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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94장. 정사구불용(正邪俱不用). (1,077/1,284)

1094장. 정사구불용(正邪俱不用).

“양조후 회장을 감금했습니다.”

“반항은?”

“전혀 없었습니다. 상해방 쪽에서도 이렇다 할 연락이 없었습니다.”

“흐흐흐. 이빨 빠진 놈들이 무슨 반항이야.”

홍콩에 있는 리장창의 집무실.

오랜만에 듣게 된 마음이 흡족한 소식에 리장창이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정치 전쟁은 여전히 계속됐다.

중국 핵심 세력에 상해방이 심어 놓은 권력자들과 경제인들이 꽤 넘쳤다.

그 핵심부터 균열을 만들어 깨부수었다.

반부패 투쟁이라는 명목으로 정치적 숙적들을 제거해 나갔다.

누구도 감히 건들 수 없었던 상해방의 아성이 서서히 깨졌다.

크게는 국가급 간부 6명이 박살났다.

그들과 관련되어 있던 12만 명에 달하는 관원들을 줄줄이 엮어 체포했다.

동시에 간부 교체가 매우 빠른 속도로 이루어졌다.

최고 윗선을 때려잡자 감히 저항하지 못했다.

꽌시로 단단하게 연결되어 있던 라인이 무너졌다.

반면 태자당은 군사 권력뿐만 아니라 정법부까지 장악하면서 무소불위가 됐다.

인민들도 반부패 척결에 환호성을 내질렀다.

슈건핑의 리더십은 그만큼 공고해졌다.

군 개혁을 통해 중앙군사위원회 주석 직할 체제가 강화됐다.

불완전한 권위적 지도 체제가 슈건핑에게 온전히 집중됐다.

시기도 좋았다.

2016년 올해는 문화혁명 50주년이 되는 해다.

동시에 모택동을 비롯해 혁명 1세대들의 서거 40주년이 되는 해이기도 하다.

“선전 기사들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한몸처럼 움직이는 제갈유량이 보고를 이어갔다.

장립 문제로 한때 신뢰를 잃었지만 오래지 않아 회복했다.

리장창의 가려운 곳을 알아서 긁어줄 뛰어난 심복은 많지 않았다.

“조금만 더 힘을 내면 완전히 박살을 낼 수 있어. 안에서 좀먹는 쓰레기들을 치워버리면 중화제국은 과거의 영화를 다시 찾을 것이야!”

리장창의 눈동자가 뜨거워졌다.

15억이 넘는 인구와 거대 대륙을 소유한 중화민족 제국.

그랬던 제국이 열강들에 침탈당하면서 그 화려했던 영광을 잃어버렸다.

장장 100년의 시간이 흘렀다.

와신상담의 시절을 지나 복수의 시간이 도래했다.

점점 강해지고 있는 중국의 힘을 이용해 주변국들과 약소국을 경제적으로 하나둘씩 정복해 나갔다.

한때 중국을 무시했던 유럽도 지금에 와서는 두 무릎을 꿇기 직전이다.

깡패 보스 격인 미국이 남아 있지만 허수아비나 진배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빚쟁이 주제에 아직도 큰소리를 쳤다.

속은 곪아 썩어들어가면서도 여전히 배부른 지주 흉내를 내고 있는 미국.

암중으로 그들의 발달된 기술을 빼돌리고 정치적 혼란을 가중시켰다.

누구도 예상치 못할 만한 미국 침공 작전도 세웠다.

서서히 중국 쪽으로 기울고 있는 운명의 시계추.

“장태산 그놈은?”

“……평범하게 일상을 보내고 있습니다.”

“운이 좋은 놈이야. 아사신의 총공격에서도 살아남다니…….”

“운뿐만 아니라 실력도 엄청납니다.”

제갈유량이 솔직하게 대꾸했다.

“빵즈 녀석들은 언제나 거슬려! 배불뚝이 그 돼지부터 시작해 마음에 드는 놈들이 없어!”

웃음이 감돌던 리장창의 얼굴이 순식간에 일그러졌다.

북한도 남한도 결코 마음에 안 드는 놈들 천지.

중국과 이웃한 다른 어떤 나라보다 다루기가 까다로웠다.

