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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2장. 태풍이 몰아치다. (1,065/1,284)

1082장. 태풍이 몰아치다.

- 마루와 GL스포츠 재단은 조근영 대통령의 퇴임 이후를 위해 조성된 대기업들의 비자금 창구로 확인되고 있습니다. 드러난 규모만 해도 800억 대가 넘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과연 이러한 비자금은 누구를 위한…….

“저…… 새끼들이 미쳤나! 지금 우리하고 전쟁이라도 하겠다는 거야 뭐야!”

청와대 민정수석실.

인터넷으로 뉴스를 보고 있던 윤병운의 안색이 붉게 달아올랐다.

이상한 소문이 속속 귀에 들어왔다.

조국 일보를 비롯해 정치권에서 무언가 수작질을 벌인다는 찌라시가 그 시작이었다.

국정원을 비롯해 검찰과 경찰 정보과를 장악하고 있던 민정수석실이 가장 먼저 발 빠르게 움직였다.

찌라시 내용이 진짜라면 일촉즉발의 위기였다.

보수 언론들은 그동안 같은 배를 타고 항해하는 동지와 같았다.

권력 다툼으로 간간이 사이가 삐걱댈 때가 있지만 일정 수준 이상을 넘지 않았다.

공격해봤자 서로 상처만 입고 끝나리라는 것을 잘 알았다.

공격하는 쪽이나 공격받는 쪽 둘 다 쥐고 있는 패가 그만큼 많았다.

악취 진동하는 냄새 지독한 정보들이 비밀 금고 안에서 잠자고 있었다.

제대로 공격당하는 순간 자멸하게 될 수도 있었다.

보이지 않지만 엄연히 금도가 존재했다.

그런 상황에서 지금 조국 일보가 아주 제대로 선전포고를 날려왔다.

일이 터지기 직전에야 내용은 민정수석실로 전달됐다.

그에 미처 대응하기도 전에 연속적으로 사건이 후속 보도됐다.

조용히 타일러서 어느 정도 잠잠해지나 싶었는데 다시 활활 타올랐다.

윤병운은 꼭지가 돌 지경이 됐다.

일개 꼴통 보수도 아니고 무려 조국 일보가 그 상대였다.

긴긴 세월 동안 대한민국 보수언론을 대표해온 신문사.

이대로 가다가는 뒤를 이어 중부와 동서 일보도 조국 일보를 따라 참전할 건 불을 보듯 빤했다.

세 곳은 엄연히 따로 떨어져 있는 독립체였지만 또 한편으로는 한몸과 같았다.

그들 모두 비밀리에 여러 포털 언론사를 자회사로 소유하고 있다.

마치 언론계의 특수부대와 같은 그들이 함께 작정하고 공격해 오면 정권의 운명이 위태로워질 정도다.

정권 말기로 접어들면서 레임덕 조짐이 보이고 있다.

그 와중에 터진 비자금 스캔들.

그뿐만이 아니었다.

- 그와 함께 조근영 대통령의 측근인 주순자 씨 딸의 대학 입학이 특혜로 이뤄졌다는 시민 단체의 제보가 있었습니다. 단체에 의하면…….

“이런 썅!!!”

윤병운의 얼굴이 험상궂게 일그러졌다.

선전포고가 날아온 전장을 수습하기도 전에 연속으로 폭격이 이어졌다.

대통령의 아킬레스건이 바로 주순자였다.

그 사실을 청와대에 근무하고 있는 이들 모두가 알았다.

장차관 급의 중요 요직 임명은 주순자의 허락하에 이뤄졌다.

각종 실세들의 낙하산도 상당수가 주순자의 작품이었다.

주순자도 처음에는 몸을 사리며 조심했지만 요근래에는 청와대를 제집처럼 오가며 권력을 행사했다.

오월호 사태의 여파도 아직 가시지 않은 마당에 악재가 터졌다.

“조국 일보……. 니들이! 으드득.”

윤병운이 이를 갈았다.

조국 일보 사주들의 문란한 사생활들을 덮어준 적이 있었다.

증거가 명확했음에도 검찰 측에 압력을 넣어 더 이상의 수사를 차단시켰다.

국민들의 분노에도 귀를 닫고 의리를 지켰던 윤병운과 그 휘하 조직.

“이 파장이 어디까지 튈 줄 모르는 건 아닐 텐데…….”

윤병운은 화가 치밀어 올랐지만 냉정함을 유지했다.

분명 지금 일들은 생각지도 못한 변수였다.

일을 이렇게 만들 때 상대는 레임덕 이상을 노리고 있는 게 분명했다.

“헛……!”

윤병운의 머리에 섬뜩한 생각 하나가 스쳤다.

민정수석실에 발을 들이고서야 알게 된 정보 하나.

대한민국을 움직이는 청와대 주인 말고 보이지 않는 세력이 따로 존재했다.

