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48장. 순이 꺼.(2)
‘이건 꼭 먹어야 한다!’
평소 침착하기로 유명한 성품의 완진바오가 흥분했다.
환단의 대가인 방태민 역시 그 눈동자가 놀라움으로 연속 떨리고 있었다.
장립이 아니었다면 결코 환단의 묘미를 알지 못했을 완진바오.
지금 이 순간만큼은 슈건핑이나 방태민, 웨신타오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마치 세뇌라도 된 듯 환단에 온 영혼을 빼앗겼다.
꿀꺽.
목뒤로 연신 마른침이 넘어갔다.
천도등선단이라는 이름처럼 먹기만 하면 우화등선도 할 수 있을 것처럼 보이는 환단.
“저…… 정말 인세에 다시 볼 수 없는 귀한 환단이야.”
방태민의 목소리가 몹시 떨렸다.
‘도대체 이런 환단은 어떻게 구한단 말인가!’
방태민은 아무리 생각해 봐도 미칠 지경이었다.
자신을 밀어주는 선인도 황제 재생단을 보고 다시 없을 영단이라고 표현했다.
그런데 그보다 더한 천도등선단이 눈앞에 등장했다.
환단의 끝판왕이 아닐 수 없다.
약향만으로도 정신이 혼미해질 만큼 어질어질했다.
장립의 말처럼 한 번 먹으면 몇 년간은 무탈하게 무병장수할 게 확실했다.
‘저걸 다 섭취하면……. 등선이란 말인가.’
다소 과장된 설명같지만 장립의 말이 아주 틀린 것 같지 않았다.
장립표 환단은 이미 약효를 증명했다.
선인도 환단의 약성을 보고 전혀 문제가 없다고 했다.
방태민의 눈동자는 흔들림 없이 환단에 꽂혔다.
마음 같아서는 자신이 소유한 모든 걸 내어놓고라도 눈앞에 있는 환단을 모두 구매하고 싶었다.
그러나 장립은 결코 허락하지 않을 것이다.
슈건핑과 웨신타오, 완진바오가 요구해도 마찬가지.
각자가 환단을 향한 격한 욕망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도대체…… 이자는 누구인가?’
슈건핑은 장립에 대한 평가를 원점에서부터 다시 되짚어 오기에 이르렀다.
도대체 어디서 이런 환단을 구해와 중국 정치계를 발칵 뒤집어 놓는지 알 수가 없었다.
처음에는 돈이 목적일 것이라 생각했다.
앞으로 세계를 선도할 중국 경제에 한발 걸치려는 돈을 탐하는 꾼이라 여겼다.
그러나 시간을 두고 상대할수록 장립의 목적은 모호해졌고 지금에 와서는 알 수가 없게 됐다.
정치 입문 역시 목적이 아니라는 것 또한 확실했다.
‘후후훗. 재밌는 녀석이야.’
권좌를 차지한 황제를 몇 번이나 당혹스럽게 만드는 장립.
슈건핑의 속내에 눌러놓은 흥미를 돋웠다.
환단 제조뿐만 아니라 투자가로서도 최고의 면모를 보였다.
미국 자본을 끌어와 일대일로에 투자한 괴짜 장립.
‘반드시 잡아야 해!’
이제 와서 보니 장립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분명했다.
황제 재생단을 뛰어넘는 천도등선단.
이 환단만 쥐고 있어도 슈건핑이 꿈꾸는 영원한 제국을 완성할 수 있을 것이다.
청이 망한 후 누구도 누리지 못했던 21세기 제국의 황제.
슈건핑의 몸에서 후끈하게 열기가 피어올랐다.
‘……엄청난 야망가야.’
웨신타오는 장립에게서 자신과 같은 동질의 무언가를 감지했다.
상세하게는 몰라도 무엇을 진행하는 데 있어 목적이 분명했다.
상무위원들이 아닌 중국 전현직 주석과 총리들을 장기판의 말 정도로 여기는 듯한 장립.
천도등선단이 등장하기 전까지는 그저 그를 잠시 이용해먹을 먹잇감 정도로 봤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았다.
한마디로 위험한 자였다.
자칫 잘못하면 자신이 도리어 먹힐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멈출 수 없었다.
슈건핑과 그 아래 하수인들의 수법은 위험하고 촘촘해서 빠져나갈 길이 보이지 않았다.
이대로 두고 보기만 했다가는 슈건핑이 진짜 중국의 황제가 될 수도 있다.
그것도 수명이 다해 죽는 순간까지 장기 집권할 태세다.
웨신타오는 실시간으로 속속 보고되는 정보에 그 심각성을 인지하고 부랴부랴 이곳을 찾았다.
