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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3장. 경매(2). (1,110/1,284)

1133장. 경매(2).

“경매? 갑자기 그게 무슨…….”

중국 최고 지도자가 머무는 중남해 주석궁.

슈건핑은 바쁘게 검토하던 서류에 사인을 하다 멈추고 고개를 들었다.

분 단위로 끊어야 할 만큼 일정이 빡빡했다.

중앙권력을 나눠 행사하는 상무위원들이 버젓이 존재했지만 슈건핑은 욕심이 많았다.

과거 선배들이 세워 놓은 규칙들을 하나둘씩 깨뜨렸다.

상해방과 공청단에 분산돼 있던 권력을 빼앗았다.

언론을 이용해 부패 문제를 부각시켰다.

여론이 원하는 방향으로 흐르기 시작하면 곧바로 행동해 상대측 권력을 무력화시켰다.

모두 타깃이 될까 벌벌 떨었다.

과거 홍위병의 무서움을 직접 경험했던 중국 최고위층들.

태자당과 슈건핑의 교묘한 수법에 알면서도 당하는 수밖에 없었다.

중요 서류 결재는 모두 슈건핑의 손을 거쳤다.

절대 권력자로서의 권리이자 의무였다.

펜을 든 채 슈건핑이 보고받은 내용에 의문을 표했다.

“방금 전 방 주임님에게서 연락이 왔습니다. 장립이 오늘 밤 북경에서 특별 경매를 주관한다고 말입니다.”

“으음…….”

슈건핑이 신음을 짧게 흘렸다.

장립이 북경에 도착하는 순간부터 몹시 신경이 쓰였다.

2년 전 베이다이허에서 마주쳤던 장립의 인상이 아직도 눈에 선했다.

감히 이 슈건핑의 앞에서 얼마나 당당했던가.

솔직히 당시 충격을 적지 않게 받았다.

방태민과 완진바오도 이제는 슈건핑의 상대가 될 수 없었다.

마음만 먹는다면 그들도 당장 권력의 울타리 밖으로 내칠 수 있었다.

하지만 때를 기다리고 있다.

완벽하게 황제가 되는 그날을 위해 시간을 들여 적들의 잔뿌리까지 제거해야 했다.

그런 와중에 조우하게 된 장립.

그는 단 며칠 만에 베이다이허의 중심에 섰다.

권력자들이 덮어놓고 미워할 수 없는 계획과 수단을 대거 이용했다.

특히 환단을 이용한 장립만의 독특한 사업 방식에는 고개를 내저으면서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세상 누구도 따라갈 수 없는 장립만의 독특한 무기였다.

‘경매라…….’

경매라는 두 글자가 슈건핑의 머릿속을 어지럽게 만들었다.

“경매 입찰은 직접 참여자만 가능하다고 했나?”

“그렇습니다. 각하.”

‘똑똑한 놈이야.’

놈이 내건 조건에 슈건핑은 쓴 입맛을 다셨다.

장립이 2년 전 풀었던 환단은 지금도 계속 회자될 정도로 질이 좋다.

올해도 몇몇에게만 선물로 전해진 환단.

슈건핑 자신도 복용하고 그 효과를 제대로 보았다.

그런데 대리 경매가 불가능했다.

경매에 직접 참여한 이들만 물건을 획득할 수 있다.

천하의 슈건핑도 예외는 아니었다.

“다들 바쁘겠군.”

“방태민 전 주석도 상해에서 출발했다고 합니다.”

“벌써?”

“네.”

비서의 보고에 슈건핑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비행기를 이용하면 상해에서 북경까지는 그렇게 멀지 않았다.

요즘 들어 두문불출 자택에만 머물고 있던 늙은 상왕이 움직였다.

“완 총리는?”

“완 총리뿐만 아니라 휴양 중이시던 웨 주석도 북경으로 향했다고 합니다.”

“음…….”

슈건핑이 두 번째 신음을 흘렸다.

중국의 내로라하는 권력자들이 몰려들었다.

딱히 정해진 초청장 같은 건 없었다.

