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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74장. 신 길동전(5). (1,058/1,284)

1074장. 신 길동전(5).

‘이곳이야!’

비비안은 통곡의 벽을 보며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이스라엘에 오빠와 함께 들어왔다.

위험하다는 이유로 외출 금지는 물론 성전기사단의 비밀 안전가옥에만 머물기로 했다.

하지만 끊임없이 비비안을 부르는 소리에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알 수 없는 힘이 자꾸 비비안을 불렀다.

프랑스에서부터 시작된 그 목소리.

많은 것이 보이지는 않았다.

오빠에게는 이스라엘에 각종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고 말했다.

동시에 그 위험 요소가 기회가 될 거라고 얘기했다.

야훼를 직접 도울 만한 일들이 성전기사단에 많지 않았다.

재력부터 시작해 모든 부분에서 밀렸다.

이번 기회에 어떤 형태로든 야훼에게 빚을 안기면 기사단의 미래가 지금보다는 밝을 것이다.

빠르게 이동해 온 이스라엘.

안전가옥에 머물고 있던 비비안은 그 목소리에 이끌려 통곡의 벽 앞까지 왔다.

오빠는 기사들과 함께 성전산으로 향했다.

기사단에게도 예루살렘은 중요했다.

한때 성전기사단도 예루살렘과 그 인근에서 힘을 과시했을 때가 있었다.

몇 차례 대규모 전투를 통해 뺏고 빼앗겼던 예루살렘.

십자군 전쟁이라는 역사를 남기기도 했다.

“비비안님. 위험합니다. 이만 돌아가시죠.”

사방을 매서운 눈빛으로 경계하던 기사단원 두 사람.

비비안을 경호하기 위해 함께 안전가옥에 남은 사람들이었다.

갑작스럽게 외출을 시도한 비비안을 호위했다.

그들 역시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기사단장의 딸인 비비안이 갖고 있는 특수 능력에 대해서는 기사단에도 소문이 자자했다.

루이스와 함께 기사단의 미래를 이끌 인재였다.

“리치몬드 경. 저곳을 파주세요.”

“네?”

“부탁드려요.”

통곡의 벽은 저녁이 되면 출입이 금지됐다.

하지만 어둠 속 장막에 위치한 한 장소를 가리키는 비비안.

기사단원이 허리에 차고 있던 단검을 뽑아들었다.

푹! 푹!

요즘 수련하고 있는 기운을 담아 땅을 찔렀다.

순식간에 1미터 가까운 구덩이가 파헤쳐졌다.

깡!

그때 무언가 검끝에 부딪치는 소리가 들렸다.

“빨리 파내주세요!”

비비안이 다급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야훼였어! 날 이곳까지 불러낸 존재가!’

야훼가 비비안에게 도움을 청했던 것이다.

그 사실을 깨닫고 비비안은 거절하지 않았다.

아니 도리어 흥분되었다.

미래를 볼 수 있는 자신에게 야훼가 선물을 안길 게 확실했다.

야훼를 저주한 그 무엇이 이곳에 묻혀 있음이 확실했다.

“네!”

이상함을 감지한 기사가 힘껏 검으로 바닥을 찍는 순간.

푸우욱!

기사의 머리통에 박힌 굵은 검 한 자루.

파르르르.

파던 자세 그대로 기사의 몸뚱이가 움직임을 멈췄다.

“아악!”

한껏 기대에 차 있던 비비안이 날카로운 비명을 질렀다.

“누, 누구냐!!!”

비비안 옆에 있던 경호원이 총을 빼들었다.

아사신을 상대하기 위해 은탄을 장착해 놓은 기관단총.

“흐흐흐흐흐. 기다리던 쥐새끼가 나왔군.”

어둠 속에서 걸어 나오는 새카만 그림자 하나.

기사의 머리에 박혀 있던 검을 다시 뽑아들었다.

뚝뚝, 붉은 피가 흥건하게 바닥에 흘렀다.

“아사신!”

