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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98장. 병원장 한번 해보시죠? (1,173/1,284)

1198장. 병원장 한번 해보시죠?

“조 기자 마음껏 찍어. 그리고 홍보 잘 부탁해.”

“당연하죠. 방금 전 올린 기사도 조회수 팍팍 오르고 있습니다. 여기에 약만 살짝 치면……. 흐흐흐.”

“조 기자 실력 내가 잘 알지. 하하하하하.”

응급센터 입구까지 몸소 마중 나온 병원장 오동수.

조인봉과 함께 응급실로 들어갔다.

‘다행이야. 애들은 모두 무사하다고 했지. 그림이 좋아. 으흐흐.’

사실 아이들의 생사는 궁금하지 않았다.

의사로 살면서 이미 죽음에 꽤 둔감해졌다.

오동수는 오로지 병원 홍보에 이번 사건이 도움된다면 그만이었다.

얼마 동안 김현재 전 대표의 교통사고 건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다 죽어가던 김현재도 살려냈다.

그 덕에 중앙일간지를 비롯해 쟁쟁한 방송사와도 인터뷰했다.

연임은 거의 확정이다.

여기에 유치원생 교통사고까지 미담으로 더해지면 금상첨화다.

아웅대 병원 응급실이 명실상부 대한민국의 탑이 될 건 자명했다.

인지도는 바로 병원의 실적과 직결된다.

대개 사람들이 아프면 제일 먼저 인지도 높은 병원 순으로 찾는다.

스르르릇.

응급실 문이 열렸다.

그 순간.

앞을 막아서는 아웅대 병원 경비원.

“지금 응급실은…… 벼, 병원장님!”

응급실 관계자의 요청으로 경비원들이 지원을 나왔다.

조 기자와 여러 곳의 제보로 각종 언론사 기자들이 속속 몰려들고 있었기 때문이다.

미리 막아내지 못하면 혼란이 가중될 것이다.

“비켜.”

“하지만 김국조 교수님이…….”

“나 병원장이야! 당신 잘리고 싶어?”

오동수가 경비원을 노려보며 윽박질렀다.

“…….”

앞을 막아섰던 경비원들이 황급히 뒤로 물러섰다.

기자는 누구도 들이지 말라고 했지만 병원장과 함께라면 그들도 막을 수 없었다.

“들어가지.”

“넵! 병원장님!”

조인봉 기자가 카메라를 들고 의기양양하게 병원장 뒤를 따라 들어갔다.

개선장군처럼 보무도 당당했다.

“상태가 좋습니다. 엑스레이를 찍어봐야 알겠지만 뼈가 부러진 곳은 한 군데도 없는 것 같습니다.”

손으로 아이의 몸 이곳저곳을 살피던 김국조가 웃으며 말했다.

기적의 단비가 내린 응급실.

바닥 이곳저곳에 얼룩져 있던 피도 어느새 말끔하게 닦였다.

의사들과 간호사들이 분주히 움직인 덕분이다.

엄마들이 크게 놀란 아이들을 빠르게 진정시켰다.

응급실이라는 장소와 관계없이 분위기는 무척 화기애애했다.

기적처럼 모든 아이들의 외상이 말끔히 치료됐다.

정신적 충격이야 어느 정도 남겠지만 그건 천천히 치료하면 될 일이다.

다 죽어가던 아이들이 살아난 것만으로도 모두가 기뻐했다.

“감사합니다……. 몇 년을 고생하다 겨우 얻은 외동딸입니다.”

유난히 나이가 있어 보이는 엄마가 아이의 손을 잡고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요즘은 다들 하나입니다. 저도 외동딸밖에 없습니다.”

“어머 정말요?”

“워낙 바쁘기도 하고…….”

김국조가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인턴 당시부터 김국조는 지금과 같은 생활 패턴으로 살았다.

두말하면 잔소리지만 당연히 신혼여행도 가지 못했다.

결혼은 했지만 딸을 낳은 것 자체가 기적이었다.

의학도 대부분 갈수록 기피하는 외과에 자원했다.

그것도 응급의학과 담당이다 보니 집에 들어갈 시간이 없었다.

어쩌다 집에서 쉰다 해도 긴급 호출을 당하기 일쑤다.

아내가 세상에 둘도 없는 보살이라 참아줬지 다른 집 같았으면 진작 이혼하고도 남았을 것이다.

“고맙습니다. 교수님과 여기 계시는 뛰어난 선생님들 덕분에 아이가 살았어요.”

엄마는 아이의 몸에 얼룩져 있는 핏자국을 유심히 봤다.

