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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0장. 이상한 나라(2). (1,107/1,284)

1130장. 이상한 나라(2).

“그자가 직접?”

“그렇습니다.”

“허어…….”

원자바오가 크게 놀란 표정을 보였다.

류평의 보고에 불의의 일격을 당한 듯 당황했다.

“아버님…….”

“장 주석이 칼을 갈았어.”

“아무리 그래도 일개 개인의 방문인데 군 사열이라니요.”

류평이 은근히 불만을 드러냈다.

“우리가 힘이 없는 게야.”

원자바오는 별다른 말 없이 고개를 내저었다.

과거부터 우상인 동시에 두려움의 대상이었던 장택민.

그 밑에서 공산당 간부로서 입지를 다지는 것 자체가 기적이었다.

총리직도 장 주석이 낙점해 주어야 가능했다.

긴 세월 동안 상해방과 장 주석의 발바닥을 닦아주며 생존했다.

그렇게 해서 획득한 권력.

장 주석의 진한 그늘이 싫어 태자당을 택했다.

결과는 호랑이를 피하려다 사자 품에 기어든 꼴이 됐다.

갈수록 태자당의 위세가 심상치 않았다.

장 주석과 상해방은 꽌시가 어느 정도 통했지만 태자당은 그것도 없었다.

부패 척결이라는 명분으로 암묵적 룰을 파괴했다.

제아무리 고위직이라 해도 명분이 생기면 가문까지 엮어 멸문시켰다.

몇 번의 기회를 빌려 나름 경고했지만 도대체가 말을 듣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원자바오의 근심은 갈수록 커져만 갔다.

상해방을 치면서 곁가지로 잘려나가는 공청단 공산당원들이 제법 되었다.

하물며 올해 국인민대표대회에서 제대로 무시당했다.

공청단이 추천한 인사들 상당수가 본보기로 밀렸다.

이제는 다른 수를 강구해야 할 때였다.

그 타이밍에 장립이 나타났다.

2년 전 베이다이허에서 보였던 장립의 능력을 상기하지 않을 수 없었다.

외손녀를 통해 장립을 구워삶아 보려 했지만 훼방꾼이 나타났다.

“태자당 쪽에서 가만히 있을까요? 지금쯤이면 그쪽도 알고 있을 텐데…….”

류평이 심각한 어조로 말을 꺼냈다.

“그냥 보내지는 않을 거야.”

“일이 묘하게 꼬이는군요.”

“그래……. 묘하게 꼬여…….”

미세먼지로 뒤덮인 북경 하늘을 올려다보는 원자바오.

잠시 사색에 젖어들었다.

그리고.

씨익.

그러다 문득 그가 조용히 입가에 미소를 머금었다.

‘왜?’

류평이 그런 장인을 의아한 시선으로 바라봤다.

“하하하하하하하하하!”

급기야 갑자기 박장대소를 터트리는 원자바오.

“하오!”

착!

시원한 소리가 터져 나올 정도로 손바닥을 강하게 쳤다.

“아버님…….”

“류평. 어쩌면 전화위복이 될 수도 있겠다.”

“네?”

류평은 원자바오의 급변한 심계를 읽어내지 못했다.

“조평이 움직였다는 걸 알고 시 주석 쪽이 가만히 있을까?”

“그 말씀은.”

“지금쯤 공항이 시끄럽겠군.”

북경 공항이 있는 방향을 바라보는 원자바오.

새로운 장난감을 발견한 어린아이의 눈동자처럼 그의 두 눈이 반짝였다.

“설마 시 주석 쪽에서도……!”

“욕심쟁이가 가만히 있겠어?”

‘자칫 무력 충돌이 발생한다면…….’

그쪽으로는 생각도 하기 싫었다.

아무리 시 주석 쪽이 현재 무력을 쥐고 있어도 장택민을 따르는 군부대 간부들이 제법 남았다.

