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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7장. 돌아온 약장수! (1,114/1,284)

1137장. 돌아온 약장수!

‘건방진 새끼! 으드득!’

왕정은 연신 속으로 이를 갈았다.

처음 볼 때부터 비호감이었던 장립.

감히 자신의 첩 홍린과 뻔뻔하게 하룻밤을 보냈다.

그 일은 북경에 빠른 속도로 퍼져 나갔다.

하루아침에 첩을 빼앗긴 병신 꼴이 됐다.

상무위원이라는 절대 권력자의 한 사람이었기에 그 여파는 더 컸다.

한때는 누구도 건들지 못할 만큼의 권력을 행사하던 상해방의 몰락을 대변하는 상황이 됐다.

피눈물을 쏟으며 이를 갈았지만 그렇다고 당장 장립을 어떻게 할 수도 없었다.

마음 같아서는 쳐 죽이고 싶었다.

그러나 자신의 능력으로도 불가능했다.

놈은 홍콩에서 태자당의 비밀 조직인 천지회 단주들과 회동을 가졌다.

그런 뒤 곧이어 벌어진 공안의 체포로 조카를 잃었다.

누가 봐도 자신을 향한 태자당의 공격이다.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수밖에 없었다.

장택민이 아무 짓도 하지 말라고 경고해왔다.

따로 상해방의 감춰진 힘을 사용할 수도 없었다.

하필이면 원자바오 외손녀 류미가 장립과 동행했다.

류미는 경호원까지 대동했다.

뿐만 아니라 놈은 류미와 함께 자가용 비행기를 이용해 홍콩에서 북경으로 곧장 날아왔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조평 상장이 직접 공항에 마중 나갔다.

장택민에게 잘 보이려 한 행동이었다.

예상치 못한 상황이 벌어졌다.

그 자리에 판공청 주임 방창걸까지 나타났다.

부정할 수 없는 장립의 위상이 그대로 확인되는 현장이었다.

일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그날 오후 북경 정가에 퍼진 엄청난 소문.

장립이 경매를 개최했다.

그의 행보가 미치는 파장이 가히 대단했다.

전 현직 상무위원들과 총리, 주석급 인사들이 대거 몰려들었다.

엉덩이가 무겁기로 소문이 자자한 슈건핑 주석도 참석했을 정도.

왕정은 배알이 뒤틀려 죽을 지경이 됐다.

밤새 마셨던 술도 확 깼다.

장립을 갈기갈기 찢어 죽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방법이 없었다.

그런 상황에서 장택민이 자신을 호출했다.

상해방을 대표할 만한 상무위원은 현재 왕정밖에 남아 있지 않았다.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장립의 경매 자리에 참석했다.

분노를 삼키며 최대한 내색하지 않고 장택민을 호위했다.

그렇게 직접 자신의 눈으로 확인한 장립의 현 위치.

하늘같았던 장택민이 장립에게 무한 호의를 드러냈다.

슈건핑도 장립을 향해 사람 좋은 웃음을 연신 보였다.

애교 부리는 곰돌이 같았다.

마침 시작된 경매.

왕정은 한 가닥 희망을 품었다.

이곳에 모인 권력자들은 대부분 뒤끝 작렬의 성격을 소유한 자들이었다.

서열이 높다는 건 온갖 귀계와 술수에 그만큼 능하다는 것.

당연히 성품도 좋을 리 없었다.

웃는 얼굴 뒤로 언제든 도발할 수 있는 비수 몇 개씩은 품고 살았다.

서열과 동반해 자존심도 강했다.

자신에게 모욕을 준 자는 결코 그냥 놔두지 않는다.

그런 권력자들을 모두 만족시키는 일은 매우 어려웠다.

환단은 부족할 게 분명했다.

장립이 아무리 대단한 능력을 소유한 자라 해도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황제 재생단이라는 환단은 자신도 직접 효과를 본 적이 있어 잘 알고 있다.

말로 형용할 수 없는 대단한 명약.

요즘같이 탁기에 찌든 세상에서 약에 사용되는 재료를 구하는 일은 쉽지 않다.

천지간의 기운을 품은 양약이나 약초도 환경오염에 영향을 받아 효과가 과거 같지 않았다.

제아무리 장립이라고 해도 원재료를 구하는 일은 쉽지 않을 게 확실하다.

천하의 장택민만 사용하는 선단도 일 년에 겨우 한두 개가 전부다.

중국 전역을 다 뒤져도 이제는 제대로 된 재료를 구할 수 없을 정도다.

그런데.

“황제 재생단!!!”

“저걸 선물로 준다고?”

참석자들 모두 가방 안에서 모습을 보인 물건을 보고 웅성거렸다.

“미친!”

왕정의 입에서 거친 욕설이 터져 나왔다.

