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140장. 돌아온 약장수!(4). (1,117/1,284)

1140장. 돌아온 약장수!(4).

‘도대체 저놈이 가진 능력의 한계치는 어디까지란 말인가…….’

경매를 지켜보던 장택민은 안경 너머 뜨거운 시선으로 장립을 바라봤다.

산전수전 다 겪은 장택민도 경탄할 수밖에 없는 그의 수완.

장립은 훤칠한 외모와 말빨로 장내에 모인 이들의 시선을 단숨에 빼앗았다.

황제 재생단은 장택민뿐만 아니라 모두가 기다렸다.

천하를 발칵 뒤집고도 남을 만한 환단이었다.

자신의 뒤를 받쳐주는 선인도 장립의 황제 재생단에 경악했다.

더 이상 인세에서 구할 수 없는 약초로 배합된 귀한 처방전임을 확인했다.

무당파와 같은 도교 무술 성지의 환단 제조법이 결합된 것으로 확인된 황제 재생단.

장택민은 선인의 말을 듣고 난 뒤 장립을 최우선 포섭 대상 0순위로 삼았다.

그러나 장립은 기름 뱀장어 같았다.

잡힐 듯 손안으로 들어오는가 하면 또 거짓말처럼 손에서 쑥 빠져나갔다.

그러기를 여러 번, 결국 권력 중심부에 홀로 당당히 들어와 외줄을 탔다.

언뜻 위험해 보이기는 했지만 결코 부족하지 않았다.

지금 진행되고 있는 경매처럼 누구도 예상치 못한 계책과 교묘한 수단으로 살아남았다.

장택민도 얼굴을 보기 힘들었던 슈건핑이 직접 현장에 참여할 정도다.

그뿐 아니다.

전 현직 고위 공산당원들을 한자리에 모았다.

흔하디흔할 수 있는 경매라는 수단으로 자신의 입지를 단단히 세웠다.

결과는 즉시 확인됐다.

소황자단으로 분위기를 띄우는가 싶더니 300년은 족히 넘은 산삼으로 체감온도를 후끈 달아오르게 만들었다.

장택민도 인정할 만큼 수단이 좋았다.

평소 거래되던 가격의 두 배 이상을 훌쩍 넘었다.

대략 1000만 위안 정도에서 결정되는 묵은 산삼 값이 두 배를 넘긴 것이다.

더욱이 산삼보다 보너스로 묶인 소황자단이 더 매력적인 물건이었다.

장립의 서비스로 경매 시작 전 섭취한 소황자단은 금세 몸을 뜨겁게 만들었다.

침침하던 눈앞이 훤해졌을 만큼 시원했다.

한창 젊은 시절의 호기가 되살아났다.

순간순간 느껴질 정도로 온몸에 도는 활력.

돈을 주고도 구할 수 없는 환단에 장내에 모인 이들의 눈이 돌아갔다.

거기에 한술 더 떠 자존심까지 걸렸다.

단순히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상해방, 태자당, 공청단까지 합류해 경쟁이 붙었다.

이런 자리에서 돈은 별 의미가 없었다.

어떻게든 상대를 찍어 눌러서라도 자존심을 지키고 싶은 욕망이 사방에서 들끓었다.

“3000만!”

적정가의 세 배가 터졌다.

태자당 출신 전직 상무위원의 입에서였다.

“…….”

장내가 일순간 조용해졌다.

산삼 한 뿌리와 소황자단 가격을 계산해 보느라 다들 고민에 빠졌다.

여유 있게 싱긋 웃는 장립.

“3000만 위안이 나왔습니다. 더 없습니까?”

장립이 경매장을 쫙 훑으며 외쳤다.

진짜 경매주도자인 양 목소리에 떨림까지 담았다.

파밧.

그때 장립과 장택민의 눈이 마주쳤다.

짧은 순간 스치듯 지나쳤지만 장택민을 직시한 장립.

묘한 신호를 보내왔다.

‘못된 녀석 같으니라고. 후훗.’

장택민이 조용히 미소로 화답했다.

그리고는 옆에 대기하고 있는 수족에게 가벼이 눈짓했다.

장택민의 의중을 알아챈 수족이 고개를 한 번 끄덕였다.

“4000만!”

경매장에 다시 한 번 울리는 목소리.

“4000만…….”

“너무 과한 거 아니오?”

“허어.”

일순간 경매장이 술렁거렸다.

누가 봐도 더 이상 경쟁자가 없다는 분위기다.

