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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53장. 천하를 논하다(4) (1,129/1,284)

1153장. 천하를 논하다(4)

“!!!”

웨신타오는 장립의 말에 눈이 커졌다.

‘미끼가 모자라? 도대체 이 녀석이 진정 목표하는 게 무엇이란 말인가.’

복수를 위해 천하삼분지계를 꺼냈다.

누가 들으면 역사의 배신자로 취급받을 망언이 분명했다.

당장 이 발언이 슈건핑의 귀에 들어간다면 역모죄로 처벌받을 수도 있다.

이 말을 뱉은 것 자체가 도박이었다.

장립을 뼛속까지 믿을 수는 없지만 미끼로는 더할 나위 없이 훌륭했다.

그런데 장립은 그 조건마저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음…….”

웨신타오는 신음을 흘렸다.

더 이상의 매력적인 미끼가 떠오르지 않았다.

‘대륙을 집어삼키겠다는 건가?’

오묘한 미소만 띠고 있는 장립의 속을 짐작할 수 없었다.

조금 전까지 당당하던 웨신타오의 인상이 차차 굳어졌다.

“욕심이 과하면 탈이 나는 법이네.”

대수롭지 않은 척 장립에게 충고하는 웨신타오.

“전 욕심 부리지 않았습니다.”

장립은 끄떡도 하지 않았다.

도리어 웨신타오를 의미심장한 시선으로 바라봤다.

‘도대체 이 녀석은…….’

나이도 한창 어린 자가 중국 정치인들을 손바닥에 올려놓고 희롱했다.

알고도 당하는 자들이 부지기수다.

진시황도 포기 못 한 불로초와 같은 환단.

웨신타오도 환단의 약효는 인정했다.

다만 복수심이 환단을 향한 욕심보다 컸을 뿐이다.

방태민과 슈건핑에 의해 정치적으로 매장될 당시 이미 웨신타오는 죽은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런 처지에서 장립에게 천하삼분지계로 협상을 건 것이다.

장립은 슈건핑이 그리는 제국 건설을 원하지 않는다고 확신했다.

“한 가지 묻고 싶은 게 있습니다.”

쪼로로록.

웨신타오의 빈 잔에 차를 채우며 장립이 입을 열었다.

“말하게.”

한 방 먹은 웨신타오는 평정심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했다.

자칫 장립에게 말려들 수 있음을 본능이 경고했다.

“제가 바보는 아니죠?”

쑤욱 들어오는 장립의 이상한 물음.

“……그게 무슨.”

“각하의 눈에 제가 바보로 보이는 것인가 싶어서 말입니다.”

웨신타오는 입을 다물었다.

여전히 장립의 눈동자가 반짝였다.

입술이 살짝 위로 치켜 올라가는 게 보였다.

“그깟 복수심에 눈이 멀어 욕심 많은 돼지한테 모든 걸 넘겨주었던 본인의 계책이 이번에는 완벽하다고 생각하신 겁니까?”

장립의 가차 없고 매서운 공격 발언.

덜덜덜.

찻잔을 쥐려던 웨신타오의 손이 눈에 띄게 떨렸다.

최대한 감정을 절제하려 했지만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지금까지 이렇게 대놓고 자신을 면전에서 무시한 인간은 없었다.

주석직에서 물러났지만 전임 황제인 것만은 변함이 없다.

방태민과 슈건핑도 눈앞에서는 친절을 베풀었다.

그런데 장립은 그렇지 않았다.

입가에 번진 장립의 미소가 비웃음으로 바뀌었다.

으드득.

웨신타오가 이를 악물었다.

스스로 진정한 낚시꾼이라 판단했지만 착각이었다.

‘날 기다리고 있었어!’

장립을 낚기 위해 밑밥을 던지고 있다고 믿었는데 장립은 어느새 웨신타오를 큼지막한 그물 안에 가두고 있었다.

웨신타오는 뒤통수가 얼얼했다.

나이가 어리다고 만만하게 봤지만 생각했던 새끼용 정도가 아니다.

왜 방태민과 슈건핑이 그를 그렇게 어려워했는지 이제야 깨달았다.

그러고 보니 몸에서 풍겨오는 완숙한 정치인의 기운이 예사롭지 않다.

속내가 전혀 엿보이지 않는다.

주르륵.

그의 등골에 식은땀이 흘렀다.

제 발로 호랑이 굴에 걸어 들어갔다가 갇힌 느낌이다.