“그래도 북한 덕분에 미국은 그나마 다루기 쉽지 않습니까.”

“흐흐흐. 그건 그렇지.”

북한이 소유한 핵미사일은 중국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고 신경을 거슬렀다.

그럼에도 섣불리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이미 중국의 감시를 교묘하게 피해 개발하고 난 뒤였다.

뒤늦게 막아보려 했지만 자신들의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북한 지도부는 중국의 말을 듣지 않았다.

그 일을 최대한 활용해 중국에 이익이 되도록 이용했다.

협상을 미끼로 미국 측으로부터 이것저것 얻어냈다.

“장태산은 당분간 놔두고 미국 대선에 계속 신경 써. 사기꾼 돼지를 왕으로 만들어줘.”

“넵!”

‘내년 베이다이허 회의가 끝나면 그때부터 움직인다. 상해방과 공청단을 허수아비로 만든 뒤에……. 진정한 황제를 모신다!’

리장창은 주먹을 움켜쥐었다.

정중동(靜中動)의 책략.

그러나 리장창은 아직 모르고 있었다.

그가 가장 꺼려하는 적도 정중동의 행보를 게을리하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

- 대통령요? 진짜요?

귀신이 놀라 물었다.

하긴 미래를 살아보고 온 나만 아는 진실.

- 정말 그렇게 될까요?

정모씨 신선도 묻는다.

제아무리 신이라 해도 살아 있는 인간이 경험하는 미래의 일은 알 수 없었다.

지나온 과거를 되짚어 살필 수는 있어도 순간순간 무늬를 짜는 운명의 배틀 속의 미래는 몰랐다.

“음…….”

김현재 대표가 나지막이 신음을 흘렸다.

내가 던진 말의 무게를 모를 리 없다.

첫 도전은 아깝게 실패했지만 재수해 얻게 되는 5년간의 대한민국 권력 통치자.

“회장님…….”

양우석 의원이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날 본다.

“뭘 그렇게 놀라십니까? 재수까지 하셨으니 뜻을 이루셔야죠.”

대수롭지 않게 말을 건넸다.

“그런가요?”

“물론입니다. 한민족의 조상님들이 한뜻으로 도우실 겁니다.”

제일 만만하게 조상들을 팔았다.

정황을 알고는 있지만 천기누설을 구체적으로 뱉을 수는 없다.

매사 호사다마라고 했다.

희망은 주되 확신은 심지 않았다.

목표를 향해 갈 때 사람의 온 정신과 기, 육체는 한 방향으로 나아간다.

“말씀만으로도 힘이 납니다!”

김현재 대표가 고개를 끄덕였다.

“앞으로 바빠지실 겁니다. 국내외로 강력한 태풍이 불어 닥칩니다.”

이번에는 확언에 가깝게 말했다.

“국내외적으로 말입니까?”

“조국일보가 청와대를 향해 전쟁을 시작했습니다. 가볍게 끝나지 않을 겁니다.”

“초록은 동색입니다. 잠시 다툼이 있기야 하겠지만…….”

김현재 대표의 짐작이 틀리지 않았다.

지금까지 경험한 정치 형태로는 지금 돌아가는 상황도 김현재 대표가 예상하는 쪽이 맞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이 한반도의 조상님들이 관여된 일이다.

그들이 예상대로 돌아갈 판에 고춧가루를 비롯해 각종 양념을 추가한다.

거기에 활화산 못지않은 열정을 품고 살아가는 대한민국 후손들이 불길을 키우는 짚더미가 된다.

물론 지금은 누구도 그런 미래를 짐작하지 못하고 있다.

쓰레기들이 자중지란에 빠져 저희들끼리 자폭하게 되는 순간을 말이다.

“지금도 잘하고 계시지만 주변에 깨끗한 이들을 가까이 두십시오.”

“네?”

김현재 대표가 대통령이 된 뒤 더욱 선명하게 드러나게 되는 주변 쓰레기들.

일송회를 비롯해 기득권들이 심어 놓은 지뢰들이 일상적 생활권 안에 너무 많았다.

깨끗한 척, 정의로운 척 행동하지만 쓰레기들은 때가 도래하여 자연스럽게 알아서 악취를 풍겼다.

