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36장. 경매(5).
파바바바밧.
모두의 시선은 당연히 세 사람에게 쏠렸다.
‘하아.’
양소려는 입술을 비집고 새어나오는 진한 한숨을 억지로 삼켰다.
베이다이허에 참석할 수준은 됐지만 이리 과한 주목을 받을 정도는 아니었다.
전 현직 주석을 비롯해 총리와 상무위원들.
게다가 군부 요인들까지 100여 명이 넘는 인사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이들 모두 중국의 중요 정치인들이다.
베이다이허에서도 이렇게 많은 인사들이 한꺼번에 모이는 일은 없었다.
1년에 한 번 있는 양회의 축소판.
비밀회동인 베이다이허와 성격부터 달랐다.
전국인대와 전국정협의 수뇌부들이 대거 모였다.
가닥은 세 개 파벌로 자연스럽게 나뉘었다.
물론 그중에서 가장 강력한 집단은 슈건핑을 중심으로 한 태자당파다.
2012년 집권 이후 무려 100명이 넘는 당과 정부의 차관급 인사들이 반부패투쟁이라는 이름으로 사법처리됐다.
그 이후 결성된 영도소조의 최고 결정권을 홀로 독차지한 슈건핑.
장택민 이후 처음으로 핵심 지도자 칭호를 사용했다.
중국 각 성의 서기들이 나서서 슈건핑을 준 황제로 옹립했다.
그렇다고 모든 권력이 다 넘어간 것은 아니었다.
상해방과 공청단의 중심 인사들은 자기들끼리 따로 모여 앉았다.
그들과 대척점에 선 태자당의 거물들.
보이지 않는 기 싸움이 벌써부터 장난 아니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장립이 기 싸움 중인 슈건핑과 장택민 주석을 향해 웃으며 인사했다.
‘미친 게 분명해.’
중국인이라면 누구나 마주한 순간부터 숨도 제대로 못 쉴 정도로 엄청난 권력자들 앞에서도 한껏 여유를 보이는 장립.
혀를 내두를 만한 장립의 배포에 양소려는 그가 미친 게 분명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곳에 있는 누구도 저 두 사람에게 저런 식으로 다가갈 수 없었다.
장립과 연배가 비슷한 것도 아니다.
이제 이십대 중반을 겨우 넘긴 남자.
좀 과장해 손자뻘 정도 되는 남자의 행동은 상무위원급을 넘고 있었다.
“오! 립! 어서 오게나!”
장택민이 큰소리로 장립을 환대했다.
“건강해 보이십니다.”
장립이 장택민을 보며 덩달아 활짝 웃었다.
“자네가 준 환단 덕분이지. 정말 고마워.”
장택민의 목소리에 진심이 담겼다.
여러 사람들 앞에서 공개적으로 환단을 언급하며 고마움을 표했다.
“…….”
당연히 그 소리를 들은 모든 이들의 눈빛이 반짝였다.
이 자리에서 최고령자인 장택민.
그가 이미 환단의 효과를 증명하는 산 증인이었다.
“감사합니다.”
장립은 공을 부정하지 않았다.
짧게 고개를 숙여 보이며 장택민에게 화답했다.
“오랜만일세.”
그때 슈건핑도 조용히 나섰다.
기다리지 않고 장립에게 먼저 다가섰다.
평소 진중한 그의 성격과 다른 행보였다.
“모두 다 각하 덕분입니다.”
장립의 인사는 짧았다.
과하지도 모자라지도 않는 인사였다.
‘할아버지보다 한 수 위야.’
류미는 장립의 일거수일투족을 뒤에서 지켜봤다.
장택민의 뒤를 이어 능구렁이 칭호를 받았던 외조부 원자바오.
그런 외조부 이상의 정치력을 발휘하고 있었다.
양소려와 달리 류미는 긴장하지 않았다.
이런 자리가 좋았다.
장립과 동행하면서 그녀의 주가는 자연스럽게 높아졌다.
경매 보조로 참가해 달라던 그 말에 담긴 의미를 이제야 낱낱이 알아챘다.
외조부를 떠나 한 개인으로서 장립과 깊게 관련돼 있다는 인상을 남기기에 충분했다.