“황제가 이곳을 주시하고 있습니다. 똥물을 뿌리기 전에 벼락을 맞을 수도 있습니다. 지금 상태로 버틸 수 있으시겠습니까?”

장립의 저돌적인 공격은 계속됐다.

웨신타오의 현 상황을 걱정하는 듯 말하면서 은근히 힐난했다.

“난…….”

겨우 정신을 가다듬고 말을 잇는 웨신타오.

“아직도 많이 부족해 보이십니다. 세상이 그렇게 만만한 곳도 아니고…….”

쿵!

웨신타오의 머리를 강타하는 장립의 연이은 발언.

중국의 황제였던 웨신타오가 한순간 세상 물정도 모르는 한참 부족한 인사가 되고 말았다.

“자, 장립!!!”

웨신타오가 버럭 하고 장립의 이름을 외쳤다.

“네. 각하.”

전혀 동요가 없는 장립의 태도.

맑고 시린 눈동자로 차갑게 웨신타오를 쳐다봤다.

그 순간.

‘거인……이다!’

웨신타오는 자신의 낚싯대로는 눈앞의 대어를 낚아 올릴 수 없다는 걸 분명히 깨달았다.

부르르.

주먹에 힘이 들어갔다.

이를 악물고 마지막 인내심을 발휘했다.

여기서 자존심을 앞세워 싸우게 되는 순간…….

단박에 거인이 자신의 목줄을 움켜쥘 것 같은 위압감을 강하게 느꼈다.

***

- 이 아저씨 쫄았는데요?

귀신이 이를 악문 웨신타오의 곁으로 다가가 상태를 판단했다.

쫀 게 맞다.

겁도 없이 정보 몇 조각으로 감히 천하삼분지계를 논하는 웨신타오.

누구를 천하의 멍청이로 봤다.

중국에서는 그 정도 정보 조각으로 현 주석을 없앨 수 없다.

도리어 없는 죄도 만들어 뒤집어씌우면 세상에서 사라질 가능성은 이쪽이 더 컸다.

가진 판돈과 패가 빈약한 웨신타오가 내지른 뻥카에 속을 내가 아니다.

끈 떨어진 연 신세에 불과한 웨신타오.

삼분지계는 편의점에서 파는 전자렌지용 3분찌개만도 못하다.

- 잘나가던 어장에 해파리가 끓은 격입니다. 갑자기 분위기 좋다가 웬 똥파리가 날아와서…….

귀신도 웨신타오에 대해 싫은 티를 팍팍 냈다.

누가 봐도 웨신타오는 중국 정치계의 천덕꾸러기 신세였다.

계륵 취급받는 나와 레벨이 달랐다.

닭 날개 끝에 붙어 있는 쓸모없는 잡뼈 취급을 받고 있었다.

다만.

“기분이 상했다면 이해해 주십시오.”

짧게 고개 숙여 정중하게 이해를 구했다.

- 어라? 형님 왜 그러세요?

귀신이 나의 태도에 의아한 듯 물었다.

웨신타오의 추상적 계책은 들어볼 가치도 없다.

다만 웨신타오 정도라면 도박판에 충분히 낄 만한 신용이 있긴 했다.

전직 국가주석.

중국이라는 동네도 지역색이 강하다.

방태민은 상해를 거점으로 버텼다.

슈건핑도 자기 고향과 동료들을 드러내놓고 편애했다.

혈연 지연, 학연은 세계 모든 곳에서 통용되는 인류 보편적 인맥 형성의 시발점인 셈이다.

그런 점에서 웨신타오도 충분히 이용가치가 있었다.

웨신타오를 안타깝게 여기는 지식층이 많다.

슈건핑과 방태민을 지지하지 않는 공청단 당원들도 상당수다.

그들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면 큰 이득이 될 것이다.

천하삼분지계가 아니라 내가 그리는 5호 16국 시절의 부활.

중국의 패악이 멈추려면 과거처럼 각 지역과 인종 중심으로 찢어져야 맞다.

인의예지가 없는 중국의 무지한 국뽕자들의 싹을 잘라야만 한다.

말도 안 되는 트집으로 만만한 국가들을 상대로 힘을 투사했다.

법적으로 전혀 보호되지 않았다.

자신들이 미국에 당하면 불의이고 타국에 가하는 공세는 정의라고 말하는 중국 정부.

그들 뒤에 홍위병 같은 무식자들이 존재하는 건 더 큰 문제다.

