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76장. 신 길동전(7).
“풉!”
사라는 참지 못하고 급기야 헛웃음을 터트렸다.
지금까지 살다가 처음 겪어보는 대환장 파티다.
미국에서도 총기 사고는 수시로 일어나는 일이다.
하지만 지금 겪고 있는 사건은 황당하기 이를 데 없는 히어로 영화 저리 가라 할 수준이다.
중세 갑옷을 입은 기괴한 존재들에 유령, 그리고 마법까지 눈앞에서 펼쳐졌다.
피비린내가 난무하고 실제 목숨이 경각에 달렸다.
믿고 따라왔던 야훼바트 로리아나는 아무것도 못 하고 있었다.
휴가지에서 한 번 본 적이 있는 프랑스 귀족 루이스라는 자는 기사들을 이끌고 나타났다.
그리고 상대는 어이없게도 전설의 아사신.
평범한 사람들에게는 그저 상상 속 존재로 여겨지는 그들은 기괴한 공포 그 자체였다.
믿을 수 없지만 실제로 죽은 자들이 되살아났다.
21세기 첨단 과학문명이 발달한 현시대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대사건이었다.
눈으로 직접 보고도 믿기지 않았다.
사라는 다니엘이 마법 시전을 하는 순간부터 이미 상황을 이해하는 데 버퍼링이 걸려버렸다.
더 이상한 일은 상식을 넘어서는 이 모든 것들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의심스러운 일들은 다니엘을 처음 만날 때부터 지속됐다.
나이도 어린 동양 남자가 세계적인 거장들의 작품을 거침없이 모사해 냈다.
당시 거장들이 앓았던 병명까지 거론하는 그는 꼭 환생자 같았다.
그리고 오늘은 이런 위험 속에서도 의연하게 블랙 코미디를 연출했다.
죽음의 냄새가 물씬 풍기는 무함마드라는 자 앞에서도 다니엘은 특유의 유머를 고수했다.
더욱이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서 무기를 만들어 내는 신기한 장면까지 연출했다.
이제는 그를 상대로 어떤 상상을 하는 일을 포기하기로 했다.
마치 다른 세상에서 건너온 듯, 진짜 기사 같은 다니엘.
‘당신을 믿어요!’
그와 함께라면 이제는 어떤 위험도 견뎌낼 수 있을 것 같았다.
지금도 시크한 미소를 띠고 창을 뽑아들며 아사신을 향해 히어로들만의 멘트를 날렸다.
갓 30대에 접어든 사라지만 다니엘 앞에서는 소녀 감성이 됐다.
그건 옆에 있던 로리아나도 마찬가지.
평소 감정 표현이 서툰 로리아나가 다니엘을 뜨거운 시선으로 바라봤다.
그 눈빛은 누가 봐도 사랑에 빠진 여인의 것이었다.
야훼의 선택을 받은 로리아나는 여성체다.
저렇게 멋진 남자에게 끌리는 게 당연한 우주의 섭리일 것이다.
‘다니엘…….’
그 입장은 비비안도 마찬가지다.
가출 당시 만났던 운명의 남자.
그와 함께했던 시간이 빠르게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갔다.
무엇보다 지금은 목숨이 경각에 달렸다.
무함마드라 불리는 아사신의 능력은 가히 경이로웠다.
비비안의 미래 투시로도 그로 인한 위험을 발견하지 못했을 정도다.
다만 이스라엘에서 다니엘과 만나게 되는 걸 예시로 봤을 뿐이다.
한 가지, 야훼의 음성도 들었다.
그렇지만 이렇게 큰 위험이 도사리고 있으리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지금까지 대면해 왔던 아사신들 중에 가장 강한 축에 드는 무함마드.
놈과 얽히는 미래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
그건 비비안의 능력을 벗어난 존재라는 의미였다.
상황이 그러함에도 비비안은 왠지 모를 평안함을 느꼈다.
놈이 쳐놓은 무형의 힘에 의해 옴짝달싹할 수 없는 지경이지만 그 또한 괜찮았다.
보란 듯이 창을 들고 무함마드를 조롱하는 다니엘.
그와 눈이 마주쳤다.
눈빛으로 다니엘의 마음의 소리가 전해졌다.
자신을 믿고 조금만 더 힘을 내 기다리라고 했다.
***
- 전문 퇴마사요? 길동 형님……. 방금 그 대사 닭살 돋았습니다.
귀신이 뒤에서 중얼거렸다.
나 틀린 말 안 했다.
무함마드라 불리는 검은 성전의 수호자는 보통의 우리와 같은 인간이 아니다.