몸에 남아 있는 피의 흔적으로 보아 보통 상처가 아니었다.

그럼에도 멀쩡한 아이.

이성적으로 아이의 지금 상태에 대한 판단이 서지 않았다.

그저 모든 게 다 의사선생님들 덕분이라고만 여겨졌다.

파밧.

그때 느닷없이 카메라 불빛이 터졌다.

“???”

사람들이 일제히 입구 쪽을 바라봤다.

조금 전 쫓겨났던 기자가 무례하게 다시 나타나 셔터를 눌러대고 있었다.

경비원을 무시하고 들어온 게 확실했다.

“뭡니까!”

김국조가 그 모습을 보고 발끈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 순간.

“김 교수 나야.”

병원장이 사람 좋게 웃으며 기자의 뒤에서 나타났다.

“……병원장님.”

김국조도 병원장 앞에서는 웬만하면 참는 편이다.

워낙 많이 찍힌 데다 눈엣가시처럼 보고 있는 것을 잘 알았다.

명성과 실력이 받쳐주지 않았다면 진작 쫓겨났을 것이다.

김국조가 그런 병원장을 참는 건 똥이 무서워서 피하는 게 아니라 더러워서 피하는 것과 같은 이치였다.

한순간 자신의 화를 참지 못하고 이곳을 떠나면 곧바로 엉망이 되어 버릴 아웅대 응급센터.

후배 의사들과 간호사들 간에 의리로 뭉쳐 근근이 버텨냈다.

그렇지 않았다면 응급센터는 지금 같은 구실을 못 했을 것이다.

“부모님들~ 다들 놀라셨죠?”

병원장은 학부모들의 시선이 집중되자 곧장 사람 좋은 미소를 지었다.

워낙 정치적인 인물이라 표정 관리가 아주 예술이다.

“아웅대 병원장 오동수라고 합니다. 이렇게 불쑥 찾아뵙고 인사드려 죄송합니다.”

깊숙이 고개까지 숙여 인사하는 오동수.

“불의의 큰 사고였지만 저희 병원의 완벽한 응급시스템으로 아이들이 모두 무사하다고 들었습니다.”

말에서 완벽한 응급시스템을 은근히 강조했다.

“…….”

부모들은 입을 다물고 그를 빤히 쳐다봤다.

유치원 선생님이 보내 준 통학버스 차량의 처참한 몰골에 비해 아이들의 상태는 최상이었다.

기적 같았던 현장 상황을 알지 못해, 이게 모두 병원시스템 덕분인 줄 착각하고 있었다.

그러니 부모들은 병원장의 말에 할 말이 없었다.

당장 자식에게 안 좋은 일이 발생하면 찾아갈 곳이 아웅대 병원이었다.

“그래서 기자분을 모셔왔습니다. 외람된 말씀이지만 요즘은 홍보하지 않으면 병원 경영이 힘듭니다. 그러니 하해와 같은 넓은 마음으로 많은 협조 부탁드립니다. 기자분이 질문하시면 아웅대 병원이 큰 도움됐다는 정도만 살짝 언급해 주시면 더할 나위 없이 감사하겠습니다.”

오동수의 혀가 어느 때보다 매끄럽게 작동했다.

게다가 부모들 누구도 항의성 발언을 하는 이가 없었다.

어디 하나 틀린 말이 아니었다.

아이들이 무사하다면 이보다 더한 일도 할 수 있다.

다만.

“이름이 뭐야?”

조인봉이 가까이 있는 여자아이에게 다가가 물었다.

“이…… 인서예요. 오인서.”

아이의 손을 잡고 있던 엄마가 답했다.

“그래 인서야. 병원에 오기 전 사고 기억나?”

“네…….”

“트럭이 버스를 받았을 때 기분이 어땠어? 무섭지 않았어?”

조인봉이 아이에게 사고 당시의 감정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우아아아아아아앙!”

그 말을 듣자마자 인서가 곧바로 울음을 터트렸다.

질문을 듣는 순간 당시 상황이 다시 떠오른 것 같았다.

아이들에게는 생생한 공포였을 당시 상황을 조인봉이 아무렇지 않게 재생시킨 것이다.

“지금 뭐 하시는 겁니까!”

가만히 듣고 있던 김국조가 버럭 호통쳤다.

겨우 가라앉은 심리 안정 상태를 기자가 깨뜨렸다.

외상 후 스트레스는 자칫 큰마음의 병으로 남게 될 수도 있다.