최소한의 상식과 인류애도 갖고 있지 않다.

마치 중국이 세상의 주인이라도 되는 양 거들먹거리는 자들.

그들을 내분으로 쪼개야 세상이 안정을 되찾는다.

“음…….”

신음을 흘리는 웨신타오.

와이셔츠 깃을 매만지며 숨을 들이쉬었다.

얘기를 나누며 기를 발산해 들떠있던 웨신타오를 은근히 눌렀다.

쓸데없는 말을 지껄이는 데 기를 발산하는 것만큼 좋지 않은 게 없다.

뜨겁게 달아오르다 거칠게 흔들리더니 이제는 혼란에 빠진 웨신타오의 눈동자.

상냥하게 미소를 띠고 애써 표정을 유지했다.

- 연기력 만랩입니다! 인정!

“각하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오늘은 아니었으면 싶었습니다.”

본격적으로 나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꺼냈다.

주도권은 이미 나에게 넘어왔다.

입에 끼지도 않는 미끼로 어설프게 거래를 하기 위해 찾아온 웨신타오의 낚싯대를 보기 좋게 걷어찼다.

이제는 내가 펼쳐놓았던 그물을 거둬야 할 때.

“……내가 조급했네.”

웨신타오가 자신의 실책을 인정했다.

말귀가 먹혀들어갔다.

“낚시터에 계셨다면 술 한 병 들고 찾아갔을 겁니다.”

“미안하네.”

밀고 당기기의 시작.

“천하삼분지계는 불가합니다.”

“…….”

빠르게 말을 이었다.

진짜 속내를 밝힐 수는 없다.

누가 뭐라고 해도 웨신타오는 중국인이다.

그것도 국가를 다스렸던 전직 주석.

아무리 원망스러워도 자국에 애정이 없다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

결정적으로 정치인은 믿을 만한 친구가 될 수 없다.

자신의 정치적 이해득실에 따라 무시로 입장을 달리하는 갈대와 같은 자들이다.

“어찌 조국을 세 등분으로 나눌 수 있단 말입니까!”

목소리에 힘을 실었다.

“그 또한 미안하네……. 생각이 짧았네.”

“각하의 복수심은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복수심에 이용되는 말이 되고 싶지 않습니다.”

우선 거절 의사를 밝혔다.

“……하아.”

웨신타오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자신이 생각해도 이상할 것이다.

오늘 처음 마주한 나에게 천하삼분지계를 논하는 것 자체가 미친 짓이었다.

“부끄럽군.”

수긍이 빨라서 좋다.

“각하의 상처받은 마음은 충분히 이해합니다.”

목소리에 안타까움도 담았다.

울림 깊은 동조 의사를 내비쳤다.

상처받은 이에게 위로 몇 마디는 어떤 보약보다 훌륭한 치유제다.

- 어르고 달래고……. 기술이 나날이 발전하십니다.

잘 보고 배워라.

돈 주고 배울 수 있는 기술이 아니다.

- 걱정 마십시오! 눈을 부릅뜨고 배우고 있습니다! 

“대의에는 명분이 필요합니다. 각하에게는 그 대의의 기회가 아직 찾아오지 않았습니다.”

“마음이 조급하네. 슈건핑의 악행이 점점 도를 넘어가고 있네!”

웨신타오 입장에서는 악행이지만 슈건핑의 입장에서는 선이다.

이게 바로 게임 상대적 법칙.

승리한 자만이 모든 걸 집어삼킬 수 있는 원리다.

“기다리십시오.”

“언제까지 말인가. 슈건핑은 진짜 황제가 될 걸세!”

“하늘의 뜻이 그러하다면 그리되겠죠.”

“립…….”

“각하.”

웨신타오를 조용히 불렀다.

답답하고 안타까운 시선으로 날 보는 웨신타오.

“전 장사치입니다. 내 물건을 좋은 값에 구입해 주는 이가 대의이자 선입니다.”

“내가 주겠네! 성공만 한다면 자네를…….”

“쉿.”

애를 달래듯 손가락으로 입을 가렸다.

“…….”

꿀꺽.

뱉으려던 말을 삼키는 웨신타오.

완벽하게 그물 안에 들어왔다.

“기회를 드리겠습니다.”

“그게 무슨…….”

“각하의 어항에 담을 물고기를 낚을 수 있는 미끼를 빌려드리겠습니다.”

“!!!”

회귀의 전설 3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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