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173장. 진정한 중국몽(2) (1,148/1,284)

1173장. 진정한 중국몽(2)

“역시 독해…….”

완진바오의 목소리가 미세하게 떨렸다.

상무위원 왕정의 죽음에 중난하이가 소란스러워졌다.

다른 자도 아닌 권력의 정점에 있던 상무위원 왕정의 죽음.

그의 죽음이 남긴 파장이 만만치 않았다.

자세한 정보를 모으기 위해 곳곳에서 꽌시가 가동됐다.

왕정의 죽음으로 슈건핑이 상해방을 본격적으로 손본 게 아닌가 하는 여론이 지배적이었다.

삽시간에 중국 전역으로 연락망이 가동됐다.

혹시 모를 쿠데타나 정변에 대비하기 위한 조치이기도 했다.

그러나 누군가가 돌린 전화 한 통으로 소용돌이에 휩싸였던 모두가 침묵에 젖어들었다.

중난하이는 비밀스럽지만 동시에 정보가 빠르게 공유되는 작은 마을과 같았다.

왕정의 죽음 뒤에 슈건핑이 아닌 그의 대부가 있었다.

방태민이 몇몇 인사를 통해 직접 양해를 구했다.

중국을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그에 대해서는 슈건핑도 침묵했다.

방태민이 자신의 수족을 직접 잘라낸 일에 누구도 불만을 제기할 수 없었다.

태자당이나 공청단에서도 가끔 벌어지는 비밀 숙청이었다.

왕정의 자살로 그의 가족과 그가 쌓아온 명예는 보호됐다.

국영 TV에 왕정의 일대기가 화려하게 각색되어 전국에 송출됐다.

국가 영웅급은 아니더라도 존경받을 만한 인물로 철저하게 포장됐다.

완진바오는 오후 무렵에야 확실한 정보를 모을 수 있었다.

왕정이 방태민의 협박에 권총으로 자살했다.

그 뒤에는 왕정이 방태민의 치부를 건드렸다는 소문이 따라붙었다.

“태자당에서 치기 전에 먼저 손을 본 것 같습니다.”

아직 저택에 머물고 있던 사위 류평이 개인적인 의견을 냈다.

“그랬겠지. 괜히 놔뒀다가 화근이 될 수 있으니까.”

“방 주석의 손속은 여전히 맵습니다.”

“수만 명을 가차 없이 밀어버린 자야. 이 정도는 우습지.”

과거를 회상하는 완진바오.

그도 천안문에서 방태민의 탱크에 깔려 죽을 뻔했다.

그때만 생각하면 지금도 오금이 저려왔다.

그 이후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방태민의 발바닥을 핥으며 버텨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죽을 때까지 잊을 수 없는 치욕이었다.

“그래도 살릴 수 있었을 텐데 냉정합니다…….”

“슈 주석에게 아쉬운 소리를 하기 싫었을 거야.”

“상해방이 흔들리지 않을까요?”

류평이 조심스럽게 추측성 발언을 내놓았다.

“그건 아니야.”

“왕정의 죽음이 자신들의 일이라 여길 수도 있지 않습니까? 그럼 방 주석에 대한 배신감도 증폭될 겁니다.”

“……권력은 누군가의 피로써 쟁취하는 거야. 왕정은 패장이야. 그게 다야.”

냉정한 완진바오의 말에 류평도 침묵했다.

정치인보다 경제인 쪽에 더 어울리는 류평이다.

아직까지도 감히 중국 최고위 정치인들의 생각은 판단하기 어려웠다.

“문제는 왕정의 죽음이 그 녀석과 연결되어 있다는 거야.”

“그 녀석이라면……. 장립 말입니까?”

류평이 화들짝 놀라며 물었다.

“그래.”

“홍콩에 있는 계집 때문에 일을 이렇게 키웠을까요?”

“감춰진 뭔가가 있어. 경매장에서도 둘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어. 왕정이 쫓겨나갈 정도면 말 다했지.”

