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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44장. 돌아온 약장수!(8). (1,121/1,284)

1144장. 돌아온 약장수!(8).

“하오! 하하하하하하하하.”

슈건핑은 자리에서 일어나 연신 박수를 치며 시원하게 웃음을 터트렸다.

눈치를 보던 태자당원 고위직들도 마찬가지였다.

분위기를 탄 경매장.

모두들 경쟁하듯 앞다투어 일어나 호응을 더했다.

마치 전인대 폐막식 같은 분위기가 연출됐다.

물론 방태민도 자리에서 일어나 슈건핑에 동조했다.

난데없이 박수갈채를 받은 장립이 도리어 당황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서둘러 포권을 취하며 고개를 깊이 숙이는 장립.

금세 자연스러운 표정을 찾고는 웃음을 머금었다.

‘대단한 놈이야!’

슈건핑은 그런 장립의 태세 변화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모든 게 장립이 원하는 방향대로 흘러가고 있었다.

자신도 빠져들 수밖에 없는 고지식한 외통수.

협작과 귀계로 권력을 차지한 슈건핑이지만 장립의 그런 능력에 순수하게 감탄했다.

당하고도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일어나 박수를 친 것도 그 이유가 가장 컸다.

장내에 있는 모두를 공평하게 대하는 모습으로 보였지만 실상은 달랐다.

그중에서도 슈건핑과 방태민을 대하는 장립의 입장은 다를 것이다.

비밀 경매를 통해 장립은 공개적인 루트로 고위 공산당원들의 연락처와 인맥을 획득했다.

더군다나 특정 파벌에 얽매이지 않고서 말이다.

오직 이 자리를 만든 장립에게만 허락된 특혜였다.

슈건핑은 진정으로 장립이 마음에 들었다.

황좌의 주인은 냉혹함과 따듯함을 둘 다 겸비하고 살아야 한다.

그 점에서 지금은 장립에게 힘을 실어줘야 할 순간이었다.

슈건핑이 선제한 박수와 칭찬으로 장립은 날개를 달 것이다.

라이벌인 방태민까지 자리에서 일어나 박수를 쳤다.

능구렁이 완진바오도 마찬가지.

오늘 장립은 태자당과 상해방, 공청단에 의해 공식적인 자리에서 정치인으로 인정받았다.

“대인들이 보여주신 오늘의 호탕한 의기는 이 장립이 평생 죽을 때까지 잊지 않겠습니다.”

장립의 말은 청산유수와 같았다.

당당한 표정과 함께 그를 더욱 돋보이게 만들었다.

“그런 의미에서……. 부족하지만 오늘 참여하신 대인들 모두에게 황제 재생단 한 알씩을 선물해 드리겠습니다.”

“오오오!”

“하오! 하오!!!”

짝짝짝짝짝짝짝!

박수 소리가 더 요란하게 울렸다.

사방에서 만족에 겨운 탄성이 들렸다.

공짜치고는 선물의 질이 달랐다.

이제 장립의 황제 재생단의 공식 가격은 한 알에 최소 1억 위안 정도가 됐다.

비공개 경매로 인해 완벽하게 시장가가 형성된 셈이다.

‘천재야. 천재…….’

슈건핑은 황제 재생단보다 경매를 주도한 장립이 탐났다.

호탕한 배포로 장립의 가치는 더 치솟았다.

풀 때 풀 줄 아는 대인배였다.

요즘은 쉽게 볼 수 없는 장립의 마음 크기에 다시 한 번 놀랐다.

피아를 떠나 모두 장립에게 호의를 드러냈다.

주석직에 오를 당시 슈건핑도 이런 찬사를 받지 못했다.

“경매는 종료됐습니다. 예고한 대로 이 시간부터는 제가 부족하게나마 대인들을 위해 준비한 연회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다들 바쁘시겠지만 끝까지 참석해 주시면 영광이겠습니다.”

“당연히 남아야지!”

“오늘 제대로 날 잡았네!”

호기가 사방에서 넘쳤다.

“립! 술 한 잔 받을 거지?”

누군가 소리쳐 물었다.

“물론입니다. 대인들이 주시는 술은 단 한 방울도 거절하지 않겠습니다!”

“하하하하하. 립은 진짜 사내야!”

“그럼 밤새 마셔보도록 하지!”

중국 정치에서 술은 빠지지 않았다.

