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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47장. 순이 꺼. (1,124/1,284)

1147장. 순이 꺼.

‘저놈이???’

웨신타오는 속으로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간 자신이 알던 슈건핑이 아니었다.

언제나 큰 덩치를 앞에 세워 순박한 곰처럼 행동했던 슈건핑.

순한 얼굴과 덩치 큰 몸을 보고 대부분 사람들은 슈건핑에 대한 편견을 품었다.

왠지 모르게 착하고 계산적이지 않을 거란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막상 실제 인성도 그래 보였다.

절대 서두르지 않고 일 처리를 하면서 철저하게 자비를 베푸는 척했다.

하지만 그건 다 위장에 지나지 않았다.

암중 심계는 여우처럼 교활했고 손속은 독 오른 독사처럼 잔인했다.

그야말로 한번 물면 끝을 보는 성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자리에서도 쉽게 본 모습을 들키지 않았다.

수십 년 동안이나 속으로 독을 갈무리할 줄 아는 진짜 승부사였다.

그런 그에게 웨신타오도 철저하게 속았다.

상해방과 공청단에 밀려 비루먹은 강아지 신세와 진배없던 태자당.

행사할 수 있는 권력과 인맥이 약하다고 판단해 일부러 자신의 뒤를 잇는 주석으로 삼았다.

필요할 때 언제든 쥐고 흔들 수 있을 거라 착각한 것이다.

그 점에서는 방태민도 마찬가지.

하지만 막상 권력을 쥐게 된 슈건핑은 무소불위의 칼춤을 추기 시작했다.

자비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

제일 먼저 공청단 고위직을 낙마시켰다.

손쓸 틈도 없었다.

여전히 슈건핑은 측근처럼 굴고 있었기에 그만큼 공청단 권력 구조를 낱낱이 파악하고 있었다.

자신의 실책임을 인정한 웨신타오는 수없이 피눈물을 흘리며 자책했다.

방태민을 배신하고 뒤통수를 친 자신의 또 다른 모습이 바로 슈건핑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는 과정에서 그는 권력 구조에 대해 제대로 보고 배웠다.

한술 더 떠서 공청단의 뿌리까지 제거해 버리려고 했던 슈건핑.

“각하의 목마름을 이 장립이 끝까지 책임지겠습니다!”

넉살 좋게 대답하는 장립.

다시 봐도 대단했다.

누가 있어 중국을 다스리는 황제에게 저렇게 답할 수 있을까.

다들 눈 밖에 나지 않기 위해 격식을 차리고 눈치를 보느라 바빴다.

장립처럼 인간적으로 편하게 대하지를 못했다.

지금도 주변에 포진해 있는 고위 공산당원들은 서로 눈치 보느라 정신없이 바빴다.

아예 상무위원급은 끼지도 못했다.

전직 주석이나 총리에게만 허락됐다.

‘스스로 격을 만들어 내는군. 대단한 놈이야.’

웨신타오는 장립을 지켜보며 다시 한 번 감탄했다.

그간 들어왔던 소문은 약과였다.

베이다이허에 나타나 환단을 팔아 권력을 샀다고 전해졌던 장립.

가능한 방법을 동원해 백방으로 그에 대한 정보를 수집했다.

답답하게 시간을 보내고 있던 웨신타오의 인생에 돌파구가 돼 줄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그러나 그즈음부터 장립은 미국 칩거에 들어가 버렸다.

그 뒤로 전혀 움직임이 없던 장립.

잊을 만한가 싶은 순간 갑작스럽게 북경에 나타나 이렇듯 파란을 일으켰다.

바늘이 움직이지 않아도 낚싯대를 가만히 드리워두었다. 그렇게 웨신타오는 장립을 가만히 기다렸다.

과거 강태공처럼 세월을 낚는 것으로 시절을 보내고 있었던 것만은 아니다.

필요하다면 직접 정보를 찾아 뛰어야 하는 시대라는 것 정도는 알았다.

그런 과정 끝에 확인하게 된 장립의 진가.

