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68장. 신성 저주(4).
“아, 암습이라고 했습니까? 그것도 우리가 보낸 저격수들에 의해서 말입니까?”
“네……. 각하!”
“오! 신이시여!”
고위 각료들과 회의를 하고 있던 오바마는 안보실장의 긴급 보고에 어찌할 바를 몰랐다.
생각지도 못한 끔찍한 사건이 터졌다.
현 지구상의 보이지 않는 주인이라 할 수 있는 차일드 가문의 가주이자 유대인의 정신적 지주인 야훼 바트가 공격을 당했다.
그것도 백악관에서 파견을 지시한 특수부대 저격수에 의해서 말이다.
“각하……. 비상계엄 선포를 건의드리는 바입니다.”
국가에 대한 긴급한 위기 발생 시 발동할 수 있는 대통령의 권한.
생각할 것도 없었다.
“바로 계엄을 선포하세요!”
9.11사태 당시에나 선포되었던 비상계엄.
“그분의 안위는?”
평소 차분하기로 유명한 오바마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걱정과 두려움이 그의 눈동자와 목소리에서 고스란히 느껴졌다.
“……자체 경호원들이 가동된 것 같습니다.”
“그럼?”
“정보가 차단됐습니다.”
“…….”
이는 미국 경호원들을 믿지 못한다는 의미였다.
“도대체 누가 그런 짓을 벌였단 말입니까! 내 특별히 신분 조회를 마친 이들만 투입하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예상치 못한 흐름에 오바마가 불같이 역정을 냈다.
자신의 경호보다 더 우선시되는 게 바로 야훼 바트의 안전이었다.
“죄송합니다.”
안보실장을 비롯해 각료들 모두 고개를 숙였다.
암묵적인 힘을 보유한 유대인들의 영향력은 생각보다 무서웠다.
오늘 당장 이 일을 빌미로 채권을 풀고 주식시장에 투매를 한다면 미국 경제가 금방 휘청일 것이다.
거기에 더해 신용평가기관을 통해 신용도를 조작하게 되면 당장 앉은 자리가 지옥으로 변하는 건 한순간이다.
오바마의 남아 있는 임기는 박살이 난다.
트럼프가 이번 일의 빌미를 놓칠 리 없었다.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표어가 제대로 먹힐 판이다.
“빨리 그분의 안위를 파악하세요! 그리고 최대한 빠르게 LA를 중심으로 신분이 확인된 주 방위군들을 보내십시오!”
오바마가 다급하게 지시를 내렸다.
촌각을 다투는 일이었다.
안일하게 처리했다가는 불벼락을 맞게 될 것이다.
‘지금쯤이면 다른 쪽에도 정보가 들어갔겠지?’
미국 정재계를 움직이는 선수들의 정보력은 아주 월등했다.
백악관에 보고되는 때와 같은 시간대에 정보를 받는 일이 다반사다.
띠리리리리리리릿.
그때 집무실 전화가 요란하게 울렸다.
핫라인용이었다.
“비서실장 데니스입니다.”
- 실장님, 핫라인 연결되었습니다. 코드 번호는 00입니다.
“바, 바로 연결해 주십시오!”
핫라인은 교환수를 통해서만 연결됐다.
00 코드번호에 데니스가 긴장했다.
바로 전화기를 오바마에게 넘겼다.
“각하. 코드번호 00입니다.”
“아!”
오바마가 크게 놀라며 전화를 건네받았다.
“미국 대통령 오바마입니다!”
기합이 들어간 오바마가 군인처럼 자신을 밝혔다.
- 야훼의 이름으로 축복합니다.
상대편에서 건너오는 조용한 목소리.
“가, 감사합니다.”
오바마의 목소리가 몹시 떨렸다.
다행히 상대는 무사한 것 같았다.
- 부탁이 있어 연락드렸어요.
“하명하십시오! 지금 비상계엄을 선포해 최대한 안전을…….”
- 취소해 주세요.
“네?”
- 비상계엄은 필요 없어요. 조용히 미국을 떠나고 싶어요.
“아, 알겠습니다.”
- 절 공격했던 병사는 죄가 없어요. 저 대신 위로와 함께 조의를 표해주세요.
“그건…….”
- 이번 공격은 아사신의 소행이에요.
“!!!”
- 그들의 특수한 수법에 당했어요. 그러니 더 이상의 조치는 필요 없습니다.
‘아사신…….’
미국 대통령이 되면 세계 모든 곳의 중요한 정보를 열람할 수 있고 또 해당 건들에 대해 보고를 받는다.