당장 입찰에 참여할 수 있는 여건과 수준이 되는 자들만 알아서 모일 게 확실했다.

“장소가 어디라고 했지?”

“북경 팰튼 호텔 VIP 연회장입니다.”

“미리 예약돼 있었나?”

“아닙니다. 방금 전에 예약이 됐다고 합니다.”

‘장립. 이번에는 무슨 꿍꿍이더냐.’

일대일로에 한 발 걸치고 있는 장립.

해당 사업에도 월가의 자금이 비밀리에 투자되고 있다.

투입되는 자금도 무시하지 못할 수준의 거액이다.

홍콩 쪽의 리장창과 장문량에게서 연락을 받았다.

장립이 나타났다는 보고였다.

그사이 우연히 류미가 장립과 조우했다.

냄새를 맡고 완 총리가 북경으로 초대한 듯 두 사람의 동행이 이루어졌다.

슈건핑은 훼방 놓으려 계획했다.

완 총리와 장립이 만나는 게 어쩐지 꺼림칙했다.

태자당이 장립과 약정을 맺고 왕정 상무위원을 공격하는 중에 있었기 때문에 완진바오에게 빌미를 주고 싶지 않았다.

상해방 쪽에서는 조평 상장이 움직였다.

그를 찍어 누를 수 있는 방창걸을 투입했다.

그럼에도 완벽하게 통제하지 못한 장립.

갑자기 경매를 하겠다는 말을 꺼내 일대 파란을 일으켰다.

“저녁 약속이 뭐였지?”

“터키 신임 대사 신임장 수여 및 저녁 식사가 예정되었습니다.”

터키는 일대일로의 중요 국가 중 한 곳이다.

총리를 내세워도 되는 일이지만 슈건핑이 직접 챙겼다.

“총리를 보내.”

“……총리님도 중요한 일정이 있다고 합니다.”

“뭐라고?”

슈건핑이 자신의 귀를 의심하며 다시 물었다.

란커창 총리는 공청단 몫의 정치인.

파트너라기보다는 정치적 견제자에 가까웠다.

평소에도 욕심이 없고 청렴하기로 정평이 나 있는 인물이다.

그런 란커창도 이번 경매에 참석하는 모양이었다.

“……내일로 미뤄.”

“가, 각하.”

대사 신임장 수여는 상대국과의 중요한 정치 행사 중 하나였다.

자칫 오해를 사게 된다면 국가 간의 약속된 일이 틀어질 수도 있다.

그럼에도 그 같은 불리함을 감수하겠다는 슈건핑의 발언.

비서가 의심의 눈을 거두지 못하고 바라봤다.

“아프다고 해.”

아무렇지 않게 거짓을 지시하는 슈건핑.

“알겠습니다.”

그럼에도 두 번 반문은 그에게 허락되지 않았다.

비서는 고개를 숙이고 일정 변경 사항을 수첩에 기록했다.

“그리고 돈도 준비해.”

“얼마나…….”

“되도록 많이. 그 누구보다 더 많아야 해!”

***

- 호텔 주변이 시끌시끌합니다.

북경 팰튼 호텔 스위트룸.

창밖으로 왔다 갔다 하는 귀신이 호들갑을 떨며 상황을 보고했다.

- 휘이~ 공안들뿐만 아니라 정체 모를 경호원들이 사방을 포위했습니다.

“포위가 아니라 물 샐 틈 없는 경호라고 한다.”

- 아닙니다. 직접 눈으로 보십시오. 물과 기름처럼 몇몇 집단은 서로를 향해 적의를 보입니다. 전쟁이 터지기 전 상황처럼 말입니다.

“후훗.”

짧은 비웃음이 터졌다.

분위기가 예상한 대로 흘러갔다.

비싼 점심 얻어먹고 큼지막한 선물 폭탄을 던졌다.

사방에서 중국 공산당 고위권력자들이 달려오는 소리가 환청으로 들렸다.

주변에 쫙 깔린 경호 인력으로 보아 모이는 자들의 수준이 장난 아닌 건 확실하다.

팰튼 호텔로 권력의 기운이 압축돼 모이고 있다.

또로로로로록.

