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66장. 신성 저주(2). (1,051/1,284)

1066장. 신성 저주(2).

“흐흐흐흐. 저주는 완성됐다!”

야훼의 발등상을 상징하는 하르 하바이트에 위치한 거룩한 성전.

히브리어로 쉐키나.

유대인들에게 잊혀질 수 없는 역사의 성스러운 증거였다.

로마군에 마지막까지 항전했던 피의 성전.

부서진 잔해들 사이에서 한 남자가 나지막한 웃음을 터트렸다.

주변에 인기척은 없었다.

유대인들에게는 제1성전이라 불리는 거룩한 장소인 만큼 이곳은 밤이 되면 출입이 통제됐다.

파아앗.

어두운 기운이 성전 주변을 감쌌다.

피 냄새를 진득하게 풍기는 저주의 오라.

그러나 일반인들은 감지하지 못할 정도로 미세한 기운이었다.

역 오망성에 저주받을 물건이 묻혔다.

신앙에 순수한 유대교 랍비 집안 출신 어린아이들을 납치했다.

그들을 굶긴 뒤 마지막에는 고문을 통해 고통스럽게 죽음에 이르게 했다.

살려달라며 눈물 콧물로 애원하며 엄마와 야훼를 부르짖던 아이들.

죽어가던 그들의 장기를 파내고 피를 모았다.

절절한 공포와 고통이 가장 강하게 배어 있는 심장.

그걸 저주의 제물로 사용했다.

중앙에 고통이 가득한 심장을 묻고 공포와 절망이 배인 새카만 피로 오망성의 선을 그었다.

신성한 신의 힘을 가두는 마법진.

이 모든 과정은 은밀하게 계획됐다.

오늘을 위해 수년 동안 공을 들였다.

이와 같은 과정이 여기 한곳에서만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

제1성전뿐만 아니라 몇 년 전 발견된 제2성전 터에도 같은 저주를 걸었다.

당연히 이스라엘 민족들이 신성시하는 통곡의 벽에도 묻었다.

그 순간 직접 경험하고도 믿을 수 없는 일들이 일어났다.

거짓말처럼 야훼의 신성이 예루살렘에서 걷혔다.

자식들의 고통에 찬 외침에 야훼의 성력이 흐트러졌다.

저주를 주관한 남자는 만족했다.

“야훼……. 너의 성녀를 우리가 접수하겠다.”

하늘을 올려다보며 비웃는 남자.

파라라랏.

새카만 망토가 어둠 속에서 바람에 펄럭였다.

“……거기 누구야!”

“손들어!”

경비를 서던 자들이 그를 발견하고 황급히 물었다.

거침없이 총구를 들이댔다.

“흐흐흐흐…….”

남자의 얼굴에서 비웃음을 흘렸다.

촤아앗.

손을 빠르게 뻗었다.

퍼어억!

그 순간 경비원들의 머리통이 거짓말처럼 산산이 부서지며 박살났다.

“난 어둠의 종. 너희에게 우리의 신께서 절망과 고통을 선물하리니…… 기꺼이 받아들이라. 야훼의 자식들아! 크하하하하하하!”

***

“아!”

갑자기 현기증을 느끼며 로리아나의 몸이 휘청거렸다.

온몸의 기운이 풀리며 맥없이 몸이 흔들렸다.

“로리아나!”

옆에 있던 다니엘이 그녀를 붙잡았다.

로리아나의 얼굴이 갑자기 창백하게 변하며 질렸다.

언제나 몸에 가득 찼던 성력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갑자기 왜…….’

로리아나는 진심으로 당황스러웠다.

야훼께서 가끔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긴 했지만 그녀를 항상 예뻐함에는 변함이 없었다.

현시대에 단 한 명밖에 선택받지 못한 야훼의 가장 신실한 종.

그렇게 귀한 로리아나에게서 야훼의 기운이 사라졌다.

그가 떠난 것이다.

아무런 전조증상도 없었다.

다니엘을 만난 순간까지만 해도 야훼의 성력은 분명히 존재했다.