언급하는 것만으로도 화가 될 수 있다는 비밀에 싸인 조직.

“만약 놈들이 그걸 노린다면……. 꿀꺽.”

윤병운은 마른침을 삼켰다.

아직 자신의 계획은 완성되지 않았다.

이것저것 챙겨 먹어야 할 게 많았다.

서둘러 후배들을 모아 요직에 심어두어야 미래를 대비할 수 있었다.

무르익지 못한 계획이 진행 중인데 이미 시작되어 버린 무차별적인 공격.

“젠장!”

현재 자신이 모시는 주군이 위기에 빠졌다.

선전포고에 이은 무차별적인 공격은 세워 놓은 모든 계획이 수포로 돌아간다는 걸 의미했다.

주르륵.

윤병운의 등 뒤로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띠리리리릿.

그때 울리는 직통 전화.

비서실장의 내선번호가 보였다.

“휴우.”

짧은 숨을 몰아쉬며 마음을 가다듬는 윤병운.

수화기를 들었다.

“윤병운입니다.”

- 민정수석이 뭐 하는 자리입니까! 지금 터진 사건 어떻게 수습할 거예요!

전화를 받자마자 버럭 호통을 치는 비서실장 공길춘.

곧 죽어도 여한이 없을 정도로 정치판에서 굴러온 그는 아직도 권력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었다.

“그게…….”

- 내 방으로 와요! 이대로 놔두면 큰일 나요!

“알겠습니다.”

다른 때 같지 않게 비서실장이 호들갑을 떨었다.

디지털 시대에 접어들었지만 아직도 수첩과 펜을 들고 정무를 진행하는 늙은 정치꾼.

막상 발등에 불이 떨어지자 야단법석을 떨었다.

“누군지 몰라도 난 건들지 말아라……. 절대 혼자 죽지 않는다!”

***

- 보스……. 다시 한 번 고개 숙여 찬양을 올립니다.

핸드폰 너머에서 들려오는 떨리는 로버트 라이언의 목소리.

이스라엘에서 있었던 화끈했던 사건도 벌써 몇 달 전의 일이 됐다.

그날 이후 아사신의 추가 공격은 없었다.

무함마드라는 자는 중상을 입었다.

아무리 흑마법사라 해도 머리통이 수박통처럼 뚫렸으니 타격이 클 것이다.

또 새로운 숙주 몸뚱이를 얻었다 해도 제 몸처럼 길들이는 일도 복잡한 일이다.

잠깐의 시간을 번 셈이다.

그사이 많은 일들이 발생했다.

장로의 배신에 분노한 야훼와 로리아나.

사라를 통해 그쪽 상황을 살짝 전해들었다.

장로급 중에서 상당수가 피의 숙청을 당했다.

야훼는 조상신들 중에서도 성격이 강한 축에 든다.

자신 이외에 후손들 누구도 다른 신을 섬기지 못하게 만들었을 정도다.

그럼에도 장로급들이 그를 속이고 배반을 했다.

악신이 제아무리 인간을 흔들어도 마음속에 어둠의 씨앗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오랜 시간 돈방석에 위에 앉아 살다보니 아주 정신줄을 놓았던 거다.

그때를 교묘히 틈타 악신들이 침투했다.

성전기사단과는 계약을 체결했다.

아공간에 쌓여있던 습작 무기들을 고가에 넘겼다.

현찰 거래는 하지 않았다.

유럽 회사들 중에서 쓸 만한 기업들의 주식이나 각종 채권으로 받았다.

비밀 계좌를 이용해 착실히 쟁여 놓았다.

로리아나도 나의 중요 고객 중 한 명이 됐다.

패키지로 넘겼기에 적당한 날을 잡아 훈련 시켜주기로 했다.

미래를 위한 장기 고객들인 셈이다.

훈련은 간단하게 마력석 몇 개를 풀어 마력 샤워를 시켜주는 것으로 시작할 생각이다.

다들 호흡법은 잘 갈무리하고 있지만 마력을 이용해 좀 더 길을 내주면 최상의 효과를 볼 것이다.

하나하나 다 손을 쓸 필요도 없었다.

고서클 마법사가 되면 그 정도는 마법진으로도 가능했다.

며칠 뒤가 프랑스에서 만나기로 한 그 날이다.

이스라엘을 경유했다 오는 여름휴가 코스다.

대학원 방학이 길었다.

몇 달 동안 아공간을 비워 제법 벌어 놓고 럭셔리 휴가 계획을 짰다.

“로버트 덕분입니다.”

- 아닙니다! 전 도저히 보스를 따라갈 수 없습니다! 세상에 불과 몇 달 만에 이렇게 엄청난 자본금을 몇 배로 불릴 수 있는 천재는 단언하건대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나를 찬양하기 위한 미사여구가 무척 길었다.

물론 나 정도면 그런 칭찬을 받아도 괜찮다.