그러는 동안 점점 밖은 더 짙은 어둠이 내리고 있다.

유리잔에 와인을 채웠다.

- 진짜 간 크십니다.

뭐가 커?

귀신이 앞자리로 자리를 옮겨 앉았다.

- 안 떨리세요? 지금 모이는 이들이 중국을 다스리는 황제와 왕, 고위 귀족들 아닙니까. 그들이 기침 한 번 하면 한국이 뒤집어질 텐데 태연하십니다.

어차피 죽음 앞에서는 모두 평등하다.

자신들이 중국 고관대작들일지는 몰라도 내 앞에서는 그냥 일개미들이다.

마음 같아서는 그들이 모일 때 시원하게 마법으로 이곳을 테러해 날려버리고 싶다.

슈건핑을 비롯해 권력층 상당수가 일시에 사라지면 중국은 말 그대로 혼돈에 빠질 것이다.

의외로 중국은 지역 간 위화감이 장난 아니다.

대한민국 지역 갈등을 훨씬 뛰어넘는다.

각 도시와 도시, 성과 성, 해안과 내륙, 소수민족과 한족의 반목은 뿌리 깊은 감정으로 정신에 박혀 있다.

공산당의 강력한 권력 앞에서 기를 펴지 못하고 수면 아래 가라앉아 있지만 때를 만나면 폭발할 것이다.

- 그런데 오늘 경매에 부칠 선물이 뭡니까?

귀신도 궁금했는지 묻는다.

귀신도 상상할 수 없는 내가 준비한 선물.

이것저것 잡다하게 많다.

주변 사람들에게 선물용으로 뿌리는 선심성 뇌물들이 이곳에서는 엄청난 보물 대접을 받았다.

“궁금하면 너도 돈 준비해서 참가해.”

- 와아아아! 형님!!!

귀신이 어이없는 표정을 짓는다.

띵동.

그때 들려오는 초인종 소리.

- 누굽니까?

궁금해?

피식 웃으며 현관으로 다가갔다.

그새를 못 참고 벽을 뚫고 밖으로 나가는 귀신.

- 뭐, 뭡니까! 

귀신의 당황한 목소리가 벽을 뚫고 들려왔다.

띠릭.

전자식 도어락이 열렸다.

그리고.

“립…….”

초췌한 표정의 여인이 나의 이름을 불렀다.

눈가에 담겨 있는 여러 감정의 복잡한 심사.

- 설마. 이 미녀분도?

귀신이 여인 옆에서 의문부호를 띄웠다.

“왔으면 들어와요.”

오랜만의 재회임에도 어제 본 것처럼 행동했다.

“…….”

잠시 침묵하다 안으로 들어서는 여인.

- 뭡니까? 미녀분 눈빛에 담겨 있는 저 서운함은……. 분명 애증인데.

“와인 마시고 있었는데 한 잔 줄까요?”

끄덕.

여인은 말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또로로록.

잔에 채워지는 붉은 와인.

가장 높은 호텔 펜트하우스 안으로 스며드는 어둠이 와인과 자연스레 어우러지며 더 진하고 붉어졌다.

“잘 지냈어요?”

잔을 내밀며 안부를 물었다.

“우리가…… 가까운 사이던가요?”

여인이 물었다.

“물론이죠. 친구이자 제 사업장인 JL인베스먼트 홍콩 지사장이 당신 아닌가요?”

“친구…….”

여인이 입술을 깨물었다.

- 형님이 뻔뻔해 보이는 이유는 뭘까요?

귀신아, 그건 편견이다.

“오늘 멋지게 한 건 하죠.”

“???”

의외로 단박에 말뜻을 알아듣지 못하는 여인.

“몰랐어요? 오늘 우리 경매로 물건 팔아서 사업 확장하는 날입니다.”

“사업 확장요?”

그렇지 않아도 큼지막한 여인의 눈동자가 더할 나위 없이 커졌다.

“기다려 봐요. 오늘 제대로 사고 칠 테니까…….”

띵동.

그때 또 올리는 벨소리.

- 이번에는 또 누구야!!!

회귀의 전설 3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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