그중에는 상식적이지 않은 황당한 일들도 비일비재했다.
추락한 외계 우주선과 비슷한 급의 S레벨 정보로 취급받는 아랍계 살수 조직 아사신.
마법을 사용한다는 황당한 보고서를 접한 적이 있었다.
- LA공항에 연락해주세요. 코드번호는 USA-B-30…….
귀에 전해지는 항공기 코드번호.
오바마는 수첩에 빠르게 기록했다.
“바로 조치하겠습니다. 바로 호위 편대를 구성해…….”
- 그 또한 필요치 않습니다. 이 시간부로 저에 대한 모든 정보를 통제해 주세요. 만약 이 대화가 밖으로 노출될 시……. 대통령께서는 모든 것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할 거예요.
조용하고 차분했지만 분명한 경고였다.
오바마의 이마에서 송글송글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죄송합니다.”
오바마가 전화기를 잡은 채 고개를 숙였다.
- 부탁드립니다.
띠릭.
통화는 상대 쪽에서 끊어졌다.
“허어억…….”
긴장이 풀린 듯 오바마가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LA공항에 연락해 이 코드를 사용하는 비행기는 무조건 긴급 이륙 허가를 내주라 하십시오. 이건 국가의 명령입니다!”
***
- USA-B-3077편 긴급 이륙을 허가합니다. 3번 이륙장을 사용하면 됩니다.
“라져.”
위이이이이이이잉.
엔진 출력을 높였다.
부우웅 부우웅.
엔진의 강력한 힘이 동체 전체에 전달됐다.
자가용 비행기에 돈을 아껴 지은 보람이 있었다.
긴급한 상황에서 자가용 비행기는 요긴한 이동 수단 중 하나였다.
- 오오오! 형님! 진짜 비행기도 조종할 수 있으시다니…… 캬아!
귀신이 조종석 옆좌석에 앉아 입을 놀렸다.
LA공항에 대기 중이던 자가용 비행기에 곧장 탑승했다.
투명 마법을 사용해 호텔을 빠져나왔다.
아사신의 흑마법사들이 어느 정도 실력을 갖추었는지 감을 잡을 수 없었다.
팰튼 호텔은 말 그대로 아수라장이 됐다.
총소리가 사방에서 들리고 비명이 난무하면서 순식간에 전쟁터로 돌변했다.
무장한 경호원들과 군인들이 사방에 깔렸다.
그들 중 누구도 믿을 수 없었다.
비행 마법을 이용해 두 사람을 이동시켰다.
안전한 장소에 이르러서야 택시를 타고 공항으로 이동할 수 있었다.
굳이 게이트를 이용하지 않고 마법을 사용해 바로 자가용 비행기에 탑승했다.
문제는 이륙.
정식 조종사가 없는 관계로 바로 이륙할 수 없었다.
야훼 바트 찬스를 이용했다.
로리아나가 스마트폰을 이용해 오바마와 직접 통화했다.
그녀만 알고 있는 핫라인 번호.
거짓말처럼 바로 이륙 허가가 떨어졌다.
3번 이륙장으로 이동했다.
깐깐한 미국 공항 시스템도 야훼 바트의 이름 앞에서는 의미가 없었다.
“이륙합니다!”
러시아에서 몇 번 비행기를 조종해본 적 있다.
최신 기종답게 보조장치들이 많았지만 기본 원리는 똑같았다.
휘이이이이이이이이잉.
빠르게 활주로를 박찼다.
금세 허공에 오른 비행기.
안정 궤도에 이르자 자동 항로를 설정했다.
기체는 이스라엘 방향으로 날았다.
“투명화!”
마법을 펼쳤다.
오늘과 같은 혹시 모를 날을 대비해 내가 사용하는 자가용 비행기에 대형 마법진을 그려 넣었다.
덤으로 마력석도 상큼한 녀석으로 박아 넣었다.
파아앗!
순수하게 감지되는 마력의 파장.
비행기는 마법의 효과로 거의 스텔스기 수준이 됐다.
“다니엘…….”
안전벨트를 풀고 조종석 쪽으로 다가온 사라가 나를 부르다 말끝을 흐렸다.
그녀의 두 눈은 경이에 차 있었다.
- 사라가 뿅 갔네요. 요즘 같은 세상에 마법사라니. 흐흐흐.
귀신이 그런 사라를 보며 흐뭇하게 웃었다.
“사라. 다니엘님은 마법사야.”
열려 있는 조종석으로 로리아나도 다가왔다.