차일드 가문의 장로들이 로리아나에게서 등을 돌리고 배신하던 순간 상승에 배팅했다.

담고 있던 자본을 몽땅 돌렸다.

환율과 선물 시장이 패닉에 빠졌다.

선물 시장이 매도 우위가 됐을 때 나의 자본은 모두 상승장에 걸었다.

옵션과 선물을 비롯해 가용 가능한 금융 기술 모두를 사용했다.

물론 초대박이 났다.

로리아나가 거절하지 말라던 마음의 선물.

그건 바로 내 자금에 대한 방임이었다.

아무리 내가 잘나도 차일드 가문과는 비교 자체가 불가능했다.

로리아나는 내 투자 형태를 간파했다.

가진 바 힘으로 찍어 누를 수 있었음에도 개입하지 않았다.

덕분에 난 기존 자본금의 세 배 정도 자금을 더 불릴 수 있었다.

이런 비상식적인 사태는 과거 생에 결코 없었다.

마지막 만찬 같았다.

나비 효과를 훌쩍 넘어섰다.

이제 나도 미래를 안다고 섣불리 투자판에 뛰어들 수 없는 입장이 됐다.

파이가 커질수록 운신 폭은 더 좁아졌다.

애들 푼돈이나 탐내던 시절은 끝났다.

이제는 당당히 판돈을 들고 도박판에 뛰어들어도 될 정도가 됐다.

로리아나가 대놓고 보이는 호의를 기꺼이 받아들였다.

자존심을 세울 필요가 없었다.

그만큼 당당했다.

“기본 투자 형태로 돌아가십시오. 당분간 안전하게 운용합니다.”

- 알겠습니다.

로버트 라이언은 자기 자본을 굴리지 않았다.

내가 지불한 연봉만으로도 충분히 슈퍼리치가 됐다.

“선별한 업체 투자 보고서를 좀 더 꼼꼼하게 제출해 주십시오.”

- 바로 처리하겠습니다.

2016년에 본격적으로 회자되는 4차 산업혁명.

내가 회귀하면서 예측했던 과학 혁명들이 하나둘씩 결과를 드러냈다.

차세대 배터리 분야와 자율주행, 태양 전지, 인공지능, 생명공학, 무경계로 변모하는 세계 시스템까지.

미리 기술들을 선점했다.

보이지 않는 큰손이 된 셈이다.

차일드 가문도 예측하지 못한 기술들을 내가 품었다.

성과는 기대하는 만큼 보였다.

발론 머스크는 엘자에서 개발한 배터리를 장착했다.

태양전지에 대한 공장도 건설 중이다.

슈퍼컴퓨터를 넘어서는 양자 컴퓨터 분야에 온시은을 투입했다.

대한민국 기간산업의 뼈대라 할 수 있는 중요 기업들을 인수하는 일도 거의 마무리 됐다.

각 그룹들의 생산 분야도 동시에 조절했다.

오정과 연대, 엘자의 회장들은 내 말에 귀를 기울였다.

벌어들이는 천문학적 자금으로 그룹 지분 상당수를 인수했다.

“정치 문제는 지시한 대로 하면 됩니다.”

- 넵! 보스!

트럼프의 돌풍이 계속 이어졌다.

힐러리가 곤혹스러워한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아메리카 대륙 신들이 트럼프를 미국 시민권자들에게 선물했다.

찍어 먹어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미국의 배부른 시민들.

그들은 꿈에도 몰랐다.

권리를 남용하면 하늘과 땅이 뒤집어진다는 사실을 말이다.

띠릭.

통화가 끝났다.

- 형님! 뉴스 보셨어요? 이거 심상치 않은데요.

내 자리에 앉아 인터넷 뉴스를 보고 있던 장립.

내가 회귀한 존재임을 모르는 귀신은 대한민국 정치판 돌아가는 상황에 호들갑을 떨며 입을 열었다.

“무슨 문제라도 있어?”

- 대통령에 대한 치부가 막 공개되고 있습니다. 조국 일보가 대통령 쪽 아닌가요?

장립이 대한민국에서 귀신으로 살아가더니 이제는 꽤 많은 걸 알았다.

“맞아.”

- 그런데 서로 왜 총질입니까?

“권력.”

길게 답할 필요가 없었다.

권력을 놓고 벌이는 한판 전쟁이었다.

이제 화려하게 축제가 시작된 것이다.

띠리리리리리리.

스마트폰이 울렸다.

떠오르는 번호.

피식 웃음이 나왔다.

가볍게 통화 버튼을 터치했다.

“장태산입니다.”

- 나……야.

몹시 당황한 듯한 상대 목소리가 들렸다.

평소와 달리 기가 팍 죽은 그녀.

“무슨 일 있습니까?”

시치미를 떼고 물었다.

그 순간.

- 장태산……. 나 좀 도와줘!

회귀의 전설 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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