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139장. 돌아온 약장수!(3). (1,116/1,284)

1139장. 돌아온 약장수!(3).

“아!”

소황자단을 나눠주고 돌아 나오는 길.

일제히 터진 사람들의 탄성에 양소려는 전면을 바라봤다.

그리고 곧 양소려의 입에서도 신음에 가까운 한마디가 터졌다.

“사, 산삼!”

“뇌두와 뿌리가 저렇게 길다니!”

“최소 수백 년은 넘은 놈 같습니다!”

“저런 산삼이 아직 세상에 남아 있었다니!”

“믿어지지가 않습니다…….”

순식간에 소용돌이 한가운데 휩쓸린 경매장.

황제 재생단을 손에 넣을 수 있을까 하고 찾아온 원로들 앞에 산삼이 떡하니 모습을 드러냈다.

그 상황에 양소려도 깜짝 놀랐다.

과거에는 장백산과 그 인근 지역에서 종종 발견되었던 대형 산삼.

눈앞에 보이는 동그란 약통은 그 무게만 해도 몇 냥은 넘을 것 같아 보였다.

위로 치솟아 오른 뇌두의 길이만 해도 엄청났다.

한때 수확량을 늘리기 위해 농약으로 키워낸 중국산 가짜 산삼과는 확연한 차이를 보였다.

“하아아……. 향이 엄청납니다!”

“오오오……. 천종 산삼이 확실합니다!”

이들 모두 산삼 좀 씹어본 자들이다.

진품과 가품 구별법을 누구보다 확실하게 알았다.

문제는 더 이상 상품의 산삼을 구할 수 없다는 것이다.

거대한 중국 땅에서도 천종 산삼은 이제 씨가 마를 지경이 됐다.

재배 지역도 한정돼 있다.

미국에서 들어오는 사삼과 달리 산삼은 사계가 뚜렷한 기후에서만 생육했다.

무분별한 채집과 환경오염으로 지금에 와서는 산삼이 멸종 위기에 와 있다.

돈이 아무리 많아도 진짜를 구할 수 없는 산삼.

묵은 세월이 100년만 넘어도 엄청난 가치를 인정받았다.

그런데 지금 경매대에 놓인 산삼은 감히 계산이란 것을 할 수 없을 만큼 차원이 달랐다.

뇌두가 뿌리와 착각될 정도로 길었다.

어린아이 손바닥만 한 몸통에 딸려 있는 길고 긴 수염.

007가방 안에 누워 황홀한 자태를 뽐냈다.

‘황제단이 아니었어? 그리고 저 산삼은 언제 가져온 거야?’

이해할 수 없는 미스터리한 사건이 연속 터지고 있었다.

양소려가 파악하기로 장립은 홍콩에서 북경까지 거의 빈손으로 넘어왔다.

갑작스럽게 경매 개장을 선포했을 때도 그 때문에 더 양소려는 의아했다.

장립에 대한 정보가 일분일초를 다퉈 실시간으로 전달됐다.

그가 가져온 물건이라고 해봐야 가벼운 가죽 가방 하나가 전부였다.

그런 사람의 수중에서 소황자단부터 시작해 산삼까지 나왔다.

이미 진작부터 계획한 일처럼 진행됐다.

“흐음. 다들 맡아 보시면 알겠지만 약향이 대단하지 않습니까?”

단상에 선 장립이 코를 가까이 대며 산삼 향을 맡았다.

단숨에 경매장을 가득 채운 짙은 산삼향.

놀랍게도 소황자단의 약향을 일시에 몰아냈다.

“대인들께서는 산삼에 대해 잘 아시리라 생각합니다. 이 산삼은 기원전 6세기 백제 산삼의 발원지이자 11세기 고려 인삼 생산지에서 채취한 진품입니다.”

장립의 목소리에 힘이 들어갔다.

고려삼은 지금도 중국인들에게 최고의 약재로 알려진 약초다.

중국에서 재배한 산삼과 약성부터가 달랐다.

황좌가 바뀔 때마다 당대의 황제들이 모두 다 요구할 정도로 고려삼의 약성은 특출났다.

지금도 인삼은 한국 인삼을 최고로 쳤다.

돈에 눈먼 중국 사기꾼들이 끼어들어 농약과 비료를 마구잡이 뿌려 재배한 삼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달랐다.

“무게는 약 4냥 반. 미세한 뇌두는 300개 정도 세다가 말았습니다.”

“300개!!!”

“아!!!”

300개라는 말에 모두 경악을 금치 못했다.

과거에도 이 정도 사이즈의 산삼이 발견된 경우는 극히 드물었다.

고려와 조선 임금 때도 겨우 몇십 년에 한 번씩 진상하는 데 그쳤던 극상품.