여러 가지 흑마법으로 인간의 탈을 바꿔가며 지금까지 수명을 이어온 자다.
한마디로 진작 지옥으로 돌아갔어야 할 존재다.
“크크크크크크크크…….”
찔리는지 놈이 날 노려보며 웃는다.
“짝퉁. 쪼개기는.”
가볍게 비웃음을 날렸다.
파바바밧.
죽일 듯 나를 노려보는 놈의 새파란 안광.
“네놈 입은 내가 직접 찢어주지!”
놈은 웃고는 있지만 열받은 상태다.
그리고.
“죽여라! 타락한 수호자들이여! 너희들을 죽음의 사도로 임명하노라!!!”
무함마드가 손을 들어올리며 썩은 시체들을 축복했다.
파앗! 파아아앗!
버프를 받아 검은 오라를 풍기는 아사신의 괴물들.
“쿠아아아아아아아!”
“주…… 죽…… 어…… 라!”
타다다닥.
지령을 받은 놈들이 거침없이 돌격해 왔다.
쇄애앳.
지면에서 썩은 다리가 뜬 채 날다시피 빠른 속도로 공격을 퍼부었다.
“방어 대형으로!!!”
에두아르가 성전기사단을 지휘했다.
이번에야말로 점수를 좀 따려는지 로리아나와 우리를 보호 대형으로 감쌌다.
“오직 영광의 주인을 위하여!”
“위하여!!!”
에두아르의 지휘를 받은 기사들이 함성을 질렀다.
그 순간!
콰장차자자자자장!
서로의 방패와 검들이 난무하게 부딪쳤다.
검고 푸른 불똥이 사방에 튀었다.
“죽어라 괴물들아!!!”
기사들은 성수의 영향을 받아 무척 용감해졌다.
아사신 수하들에게도 쉽게 밀리지 않았다.
이계 성수는 지구에서도 효능이 좋고 잘 통했다.
선신들이 제조한 것들이다 보니 초록은 동색이라고 그 효과를 톡톡히 드러냈다.
“죽여! 죽여! 죽여!!!”
마함마드가 대형의 부딪침을 보며 발악하듯 외쳤다.
연신 놈의 몸에서 뿜어져 나온 새카만 기운이 아사신들에게 힘을 더했다.
“카아아아아아아아아!”
그때마다 다시 기운을 차리며 우렁차게 포효하는 괴물들.
콰아아아앙! 카가가강!
재차 강해진 놈들의 칼질이 쏟아졌다.
“아아악!”
“크아악!”
차차 성전기사들이 밀리고 있었다.
살인의 광기밖에 남아있지 않은 놈들의 기세는 죽음을 뚫고 나온 자들답게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없었다.
그에 반해 살아 있는 인간으로 고통의 근본인 피와 살로 이뤄진 기사단은 여러 측면에서 두려움에 휩싸이고 있었다.
방패와 갑옷이 무참히 뚫렸다.
“막아!!!”
“힘을 내라 기사들이여!!!”
루이스와 에두아르가 몇몇 기사들의 빈자리를 메웠다.
파가가각!
마나를 사용하며 시체인지 괴물인지 모를 것들의 몸뚱이를 공격했다.
제법이었다.
그러나 두 사람의 힘만으로는 어림없었다.
- 길동이 형님!!!
타이밍을 맞춰 등장할 순간을 이제는 귀신도 알았다.
더 이상 보고만 있다가는 미래 고객들이 남아나지 않을 듯싶었다.
파이어 볼!
가볍게 화염계 마법을 펼쳤다.
화르르르르르르.
허공에 모습을 드러낸 수십 개 화염 덩어리.
달빛까지 흡수해 반사시키며 전장을 낮처럼 환하게 밝혔다.
“태워라!”
쇄애애애앳.
축구공만 한 불덩이 수십 개가 썩은 괴물들을 향해 날아갔다.
퍼엉! 퍼버버버버버버벙!
고서클 마법사의 화염계 마법은 인간이 상상하는 차원에서 가늠할 수 없었다.
열을 올리며 공격하던 아사신 괴물들의 몸뚱이에 부딪치며 시원하게 폭발했다.
“으앗!!!”
“으헛!”
괴물들이 화염에 휩싸이자 맞부딪쳐 싸우던 기사들이 몸을 뺐다.
화르르르르르르르르.
사방에서 맹렬하게 타오르는 마법의 불꽃.
“케에에에에에에에…….”
“쿠아아아아아아!”