그 성력이 감쪽같이 사라져버렸다.

“어디 아파?”

사라도 맥이 풀린 로리아나의 모습에 깜짝 놀랐다.

이곳에 오기 전까지 같이 아침을 먹고 웃으며 즐겁게 대화를 나눴다.

야훼의 성녀인 로리아나는 어릴 적부터 자잘한 병치레 같은 건 치르지 않았다.

때때마다 필요한 기본 예방주사도 거의 맞지 않았다.

신께서 언제나 오른팔로 로리아나를 안고 있다는 증거였다.

그 정도로 늘 건강했던 로리아나의 안색이 극도로 나빠 보였다.

진짜 아픈 듯했다.

‘무슨 일?’

사라는 의구심이 밀려들었다.

로리아나의 이런 모습은 본 적도 들은 적도 없었다.

“신성 저주…….”

그때 다니엘의 입에서 생각지도 못한 말이 흘러나왔다.

“!!!”

로리아나는 힘겹게 눈을 들어 다니엘을 바라봤다.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의심해 보지 못했던 신성 저주.

감히 누가 있어 야훼를 이렇게 겁박할 수 있단 말인가.

그의 힘은 지구에 있는 모든 신들 중에서도 가장 강력했다.

이스라엘 조상신으로 불리는 존재였지만 이제는 세계 곳곳에서 그를 찬양했다.

‘저주? 누구? 야훼를?’

사라는 다니엘의 말을 믿지 못했다.

야훼가 누구인가.

이스라엘 민족의 위대한 신이다.

야훼는 이스라엘과 차일드 가문의 뿌리이자 정신적 지주였다.

그런 야훼가 저주를 당했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그러나 눈앞에 보이는 증거.

로리아나의 얼굴이 더욱 창백해져 가고 있었다.

‘다니엘은 그걸 어떻게 알고 있지?’

신비한 남자 다니엘 또한 심각하게 생각됐다.

이 와중에도 사라는 다니엘을 경탄에 찬 시선으로 바라봤다.

로리아나의 마음을 완전히 얻은 듯했다.

어린 시절부터 평생 야훼만 바라볼 거라 다짐했던 로리아나를 흔들어 버린 남자.

지금은 누가 봐도 로리아나의 든든한 보호자처럼 그녀의 곁을 지켰다.

“자리를 피해야 할 것 같아.”

다니엘이 빠른 시선으로 주변을 살피며 말했다.

“그게 무슨 소리야? 로리아나를 경호하려고 상당히 많은 경호원들이 깔렸어.”

사라도 부러워할 만큼 로리아나의 신변 보호 경호원들은 뛰어났다.

미국 정부에서도 초특급 실력자들을 보낸 상태였다.

거기에 로리아나를 직접 경호하는 성전의 전사들은 두말하면 입만 아팠다.

“위험해.”

다니엘이 미심쩍은 듯 고개를 저었다.

“여기가? 다니엘 이곳은 LA 시내 한복판이야. 어떤 미친놈이 공격하겠어. 저기 창밖에 저격수들도 있잖아.”

사라의 눈으로는 확인할 수 없는 건너편 건물 쪽에 자리하고 있는 저격수들.

“!!!”

하지만 그 순간 사라는 분명히 보고 말았다.

저격수의 총구가 자신을 향하고 있었다.

팟!

찰나의 순간 불꽃이 보였다.

“실드!”

그때 다니엘의 입에서 다급하게 터져 나온 강력한 한마디.

파삭!

곧바로 무언가 강한 힘에 의해 뚫리는 소리가 들렸다.

고층 펜트하우스 강화유리가 사용됐다.

그 유리를 뚫고 들어오는 그 무엇.

카강!

쇠가 철벽에 부딪치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암습이다!!!”

문밖에서 경호원들이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아, 암습…….”

사라는 지금 벌어지는 일들에 정신이 혼미해졌다.

정부에서 지원해준 신변 보호 의무가 있던 저격수가 돌연 암살자가 됐다.

순식간에 벌어진 사태였다.

퍼어어억!