“산삼씨 종자가 낙과되어 스스로 자란 천종입니다. 이 정도 크기의 뇌두는 인위적으로 어떻게 해서 만들 수 있는 수준이 아닙니다. 줄기 자체가 꺾인 흔적이 없습니다.”

장립의 입에서 청산유수처럼 설명이 이어졌다.

“잔뿌리 최고 길이는 약 1.5미터. 인간의 손때가 덜 탄 천지간의 영기(靈氣)가 풍부한 명당터에서 천혜의 자양분인 부엽토를 먹고 자랐습니다. 향과 뇌두 그리고 횡취인 산삼 주름까지 모두 다 완벽한 형태입니다. 특히 하향식 주름이 두툼한 최상품 중에 최상품입니다.”

듣고 있던 모두가 장립의 설명에 빠져들었다.

두 눈이 풀리고 연신 마른침을 삼켰다.

소황자단이나 황제 재생단과 달리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성분이 확실한 천종산삼.

산삼을 맛보고 싶어하는 그득한 욕망이 모두의 면면에 드러났다.

저 정도 연령의 천종산삼이면 말 그대로 부르는 게 값이다.

중국 속담에 황금은 제 가격이 있지만 산삼에는 가격이 없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백두산과 흑룡강, 길림성 정도에서나 겨우 채취 가능한 산삼.

드물게 묵은 세월이 100년 이상 넘는 산삼이 발견되면 고위 간부들의 비서가 현찰을 들고 바로 달려가 구입하는 식이다.

장립의 환단이 있기 전에는 최고 뇌물 상위권에 항상 존재했다.

불과 얼마 전에 발견된 300년 된 산삼이 1000만 위안에 팔렸다.

높은 가격에도 산삼 공급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희소성으로 인해 산삼을 캐는 심마니들이 줄어들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너도나도 산삼을 찾아 수요는 늘었지만 공급이 따라가지 못했다. 1년에 채 5킬로그램의 양도 채집하기 어려웠다.

현대 의학으로도 치료가 불가능한 난치병에도 불가사의한 약리효과를 발휘하는 산삼.

먹어 본 자들은 그 효능을 익히 알기에 구할 수만 있다면, 돈을 지불하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만약 진짜가 아니면 이 장립이 황제 재생단 10개를 드리겠습니다.”

“으음…….”

“!!!”

더 이상 산삼에 대해 물을 게 없었다.

장립이 저 정도로 배짱 좋게 나온다면 진품이 확실했다.

“천종산삼 옆에는 가족 삼이 있다던데 다른 삼은 없었나?”

전 상무위원들 중에 누군가가 물었다.

“있었습니다.”

“그럼 그 가족삼은…….”

“그건 잠시 후에. 조금만 기다리시면 알게 되실 겁니다.”

장립이 묘한 미소를 띠었다.

“경매 시작가를 알려주게!”

“어서 시작하도록 하지!”

주머니 속을 빵빵하게 채워 온 이들이 목소리를 높이며 외쳤다.

비공식 경매이다 보니 인민들의 시선을 생각할 필요가 없었다.

중국은 다른 국가와 달리 기업가들보다 고위 공산당원들이 더 부유하고 재력이 강했다.

상무위원급이 되면 재산이 최소 수천억 단위를 넘었다.

말 그대로 돈에 전혀 구애받지 않고 살아가는 그들만의 진정한 경매인 것이다.

경매 시작가라는 말에 일순간 후끈 열기가 치솟았다.

“열화와 같은 대인들의 성화에 바로 입찰에 들어가겠습니다.”

장립은 시종 얼굴에 여유로운 미소를 보이며 진행을 해갔다.

‘타고난 장사꾼이야.’

양소려는 장립의 또 다른 면모에 경탄을 금치 못했다.

지금껏 본 적 없는 북경 약장수.

“가격이 원하는 만큼 흡족하면 소황자단 한 알을 서비스로 올려드리겠습니다!”

“헛!”

“소황자단!”

어찌 보면 산삼보다 더 고가의 소황자단을 서비스로 주겠다는 장립.

모두의 눈동자가 욕망의 불길에 휩싸여 활활 타올랐다.

“경매 개시 가는 1000만 위안부터 시작하겠습니다.”

그렇게 진행된 본격 경매.

“1000만!!!”

“1200만!”

“1500만!”

사방에서 엄청나게 높은 액수를 제시하는 목소리들이 시작부터 연속 터져 나왔다.

***

“2000만!”

“2100만!!!”

순식간에 2000만을 훌쩍 넘었다.

- 으허어엇! 형님 돈벼락입니다! 크크크크크.

귀신이 제 일처럼 호들갑을 떨었다.