각각 다른 명령이 하달되면 사소한 일이 큰 사건으로 와전돼 내전으로 번질 수 있었다.

권력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인민의 목숨 따위는 개의치 않는 무정의 통치자들이 북경에 수두룩했다.

“기다려보자.”

“류미가 그곳에 있습니다.”

“괜찮아. 아무리 멍청한 작자라 해도 류미가 내 외손녀인 건 알아.”

류평의 눈에 원자바오는 무사태평했다.

그에 반해 속이 바짝바짝 타는 류평.

‘장립 하나 움직였을 뿐인데 온 나라가 이렇게 시끄럽구나.’

류평은 현재 벌어지고 있는 일들이 믿기지 않았다.

일개 화교 출신 미국 시민권자 한 사람에게 홀린 듯 쏠리고 있는 권력의 힘.

팽팽하게 당겨진 채 유지되고 있던 균형을 깨트려버릴 방아쇠가 될 수 있었다.

***

- 와우! 형님 이게 말로만 듣던 군부대 환영 사열입니까?

귀신이 얼이 반쯤 나간 듯 놀랐다.

눈앞의 상황이 그 정도로 충격적이었다.

정복을 차려입은 키가 큰 사열병 수십 명이 앞에 총을 들고 대기 중이다.

그리고 비행기 계단 아래쪽으로 쫙 깔려 있는 붉은 양탄자.

누가 보면 다른 나라 국가 원수나 그에 상응한 고위직 인사라도 방문한 줄 착각할 정도다.

“상장님. 너무 과한 거 아니에요?”

류미도 어이가 없는지 물었다.

“귀한 손님이 오셨는데 이 정도는 기본이지.”

“하아아…….”

류미가 가늘게 한숨을 쉬었다.

그녀도 어떻게 할 수 없는 인물이 군복을 갖춰 입고 기다리는 중이다.

“립! 어서 내려오게.”

- 잘 아시는 분입니까?

글쎄다.

인사 한번 나눴으니 친하다 말하기도 좀 그랬다.

하지만 의외로 상대는 무척 반갑게 대했다.

“류미 내려가자.”

“어? 응…….”

류미와 함께 계단을 밟고 내려갔다.

처적!

걸음을 떼자마자 기계적으로 움직이며 거총하는 사열병들.

처음 경험하는 것치고는 기분이 괜찮다.

허례허식을 크게 좋아하지 않는 성격이지만 생소한 경험이 주는 맛이 또 괜찮았다.

- 소소합니다. 이계에서 이 정도는 껌이죠.

맞다.

이런 대접 이계에서 수없이 받아봤다.

점점 제 모습을 갖춰가던 황실이었기에 어디를 가나 기사와 병사들이 극진히 예를 갖춰 대했다.

“잘 지냈나.”

남자가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했다.

콰득.

손에서 느껴지는 강인한 힘.

“물론입니다. 조평 상장님.”

중앙공산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 조평 상장.

상해방 대장인 장택민의 핵심 라인 권력자가 공항까지 마중을 나왔다.

파격적인 대우가 아닐 수 없다.

한국군 대장에 해당하는 인사가 한 개인을 위해 공항에 직접 걸음하는 일.

그것도 중국 군부의 수장인 슈건핑 주석 바로 그 인물이 말이다.

좌우지간 이상한 나라다.

일개 개인을 영접하기 위해 이토록 과한 예의를 보였다.

그만큼 장택민의 마음이 다급하다는 의미일 것이다.

“쌍둥이를 낳았다고 들었네. 늦었지만 축하하네.”

류미를 곁눈질로 힐끔거리며 쌍둥이를 언급하는 조평 상장.

류미의 인상이 미세하게 찌푸려졌다.

자신한테 들으라고 하는 말임을 그녀가 모를 리 없었다.

유치하고 치졸한 정치술수다.

“감사합니다.”

일단은 그의 장단에 맞춰 줬다.

상대가 왜 이렇게 나오는지는 뻔했다.