그리고 직접 자신의 눈으로 마주한 상황.
그에게는 환단보다 장립이 눈에 더 들어왔다.
이 순간부터 장립을 먼저 차지하는 자가 중국의 미래 권력자가 될 것이다.
그 사실을 여기 모인 자들 모두가 알았다.
‘내 편으로 끌어들여야 해! 반드시!’
웨신타오도 다른 이들 못지않게 장립에 대해 타는 듯한 갈증을 느꼈다.
반드시 제 편에 두어야 할 제갈공명이나 방통과 같은 존재였다.
그만큼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장립이 진짜 원하는 것을 알아내야 했다.
그것을 아는 자가 천하를 움켜쥘 수 있었다.
‘하아아…….’
완진바오는 속으로 연신 한탄을 터트렸다.
장립의 가치가 수직 상승했다.
전직 총리인 자신에게서 속절없이 멀어지는 걸 느꼈다.
장립을 잡아 자신과 공청단 입지를 다지려 했건만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방태민과 슈건핑, 웨신타오가 장립에 대해 강한 소유욕을 보이고 있다.
능력이나 세력이 그들보다 약한 완진바오로서는 속이 탈 수밖에 없었다.
이제는 모든 걸 던진다 해도 승부가 나지 않았다.
스윽.
완진바오가 조용히 눈길을 돌렸다.
장립을 뜨겁게 바라보고 있는 외손녀 류미.
오늘따라 유난히 듬직해 보였다.
***
***
- 눈빛들 보십시오. 당장 형님에게 청혼이라도 할 기세인데요?
귀신의 말이 농담처럼 들리지 않는다.
순이의 몫이었던 천도등선단의 등장 이후 네 사람은 노골적으로 애정 공세를 펼치고 있다.
황제 재생단 경매 당시와 분위기가 아주 다르다.
최대한 욕망을 절제하며 탐욕스러운 마음을 감추고 있는 네 사람.
이제는 누가 봐도 뜨거워서 데일 정도의 강렬한 시선으로 날 바라봤다.
- 환단이 뭐라고 나라도 팔아먹을 기세입니다. 죽어보면 별거 없는데…… 이거 말해 줄 수도 없고 죽어보라고 권하지도 못 하겠고.
죽어보면 별거 없다고?
귀신의 어설픈 말을 듣고 있자니 웃기지도 않는다.
이미 죽은 몸을 하고도 환단에 목숨을 내놓을 것처럼 굴었던 귀신.
나를 만나지 못했다면 천지를 떠도는 잡귀가 되어 있었을 것이다.
- 이게 형님과의 전생 인연빨 아니겠습니까. 흐흐.
살아서도 죽어서도 전생의 업은 인간의 생각을 뛰어넘을 정도로 중요하다.
지금 여기 내 앞에 있는 이들도 나와의 전생에 어떠한 인연이 있었을 것이다.
- 감춰진 전생을 알고 싶으시다면 등선을 적극 추천해 드립니다!
알림음 이제 농담도 섞을 줄 안다.
지나버린 과거지사에 불과한 전생보다도 지금 현생이 나에게 더 소중하다.
“따로 복용법이 있나?”
환단 좀 먹어본 방태민이 먼저 물어왔다.
당연히 복용법이 따로 있다.
따뜻한 국물이 들어간 개밥에 잘 풀어서…….
- 순이가 슬퍼하겠네요. 자기 산후조리용 약이 이렇게 팔려 사라질지 어찌 알겠습니까.
걱정 마라.
개돌이 녀석 네 번째 다섯 번째 부인용으로 제법 만들어 놓은 게 있다.
- 개돌이 새끼…… 부럽네요.
진심으로 개를 부러워하는 눈치다.
염라대왕님께 부탁해 개로 환생하게 해줄까?
- 돼, 됐습니다! 전 신선이 될 겁니다!
귀신이 손사래 쳤다.
“약성이 엄청나기에 몸과 마음이 정갈해야 합니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말인가?”
“본래 이 정도 환단을 복용하려면 조상의 삼대 공덕이 제법 많이 쌓여야 합니다. 복용하기 일주일 전부터 술과 담배, 여색을 금하고 조상님께 감사 인사를 매일 아침 드리며 정신을 맑게 유지해야 합니다.”
“…….”
다들 나의 말에 집중했다.
- 진짜요?
몰라서 물어?
순이가 그런 거 따지면서 먹을까?
- 캬아! 언제나 느끼지만 형님은 보고 배울 점이 넘칩니다. 연기력이 장난 아닙니다. 몰입하는 저 관객들 좀 보십시오.
