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42장. 돌아온 약장수!(6).
“허어…….”
완진바오는 꾹 참고 있던 신음을 기어코 토하고 말았다.
산삼에 황제 재생단을 끼워파는 것으로 그 자리에서 수백억을 챙긴 장립.
이번에는…….
“10개 세트라니……!”
“저건 반드시!”
“오!!!”
상식을 파괴하는 장립의 경매 방식에 보는 이들 모두 혀를 내둘렀다.
놀랍게도 가방에는 황제 재생단이 10개나 들어 있었다.
쪼잔하게 한두 알씩 나눠 팔지 않았다.
장립의 말처럼 진짜 본 경매가 시작되는 순간이 확실했다.
어디 한번 돈이 넘치면 덤벼보라는 식이었다.
지켜보던 사람들이 주먹을 불끈 움켜쥐었다.
황제 재생단이 만고의 명약이라는 것은 이미 확인됐다.
저 정도 수량이면 본인의 이득은 물론 미래의 정치 권력에 쏟아부을 수 있는 뇌물로도 엄청난 힘이 될 것이다.
욕망의 크기만큼 이글이글 각자의 눈빛이 활활 타올랐다.
하찮은 욕망을 넘어서는 절대 소유욕이 발동됐다.
‘모두 다 계획적이야. 알고도 당할 수밖에 없는!’
완진바오는 장립을 다시 한 번 인정했다.
암계와 귀계의 귀재인 자신을 몇 수나 앞질렀다.
경매라는 특이한 방법으로 고위 공산당원들을 현혹해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는 좌지우지했다.
장립의 수법을 간파해도 막상 그 수에 빠져들면 헤어나오지 못했다.
불길에 뛰어드는 불나방처럼 하나같이 커다란 욕망의 날개를 퍼덕거렸다.
그중에서도 장립은 가장 욕심이 많았다.
경매라는 거대 그물을 펼쳐놓고 월척들만 쓸어 담았다.
그럼에도 도망치려는 자가 아무도 없었다.
더 빨리 장립에게 잡아먹히지 못해 안달이 났다.
완진바오도 마찬가지.
황제 재생단에서 시선을 떼지 못한 채 침을 삼켰다.
누구에게도 빼앗길 수 없는 보물 중의 보물이었다.
산삼과 황제 재생단 1개에 4억 위안을 부르고 입찰한 웨신타오도 다시 전열을 불태웠다.
‘이번에는 빼앗기지 않을 것이다!’
주석에 올랐음에도 퇴위 시까지 제대로 권한을 행사해 본 적 없는 웨신타오.
방태민과 슈건핑에 은근히 분노해 온 인사였다.
평생 자신을 이용해먹은 괴물들이었다.
그들을 상대로 이번 기회에 복수라는 것을 하고 싶었다.
웨신타오에게 이 순간은 전쟁이나 마찬가지.
속 모를 이들이 비웃어도 상관없었다.
방태민과 슈건핑을 이렇게라도 눌러야 죽어도 여한이 없을 것 같았다.
공청단의 힘은 갈수록 미약해져 가고 있다.
파트너인 완진바오는 능구렁이처럼 굴면서 끝까지 권력을 누렸다.
같은 재임 시절 완진바오는 줄다리기를 통해 틈틈이 이권을 챙겼다.
그러나 웨신타오는 타고난 성격으로 인해 언제나 그보다 뒤처졌다.
콰득.
웨신타오가 입술을 깨물었다.
장립이 꺼낸 10개들이 한 세트 황제 재생단.
다른 이들과 다른 형태의 욕망으로 물건을 바라봤다.
“최소 입찰 금액은 10억 위안입니다.”
“음…….”
“10억 위안!”
2년 전 베이다이허에서는 거의 공짜 수준으로 뿌려졌던 환단이 10개에 10억 위안이 됐다.
한 알에 1억 위안.
다소 비싸다고 말할 수 있는 가격이었지만 누구도 포기할 생각이 없어 보였다.
한 세트만 구입해 놔도 잠재적 이득이 대단했다.
황금보다 더 귀한 황제 재생단.
“경매 입찰 방식을 비공개로 바꾸겠습니다. 지금부터는 최고가를 제출한 분께 물품을 넘겨드리겠습니다.”
‘비상한 놈이야.’
슈건핑을 비롯해 여러 명의 권력자들 앞에서 드러내놓고 돈 자랑 할 수 없는 이들을 위한 장립의 배려였다.
웨신타오는 장립을 눈여겨봤다.
2년 전 베이다이허에서는 그와 별다른 접점이 없었다.
당시 공청단을 대표해 완진바오가 그를 상대했다.
뒤로 물러나 지켜보기만 했던 웨신타오가 오늘에서야 장립을 제대로 눈에 담았다.
‘어쩌면…….’