아사신 괴물들이 여기저기서 불길에 휩싸이며 주춤주춤 뒤로 물러나 비명을 질렀다.
- 오! 네가 부르는 네 이름은 정화의 불꽃이여! 정녕 아름답도다!!!
귀신이 분위기 파악 못 하고 시를 읊었다.
썩은 시체가 타면서 유해 가스 못지않은 매캐한 냄새를 풍겼다.
악성 폐기물을 태울 때 나오는 독연이 따로 없다.
“크크크크크크……. 마법 실력이 제법이구나.”
어라? 저 자식 표정은 뭐지?
무함마드는 자신이 부리던 수하들이 눈앞에서 불에 타도 어떤 대응도 없이 바라만 봤다.
- 허어억! 혀, 형님!!!
그때 귀신이 화들짝 놀랐다.
“으음…….”
물론 내 입에서도 신음이 흘러나왔다.
순식간에 탈 만한 것들은 다 타버린 아사신의 괴물들의 몸뚱이.
앙상한 뼈다귀만 남았는데 놀랍게도 쓰러지지 않았다.
태울 수 있는 모든 걸 태우고 난 뒤 그 모습을 드러낸 뼈다귀들.
SF영화에서나 연출되는 해골 병사들의 모습과 똑같았다.
“어둠의 자식들이다. 그깟 마법에 소멸될 것 같더냐?”
그래 나도 이 정도로 이 판이 끝날 거라고 기대 안 했다.
어둠의 씨앗이 싹 튼 마당에 그것들이 한 방에 회개할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 안 했다.
마법 한 방에 소각 가능하면 며칠 동안 고생한 것에 대한 대가로는 만족스러운 결과가 아니었다.
따각따각따각.
새카만 어둠의 힘에 의해 조종되고 있는 해골 병사들의 주둥이가 따각거렸다.
“으으…….”
그 기괴한 상황 앞에 성전기사단 기사들이 신음을 흘렸다.
그들의 눈에 화염에도 소각되지 않는 아사신 괴물들은 불사신처럼 보일 것이다.
“성전의 수호자들아! 저들을 죽여라! 피를 빨아 마시고 심장을 꺼내 씹어라! 너희들에게 강인한 육체를 선물로 허락하노라!”
무함마드가 뼈다귀들을 향해 다시 축복을 내렸다.
파아아아아아앗.
놈의 몸에서 풍겨 나오는 강력한 악신의 힘은 강력했다.
저 정도면 이계에서도 잘나가는 흑마법사에…….
“어!”
갑자기 번쩍하고 생각 한 자락이 뇌리를 스쳤다.
그리고 무함마드를 다시 면밀히 살폈다.
“어이! 무함마드.”
놈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날 쳐다보는 무함마드.
“너 혹시…….”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었다.
“!!!”
표정을 바꾼 것만으로도 흠칫 놀라는 놈.
- 뭐요? 그게 뭡니까?
상황 돌아가는 모양새가 의아한 듯 귀신이 물어왔다.
“크크크크크크.”
대꾸하는 대신 묘한 웃음을 흘리며 웃는 무함마드.
놈의 웃음을 보자 확신이 들었다.
무함마드는 내가 지금 예상하고 있는 그 존재가 맞을 것이다.
지구에서 이 정도 흑마법을 펼칠 수 있는 자는 있을 수 없다.
“비밀을 많이 알고 있구나.”
무함마드가 악독한 눈빛을 빛냈다.
구체적으로 뭔지 모를 사악한 계획을 들켰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어차피 내가 이 현장에 다시 태어난 것도 자연법칙에 맞지 않는 사건이다.
지구인들 상당수가 상상도 못 한 일들이 지금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외계인도 종종 발견되는 마당에 무함마드의 사례는 일도 아니다.
스윽.
창을 단단하게 손에 쥐었다.
“저놈을 죽여라!!!”
무함마드가 따각거리는 해골 병사들을 향해 나를 지목하며 명령했다.
따닥 따다다닥.
뼈다귀들이 이빨을 보이며 웃는 것인지 우는 것인지 모를 표정을 지었다.
별 시답잖은 것들이 그것도 입이라고 쪼갠다.
이럴 때 필요한 단 한 가지.
터엉!
곧장 자리를 박찼다.
허공에 가볍게 붕 뜬 나의 신형.
단숨에 기사단 무리를 건너뛰었다.
그리고.
파아아아앗.
무쇠창에 올올이 깃드는 새파란 내공.
“터져라!!!”
그대로 선두에 달리는 뼈다귀 해골을 향해 창끝을 내리꽂았다.
회귀의 전설 2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