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69장. 신성 저주(5). (1,053/1,284)

1069장. 신성 저주(5).

“도망을 갔다 이거지. 후후훗.”

이브라임은 비웃음을 날렸다.

압둘라가 영혼 조종 전문이라면 이브라임은 정보 획득에 천부적인 재능을 갖고 있었다.

타다다닥.

스마트폰 비밀 대화창을 통해 올라오는 중요 정보.

미국에 있는 아사신의 네트워크를 이용해 야훼 바트가 현장을 떠났다는 걸 알아냈다.

상부의 직접 지시로 조금 전 LA공항에서 긴급 이륙했다는 자가용 비행기.

“야훼의 계집! 넌 이번에 반드시 죽는다!”

오늘을 위해 아사신은 모든 역량을 아끼지 않았다.

오늘 투입된 아사신의 전력만 해도 상당했다.

그럼에도 그 틈을 노리고 도망친 야훼 바트.

물론 그에 대한 대비는 되어 있었다.

“운이 좋은 계집이야.”

피로도가 높아진 압둘라가 입맛을 다셨다.

흑마법을 이용해 의식을 갖고 있는 인간들을 조정하고 그들을 현장에서 뜻대로 지배하는 일은 엄청난 힘이 소모됐다.

철저하게 방비한다고 했는데 어떻게 도망을 쳤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미국 측 군인들은 물론 야훼의 종들의 정신까지 모두 지배했었다.

야훼의 보호막이 사라진 상태였기 때문에 어느 때보다 그들의 의식을 지배하는 일은 간단했다.

그럼에도 쥐도 새도 모르게 모습을 감춘 야훼 바트.

어둠의 손아귀를 벗어나 미국을 떴다.

“우리도 갈까?”

“아직 관광도 못 했는데. 크크크.”

“이스라엘도 괜찮지.”

“물론이지.”

아사신의 흑마법사들도 상위급이 되면 인간적인 이성을 온전하게 소유하게 된다.

하위 개체들이나 짐승의 형태로 변한다.

압둘라와 이브라임은 무자히드가 새롭고 강력한 어둠의 힘을 이용해 만들어 낸 흑마법사였다.

“야훼 바트…… 넌 죽는다! 이스라엘이 네 무덤이 될 것이다.”

“그분께 영광을!”

“영광을!!!”

***

“야훼의 성막이 훼손되다니…….”

“신실한 요한 장로가 바트를 공격했다는 게 믿어지지 않습니다.”

“아사신이 언제 이런 수준까지 성장했단 말입니까?”

“지금 바트께서 어디에 계시는지……. 하아.”

차일드 가문의 직계 핵심들이 모인 예루살렘의 지하 깊숙한 회의실.

모두가 침중한 표정을 지우지 못했다.

상상할 수도 없었던 일이 벌어졌다.

때로는 성장을 위해 고난을 주시기도 하지만 절대로 자식들을 버리지 않는 야훼.

그분의 보호막이 훼손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야훼 바트 만큼은 아니었지만 매일처럼 기도로 살아가는 장로들이었다.

상황이 이렇게 된 것에 뭔가 이상한 기류를 감지했다.

이 일에 대해 오바마로부터 긴급 연락을 받았다.

야훼 바트가 미국에서 공격을 받고 이스라엘로 돌아가고 있다는 믿을 수 없는 전갈이었다.

부랴부랴 모든 정보력을 동원해 사태 파악에 나섰다.

그리고 파악하게 된 내막.

미국 정부에서 보낸 특수부대원뿐만 아니라 최측근 장로까지 아사신의 힘에 의해 오염되었다.

다행히 필사의 순간 그 자리를 벗어났지만 생각만으로도 끔찍한 결과를 초래할 뻔했다.

야훼 바트이면서 동시에 차일드 가문의 수장이었다.

직계에게만 허락된 자리.

누구도 수장의 자리를 대신할 수 없었다.

야훼께서 성령으로 임해 적임자를 점찍어야 그 자리를 수행하는 게 가능했다.

만약 수장이 사라지면 차일드 가문과 그에 딸린 사업체들은 연쇄 부도를 맞듯 분열될 것이다.

지금까지 축적해온 부의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누구도 제대로 파악할 수 없을 정도다.

연관된 모두가 신실한 야훼의 종이라 말할 수 없었다.

기회를 틈타 자신의 가문과 개인의 영달을 위해 차일드 가문에서 등을 돌리려는 자들이 나타날 건 불을 보듯 빤했다.

현재 취할 수 있는 건 빠른 수습만이 방책이었다.

수장의 부재가 밖으로 알려지면 세계 금융이 흔들릴 게 자명했다.

당장 누군가에 의해 환율 시장이 미친 듯 요동치고 있다.

백악관이 나서서 소문을 차단했지만 알게 모르게 정보가 새나가고 있었다.

이미 1시간 전부터 환율 시장이 요동쳤다.

미국 채권 투매 조짐이 보였다.

금값이 오르고 오일류가 폭락했다.