취할 때까지 마시지만 결코 취하지 않아야 다음 단계로의 성공이 가능했다.

장립은 그걸 꿰뚫고 있었다.

스르르릇.

연회장 문이 열렸다.

사박사박사박.

동시에 경매장으로 빠르게 들어서는 호텔 종업원들.

영업용 미소를 지은 그들은 하나같이 깔끔한 차림이다.

여성 종업원들은 치파오를 입어서 차림이 더 시원했다.

남성 직원들은 셔츠에 나비넥타이를 맸다.

그들은 원형 탁자를 깨끗이 치우고 빠른 속도로 요리를 세팅했다.

마오타이주도 몇 병씩 놓였다.

모든 게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군더더기 없이 깔끔했다.

그들의 행동으로도 대접받고 있다는 느낌이 확 들었다.

“제가 직접 술을 따라 드려야 하지만 몸이 하나라 어떻게 할 수가 없습니다. 양해해주시고 첫 잔을 채워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겸손함까지 보이는 장립.

개봉된 술병을 들고 각자가 옆 사람의 잔을 채웠다.

“…….”

그 와중에도 서로의 눈치를 봤다.

이 자리에서 건배사를 외칠 수 있는 사람은 단 둘.

방태민과 슈건핑에게 모두의 시선이 쏠렸다.

장립의 선택에 따라 막판 주인공이 달라질 것이다.

슈건핑과 방태민이 장립의 선택을 기다리는 신세가 됐다.

장내는 장립이 누구를 선택할지 흥미롭게 지켜보는 이들의 시선으로 후끈 달아올랐다.

그 순간.

“대중화인민공화국과 인민들을 받들어 섬기는 모든 대인들께 이 잔을 바칩니다! 중화인민공화국 만세!!!”

누가 말릴 겨를도 없이 자처해 선창해 버리는 장립.

그리고 두 손으로 잔을 높이 올렸다.

누구나 인정할 수밖에 없는 중화인민공화국 만세를 외치며 가장 현명한 답을 찾아냈다.

“중화인민공화국 만세!”

거부할 수 없이 반드시 따라야 하는 외침.

슈건핑과 방태민이 허탈하게 웃으며 장립의 선택에 존중을 표했다.

꿀꺽.

단숨에 잔을 비운 장립.

흡족한 미소가 그의 얼굴에서 떠나지 않았다.

***

- 크으. 술 맛 좋고!

귀신을 위해 술 한 병을 내줬다.

상단에 위치한 탁자에서 귀신은 자음자작으로 술을 즐겼다.

경매는 계획대로 무사히 종료됐다.

최선의 수를 통해 무탈하게 마무리됐다.

팽팽하던 긴장의 끈이 순식간에 풀렸다.

그래도 조심하는 태도는 잊지 않았다.

곳곳이 지뢰밭이다.

세 파벌을 조율하며 이슈가 될 만한 경매를 깔끔히 끝낸 내 스스로가 대견스러웠다.

순간순간 기지를 발휘했다.

귀신 말대로 인건비밖에 들지 않은 환단으로 인심을 두둑이 얻었다.

“립! 한 잔 받게.”

“감사합니다.”

방태민의 잔을 먼저 받았다.

슈건핑이 있었지만 중국도 엄연히 장유유서의 전통이 존재했다.

쪼로록.

잔에 채워지는 마오타이주.

“수고했어.”

“아닙니다.”

자신이 추진한 일을 내가 대신 처리한 듯 격려하는 방태민.

“모두 각하께서 신경 써 주신 덕분입니다.”

돈도 안 드는 아부는 듬뿍 날려도 무해하다.

“알면 됐네.”

방태민이 묘한 미소를 띠며 웃었다.

엄밀히 경매는 내가 주관했지만 방태민의 도움이 있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미끼가 매력적이었지만 충분히 거부할 수도 있는 자리였다.

그럼에도 직접 참석하는 동시에 상해방을 끌고 왔다.

그리고 내 눈앞에서 왕정을 내치기도 했다.

성의는 충분하고도 넘쳤다.

- 방 주석 보기보다 착한 것 같습니다.

술 한 병의 기운을 금세 빨아들인 귀신이 빨간 코가 되어 다가왔다.

그리고 방태민을 칭찬했다.

인자하게 늙어가는 외모는 말 그대로 옆집 할아버지 인상이다.

그래서 귀신은 아직도 멀었다.