“4000만이 나왔습니다. 더 이상 없다면 종료하겠습니다. 하나, 둘…….”

느린 말투로 상황을 정리하며 잠시 시간을 끄는 듯한 장립.

“……,”

이번에는 웅성거리는 소리도 없이 모두 입을 다물었다.

“셋!”

짧게 끊기는 장립의 외침 한마디.

“낙찰됐습니다.”

장립이 낙찰을 선언했다.

“산삼 구매에 열정을 다해주신 대인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장립이 구매자를 향해 고개를 짧게 숙였다.

“낙찰대금은 계좌입금과 현찰 지불 중 편하게 선택하시면 됩니다.”

장립은 친절했다.

“그리고…… 첫 구매에 감사드리며 보너스로 소황자단 두 개를 서비스로 드리겠습니다.”

“헛!”

“두, 두 개!”

“이런!!!”

보너스용 소황자단의 개수가 두 개로 바뀌자 사방에서 아쉬움에 젖은 탄성이 터져 나왔다.

산삼보다 더 귀할 수도 있는 소황자단.

“이…….”

돌아가는 장내 광경에 왕정이 이를 악물었다.

자신에게는 부족해서 줄 수 없다고 했던 소황자단이다.

그래놓고 낙찰자에게는 보너스로 두 개나 얹어 주었다.

명백히 왕정을 무시하는 처사였다.

‘장립 이 개자식! 널 반드시 찢어 죽이리라!’

남모를 모욕감에 왕정이 치를 떨었다.

“그럼 바로 다음 경매로 넘어가겠습니다.”

왕정이 바르르 떠는 모습을 힐끗 쳐다본 장립은 개의치 않고 미소를 지으며 다음 경매로 넘어갔다.

“류미 양. 다음 가방 열어 주십시오.”

“네!”

경매 보조 역할에 흠뻑 빠져 있는 류미.

세 번째 가방을 들고 와 열었다.

그 순간.

“허어엇!”

“아!!!”

경매장에 또다시 경악에 가까운 탄성이 터졌다.

***

“저런 대물이…….”

“세상에 뿌리 좀 보십시오!”

“뇌두가 저리 길다니!”

“생애 처음 보는 산삼입니다!”

가방이 열리자마자 모두가 입을 떡 벌렸다.

300년 묵은 산삼도 보기 힘든 물건인데 이번에는 그보다 두 배는 더 큰 산삼이 등장했다.

뿌리부터 압도적으로 길었다.

가방을 꽉 채우는 긴 잔뿌리가 헤아릴 수 없을 만큼 풍성했다.

두툼한 뇌두는 한눈에 봐도 몸통보다 더 길었다.

약성이 꽉 차 있는 동그란 산삼 몸통은 가히 사과 크기 정도는 됐다.

이곳에 모인 대다수가 태어나 처음 보는 괴물 산삼인 것이다.

- 엘프 똥이 그렇게 좋습니까?

귀신도 할 말을 잃고 경악했다.

엘프 똥?

그게 진짜 약이다.

이계 대륙 속담에 마법사 똥은 개도 안 먹지만 엘프 똥은 황제도 탐낸다는 말이 있다.

정기 넘치는 산에 살면서 몸에 좋은 채식과 귀한 약초만 먹고 사는 엘프들.

놀랍게도 그들은 한 달에 한 번 정도만 배설한다.

대사 효율이 최고다.

그렇기에 많이 먹지 않는다.

그렇다고 똥에 영양분이 없는 것도 아니다.

바다의 로또라 불리는 용연향처럼 엘프 똥의 향기는 기가 막힌다고 한다.

생식이 가능한 꽃잎을 즐겨 먹기 때문이다.

게다가 숲에 남아도는 석청과 목청을 수시로 차로 음용한다.

거기에다가 평소 운용하는 순수한 마력이 똥에 더해졌다.

한 달 동안 엘프의 배에서 숙성된 똥은 더 이상 평범한 똥이 아니라 말 그대로 약인 것이다.

구하기도 힘들다.

엘프들은 어찌나 깔끔을 떠는지 아무 곳에나 똥을 싸지 않는다.

자신들이 정한 약초밭에 가서 똥을 싼다.

계약된 정령이 뒤처리도 깔끔하게 해준다.

엘프는 그 자체가 보약덩어리인 셈이다.

그래서 엘프 피를 마시면 장생한다.

엘프의 눈물은 어떤 향수보다 더 매혹적인 향을 내뿜는다.