완진바오는 암중에 감춰진 한 수를 읽어냈다.

“무서운 녀석이군요.”

“나라도 장립이 원한다면 수족 한둘은 잘라낼 수 있어. 게다가 왕정은 방 주석의 치부를 많이 알고 있어. 정리할 때가 됐지.”

“굳이 죽이기까지 했어야 했는지는 아직도 의문입니다.”

“일을 시작하려면 깔끔한 게 좋아. 비밀은 죽음이 뒤따를 때 가장 확실하게 지켜지는 거야.”

“…….”

장인의 피도 눈물도 없는 냉혹한 정치관에 류평은 침묵할 수밖에 없었다.

그 대상이 자신이 될 수도 있다.

사위로서 가족 구성원에는 묶여 있지만 엄밀히 말해 완진바오의 핏줄은 아니다.

“장립은 지금 호텔에 있다고?”

“방 주석 저택에서 나와 호텔에 머물고 있습니다. 방금 전 보고에 의하면 바에서 술을 마시고 있다고 합니다.”

“이 와중에도 술을 마시다니. 배짱이 좋아.”

“이제 어떻게 해야 합니까?”

“뭘 어떡해……. 기다려야지. 흙탕물이 가라앉을 때까지 모두 숨을 죽일 거야. 어차피 슈건핑의 천하일세. 당분간 쉬이 꺾일 것 같지 않아.”

완진바오는 조심스럽게 앞날을 예견했다.

“보수적으로 사업을 진행하겠습니다.”

“그래 모나지 않게 사업해. 절대 당국의 눈에 거스르지 말고 해외 투자도 조심해. 과거와 달리 왕정처럼 꼬투리가 잡히면 한 방에 물려 죽을 수 있어.”

“알겠습니다.”

“그런데 류미는 어딨나?”

“친구를 만나러 나갔습니다.”

“그래?”

류미의 외출에 호기심을 보이는 완진바오.

“류미가 잘하고 있어.”

고개를 끄덕이며 손녀딸에 대한 평가를 후하게 내렸다.

“…….”

하지만 류평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아무리 정략결혼이라 해도 딸을 온전한 자에게 시집 보내고 싶은 것이 부모 마음이었다.

장립이 아무리 대단하다고 해도 첩 자리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럼에도 내색하지 못했다.

완진바오 역시 방태민이나 슈건핑 못지않은 정치 냉혈한인 것을 누구보다 잘 알았다.

***

- 이, 이게 뭡니까!!!

귀신이 화들짝 놀란다.

갑작스럽게 열린 신들의 세상이 나도 당황스럽다.

이 시점에 신이 나타날 까닭이 전혀 없다.

자금성과 달리 이곳은 지박신도 없었다.

그럼에도 신의 세상이 버젓이 열렸다.

- 여기는…….

상스러운 서기가 담겨 있는 새하얀 구름들이 발아래로 유유히 흘러갔다.

서 있는 자리가 상당히 높은 산봉우리다.

평평한 바위로 이뤄진 거대한 산봉우리.

구름 사이로 언뜻언뜻 보이는 지상은 까마득해서 점처럼 보였다.

인세에는 존재하지 않는 신들 세상에 있는 산인 것이다.

그 중심에 섰다.

이 정도 분위기라면 고위 신의 강제 호출이 분명하다.

나보다 레벨이 높다는 뜻이다.

- 아무도 없는 것 같은데요?

귀신이 사방을 두리번거리며 말했다.

없는 게 아니라 안 보이는 거다.

내 감각에 잡히는 무시 못 할 기운들.

“누구신지요.”

정중하게 입을 열었다.

악신계는 아니었다.

다행히 선신들이 모여 사는 신선계다

그것도 나보다 상위 레벨의 신선들이 거주하는 곳.

하지만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 누가 있나요……. 내 눈에는…….

파앗!

귀신이 두리번거리는 사이 갑자기 눈부신 백광이 터졌다.

그리고 희미하게 모습을 드러내는 신선들.

- 으헛! 이분들은…….