귀신의 말처럼 경매장에 모인 이들은 연신 나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일부는 메모까지 하고 있다.
“황제 재생단도 마찬가지입니다. 최소 3일 전부터 스스로를 정갈하게 다스리고 드셔야 약효를 극대화할 수 있습니다.”
엄중한 표정으로 복용 방법을 지도했다.
“그리고 복용 후에도 최소 3일간은 금주, 금욕 생활을 유지해야 합니다. 후전지기를 강하게 품고 있는 환단들이 타고난 선천지기와 융합할 시간이 필요합니다. 이를 어기고 환단을 남용하면 효과가 극히 적어집니다.”
겁도 팍팍 줬다.
뭔가 있어 보여야 믿음이 더 강해지는 법이다.
“아!”
“어쩐지…….”
몇몇 곳에서 아쉬움의 탄성이 흘러나왔다.
과거 황제 재생단을 복용하고 마음껏 욕망을 즐겼을 인사들.
“마지막으로 약값은 약효와 비례합니다. 대인들께서 항상 이 장립을 기억해 주신다면 그 약효가 더해질 거라 확신합니다.”
빙그레 웃으며 재차 포권을 취하며 깍듯하게 인사했다.
“약효가 대단한데 어찌 자네를 잊겠나. 안 그렇습니까. 슈 주석.”
“맞습니다. 두고두고 은혜를 갚아야지요.”
방태민의 물음에 슈건핑이 미소를 띠며 동조했다.
모르는 이가 보았다면 사이좋은 선후배 관계로 여겨질 정도로 편안해 보였다.
“받으십시오.”
환단을 꺼내 방태민에게 먼저 전했다.
“고맙네……. 립.”
손을 떨며 천도등선단을 건네받는 방태민.
- 순이 꺼 드시고 만수무강하시오. 크하하하하.
귀신이 혼잣말을 지껄이며 박장대소를 터트렸다.
진실을 파헤쳐 보면 세상에는 이보다 더 웃기는 일들 천지다.
“만수무강하십시오.”
덕담을 얹었다.
“걱정 말게. 내 100세까지 장수해 보겠네!”
짐작했던 것처럼 욕심이 많은 방태민.
웃음으로 대답을 대신하고 다음 환단을 꺼냈다.
그리고 이번에는 슈건핑에게 건넸다.
술잔은 장유유서지만 환단은 또 달랐다.
슈건핑을 건너뛰고 웨신타오와 완진바오에게 먼저 건넬 수 없었다.
“중화인민공화국을 부탁드립니다.”
고개 숙여 정중한 자세로 환단을 넘겼다.
“립은 공화국의 은인일세.”
듣기 좋은 말로 거창하게 포장해 주는 슈건핑.
이 한마디로 약값은 빼고도 남았다.
슈건핑의 입에서 나온 선언을 들은 이상, 다른 권력자는 감히 앞으로 나를 거스를 수 없다.
“부끄럽습니다.”
겸양을 떨며 다음 환단을 또 꺼냈다.
- 누구부터 줄 겁니까?
귀신이 흥미로운 시선으로 지켜봤다.
웨신타오와 완진바오가 다음 환단을 기다렸다.
다시 불붙은 흥미로 인해 다른 이들의 시선 역시 긴장감이 돌았다.
내가 건네는 환단 하나로 웨신타오와 완진바오의 자존심이 맞부딪힐 수 있는 상황.
스윽.
나의 선택은 간결하고 빨랐다.
“언제 낚시터에 불러주십시오.”
웨신타오에게 먼저 건넨 환단.
“……그러지.”
매우 만족한 눈빛으로 고개를 끄덕이는 웨신타오.
체면을 세워주자 금방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
그에 반해 완진바오의 표정은 침중해졌다.
환단이 건네지는 순서로 인해 다시 한 번 자신의 위치를 자각하게 되었을 것이다.
“건강하십시오.”
완진바오에게 마지막으로 천도등선단을 건넸다.
“……고맙네.”
고맙다는 말과 달리 눈빛은 별로였다.
쫀심이 팍 상한 티가 났다.
이럴 때 필요한 건 순발력.
“내일 저녁 초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낙심했을 완진바오에게 큼지막한 선물을 안겼다.
씨이익.
그제야 굳었던 얼굴이 풀리는 완진바오.
“기대하게. 자네를 위해 거하게 준비해 놓겠네!”
완진바오가 오늘 처음으로 활짝 웃었다.
- 순이 꺼 팔아서 돈도 벌고 밥도 얻어먹다니……. 누가 봐도 형님은 인생불공정의 대표 사례입니다!!!
부러워?
그럼 너도 약 팔아!
회귀의 전설 3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