“정사구불용(正邪俱不用)이라고 했습니다.”

정과 사는 결코 함께 쓰지 못하는 법이다.

5급수에 살던 버러지들이 깨끗한 물에 들어와 물을 흐렸다.

온갖 자맥질로 흙탕물을 일으키는가 하면 똥을 싸지르는 놈들까지 나타난다.

김현재 대표의 대통령 마지막 임기까지 발버둥을 쳤다.

“혼자서 벅차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더욱 더 인재등용이 중요합니다. 국가 경영도 작게는 회사 경영과 다르지 않습니다. 주변에 포진한 인재들을 잘 골라 사용해야 뜻하시는 바를 성공할 수 있는 법입니다. 거기에 더해 대표님을 지지하는 이들이 완벽에 가까운 도덕성까지 요구할 겁니다.”

엄격하다 못해 현미경까지 들이밀며 공격하는 기득권들.

자신들은 수십, 수백억에 달하는 돈을 해처먹고 검찰과 기레기들을 동원해 국가의 국부를 몽땅 도둑질해 먹었으면서도 김현재 대표에게만은 칼날처럼 날카로운 청렴을 요구했다.

물론 2020년 나의 죽음 직전까지 그 안에서도 살아남는 저력을 보였던 김현재 대표였다.

“최대한 노력하겠습니다.”

세상 모든 일들을 도덕 교과서에서 제시하는 것처럼 완벽하게 처리할 수는 없다.

정치라는 판 자체가 더럽게 오염된 곳에서 한 송이 연꽃을 피워내는 일과 같았다.

“특히 사냥개들은…… 믿으시면 안 됩니다.”

“네?”

사냥개라는 말에 의문의 눈빛을 보이는 김현재.

아직은 내가 알고 있는 것들을 다 알려 줄 수는 없었다.

“놈들은 태생 자체가 사냥개입니다. 충성심보다는 생존에 특화된 놈들입니다. 자신들의 주인이 언제 바뀐다는 걸 귀신같이 알고 있습니다. 특히 꼬리를 흔들 때 더 조심하셔야 합니다. 반항할 때 과감하게 목줄을 움켜잡으십시오! 그놈들은 언젠가 대표님의 목을 물어뜯으려 할 겁니다.”

“그게 무슨…….”

이 일은 직접 맛봐야 알 수 있었다.

지금은 백번 말해 봐야 체감할 수 없다.

나서서 직접 손을 쓰고 싶지도 않았다.

어둠이 깊어야 새벽빛이 찬란하게 느껴지는 법이다.

썩어버린 통제 받지 않는 권력은 몹시 위험했다.

정의로움을 가장한 채 모두의 등 뒤에서 독사의 혓바닥을 날름거렸다.

자신들만의 조직을 만들어 진짜 왕처럼 굴었다.

양아치들보다 더한 패악질을 부렸다.

국민의 세금을 곳간으로 가진 공무원인 주제에 국민들 위에 군림하려는 의식이 강했다.

국민들을 개돼지로 전락시켜 버린 그들.

족쇄가 될 만한 명백한 증거를 내밀어도 극구 부인하며 배짱을 부렸다.

누가 봐도 확실했던 동영상 속 주인공이 자신들의 고위급 선배라는 이유로 감싸기 바빴다.

있는 자들에게는 솜방망이를 휘둘렀다.

소란했던 여론이 잠잠해지면 천하의 몹쓸 죄를 저지른 자들도 슬그머니 풀어줬다.

그런 그들의 민낯을 대통령은 물론 국민들도 직접 목격하고 좌절감을 맛봐야 했다.

의심 없이 믿고 있던 도끼가 완벽하게 오염됐다는 걸 뼈아프게 경험하고 깨달아야 개혁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된다.

“혹시…… 검…….”

“쉿!”

양우석 의원이 입에 담으려는 말을 막고 손가락으로 입을 가렸다.

철저하게 대비해 두었지만 쥐새끼 같은 그들이 엿들을 수도 있었다.

“제 경고를 잊지 마십시오. 태생이 사냥개들은 그냥 사냥개입니다. 사람은 고쳐 쓰는 게 아니라는 말이 틀린 게 아닙니다.”