귀신이 바짝 쫄아서 뒤에 숨는다.

포스가 엄청나다.

복장도 다양하다.

중국 고대 문인들부터 시작해 언월도나 검을 든 장군과 가죽 갑옷의 이민족 모습까지 다양했다.

그 수가 대략 100여 명을 훌쩍 넘는다.

그들은 하나같이 부리부리한 눈으로 날 바라봤다.

“누구십니까?”

다시 한 번 물었다.

상위급 이상의 신선들이지만 쫄 필요까지는 없었다.

- 장 공. 허락도 없이 이렇게 불러서 미안합니다.

학익관으로 멋을 내고 유색 비단옷을 멋드러지게 차려입은 통통한 체격의 중년 남자가 포권을 취하며 가까이 날아왔다.

촤라라랏.

일곱 가지 색의 무지개가 그의 뒤 배경을 장식했다.

- 와아아아아……. 진짜 신선이에요.

귀신이 넋을 잃고 감탄사를 터트렸다.

그런데 장 공?

옛 시절에나 사용하던 호칭이다.

정체 모를 중년 남자는 분명 나를 장 공이라 칭했다.

하지만 나는 처음 보는 인물이다.

“뉘신지요.”

앞에 다가온 사내를 바라보며 정중하게 물었다.

- 공모라고 합니다. 지금은 선계에서 미관말직을 봉직하고 있습니다.

겸손하기도 하셔라.

내가 선계 좀 아는데 저 정도 분위기 빨이면 미관말직이 아니라 상당히 끗발 센 관직에 있을 것이 확실했다.

- 인간 세상에서 이름은 구(丘)요 자는 중니(仲尼)라 불렸습니다.

구와 중니?

어디서 많이 들어본 이름과 호칭이다.

- 중니? 헐……. 지, 지금 이분이 그분이세요?

귀신이 먼저 알았는지 놀라며 입을 손으로 가렸다.

귀신아 너 알아?

- 형님! 세상에 이분을 모르세요???

귀신이 날 보며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내가 좀 똑똑하지만 그렇다고 다 아는 건 아니다.

멀뚱멀뚱 귀신을 쳐다봤다.

- 하아. 형님이 항상 중시하는 인(仁)의 도를 세우신 분 아닙니까!

인의 도?

뭔가 알 것 같은 분위기.

그래도 명확하게 이름이 생각나지 않는다.

- 하하하. 공 도우. 아직도 속세의 허명을 버리지 못하였구려.

그때 뒤에 있던 한 신선이 호탕하게 웃으며 앞으로 날아왔다.

새하얀 수염이 바람에 보기 좋게 흩날렸다.

회색 도복이 바람에 부드럽게 펄럭인다.

입가에는 자연스러운 미소가 해맑게 피어 있었다.

- 그러게 말입니다. 이 또한 제 부덕의 소치입니다.

공 도우라 불리는 중년인이 웃으며 응대했다.

불쾌한 감정의 모습이 아니다.

- 몽중몽(夢中夢)이라. 자고 나면 모두 다 꿈인 것을……. 꿈속에서 부덕이 무엇이 중요하겠소.

어디서 많이 듣던 말 같다.

- 오늘도 귀한 가르침을 받습니다.

- 아니오. 가르침은 내가 항상 도우에게 받지 않소이까.

나와 상관없이 두 신선은 서로를 향해 예를 다했다.

한 폭의 신선도처럼 현실감은 떨어지지만 심히 보기 좋았다.

“제 소견이 부족해 두 분을 정확히 알지 못합니다. 부디 함자를 알려 주시어 무명을 깨쳐주십시오.”

나도 포권을 취하며 다시 신분을 물었다.

- 노자요.

방금 막 앞으로 다가온 이가 노자라 말했다.

노자……. 어디서 많이 듣던 이름……!!

갑자기 뒤통수를 퍽 때리는 노자라는 명칭.

- 형님! 노자님이시잖아요! 그리고 옆에 있는 분은…….

회귀의 전설 3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