007가방에 들어 있는 것은 분명한 환단.

투명하고 작은 환약통이 들어 있는 환단이 가방 안에 빼곡하게 들어 있었다.

그리고 그 환단은 하나같이 금박이 입혀져 있었다.

작지만 황제 재생단이 맞았다.

쿵쿵!

장립이 못마땅해 죽을 지경인 왕정조차도 심장이 미친 듯 뛰었다.

과거에 구했던 환단은 자신이 먹고 나머지는 선물로 사용했다.

북경 정계에서 장립표 환단은 최고의 뇌물로 통했다.

그런 환단을 조건 없이 선물로 뿌리겠다고 말한 장립.

결코 인간으로 보이지 않았다.

그때.

“아쉽게도 황제 재생단은 아닙니다.”

“아!”

“허어…….”

사방에서 아쉬움의 탄성이 흘러나왔다.

이곳에 모인 상당수가 황제 재생단의 맛을 본 자들이었다.

환단을 복용하고 곧바로 경험했던 젊은 시절의 혈기와 기쁨.

억만금을 주고도 다시 찾을 수 없는 청춘 에너지에 모두 중독돼 있었다.

마약과는 비교가 되지 않았다.

권력과 돈이 있어도 젊은 생기는 다시 구할 수 없다.

하지만 황제 재생단은 가능했다.

복용 즉시 청춘이 되살아났다.

권력자 주변에 미녀들이 들끓었다.

첩들 몇 명씩을 가볍게 데리고 살 수 있게 된다.

문제는 지속 가능한 힘이 없다는 것.

얼마 못 가 그림의 떡이 된다.

실제 온갖 보약을 다 챙겨 먹어도 효과가 보기 어려운 나이들이다.

비아그라를 비롯해 각종 약품들이 있긴 했지만 부작용이 심했다.

그러나 황제 재생단은 전혀 달랐다.

하룻밤에도 몇 번씩 여인을 반복해 품을 수 있다.

부작용도 없다.

기운이 넘치면서 일에 대한 집중도도 높아진다.

몇 날 며칠 술을 먹어도 취하지 않는다.

그렇게 되찾은 청춘에 다들 열광했다.

황제 제생단 역시 영원하지 않지만, 그럼에도 현존하는 최고의 영약이었다.

올해 장립은 몇몇 인사들에게만 그 귀한 환단을 풀었다.

소량이 풀리면서 가치가 엄청나게 치솟았다.

그런 상황에서 불시에 열리는 경매.

늙음과 죽음을 겸허히 받아들일 살아 있는 권력자는 없었다.

“그럼 저 환단은 뭔가?”

누군가 궁금함을 참지 못하고 물었다.

“좋은 질문입니다.”

장립이 빙긋 웃었다.

좌중을 쓰윽 훑어보는 장립.

“다들 아시겠지만 세상이 탁기로 오염되어 환단의 원재료를 구하기 쉽지 않습니다. 마음 같아서는 황제 재생단을 모두 선물로 드리고 싶지만…….”

장립은 한 박자 말을 끊었다.

아쉬움 속에서도 권력자들은 장립에게 집중했다.

“이 환단은 소황자 재생단입니다.”

“???”

“소황자?”

황제보다는 약하지만 뭔가 있을 것 같은 명칭.

“대충 감이 오시겠지만 황제 재생단에는 약효가 미치지 못하지만 충분히 한 달 정도는 젊은 시절로 돌아갈 수 있게 해 주는 환단입니다.”

“헛!!!”

“아!!!”

사방에서 놀라움의 탄성이 터졌다.

황제 재생단에는 못 미치지만 약물에 중독된 그들에게 한 달도 길고 귀한 시간이다.

“소려 양. 선물을 나눠주십시오.”

“네…….”

양소려는 장립의 지시에 고분고분 따랐다.

자신의 손에 들린 가방과 그 안에 들어 있는 환단은 가치를 매길 수 없는 보물이다.

100알이 넘는 환단을 혼자 사용하면 능히 몇 년은 청춘을 유지한 채 살 수 있다.

파바바바바밧.

이글거리는 욕망의 시선들이 가방으로 향했다.

슈건핑 주석도 주먹을 움켜쥐었다.

먹어본 자만이 아는 그 효능.

제아무리 중국 주석이라고 해도 장립의 환단을 강제로 빼앗을 수는 없다.

이곳에 모인 자들이 역심이라도 품으면 내전이 벌어질 것이다.

소리 없이 암살을 당할 수도 있다.

“인심 한번 후하구나. 하하하하하하하하.”

장택민이 호탕하게 웃음을 터트렸다.

장립의 배포는 그가 생각하는 것 이상이었다.

“으음…….”

공청단 좌석에 앉아 있는 원자바오가 신음을 흘렸다.

단시간에 사람들을 휘어잡는 장립.