지난 생의 업과 이생에서 쌓은 업으로 악인의 길을 걷는 자들에게는 선은 단지 개똥에 불과했다.

백날 말해 봐야 입만 아팠다.

“……충고 잊지 않겠습니다.”

김현재 대표도 말뜻을 알아들었다.

표정에서 진지함이 보였다.

“그리고 후세대를 위해 청정에너지 분야 투자를 늘려야 합니다. 언제까지 싸다고 미세먼지 주범인 석탄과 위험한 원자력 발전에 의지할 수는 없습니다. 미국을 비롯해 독일도 원전을 폐쇄하는 중입니다. 그린 에너지만이 답입니다.”

한 번 터지면 답이 없는 원자력 발전.

다시 한 번 강조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제가 대통령이 된다면 그린 에너지 산업을 적극 육성할 생각입니다.”

“저도 적극적으로 돕겠습니다. 아직 발표되지 않았지만 상당 수준까지 연구가 진척됐습니다.”

자신만만하게 장담했다.

기술적인 부분은 대부분 완성 단계에 도달해 있다.

다만 생각보다 시간이 좀 더 오래 걸리고 있을 뿐이다.

중국이 중요 기술을 내놓으라며 비협조적으로 나왔다.

엘자를 비롯해 대기업들도 계산기 두들기기 바빴다.

충분히 돈이 되는 걸 알면서도 내부 권력 싸움에 진척이 더딜 수밖에 없다.

아쉽지만 시간을 갖고 때를 기다렸다.

썩은 장강의 앞 물결을 밀어내는 데는 무조건 시간이 필요했다.

“그런데 외부적인 일은 어떤 걸 의미합니까?”

김현재 대표는 무척 예리했다.

“오늘 이 자리에서 제 밑천을 다 파악하려 하십니다.”

“좋은 일에는 서로 협력해야죠.”

내 성향을 어느 정도 파악했는지 김현재 대표가 빙그레 웃었다.

그 인자한 미소에 홀릴 수밖에 없었다.

앞으로는 이 사람 같은 정치인을 만나기 힘들 것이다.

민주화 시대를 위해 피 흘리며 동지애로 버티던 순수한 영혼들.

그런 이들이 꽃 피워 놓은 대한민국 민주주의에서 곧 퇴장할 시기가 올 것이다.

“대표님도 아시는 일입니다.”

물론 거저 먹여줄 수는 없다.

“미국 대선 말입니까?”

양우석 의원이 날름 끼어들었다.

“아! 미국 대선이 있군요.”

“맞습니다.”

“회장님…… 혹시 누가 될지 아십니까?”

양우석 의원은 중개자 역할에 참 잘 어울렸다.

김현재 대표와 나 사이를 오가며 감초가 돼 줬다.

“제가 영험한 무당도 아니고 어떻게 알겠습니까.”

“그래도 예상하시는 분이…….”

“대표님은 누가 될 거라 예상합니까?”

“다들 아는 그분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정책 연구원들과 주변 사람들 대다수가 힐러리의 당선을 예상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당연한 대답.

지금 현재 시점에서는 누구도 괴짜가 대통령이 될 거라는 사실을 몰랐다.

“넓게 시야를 펼치십시오. 그래야 발 빠른 대응이 가능합니다.”

“그 말씀은…….”

“제 월가 친구는 전혀 다르게 예상하더군요.”

슬쩍 로버트 라이언을 팔았다.

그보다 좋은 정보 출처는 없었다.

“설마???”

양우석 의원이 어안이 벙벙한 표정을 지으며 다음 말을 기다렸다.

“대표님, 소시지 좋아합니까?”

뜬금없는 질문을 던졌다.

“네……. 좋아합니다.”

김현재 대표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사람들은 가끔 불편한 진실을 외면하고 싶어 합니다. 소시지를 만드는 재료가 저급하고 화학약품이 범벅이 된 덩어리라는 걸 알면서도 맛을 보면 다들 열광합니다.”

“…….”

양우석과 김현재가 날 뚫어져라 바라봤다.

“소시지에 정신이 오염된 미국인들은 정크 푸드 종합 선물세트 같은 사기꾼을 자신들의 주인으로 뽑을 겁니다.”

“!!!”

회귀의 전설 3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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