경호 기사가 그림자의 정체를 알아봤다.

새카만 로브로 전신을 가리고 있었다.

풍겨 나오는 사악한 기운이 주변 어둠 속에서도 장막을 두른 듯 일렁였다.

평범한 자가 아니었다.

“피하십시오!”

기사가 비비안을 향해 외쳤다.

그리고.

드르르르르륵.

동시에 총탄을 무차별적으로 갈겼다.

최소한의 시간을 벌기 위한 계책이었다.

촤아앗.

로브 자락을 휘날리며 얼굴을 가리는 아사신.

터더더더덩.

놀랍게도 총탄은 로브를 뚫지 못한 채 튕겨져 나와 바닥에 떨어졌다.

“헛!”

예기치 못한 상황에 기사가 크게 놀랐다.

퍽!

그 순간 아사신이 한순간 공간을 압축해 오며 기사의 목을 움켜쥐었다.

저항할 시간도 없었다.

“수백 년을 살아온 나에게 그따위 물건이 통할 것 같나?”

“켁! 케에에에엑.”

목뼈에 가해지는 압력에 얼굴이 새하얗게 변하며 겨우 숨을 토하는 기사.

우두두둑.

아사신의 손에 붙들린 채 목뼈가 천천히 꺾였다.

툭.

그리고 이내 부러지는 단단한 기사의 목뼈.

“다, 당신은…….”

모습을 지켜보던 비비안은 사시나무처럼 벌벌 떨었다.

그 순간 그녀의 눈에 보이는 환상 하나.

“난 검은 성전의 수호자 무암마드 압둘 하리스……. 널 미끼로 포획하겠다. 크하하하하하하!”

***

- 스물셋!!! 역시 길동 형님이십니다!

상대해 보니 이계 오크 전사만도 못한 놈들이었다.

도끼질 한 번에 한 놈씩 쓰러졌다.

딱 몸 풀기용에 지나지 않았다.

“이겼습니다!”

“아사신들을 물리쳤습니다!!!”

기사단원들이 방패와 무기를 거두고 활기찬 표정을 지었다.

그들 주변에 수십 구의 아사신 시체들이 널려 있었다.

“괜찮으십니까?”

일찍도 물어 본다.

루이스가 다가오며 로리아나를 챙겼다.

“도움…… 감사합니다.”

로리아나의 말투가 몹시 사무적이다.

“아닙니다.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루이스도 애 아빠 되더니 많이 뻔뻔해졌다.

위기가 닥쳤을 때는 자기들끼리 뭉치기 바쁘더니 이제와서 당연한 일이란다.

“에두아르 경.”

검을 닦고 있는 에두아르를 불렀다.

“다니엘.”

에두아르가 검을 닦다 날 봤다.

“비비안은 같이 안 왔습니까?”

에두아르가 루이스의 눈치를 봤다.

“같이 왔습니다.”

튕기듯 루이스가 답했다.

“어디 있습니까?”

“안전한 곳에 있으니 걱정 마십시오.”

로리아나를 대할 때와 다른 루이스의 말투.

나에 대해서 썩 좋은 감정이 아닌 걸 느낄 수 있었다.

“그렇다면 다행입니다.”

루이스의 말에도 뭔가 기분이 찝찝했다.

불시에 비비안의 얼굴이 뇌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불길할 때마다 가동되는 촉이다.

“마가 장로……. 당신의 불충과 불의는…… 가문 대대로 속죄해야 할 겁니다!”

로리아나는 마가 장로를 보며 싸늘하게 말을 내뱉었다.

“흐흐흐. 과연 그럴 수 있을까요?”

마가 장로는 돌아가는 판을 보고도 꿈쩍도 하지 않았다.

- 뭘 믿고 저러죠?

귀신도 이해가 안 된다는 듯 물어왔다.

누구 봐도 아사신의 패배가 확실했다.

하지만.

투두두둑.

느닷없이 발밑의 지반이 요란하게 흔들렸다.

그리고.