평생 트라우마에 시달릴 가능성이 높은데 그 부분에 대해 기자가 전혀 배려하지 않은 것이다.

“김 교수!!!”

병원장이 큰소리치는 김국조를 서늘한 목소리로 불렀다.

매서운 눈이 김국조를 잔뜩 찍어 눌렀다.

“병원장님 이건 아니죠! 아이들이 받았을 정신적인 충격을 생각하십시오!”

김국조는 정말 화가 났다.

특히 기레기의 농간에 놀아나는 병원장이 짜증 났다.

의사라면 당연히 알고 있을 외상 후 스트레스 증후군을 완전히 무시하는 태도를 보였다.

병원장은 그깟 병원 홍보를 위해 아이들의 상처를 싼값에 팔아먹으려 했다.

“그래서?”

오동수가 김국조를 흘겨보며 싸늘하게 물었다.

‘이 새끼 오냐오냐했더니 버르장머리가 없어!’

판은 벌어졌다.

기자도 동석했고 좋은 기회였다.

부모들은 아이들 때문에 찍소리 못 할 거란 사실을 오동수는 이미 잘 알았다.

그런 상황에서 병원장의 말을 거역하는 김국조.

응급실 의사와 간호사들이 시선을 고정한 채 지켜보고 있었다.

누가 갑인지 확실하게 각인시킬 완벽한 기회를 잡은 셈이다.

“아직 치료 중입니다! 두 분 다 응급실에서 나가주십시오!”

그럼에도 김국조는 물러서지 않고 할 말을 내뱉었다.

화 난 얼굴이 벌겋게 상기됐다.

현재 센터장이 부재중이다.

자신이 부센터장인 만큼 메인이 되어 이끌고 있었던 응급실.

김국조의 입장에서는 지금 눈앞에 있는 병원장도 낯선 침입자로 인식되고 있었다.

“나가? 지금 누구보고 나가라는 거야!”

병원장이 참지 못하고 고함쳤다.

응급실에서 터진 김국조와 오동수의 일촉즉발 자존심 대결.

“병원장님, 김국조 교수 말 못 들으셨습니까?”

그때 어디선가 나타난 센터장 유한동.

“???”

오동수가 이번에는 어이없다는 시선으로 센터장을 바라봤다.

“당장 나가주십시오! 제 응급실에서!”

유한동이 싸늘한 음성으로 오동수에게 경고를 날렸다.

“유한동 센터장 지금 뭐 하는 거야!”

오동수가 대수롭지 않다는 듯 받아쳤다.

“보면 모르십니까? 응급실에 들어온 똥파리들 쫓아내고 있지 않습니까!”

유한동도 참지 않았다.

내심 오늘 기필코 결판 내리라, 작심한 상태였다.

병원과 자신의 이익을 위해 아이들의 안위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병원장이 사람으로 보이지 않았다.

“이것들이 쌍으로 미쳐가지고!”

오동수가 두 사람의 태도에 이성을 잃고 평소 생각을 내뱉었다.

눈에 쌍심지를 켜고 유한동과 김국조를 잡아먹을 듯이 노려봤다.

파바바밧.

그들의 다툼을 조인봉은 놓치지 않고 카메라에 담았다.

‘오늘 대박!’

당장이 아니더라도 나중에 써먹을 수 있는 좋은 재료를 획득했다.

병원장을 뜯어 먹기에 완벽한 자료다.

턱!

그때 갑자기 조인봉의 카메라가 누군가의 손에 의해 강제로 빼앗겼다.

“뭐, 뭐야!!!”

당황한 조인봉이 곧바로 옆을 돌아봤다.

키가 작은 편인 자신보다 머리 하나가 더 있는 훤칠한 청년이 옆에 서 있었다.

“동의받으셨습니까?”

“???”

“지금 찍고 있는 사진 모두 불법 촬영입니다. 이곳 응급센터는 병원장 관할이 아닌 응급센터장 담당 구역입니다. 그리고 아이들 부모님들께서도 확실히 동의했다고 볼 수 없는데 이렇게 찍으면 안 되지 않나요?”

차분하고 조용한 목소리로 조근조근 따지는 청년.

“나 한강일보 소속 기자야!”

“그래서요?”

“그래서요? 니가 뭔데! 불법 촬영이라고 지껄이는 거야!”

조인봉이 목소리를 높이며 세게 나갔다.

병원장과 한강일보 이름값을 믿고 큰소리쳤다.

그 순간.

“JS로펌 수석 변호사 장태산입니다.”

“!!!”

회귀의 전설 3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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