방태민이 권좌에 있을 때 당시 사라진 중국 사람들 수가 수만 명에 이른다.

천안문부터 시작해 파륜궁까지 모든 게 방태민 손에 의해 작업됐다.

부패 혐의로 칼을 휘두르고 있는 슈건핑이 차라리 착한 부류에 들 정도다.

방태민의 부하들은 손속도 잔혹했다.

주인을 닮아 사납고 이빨이 날카로운 충견과 같았다.

법 위에서 무소불위로 군림했던 전임 황제.

“곧 찾아뵙겠습니다.”

“기다리겠네.”

방태민의 의미심장한 답변이 돌아왔다.

꿀꺽.

그가 채워 준 잔을 마저 비웠다.

그리고 다른 테이블로 이동했다.

슈건핑이 순서를 기다렸다.

“각하. 자리를 빛내주셔서 가문의 광영입니다.”

현직이라 아부도 좀 더 강하게 했다.

“오늘 인상 깊었네.”

“부족할 따름입니다. 앞으로도 많은 가르침 부탁드립니다.”

정중하게 고개를 숙였다.

슈건핑은 덩치 좋은 몸뚱이와 달리 칼을 휘두름에 날렵하고 냉정했다.

특히 적에게는 자비를 몰랐다.

교묘히 법과 권력을 이용했다.

“자네에게 오늘 한 수 배웠어.”

“송구합니다.”

“아니야. 오랜만에 제대로 맛봤어. 짜릿했어.”

내가 꾸민 귀계를 높게 평가하는 슈건핑.

그의 이런 점이 무서운 부분이다.

권력 최고봉에 오른 자가 스스로를 낮춰 아랫사람을 인정하는 일은 쉽지 않다.

“한 잔 받게.”

슈건핑이 술병을 들었다.

“감사합니다.”

지금은 철저하게 을이 되어야 하는 상황.

아랫사람으로서 흐트러짐 없이 예를 다했다.

파바밧.

그 와중에도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 온몸에 꽂혔다.

내 일거수일투족을 놓치지 않고 지켜보는 눈들이었다.

한 번 실수하면 곧장 나락으로 떨어질 것이다.

사냥개들 사이에서 종이 다른 호랑이 기세를 절대 드러내지 않았다.

쪼로록.

잔에 술이 채워졌다.

“제가 한 잔 올리겠습니다.”

“고맙네.”

슈건핑이 잔을 들었다.

그의 잔에도 찰랑거리게 술을 채웠다.

“립, 자네는 인민의 홍복일세.”

- 슈건핑은…… 대단한 야심가네요.

귀신이 슈건핑을 게슴츠레한 눈빛으로 바라봤다.

야심가 맞다.

주석으로도 만족하지 않고 영구집권을 노리고 있는 슈건핑.

21세기형 황제를 꿈꿨다.

“주석님이야말로 인민의 홍복이십니다.”

겸손한 모습을 보이며 대화를 잇다 잔을 비웠다.

“오늘 저녁 일정은 비워뒀네.”

슈건핑이 지나가는 말로 추후 일정이 없음을 넌지시 알려왔다.

꾸벅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다음 장소로 이동했다.

“어서 와 립.”

류미가 기다렸다는 듯 팔짱을 끼고 이끌었다.

주변의 시선 따위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스스로 첩이 되겠다고 선포했을 정도로 배짱 넘치는 류미.

“할아버지, 립이 왔어요.”

“하하. 어서 오게 립.”

“총리님을 뵙습니다.”

공청단의 실질적 리더인 완진바오가 넉넉하게 웃으며 반겼다.

- 능구렁이네요.

귀신의 한 단어 평가가 이어졌다.

거대 권력자들 틈에서 살아남은 진정한 생존 강자.

“오늘 여러모로 흡족했네.”

완진바오의 깊이를 알 수 없는 눈빛과 마주쳤다.

“치기 어린 자의 재롱이라 여겨 주십시오.”

“아니야. 나도 몇 번이나 감탄했어. 정말 훌륭했네.”

장립에게 놀아났다는 것을 알면서도 칭찬으로 되돌려 줄 줄 정치 대인배.

“한 잔 올리겠습니다.”

“그러도록 하지.”

완진바오 잔에 술을 먼저 채우려 병을 들었다.

“나부터 한 잔 주게.”

그 순간 옆에서 들려오는 담담한 목소리 하나.

- 어라? 이분은 뭐죠???

회귀의 전설 3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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