한참 젊은 나이임에도 전현직 주석과 총리와 대등한 관계를 보였다.

장립의 나이대에는 윗사람들에게 고개 숙이기 바빴던 웨신타오였기에 충격도 컸다.

수십 년의 나이 차가 있었지만 전혀 까마득한 후배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동년배의 노련한 정치인을 마주한 것만 같았다.

“기대해도 되나?”

“물론입니다!”

슈건핑의 물음에 확답하는 장립.

중국에서는 친한 친척 간에도 저렇듯 확실한 답을 주지 않는 것이 문화였다.

더욱이 정치판에서는 사소한 것 하나로도 트집 잡힐 수 있기에 절대적으로 말조심하는 태도가 필요했다.

“날 빼놓을 건 아니지?”

방태민도 나섰다.

여기 모인 원로들 중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방태민.

몸에 좋은 환단을 먹어서 그런지 70대로 보였다.

눈빛도 과거 그대로다.

웨신타오는 방태민과 마주하면 어쩔 수 없이 떨렸다.

“믿음을 배신하면 남자가 아닙니다.”

넉살 좋은 장립.

“그럼 다 같이 한잔들 하시죠.”

완진바오가 분위기를 돋웠다.

전직 총리 신분으로 레벨이 낮았다.

“제가 따라 드리겠습니다.”

장립이 술병을 들었다.

그리고.

“맹자께서 말씀하신 오륜 중 장유유서(長幼有序)의 가르침대로 술을 따라드리겠습니다.”

방태민부터 나이순으로 술잔을 채우겠다고 말하는 장립.

맹자를 팔아 자연스럽게 정치 순위를 없앴다.

슈건핑이 묵묵히 잔을 받았다.

그렇게 잔이 채워졌다.

“내가 따라주지.”

이번에는 슈건핑이 술병을 잡았다.

“영광입니다.”

장립이 두 손으로 잔을 들었다.

쪼로로록.

역시 채워지는 잔.

“부족한 저를 대인들께서 이렇게나 사랑해 주시니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장립은 진심으로 감격한 표정을 지었다.

“공짜는 아니네.”

방태민이 농담을 던졌다.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제가 특별히 네 분을 위해 준비한 선물이 있습니다.”

“선물?”

“???”

특별 선물이라는 말에 네 사람이 귀를 쫑긋 세웠다.

오늘 풀린 환단만 해도 엄청난 양이었다.

장립의 황제 재생단이 북경 정가에 풀리게 되면 대번에 뜨거운 바람이 불 것이다.

이곳에 참석 못 한 졸부들이 가격에 구애받지 않고 구매하려고 달려들 게 뻔했다.

황금과 돈보다 귀하게 취급받을 게 분명한 황제 재생단.

그것 말고 또 다른 특별 선물이 있다는 사실에 다들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게 뭔가?”

완진바오가 먼저 조심스럽게 물었다.

“잠시 기다리십시오.”

선뜻 답을 주지 않고 기다리라는 말과 함께 경매장 상단 비밀 공간으로 들어가는 장립.

“특별 선물?”

“으음…….”

귀 기울이고 있던 이들이 신음을 흘리며 다음 순간을 기다렸다.

그리고 잠시 후.

가방 하나를 들고 나타난 장립.

탁자에 가방을 올려놓았다.

홀린 듯 모두의 시선이 가방에 쏠렸다.

씨익.

기대에 찬 관객들을 모아놓고 한껏 분위기를 돋우는 마술사처럼 시간을 끄는 장립.

딸깍.

천천히 가방을 열었다.

그 순간.

“오!!!”

“이건!!!”

***

다들 입 벌어지는 것 봐라.

흐흐흐.

흐뭇함으로 심장이 충만했다.

- 오오오! 형님 이건 또 뭡니까?

귀신도 흥분하기는 마찬가지.

가방을 뚫어지게 바라보며 정체를 물었다.

- 큼큼. 향기가 기가 막힙니다.

귀신이 코를 벌름거렸다.