이계에 엘프 사냥꾼들이 존재하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엘프를 포획하면 집안 삼대가 먹고 살 수 있을 정도다.

문제는 엘프를 잡는 순간 그는 전 엘프들로부터 일생의 적이 된다는 것.

다시는 숲에 들어갈 수도 없고 자식들에게까지 그 화가 미친다.

엘프의 복수는 보기보다 더 집요하다.

“립……. 이 산삼은 무엇인가?”

누군가 용기 내어 물어왔다.

“조금 전 낙찰된 산삼과 같이 발견되었습니다.”

“그럼 이 산삼이 어미삼인가?”

씨이익.

확답을 주지 않았다.

호기심이 더할수록 가치가 오르는 법.

아무래도 경매가 적성에 맞는 것 같다.

소황자단도 역할을 톡톡하게 해냈다.

섭취한 소황자단은 사람들의 기를 금방 끌어올렸다.

이성만 차갑게 남은 늙은 여우들의 피가 뜨겁게 끓고 있었다.

자존심과 융합되면서 그 열정으로 경매에 참여했다.

모두 다 계획된 일이다.

다만 그 시기가 빨랐을 뿐이다.

경매를 준비하고 있기는 했지만 이번에 이런 식으로 열게 될 줄은 몰랐다.

“다들 보시면 아시겠지만 이번 산삼은 500년 이상 산의 정기를 먹고 자란 진정한 산삼 중의 산삼입니다.”

목소리에 힘을 담았다.

- 똥삼 중의 똥삼이겠죠…….

진실을 알게 된 귀신이 산삼을 쳐다보며 한마디 뱉었다.

배가 아픈 게 확실하다.

귀에 안 들어온다.

똥삼이라도 약효는 최고 좋았다.

제조하는 환단들 상당수가 엘프의 약초밭 생산물로 만들어진다.

“500년!”

“산삼 중에 산삼!!!”

모두의 눈에 욕망이 이글거렸다.

300년짜리와 사뭇 다른 반응.

500년 묵은 산삼은 이제 지구에 거의 남아있지 않다.

이 정도 산삼은 더 이상 기운이 쇠락한 지구가 품기에는 감당하기 힘든 존귀한 영초다.

- 쯧쯧.

열광적인 반응에 귀신이 혀를 찼다.

귀신아 너 자꾸 못된 심보 보이면 산삼 잔뿌리 하나도 없다?

- 혀, 형님! 제가 언제 그랬습니까. 하하하.

귀신이 어색하게 웃는다.

사촌이 아니라 아버지가 땅을 사도 배 아파할 귀신이다.

경매장을 쭉 한 번 훑었다.

이글거리는 욕망이 경매장을 뒤덮었다.

그만큼 분위기가 좋았다.

이럴 때 필요한 건 양념 한 방울.

“경매 시작 가는 1억 위안입니다.”

“1……억 위안…….”

“으음…….”

돈도 많은 인간들이 그깟 1억 위안에 흠칫 놀란다.

있는 놈들이 더하다더니 맞는 말이다.

자신들의 창고에 황금과 현찰을 트럭으로 소유하고 있을 부패의 핵심 공모자들.

그들 창고를 털어내는 게 오늘 경매의 목적이다.

그리고 덤으로 파벌 간의 이간질도 포함된다.

개인의 이익을 넘어 조직의 자존심 싸움으로 확장시킬 도박판.

“액수는 적정하다고 생각합니다. 500년 넘는 천종산삼은 더 이상 지구에서 찾을 수 없다고 단언합니다.”

희귀할수록 물건값은 치솟기 마련.

‘단언’이라는 말을 힘주어 강조했다.

“…….”

다들 생각에 잠기는 게 눈에 보였다.

서로 눈치 보느라 바빴다.

돈이 문제가 아니라 부패 척결자 슈건핑 앞에서 통장을 개봉해도 될까 싶은 내적 갈등에 빠진 것이다.

이럴 때 필요한 건.

“산삼 구매 가격이 부담스럽다는 건 저도 압니다. 그래서 제가 구매하시는 분께…….”

말끝을 줄였다.

다시 한 번 나에게 일제히 모이는 시선.

“황제 재생단을 덤으로 드리겠습니다.”

정이 넘치는 한국식 덤 문화다.

“화, 황제 재생단!”

“!!!”

미끼에 눈먼 고기들이 온 힘을 다해 파닥거렸다.

회귀의 전설 3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