그 순간 웨신타오의 머릿속에 스쳐 지나가는 생각 한 자락.
주먹에 불끈 힘이 들어갔다.
복수를 위해서라면 영혼이라도 팔겠다는 다짐이 있었다.
“그럼 본격적으로 경매를 시작하겠습니다. 10개들이 한 세트 가격을 탁자에 놓인 입찰서에 이름과 함께 기록해 건네주시면 됩니다. 낙찰되신 분께는 장립의 이름을 걸고 비밀리에 신속 정확하게 전달해 드리겠습니다. 대인들의 많은 호응 부탁드립니다.”
장립이 포권을 취하며 그럴싸하게 인사를 했다.
완벽하다 할 만한 장립만의 판매 방식.
이제부터는 쩐의 전쟁이었다.
그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아도 되는 입찰 방식.
슈건핑과 방태민의 얼굴이 살짝 일그러졌다.
자신들의 권위를 내세워도 어찌할 수 없는 순간이었다.
그들 두 사람도 한순간에 똑같은 경매 입찰자로 전락해 버렸다.
“소려 양, 부탁합니다.”
장립이 양소려를 지명했다.
“네…….”
어느새 준비된 구멍이 뚫린 상자 하나를 집어드는 양소려.
‘립은…… 하늘이 내린 재신이야.’
양소려는 지시대로 움직이며 속으로 장립의 능력을 또 한 번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세상 누구보다도 더 돈을 사랑하는 진짜 돈 귀신이 분명했다.
***
- 헐……. 이걸 이런 방식으로 풀어가시네요. 정말 대단하십니다.
귀신이 눈을 부릅뜨고 나를 빤히 쳐다봤다.
불의의 일격에 다른 이들도 당황하기는 마찬가지.
누구도 가격과 입찰자를 알 수 없도록 하는 비밀경매 방식을 선택했다.
- 그럼 낙찰자 선정은…… 형님 마음대로 뽑는 겁니까?
응.
쿨하게 인정했다.
- 짜고 치는 마작판이 따로 없습니다.
짜고 치는 게 아니라 냉정하게 내 마음대로 하는 거다.
눈 밖에 나면 억만금을 줘도 환단은 팔지 않겠다는 엄포다.
왕정 같은 놈에게 날개를 달아줄 이유가 전혀 없다.
- 돈 벌기 참 쉬운 세상입니다. 똥삼에 인건비밖에 들지 않는 환단으로 이런 엄청난 폭리를 취하다니…….
폭리?
또 배가 아파지려 하는 귀신.
이런 걸 두고 냉철하게 말해 깨어 있는 자의 지식 판매 방법이라고 하는 거다.
- 네? 그게 무슨 말입니까?
깨어 있지 않으면 지식의 양이 철철 넘쳐흘러도 제대로 찾아 먹을 수 없다.
우리가 실제 아는 것과 안다고 생각하는 것의 격차는 상상보다 엄청나다.
환단 제조법과 재료가 있어도 팔아먹을 방법이 없다면 그저 몸에 좋은 가정상비약에 불과하다.
하지만 깨어 있는 나는 판매 방식을 바꾸는 것만으로도 오늘처럼 대박을 냈다.
양념으로 배짱도 좋아야 한다.
미끼 상품을 아까워하면 안 된다.
쪼잔함은 구멍가게에나 어울리는 판매 방식이다.
보너스로 끼워주면 뿌린 것 이상으로 불어 이익이 되어 돌아온다.
- 전 도저히 형님처럼 앞을 몇 수나 내다보며 판을 못 읽겠습니다. 어떻게 그리 미래를 통찰하고 계획을 짤 수 있단 말입니까?
귀신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래, 귀신은 이해 못 할 것이다.
보스의 여자와 도망칠 때도 다른 조폭 구역으로 피신하는 어리석은 선택을 한 귀신이었다.
“참고로 오늘 판매할 환단 세트는 10개입니다. 재료 수급의 한계상 올해뿐만 아니라 내년도 판매를 자신할 수 없으니 대인들께서는 참고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작은 욕심에 판이 늘어지면 탈이 난다.
슈건핑이나 방태민 같은 권력자들이 수단을 내기 전에 마무리 짓는 게 좋다.
그들이 당황하는 지금 이 순간을 그냥 넘기면 안 된다.
북경 정치권에 뿌려질 100개의 환단.
몸에는 좋지만 정치권에는 독이 될 것이다.
뺏고 빼앗기는 중요한 매개체가 될 수 있다.
누구든 구입했다는 소문이 돌면 정치세력의 타깃이 될 게 뻔했다.
나야 비밀을 지키겠지만 환단을 손에 넣은 장본인과 주변인들이 알아서 소문을 퍼트릴 게 확실했다.
1년 동안 풍운을 일으키게 될 환단.
“10세트가 더 준비됐단 말인가?”
“네.”
“세상에…….”