이건 시작에 불과했다.

전장에서 지휘관이 사라지면 당연히 벌어지는 사태.

“전사들도 아니고 도대체 누구와 함께 이동하는지…….”

“오바마와 통화를 했다고 하니 기다려봅시다.”

“비행기 추적이 불가능하다면서요?”

“다른 곳에서 갈아탈 수도 있습니다.”

“우리의 죄가 가볍지 않습니다.”

“이 또한 야훼의 시험이 아니겠습니까.”

빠듯한 대책이 없었다.

이 순간 야훼 바트의 중요성을 장로들은 뼈저리게 깨닫고 있었다.

실종 상태만으로도 모두 나아갈 방향을 잃고 우왕좌왕했다.

“총리에게 말해 계엄령을 선포해야 할 것 같습니다.”

“아직 시기상조입니다.”

“맞습니다. 우리의 약점이 노출되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릅니다.”

“설마 겁도 없이 과거처럼 공격하지는 않겠죠. 핵무기도 있는데.”

“미래 일은 모르는 겁니다. 놈들은 언제나 비이성적이었습니다.”

“IS 준동도 심각합니다. 놈들의 총부리가 우리를 향할 수 있습니다.”

중동은 곳곳이 화약고나 진배없었다.

야훼 바트의 부재가 그쪽까지 새어나가게 되면 아예 지옥문이 열릴 것이다.

뚜루루루루루루루루.

그때 울리는 누군가의 스마트폰.

이스라엘에서 야훼 바트의 부재로 현재 상황을 지휘하고 있는 야곱이 급히 액정 화면을 살폈다.

바트만이 사용하는 특수 기호와 숫자가 떴다.

“바트!!!”

“오!!!”

“어서 받으십시오!”

모두들 애가 바짝바짝 타는 상황.

띠릭.

통화 버튼을 누르는 야곱.

“바트시여 무사하십니까?”

- 스피커폰을 작동하세요.

“넵!”

- 형제들이여 들으십시오.

“하명하십시오.”

모두들 이구동성으로 재빨리 대답했다.

- 이 시간부로 형제들의 모든 활동을 중지합니다. 조용히 장막에 숨어 야훼께 참회 기도를 올리십시오.

“???”

생각지 못한 갑작스런 야훼 바트의 명령이었다.

그 명령 자체가 이해하기 힘들었다.

지금과 같은 위기에서 장로들까지 손을 놓으면 가문이 위태로워질 수 있었다.

그런 상황에 장막에 숨어 기도하라는 명령이 내려졌다.

- 악마들이 지옥에서 뛰쳐나왔습니다. 그들은 보이지 않는 가면을 썼습니다. 누구도 믿어서는 안 됩니다. 지금 이 통화를 듣고 모두 안식처로 돌아가세요, 만약…… 내 명령을 어기는 자가 있다면 그가 바로 악마의 조종을 받는 자라 취급할 겁니다.

“!!!”

야훼 바트의 강력한 메시지가 담긴 경고이자 명령.

- 거역하시겠습니까?

준엄한 목소리가 다시 한 번 확인에 들어왔다.

“따, 따르겠습니다!”

모두들 숨죽이며 고개를 조아렸다.

- 이 또한 야훼의 시험이십니다. 믿음을 의심치 마십시오. 환란이 지나면 언제나 그러하듯 야훼께서 큰 팔로 안아주실 겁니다.

의외로 담담한 야훼 바트의 목소리.

- 야훼를 찬양합니다!

회의실에 울리는 경건한 장로들의 음성.

전화상임에도 불구하고 누구 하나 고개를 들지 못했다.

하지만 고개 숙인 자들 틈에서도 곤혹스러워하는 한 명이 있었다.

그는 고개를 숙인 채 지그시 입술을 깨물었다.

***

- 콜 옵션을 구매하라는 말씀입니까?

“네.”

- 지금 곳곳에서 정체 모를 투매 현상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감히 저희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닙니다.

로버트는 겁을 먹은 상태였다.

상황이 이렇다면 로리아나가 공격당했다는 정보가 샜을 것이다.

때를 알고 금융 시장에서 전쟁이 발발했다.

차일드 가문의 수장에게 일이 생기면 세상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 될 것이다.

보이지 않는 균형추의 핵심이 바로 로리아나였다.

균형을 잡고 있던 추가 사라지면 나타나게 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었다.

“각종 선물과 환율은 며칠 내로 안정될 겁니다.”

확신을 갖고 말했다.

대박 기회가 다시 찾아왔다.

지금 현상은 분명 과거에 없던 사건이다.

이런 기회를 놓치면 참으로 어리석은 자 인증이다.

- 알겠습니다…….

로버트가 다소 자신 없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는 내키지 않겠지만 강력한 한 방을 지시했다.

자산을 뻥튀기하는 데 지금처럼 좋은 기회가 없었다.

잠시 스마트폰을 이용해 검색한 세계 금융시장의 현재 상황.