300년 묵은 산삼에 다들 넋이 나간 상태로 열광했다.

중국에서도 구하기 힘든 오래 묵은 산삼.

한때 한국에도 수백 년 넘은 산삼이 존재했다.

연대그룹 고 전준영 회장이 650년이 넘는 산삼을 당시 강남 아파트 세 채 값을 주고 그 자리에서 씹어 먹었다는 전설 같은 이야기가 남아 있을 정도다.

오정의 임성철 회장도 산삼 수집 마니아였다.

과장급 직원을 따로 채용해 산삼을 구입했을 정도다.

그러나 산삼은 세월과 함께 자라는 천지 대자연의 보물.

도라지 캐듯 쉬운 채취가 불가능했다.

나만 빼고.

- 그런데 형님, 이 산삼 어디서 구하셨습니까? 요즘에도 이런 귀물이 존재합니까?

산삼 옆에서 경탄을 터트리며 귀신이 진실을 알고자 했다.

영업 비밀이다.

- 우리 사이에 영업 비밀이 어디 있습니까. 형님 저 입 무거운 거 아시죠?

네가?

입이 무거운 게 아니라 죽은 귀신이라 입이 무거울 수밖에 없는 것이다.

도대체 누가 귀신의 말을 들을 수 있겠는가.

- 흐음……. 그런데 이 산삼에서 느껴지는 낯선 세계의 냄새는 뭘까요?

무슨 냄새?

귀신이 코를 바짝 대고 향기를 킁킁 맡았다.

- 노바 형님이 수시로 씹어 먹던 엘프들이 올린 진상품들 중에 이런 산삼이…….

귀신이 개코다.

이계 좀 다녀왔다고 산삼의 근원을 추적하려 한다.

그래, 산삼의 출처는 이계가 맞다.

백제와 고려 산삼 발원지 얘기는 뻥이다.

요즘 세상에 이런 산삼이 남아 있을 수가 없다.

한국도 대기오염과 산성비로 있던 산삼도 녹아 버리기 일쑤다.

지구 오염은 나라와 청정 지역을 가리지 않는다.

인간도 숨쉬기 벅찬데 자연 동식물이라고 무사할 수 있겠는가.

특히 천지간의 영기를 먹고 자라는 귀한 약초는 자연의 기운에 더 민감할 수밖에 없다.

- 맞죠?

귀신이 확인하듯 물어왔다.

맞다.

- 으흐흐흐. 형님 진짜 대단하십니다!

귀신이 또 다시 엄지척을 내밀었다.

갑자기 시 한 구절이 떠오른다.

‘이런 산삼 저런 산삼이면 어떠하리.

만수산 산삼뿌리가 읽히고 또 얽혀도 산삼은 산삼이로다.’

다시 말하지만 약효는 진짜다.

엘프들이 관리하는 산삼밭에서 캔 것으로 직접 진상 받았다.

이계 대륙은 전혀 오염되지 않았다.

지구와 달리 자연의 기가 몇 배나 더 강하다.

당연히 산삼 같은 약초도 잘 자란다.

다행히 잡식성 오크들은 산삼을 먹지 않는다.

태생 자체가 탁한 놈들이라 좋은 것을 먹으면 도리어 탈이 난다.

반면 자연과 동화되어 살아가는 엘프들은 몸이 안 좋으면 산삼을 비롯해 각종 약초를 생식했다.

그래서 인간들보다 수명이 길다.

눈앞에 있는 삼산은 엘프들이 마법진을 통해 영기를 공급했다.

그리고 특별 제조한 거름으로 산삼에 영양분이 듬뿍 흡수되도록 했다.

그렇게 관리되며 자란 산삼은 병에 걸리지 않는다.

놀라운 건 성장 속도.

지구에서 100년 정도 소요될 성장 속도가 이계에서는 10년이면 충분했다.

- 10년요? 그럼 저 산삼은 30년산이라는 소립니까?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 에이 말도 안 됩니다. 아무리 이계의 자연지기가 풍부하다고 해도 땅이 주는 영양분에 한계가 있는데…….

귀신도 믿지 않는다.

사실 나도 처음에는 믿기 어려웠다.

하지만 엘프들에게 설명을 듣고는 납득했다.

- 엘프들이 사용하는 거름이 뭡니까?

귀신이 가장 중요한 비밀을 캐물었다.

잠시 고민이 됐다.

어차피 이계가 아니니 알려줘도 상관은 없었다.

솔직히 입이 근질거리기도 했다.

지금 중국 고위 공산당원들이 열광하는 이 산삼을 키워내는 엘프들의 특수한 거름은…….

- 뭐, 뭐라고요? 산삼을 엘프 똥으로 키운 거라구요!!!

회귀의 전설 3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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