“그럼 열 개 모두 낙찰받아도 되나?”
누군가 감추지 않고 욕심을 드러냈다.
그를 똑바로 바라봤다.
이름도 모르는 초로의 남자다.
슈건핑 뒤편 라인에 앉아 있었다.
태자당의 권세를 믿고 까부는 자가 분명했다.
“능력이 되신다면 말리지 않겠습니다.”
함축적 의미가 담긴 말을 예의상 날렸다.
“…….”
남자가 입을 다물었다.
한꺼번에 삼키기에는 환단이 갖는 무게감이 감당하기 어려웠다.
아무리 태자당이라도 벅찰 것이다.
“공정을 기하기 위해 한 사람당 한 세트 가격만 제시할 수 있습니다. 대인들께서는 충분히 숙고하시고 낙찰가를 제시해 주십시오.”
널리 골고루 뿌려져야 그 효과가 의도하는 만큼 확산될 것이다.
내가 이번 경매에 심혈을 기울이는 목적은 돈보다 권력자들 간의 혼란이다.
- 열 세트면 도대체 얼마를 땡기시려는 겁니까?
귀신이 열 세트라는 말에 손가락으로 그 가치를 계산하느라 바빴다.
조 단위가 넘는 자금 확보 자리가 될 것이다.
슈건핑도 참여한 만큼 세금을 때릴 수도 없었다.
홍콩 법인으로 몽땅 흘러 들어갈 자금.
홍콩이 겉으로 보기에는 자유가 보장된 독립 국가처럼 보이지만 내실은 이미 중국에 넘어갔다.
손도 안 대고 코를 푸는 방식이 될 것이다.
그리고 정작 원하는 건 따로 있다.
- 따로 원하는 거요? 돈 말고요?
돈이야 나도 이들 못지않게 넘친다.
내가 경매로 진짜 노리는 건.
“참고로 돈이 부족한 분은 저를 혹하게 할 다른 물건이나 제안을 함으로써 입찰하실 수도 있습니다. 참고 부탁드립니다.”
“구체적으로 뭘 말하는 건가?”
“돈이 아니라면…….”
갑작스러운 나의 제안에 또다시 혼란의 소용돌이가 장내에 몰아쳤다.
즉각 반응이 오는 광경에 흐뭇했다.
슈건핑과 방태민의 얼굴을 보니 그들도 무척 곤혹스러워했다.
모든 게 내가 주도한 대로 흘러가고 있었다.
솔직히 말해 누구도 오늘 경매의 주인이 될 수 없다.
이래서 독보적 상품성이 중요한 거다.
아무도 흉내 낼 수 없는 물건이나 지식은 사고파는 데 쓰이는 단위가 달랐다.
“저도 그걸 잘 모릅니다. 다만……. 제가 흡족하게 받아들일 정도면 족합니다.”
제한을 두지 않았다.
이곳에 모인 이들은 각종 이권을 손에 쥐고 있는 권력자들이다.
중국은 보이지 않는 권력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전혀 다른 세상이다.
아무리 대단한 민간 창업자도 권력자의 말 한마디에 감옥에 투옥되거나 망할 수 있었다.
2020년까지 내가 보고 온 세상에서의 중국은 그랬다.
공산당이 괜히 일당 독재당이라 불리는 게 아니다.
“그럼 입찰해 주십시오. 경매가 끝나면 조촐한 연회가 준비되어 있습니다.”
속전속결 경매.
상대의 허를 찔러야 진정한 계책이 통한 것이다.
생각할 틈도 없이 몰아친 경매는 이제 피날레를 장식할 시간이 됐다.
“…….”
슈건핑과 방태민이 깊은 시름에 잠겼다.
자신들이 원하는 방향대로 경매를 주무르고자 했던 그들.
가볍게 쨉 한 방으로 견제에 성공했다.
“입찰 마감 시한은 앞으로 5분. 앞으로 이런 경매는 언제 다시 열릴지 장담할 수 없음을 다시 한 번 알려드립니다.”
홈쇼핑 최고 매출을 올리는 쇼핑 호스트가 된 기분이다.
마감이네 매진이네라는 말로 사람들을 현혹하는 달인들.
생각지 못한 이곳에서 쇼핑 호스트들의 방식이 빛을 발했다.
스스슥.
눈치 보지 않고 사람들이 메모장과 펜을 들었다.
그리고 시험 보는 학생들처럼 최대한 몸을 웅크리고 부지런히 적기 시작한 그들.
- 혀, 형님! 저 아저씨! 20억 위안을 썼어요!!!
훔쳐보고 온 귀신이 화들짝 놀라며 전했다.
양에 차지 않는다.
더! 더! 더!
속으로 주문을 외웠다.
누가 뭐라고 해도 난 영원히 배 부를 수 없는 돈의 황제였다.
회귀의 전설 3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