“……직접 눈으로 보고도 믿기지 않아. 영화도 아니고 세상에…….”
날 보는 사라의 눈빛이…… 한층 더 뜨거워졌다.
“세상에 밝혀지지 않은 비밀들이 많다는 거 알잖아.”
“하아아. 로리아나, 네가 신의 힘을 사용하는 건 이해하는데…….”
로리아나는 내가 주입한 포인트 덕분에 어느 정도 기력을 되찾았다.
하지만 그 또한 임시방편이었다.
“야훼의 힘을 구속할 정도라니……. 어느 정도 저주입니까?”
“그건 저도 모르겠습니다. 급히 장로들을 소집해 저주에 대해 알아보라 했지만 아직 연락이 없습니다.”
“그렇군요.”
“다만 성전에서 경호를 서던 이들이 핏자국만 남기고 사라졌다고 합니다. 그것과 연관이 있는 것 같아요.”
“…….”
딱히 짐작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직접 가봐야 지체 높은 상급신인 야훼가 왜 고난을 당했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이 비행기도 놈들에게 노출된 거 아니겠지?”
사라가 놀라울 정도로 심하게 쫄았다.
자신을 향해 저격 총알이 날아들었으니 그럴 만도 했다.
트라우마가 생겼을 것이다.
“상관없어.”
“왜?”
“스텔스 기능이 추가됐어.”
“이 비행기에? 겉보기에는 그냥 자가용 비행기 같은데…….”
“마법이야.”
“마법? 그게 스텔스와도 연관되어 있어?”
로리아나의 설명에 사라가 놀라며 다시 물었다.
“사업 영역이야.”
“……뭔지 몰라도 다니엘은 정말 대단해. 투자 실력도 대단한데 거기에 마법사라니……. 마음껏 존경해도 되지?”
말이 필요 없으니 빙긋 웃어줬다.
“놈들이 치밀하게 계획을 짠 것 같아요. 이스라엘 안에서도 위험할 수 있어요. 야훼의 보호 장막이 거둬졌다면……. 아사신 놈들은 그만큼 날뛸 거예요.”
로리아나의 표정이 어두웠다.
내가 기억하고 있는 한 회귀 전에는 없었던 사건이다.
하긴 이런 일이 있었다 해도 철저하게 봉인돼 공개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분명한 건 바이러스처럼 뭔가 빠르게 변화되는 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나비 효과의 확장판.
쿠우우우우우우.
그사이 비행기는 빠르게 공간을 가로질러갔다.
내가 지금껏 경험하지 못한 사건이 기다리고 있을 것만 같은 이스라엘.
- 악신이 뿌린 씨앗들이 장성하여 열매를 맺기 시작했습니다.
알림음이 때를 맞춰 경고를 날렸다.
다시 생각해도 쉽지 않을 것 같다.
- 아사신 기다려라! 정의의 사도님이 가신다! 움하하하하하!
아직 뜨거운 맛을 본 적 없는 귀신만이 어린아이처럼 즐거워했다.
***
“도움을 요청했다는 겁니까?”
“그렇습니다.
“……자존심 강한 그들이 도움을 청할 정도라면……. 심각하겠군요.”
“방금 들어온 첩보에 의하면 야훼 바트가 LA에서 공격을 당했다고 합니다.”
“헛!”
프랑스에 위치한 대저택.
보고를 받던 루이스가 깜짝 놀랐다.
야훼 바트에 대한 경호는 물 샐 틈이 없었다.
그런 그녀가 공격을 받았다면 엄청난 대사건이었다.
“기사들을 준비시키십시오!”
“넵!”
에두아르가 명을 받고 밖으로 나갔다.
집에 돌아와 아내와 회포를 풀 시간도 갖지 못한 상태였다.
둘째를 임신하고 요즘 무척 힘들어하는 클라라.
가족과 오붓하게 시간을 보내려던 루이스는 쓴 입맛을 다셨다.
야훼를 섬기는 이스라엘과 그렇게 편한 관계에 있지 않았다.
구약과 신약을 각각 믿는 유대교와 개신교.
악을 물리치기 위해 손을 잡았지만 껄끄러운 관계일 수밖에 없었다.
“쉽지 않겠는데…….”
고민에 빠진 루이스.
“오빠. 나도 같이 가요.”
어느새 나타난 비비안.
“안 돼. 넌 아직…….”
“위험해요. 거대한 악의 그림자가 온 이스라엘을 덮었어요. 그리고…….”
회귀의 전설 2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