앞으로의 행보에 그만큼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중국은 꽌시로 시작해서 꽌시로 끝나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장립이 굳건하게 제자리를 지켜내는 이상 류미는 또 다른 손에 대단한 패를 쥐게 되는 것이다.
‘바보. 쫄기는.’
긴장한 양소려를 쳐다보며 류미는 속으로 조소를 지었다.
이 자리가 어떤 기회를 제공하는 자리인지 모르는 듯했다.
꼴이 기가 잔뜩 죽은 상해방을 똑 닮았다.
“내가 해준 게 뭐 있나. 모두 다 립 자네 실력이지.”
역시 슈건핑다웠다.
과정보다 결과를 중시하는 그의 정치 스타일.
장립은 스스로의 힘으로 오늘의 위치에 올랐다.
“과찬이십니다.”
이번에도 대답은 짧았다.
그러나 짧은 대답에 함축된 의미는 만만치 않았다.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는 훌륭한 정치적 수사였다.
여기서 호들갑을 떨면 값이 떨어지는 건 당연한 결과.
그러나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장립은 자연스러운 무게감을 유지했다.
반짝.
슈건핑의 눈빛이 빛났다.
‘안 본 사이 더 성장했군.’
중국 공산당 주석에 오르는 동안 수많은 인물들을 만나온 그였다.
상대한 대부분의 인사들은 야심만만한 자들.
중국 패권을 놓고 그들과 협력하고 싸우기도 하며 오늘의 자리에 올랐다.
가볍게 생각하고 처분할 만한 인사들이 없었다.
1억 명에 가까운 공산당원들 중에는 내로라하는 천재들도 많았다.
그런 부류 중에서도 발군에 드는 장립.
슈건핑은 순수하게 장립을 인정했다.
‘붙잡아야 해.’
결단코 적으로 돌려세우고 싶지 않았다.
적이 되는 순간 온갖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제거해야 할 타겟이 될 것이다.
그런 사실을 이미 짐작하고 있는 장립도 그래서 철저히 중립을 지켰다.
“립. 이제 경매를 시작하도록 하지. 늙은이는 배가 고프다네.”
장택민이 자연스럽게 화제를 돌렸다.
슈건핑과 장립의 대화를 의도적으로 끊은 것이다.
교묘한 언변을 사용한 정치 술수 중 하나였다.
슈건핑이 장립과 주도적으로 대화를 나누는 상황을 차단했다.
“죄송합니다.”
“하하. 우리 사이에.”
장립이 정중하게 고개를 숙이자 장택민이 호탕하게 웃었다.
“바로 시작하겠습니다.”
장립이 슈건핑과 인사를 나누고 회의장 상단으로 향했다.
저벅저벅.
또각또각.
그런 장립의 뒤를 따라 움직이는 류미와 양소려.
“후아…….”
“하아.”
누군가의 입에서 한숨이 흘러나왔다.
본격적으로 시작될 오늘의 하이라이트.
경매장은 이미 후끈 달아올라 있었다.
***
- ……역시! 존경하옵는 형님이십니다. 오늘 이 동생이 또 한 번 형님의 위대함을 직접 눈앞에서 목도했습니다! 중국 전 현직 주석과 이토록 친밀하게 말씀을 나누다니…….
귀신이 존경을 남발했다.
어느 정도 예상은 했겠지만 이 정도 친한 사이일 거라고는 짐작 못 했을 것이다.
파바바밧.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 모두 나에게 쏠렸다.
이곳에 모인 약 100여 명에 달하는 중국 최고위 정치인들.
각 성의 서기부터 시작해 전 현직 상무위원급이 대거 참여했다.
아쉬웠다.
- 뭐가 말입니까?
너는 몰라도 돼.
속으로 남모를 입맛을 다셨다.
- 방금 그 눈빛……. 살기 아닙니까?
귀신이라 기감이 발달했다.
맞다 살기.
- 설마!!!
귀신이 이제야 눈치를 챘다.
앞서 언급한 적 있지만 마음 같아서는 이곳에 큼지막한 마법을…….
- 중국 조상신과 악신의 보호를 받는 자들입니다.
- 레벨이 낮아 죽을 수 없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알림음이 경고를 날렸다.