류미를 한낱 젊은 여성이 아닌 공청단에서 보낸 하나의 정치인으로 보는 것이다.

“애 아빠가 돼서 그러는지 더 늠름해졌군. 남자가 큰일을 위해서는 일가(一家)를 이루는 게 먼저지.”

- 이 군인 아저씨가 류미 양을 놀리는 것 같네요. 흐흐흐.

조평의 말이 길어질수록 류미의 얼굴이 더 붉게 달아올랐다.

“옛 성현들의 가르침은 틀리지 않는 것 같습니다.”

“그럼! 남자는 가정을 이루고 난 뒤에는 딴 곳에 한눈팔지 말고 정진해야만 하네. 그래야 크게 되는 거야!”

비유적인 표현을 썼지만 류미를 대놓고 힐난했다.

유부남인 나와 함께 동행하고 있는 류미에게 한 방 먹이는 말이다.

“아저씨, 저 보고 들으라는 말 같네요?”

류미가 참지 못하고 톡 쏘아붙였다.

“무슨 소리. 인생 선배로서 경험을 나눴을 뿐이야.”

류미가 즉시 반응하자 조평이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류미. 어른이 하는 말씀이야. 새겨들어.”

“됐어.”

류미가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식사 전이지?”

“네?”

“점심은 내가 대접하지.”

“무슨 소리예요. 립은 선약이 있어요!”

류미의 목소리가 뾰족해졌다.

상장이자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에게 아저씨라는 호칭을 쓸 수 있는 류미만이 가능한 반응.

“잠시 립을 양보해 주게.”

조평도 물러날 생각이 없어 보였다.

“할아버지가 기다리고 계세요.”

류미가 물러서지 않고 대꾸했다.

외할아버지 원자바오를 팔았다.

“……내가 양해를 구하지.”

조평이 의외로 강하게 나왔다.

원자바오를 언급해도 전혀 먹혀들지 않았다.

- 형님 인기는 중국에서도 통하는군요.

귀신 잘 봐둬라.

어느 곳을 가도 나란 남자는 이렇게 환영을 받는다.

- 그러게 말입니다. 손님이 또 오시네요.

손님?

귀신이 저 멀리 바라봤다.

나도 그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

우리가 있는 쪽을 향해 달려오는 일단의 차량들이 보였다.

대충 봐도 10여 대에 달했다.

활주로를 가로질러 곧장 다가왔다.

서행하던 비행기들의 움직임이 놀랍게도 일제히 멈췄다.

중국에서나 가능한 무식하고 황당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뭐야!”

조평이 그제야 다가오는 차량들을 보고 인상을 썼다.

“새로 손님이 오셨네요.”

류미도 인상이 편하지 않았다.

부우우우웅.

그사이 거침없이 바짝 다가온 검은색 대형 자가용 차량들.

처적.

조평 상장을 호위하는 무장 경호원들이 권총집에 손을 대고 긴장했다.

북경 공항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상한 상황.

일단 흥미롭게 지켜봤다.

끼이이이이이익.

차들이 우리 앞에 멈췄다.

사열병들이 당황한 듯 자세가 흐트러졌다.

덜컹.

차량들 문이 일제히 열렸다.

그리고.

타다다다다닥.

일단의 남자들 수십 명이 쏟아져 내렸다.

아직 날이 더운데도 모두 블랙 슈트 복장으로 통일했다.

그들과 어울리지도 않는 선글라스로 모두 눈을 가렸다.

체구는 그렇게 크지 않았지만 나름 좋은 기세가 느껴졌다.

조평 상장을 발견하고도 별다른 예를 갖추지 않았다.

기립한 사열병들의 총도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들의 움직이는 슈트 자락 안쪽으로 살짝 보이는 권총.

여차한 순간 총알이 난무할 분위기다.

“너희들 뭐야!”

조평 상장이 큰소리로 외쳤다.

그 순간.

“조평 날세.”

회귀의 전설 3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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