환란의 조짐이 낱낱이 보였다.

아는 사람만 알 수 있는 제대로 된 먹거리 장터가 열렸다.

가슴이 먼저 알고 벅차올랐다.

지금이 아니면 큼지막한 자금을 뻥튀기할 만한 기회를 다시 만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계획하고 일을 벌인 건 아니지만 본의 아니게 사건의 중심에 선 것만은 분명했다.

어차피 로리아나가 죽으면 세계는 3차대전의 소용돌이 속에 빠져들 것이다.

그녀의 안전이 곧 나의 성공과 직결된다는 뜻이다.

- 으흐흐흐. 역시 존경하는 나의 형님, 아니 큰아버지! 

옆에서 말없이 지켜보던 장립이 이제야 상황을 파악한 듯 음흉하게 웃었다.

로리아나가 잠시 전화를 하러 간 사이에 빠르게 지시를 내린 상황이었다.

이동하는 중에 내 개인 자산을 움직였다.

폭락을 예상하고 풋 옵션으로 판을 깔았다.

우선 그걸로 한판 크게 벌어들였다.

그와 함께 이제는 콜을 가동했다.

숨어 있던 자금들이 곳곳에서 흘러나왔다.

인터넷이라는 또 다른 세상에서 벌어지는 다른 형태의 전쟁.

선빵을 날리며 전투를 진두지휘했다.

“로버트 날 믿으세요.”

- 물론입니다! 보스는 언제나…… 제게 신과 같으십니다!

차차 두려움과 의심을 거둔 로버트가 목소리에 힘을 실어 대답했다.

자가용 비행기는 텔아비브 공항에 착륙했다.

이동하는 내내 스텔스 기능을 유지하며 날아왔다.

갑작스러운 등장이었지만 누구도 앞을 막지 않았다.

보안을 요구했지만 구멍이 나리라는 것은 충분히 예상한 일이었다.

아사신이 생각보다 더 무서운 조직이었음을 깨달았다.

과거와 달리 뭔가 좋은 약을 처먹은 것 같은 아사신.

“차는 준비됐나요?”

- 공항 밖에 렌트카가 대기 중입니다. 차량 번호는 문자로 보내드리겠습니다.

로버트 라이언을 통해 차량도 비밀스럽게 렌트했다.

이스라엘은 우려했던 것보다 평온했다.

도착하기 전에 로리아나를 통해 이스라엘 핵심 권력자들을 통제했다.

괜히 계엄 같은 걸 선포하면 활동하기가 더 복잡해졌다.

흑마법의 정신 계열 마법은 예상 밖으로 강력했다.

타락하기 쉬운 인간의 뇌는 그만큼 조종하기 쉽고 취하기 좋은 먹잇감이다.

상황이 이러하니 측근이라 해도 누구도 믿지 못하게 됐다.

차라리 평범한 일상처럼 움직이는 게 나았다.

어차피 로리아나는 일반인 누구에게도 알려지지 않은 인물이었다.

나도 여행자 복장으로 변복했다.

사라 또한 마찬가지.

그들이 돌아오기 전 빠르게 명령은 하달됐다.

“다시 연락하겠습니다.”

- 넵! 보스.

통화를 끝냈다.

“다니엘……. 진짜 괜찮을까?”

사라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다가왔다.

얼굴을 기도 숄로 반쯤 가렸다.

이곳에서는 평범한 여성들의 복장이었다.

“나 못 믿어?”

“……믿어.”

말하는 와중에도 화장실을 경계했다.

사박사박.

로리아나가 화장실에서 나왔다.

급하게 구입한 평범한 옷가지로 모습을 가렸지만 두 사람의 미모가 가려지기는커녕 눈에 확 띄었다.

“가죠.”

앞장서서 걸었다.

감각을 최대치로 일으켰다.

마법 보호막이 가동되는 마법 물품들을 그녀들에게 나눠줬다.

양 옆으로 두 사람이 따랐다.

머리 위로는 귀신이 둥둥 떠 가며 사방을 감시했다.

- 이렇게 이스라엘에 다 와 봅니다. 흐흐.

관광이라도 온 듯 긴장감이 전혀 없는 장립.

한 귀로 그의 말을 흘리며 사방을 경계했다.

렌트카가 있는 곳으로 방향을 잡았다.

아직까지 조용한 사방.

차를 찾았다.

튼튼한 SUV 차량이다.

그 앞으로 다가갔다.

“헤리슨 씨?”

“제가 헤리슨입니다.”

“여기 사인해 주십시오.”

지금까지는 모든 게 원활하게 진행됐다.

사인을 마쳤다.

“즐거운 여행되시기를.”

사람 좋아 보이는 얼굴로 인사한 렌트카 직원이 뒤로 돌아섰다.

딸깍.

차량 문을 열어 두 여인을 먼저 태웠다.

그리고 나도 막 차량에 타려는 순간.

파앗!

갑자기 등 뒤에서 날카로운 살기가 감지됐다.

회귀의 전설 2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