과거 베이다이허에서도 이러한 광경을 본 적 있었다.

‘돌아온…… 약장수가 따로 없군.’

왠지 모를 쓴맛이 입안에 돌았다.

알고도 당할 수밖에 없는 외통수.

의기소침의 대명사 같았던 후진타오 전 주석도 장립의 환단에 거침없이 욕망을 드러냈다.

원자바오도 다르지 않았다.

꿀꺽.

그도 양소려가 가방을 들고 다가오는 모습을 보며 침을 삼켰다.

뼈다귀를 보면 환장하는 개들처럼.

***

“오오! 약향이 대단합니다!”

“소황자단이라더니!”

“역시!!!”

신분의 고하를 따지지 않고 골고루 환단이 배포되어갔다.

곳곳에서 감탄이 터졌다.

약효를 확인해 보기 위해 뚜껑을 연 자들도 몇몇 있었다.

그 순간 퍼지는 약향.

맡는 것만으로도 코가 뻥 뚫리고 심신이 안정되는 듯했다.

맛을 본 황제 재생단과 거의 비슷했다.

다만 약성은 10분 1 정도밖에 안 됐다.

-혀, 형님 저도 한 알만…….

귀신이 침을 흘렸다.

뭐 하게?

- 다 아시면서 그러십니다! 신들도 약빨 받습니다!

푸하하하하하!

웃겼다.

귀신이 이제는 인간들 먹는 환단까지 노린다.

그래서 먹어서 뭐 하게?

다시 한 번 물었다.

- 다 아시면서. 흐흐흐흐.

욕망의 화신 같은 귀신이다.

안타깝게도 귀신이나 신이나 인간들이 공양을 올린 것만 먹을 수 있다.

보이지 않는 세계의 법칙이다.

아무리 천하진미도 주인된 자가 허락해야 귀신이나 신에게 음식의 기가 간다.

제사를 지내거나 굿을 하는 이유가 거기 있다.

허락되지 않은 밥은 먹을 수 없다.

그게 바로 산 자와 죽은 자를 구별하는 가장 큰 차이다.

능력이 좋은 법사들은 편식진언으로 밥 한 그릇으로도 수십 수백에 달하는 영혼들까지 배불리 먹일 수 있다.

과거에는 인심이 좋았다.

각 집안에서 제사를 지낼 때 바깥에 귀신밥을 차려 놓기도 했다.

제사의 주인상 옆에는 함께 온 저승사자들을 위한 밥상이 따로 차려졌다.

제사는 저승 세계의 축제다.

잔칫집에 놀러 온 객과 같은 배고픈 귀신들을 위해서는 문 밖에 음식을 놔뒀다.

그것만으로도 귀신들도 먹고사는 데 지장이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인간 세상이나 귀신 세계나 인심이 박해졌다.

귀신밥은 고사하고 제사도 안 지낸다.

베풀어야 복이 더 들어온다는 걸 다들 잊고 살았다.

그런 법칙을 알고 있기에 나는 아낌없이 환단을 풀었다.

그래 봐야 얼마 하지도 않는다.

우리 집 개가 힘들 때 엄마가 개밥에 섞어 줄 정도로 넘쳐나는 기초 환단.

오염되지 않은 이계에 가면 환단에 사용되는 약초들이 널렸다.

성분만 알려주면 엘프들이 바로 찾아왔다.

수백 년 묵은 산삼도 도라지처럼 널려 있으니 말해 뭐하겠는가.

그걸 기초로 환단을 제조했다.

아공간에도 환단이 차고 넘친다.

그러나 인심도 적당히 써야 한다.

처음부터 보따리를 다 풀면 프로 약장수로서는 실격이다.

맛보기로 풀린 환단에 다들 열광했다.

베이다이허에서 약효가 증명됐던 만큼 누가 하나 따지는 자가 없었다.

흐뭇하다.

이래봬도 약 가지고 장난치지 않는다.

아무리 저들이 미워도 먹는 것에 독을 풀면 엄청난 악업이 생성됐다.

“본격 경매가 시작되기 전에 드셔보십시오.”

“이 귀한 걸 바로 먹으라는 건가?”

누군가 물었다.

좋은 자세다.

알아서 바람잡이가 잘도 나섰다.

“경매 중에 각종 이벤트가 준비되어 있습니다. 걱정 마시고 드십시오. 돌아가는 길에 하나씩 더 드릴 수도 있습니다. 소려 양. 방금 저분께 한 알 더 드리도록.”

“넵!”

“세상에!!!”

“장립! 자네 복 받을 것이야!”

곳곳에서 들여오는 찬사.

복?

본격적으로 시작될 약장수 시즌2.

후후훗.

진한 웃음이 입술을 비집고 새어나왔다.

회귀의 전설 3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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