콰득 콰드드득.

이게 어찌 된 일인가.

쓰러져 있던 아사신의 시체들이 땅 밑으로 꺼졌다.

시커먼 오라들이 나타나 시체들을 끌고 들어갔다.

“헛!”

“이게 무슨!!!”

기사들도 그 광경에 기겁했다.

몹시 기분 나쁜 느낌의 정체 모를 것이 드러났다.

끝난 게 아니라 본 게임은 이제 시작이었다.

하긴 죽어나간 놈들은 내가 마주했던 아사신들과 비교했을 때 약했다.

“전투 준비!!!”

에두아르가 급히 다시 전투 준비를 명했다.

으드득 으적 으적.

땅 밑에서 무언가 씹혀 먹는 소리가 들렸다.

- 이게…… 무슨 소리입니까?

들어가 봐.

직접 보고 얘기해 줘.

-저 지하공포증 있지 말입니다.

귀신이 화들짝 놀라 허공으로 치솟았다.

치지지직.

- 아악!

하지만 일정 이상 위로 날지 못했다.

짧은 전기파장과 함께 귀신이 비명을 지르며 내 옆으로 다시 날아왔다.

- 형님……. 하늘에 새카만 장막이 쳐졌습니다!

이제야 기다리던 놈이 등장하려는 조짐이었다.

“오! 이제 그분이 오셨습니다!”

마가 장로의 얼굴에 반색이 돌았다.

“누가 온단 말이더냐!”

루이스가 당황하며 황급히 물었다.

“보면 알게 된다……. 흐흐흐.”

마가 장로의 표정은 더욱 사악해졌고 웃음 또한 음흉하게 변했다.

한마디로 재수 없었다.

배신자 주제에 희망에 부풀어 올라 있었다.

“로리아나.”

“네. 다니엘.”

“내가 처리해도 돼?”

“……원하신다면.”

“고마워.”

짧은 대화로 서로가 바라는 마음이 통했다.

“어이 빠가!”

“무슨 헛소리야!”

“이거나 처먹어!”

손에 들린 도끼를 가차 없이 날렸다.

쇄애애애애앳.

엄청난 속도로 날아가는 도끼.

“!!!”

불의의 기습에 마가 장로가 화들짝 놀라는 게 보였다.

피할 수 없는 속도와 파괴력.

카아아아앙! 

그 순간 불똥이 튀었다.

- 헛! 

신음은 귀신이 대신 터트렸다.

마가 장로의 주변 허공에서 갑자기 쑥 튀어나온 손 하나가 내가 날린 도끼를 잡아챘다.

파지지지지직.

상반된 성질의 기운들이 부딪치며 불꽃이 튀었다.

나와는 상극이라는 소리였다.

“괜찮은 놈이군……. 크크크.”

공간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한 존재.

검은 로브로 온몸을 감쌌다.

손에 들린 내 도끼를 보고 만족스러운 눈빛을 띠었다.

- 거지도 아니고…….

귀신이 분위기 파악 못 하고 쫑알거렸다.

“떠도는 잡귀 주제에 겁을 상실했군. 크크크.”

장립을 알아봤다.

- 혀, 형님!

바로 겁을 먹고 꼬리를 마는 똥개 수준의 장립 귀신.

방금 전까지 보였던 기세는 온데간데없고 내 뒤에 바짝 붙으며 숨었다.

“볼일 다 마치셨습니까?”

마가 장로가 겸손한 태도로 로브를 두른 상대를 대했다.

“맛 좋은 미끼를 잡아 왔지.”

미끼?

- 어라! 저 뒤에 여자는…….

허공에 보이지 않는 어둠의 줄로 단단하게 묶여 있는 한 여인.

젠장!

“다……니엘…….”

눈이 마주치자 그녀가 날 불렀다.

그리고.

드드드드드드드득.

기다렸다는 듯 대지가 들썩이더니 본 게임 캐릭터들이 속속 나타나기 시작했다.

회귀의 전설 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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