중국몽을 한 방에 붕괴시킬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 것은 분명했다.
이곳에 모인 이들만 사라져 준다면 중국 체제는 순식간에 붕괴될 수도 있다.
중국 주석을 비롯해 각 파벌의 수장과 중요 인사들이 전부 이곳에 있다.
그들이 일시에 사라지면 중국은 그야말로 혼란에 빠질 것이다.
그 이후에는…….
- 으음…….
귀신이 신음을 흘렸다.
다 알아채지는 못했지만 중국 정치인들에게 절대 우호적이지 않다는 건 확실히 눈치챘다.
물론 귀신만 알았다.
이 같은 흑심을 어리석게 밖으로 드러내지 않았다.
눈이 마주친 안면 있는 인사들에게는 고개를 숙여 짧게 예의를 표했다.
누가 봐도 미래 유망한 청년의 바른 자세였다.
인사받은 이들의 입가에 흐뭇한 미소가 번졌다.
그런 그들에게 살짝 미안한 마음도 들었다.
지금 내가 그들을 상대로 소리장도를 품었다는 걸 귀신만이 정확히 느꼈다.
- 형님의 철저한 그 이중성마저도…… 존경합니다. 앞으로 더 정진해서 습득하겠습니다!
이런 건 안 배워도 된다.
척.
회의장에 설치된 작은 단상에 올랐다.
슈건핑과 장택민이 상단에서 가까운 원형 테이블에 앉았다.
주변으로 그들 일파가 운집했다.
짧은 와중에도 보이지 않는 기 싸움이 연신 계속되고 있다.
흐뭇하다.
단 2년 만에 이뤄낸 쾌거였다.
양쪽 옆으로 몇 발자국 떨어진 자리에 두 미녀가 보조하기 위해 섰다.
경매장에는 류미와 양소려 말고 다른 여성은 전혀 없다.
중국 공산당 상부의 남성 위주의 폐쇄성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아무리 공산주의하에서 여성 인권이 신장되었다고는 하지만 그건 피라미드 아래쪽 얘기다.
상층부는 철저하게 남자들만의 놀이터로 운영됐다.
스윽.
그 틈에도 주변을 한 번 훑었다.
“바쁘신 와중에 먼 길을 찾아와주신 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정중하게 고개 숙여 다시 한 번 공식적으로 인사했다.
짝짝짝.
슈건핑이 짧게 박수를 쳤다.
짝짝짝짝짝.
그 뒤를 이어 자연스럽게 박수가 이어지며 쏟아졌다.
황제의 권위를 마음껏 행사하고 있는 슈건핑.
장택민은 빙그레 미소만 지었다.
속을 알 수 없지만 마음이 편하지만은 않을 터였다.
과거 장택민이 누렸던 권력이 아닌가.
“여러 주변 사정과 개인 가정사로 지난 2년 동안 격조했습니다. 그런 와중에도 여러 대인들의 도움으로 추진하던 사업이 번창해 안정 궤도에 올랐습니다. 이에 조금이라도 보답하기 위해서 무례를 무릎 쓰고 경매를 열게 되었습니다. 그 점 여러 대인들께서 깊은 양해 부탁드립니다.”
힘 있는 자들은 고개 드는 자들을 반기지 않았다.
권력이란 것의 생리가 본래 타인을 고개 숙이고 무릎 꿇게 하는 힘.
그 힘 앞에 최대한 겸손을 유지했다.
대부분 인사들이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물론 왕정 같은 몇몇 이들은 불쾌감을 드러냈다.
당연히 눈여겨 봐두는 걸 잊지 않았다.
저들에게 낙찰될 경매 물건은 없다.
“경매에 앞서 참석해 주신 여러분들을 위해 작은 선물을 준비했습니다.”
“선물?”
“???”
공짜 싫어하는 사람은 세상에 없다.
양소려를 슬쩍 봤다.
그녀 손에 들린 007가방.
딸깍.
단상에 놓인 탁자에 가방을 올려놓고 뚜껑을 열었다.
“헛!!!”
“저건!!!”
시작부터 놀라움의 탄성이 사방에서 터져 나왔다.
회귀의 전설 3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