죽은 귀신도 맡을 수 있을 만큼 강렬한 약향.

“환단?”

“이 약향은 신비롭기 그지없습니다.”

“도대체 무슨 환단이기에…….”

“환단이 맞습니까?”

“기가 막힙니다!”

가방을 열자마자 난리가 났다.

경매장에 확 하고 퍼지는 강렬한 약향.

“약향만으로 기분이 이렇게 좋아지다니!”

“답답하던 숨이 확 뚫리는 것 같습니다!”

“대단한 환단인 것 같습니다.”

“각하께 진상되는 특별 선물이라니…….”

눈을 감고 향취를 맡아내던 이들이 부러움과 함께 소유의 욕망을 드러냈다.

그러나 감히 자신들도 원한다는 말을 하지 못했다.

“이, 이게 뭔가?”

환단 좀 먹어본 방태민이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풍기는 향만으로도 상당한 가치를 알아챘을 것이다.

이건 인세에 보기 드문…….

- 도대체 이 환단은 뭡니까? 정진짜 선물로 주려고 준비한 건 아니죠?

귀신이 의심 가득한 질문을 던졌다.

귀신같은 놈.

당연히 전혀 계획되지 않은 선물이다.

“이 환단으로 말씀드릴 것 같으면…….”

나, 아무래도 전생에 약장수였던 것 같다.

사람들 이목을 끄는 게 식은 죽 먹기보다 쉽다.

물건이 좋으면 장사꾼의 목청에 힘이 들어가는 법이다.

방태민의 뒤에 있다던 환단 제조가는 꿈도 꾸지 못할 약재로 제조한 물건이다.

나름 신경 써서 만들었다는 소리다.

- 부모님 선물이죠? 그것도 생일 선물로 드리려고 특별 제조한 것 맞죠?

귀신이 나름 추측을 해본다.

아니다.

- 그럼 뭡니까? 한눈에 봐도 엄청난 환단인데.

산후조리용 환단이다.

그래서 특별 제조했다고 말한 거다.

- 주변에 애 낳은 친척이 있습니까? 그것도 아니면 형님이 사고를 쳐서…….

난 아니다. 흐흐흣.

음흉한 웃음이 절로 나왔다.

- 도대체 누구 거냐고요!!!

순이 꺼.

- 순이요??? 이름이 구수하게 정감 가는데 그게 누굽니까? 아시는 여동생? 아니면…….

시골집 지키는 개돌이 세 번째 와이프 이름이다.

- 시골집 지키는 개돌이의 세 번째 와이프라면……. 설마 암컷 개새끼요???

귀신이 화들짝 놀라 묻는다.

고개를 끄덕였다.

- 오! 신이시여! 

졸지에 귀신이 신을 찾으며 면전에서 성호를 긋는다.

무신론자가 별짓을 다한다.

“보시다시피 새로 제조한 환단입니다.”

개의치 않고 담담하게 설명했다.

“환단 이름은 뭔가?”

약 좋아하는 할배 방태민이 마음이 바빠졌는지 다급하게 묻는다.

눈 주변에 보이는 뜨거운 열망.

환단 좀 먹어본 자로서 지금 아주 미칠 지경일 것이다.

약향만으로도 이 정도인데 만약 섭취한다면…….

“이 환단의 이름은……. 천도등선단입니다.”

“천도등선단!!!”

딱 들어도 환단 이름부터 범상치 않았다.

개돌이의 새 와이프 개순이에게 무병장수하며 새끼들 잘 키우라고 이것저것 재료 좀 많이 넣었다.

아공간에 뒹굴고 있는 똥삼으로 제조한 황제 재생단보다 더 귀한 게 맞다.

그래서 이름이 천도등선단이다.

“장담하건만 한 알만 드시면……. 하늘의 천도복숭아를 섭취한 것처럼 무병장수할 수 있으며 세 개를 섭취하면 등선도 가능합니다.”

“드, 등선!!!”

“세상에!!!”

회귀의 전설 3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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