에 가능한 일이라는 걸 알았다.

“센터장님 가시면 여기는 누가 운영합니까? 이상한 사람이 센터장으로 오면…….”

순진한 김국조 교수.

“김 교수는 아직 멀었어……. 쯧.”

유한동 센터장이 웃는 얼굴로 그를 돌아보며 혀를 찼다.

“네?”

김국조 교수는 여전히 말귀를 파악 못 한 상태다.

“내가 승진하면 응급센터는 당연히 김 교수가 맡아야지?”

“제……가요?”

김국조 교수의 얼굴 근육이 놀라 경직되자 코에 걸친 안경이 툭 아래로 떨어졌다.

그만큼 입이 쫙 벌어졌다.

“장 대표님 그렇지 않습니까?”

유한동 센터장은 정치적 감각도 뛰어났다.

“그래야하지 않겠습니까? 대한민국에서 실력과 인품이 좋기로 자자하게 소문난 김국조 교수님 같은 분이 아니면 누가 센터장이 되겠습니까?”

확인까지 해 줬다.

여차하면 아웅대 학교 법인을 인수할 수도 있다.

“으으…….”

낮게 신음을 흘리는 김국조 교수.

그때.

“깨어나셨어요!!!”

응급센터와 붙어 있는 외과집중치료실 간호사가 문을 활짝 열고 기쁨에 찬 목소리로 외쳤다.

모두의 시선이 한쪽으로 쏠렸다.

“김현재 대표님이 깨어나셨다구요!!!”

회귀의 전설 3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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