사라를 공격했던 저격수의 머리통이 날아갔다.

다른 위치에 자리를 잡고 있던 동료가 쏜 총에 바로 사살됐다.

“사라. 내 말 잘 들어!”

다니엘이 심각한 어조로 경고했다.

로리아나는 암습이라는 심각한 상황 속에서도 전혀 정신을 못 차리고 있었다.

“어? 어!”

“지금부터는 나 말고 누구도 믿지 마!”

“뭐라고?”

“정신계 능력을 사용하는 놈인 것 같아.”

“정신계 능력? 그게 무슨…….”

“초능력자.”

“아!!!”

놀란 나머지 탄성을 터트렸지만 사라는 다니엘의 말이 무슨 뜻인지 바로 이해하지 못했다.

‘초능력자가 지금 우리를 공격하고 있다고?’

타앙! 탕! 타다당!

“크아악!”

“컥!”

“내부에 적이 있다!”

“바트님을 보호하라!!!”

문 밖에서도 난리가 났다.

“꺄아아아악!”

“총이다!!!”

총소리와 비명소리가 뒤섞여 아비규환이 됐다.

사람들의 아우성치는 소리가 정신없이 들려왔다.

“아빠에게 연락을…….”

사라가 다급하게 스마트폰을 꺼냈다.

“의미 없어.”

다니엘이 무심히 한마디 내뱉었다.

“상당히 강한 놈이야.”

인상을 쓴 채 그의 눈은 사방을 살피느라 바빴다.

덜컹.

펜트하우스 문이 거칠게 열렸다.

다섯 명의 남자들이 안으로 들어왔다.

블랙 슈트를 착용한 그들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특이한 기운을 뿜어냈다.

“바, 바트시여!!!”

다니엘의 품에 안겨 있는 야훼 바트를 발견한 성전 경호원들이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들에게 있어 야훼 바트는 신의 대리이자 신 그 자체였다.

하지만 지금 보이는 그녀의 모습은 무기력한 여성체에 불과했다.

“바트님을 넘겨주시오!”

이번 미국행을 담당했던 장로가 바트에게 다가갔다.

상황의 급박함을 그도 알고 있었다.

사방에서 경호원들이 서로에게 총부리를 겨누고 있는 상황이다.

누가 적이고 아군인지 분간할 수 없었다.

더욱이 이곳은 LA 시내 한복판.

“뭣들 하는가! 전사들은 바트님을…….”

“잠깐!”

다니엘이 그들의 앞을 막았다.

평소 야훼 바트가 다니엘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기에 장로 역시 강하게 응대하지 않았다.

“빨리 바트님을 안전한 곳으로 모셔야 하오!”

장로가 차분함을 유지한 채 재촉했다.

다니엘이 로리아나를 왼팔로 강하게 감쌌다.

“내가 경호할 겁니다.”

단호하고 강하게 대꾸하는 다니엘의 목소리.

“그게 무슨…….”

예상치 못한 다니엘의 반응에 장로가 당황했다.

지금은 모든 능력을 동원해 야훼 바트를 보호해야만 하는 상황이다.

그런 상황에 아무것도 모르는 다니엘이 야훼 바트를 경호하겠다고 나섰다.

저벅.

한 팔로 야훼 바트를 품에 안고 다니엘이 장로 앞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콰득.

갑자기 나머지 한 손으로 장로의 목을 움켜잡아 허공으로 들어올렸다.

“켁켁…….”

숨을 쉴 수 없게 된 장로가 허공에 뜬 채 바동거렸다.

“다니엘!!!”

그 모습에 사라가 날카롭게 비명을 질렀다.

장로의 힘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크고 막강했다.

그를 건들면 차일드 가문과 곧바로 적이 될 수 있었다.

차자장!

성전 전사 경호원들이 품에서 칼을 뽑았다.

그때.

“넌…… 누구냐!”

다니엘이 곧 숨이 넘어갈 듯 발버둥치는 장로를 향해 물었다.

“……켈켈…… 난…….”

회귀의 전설 2부

신성 저주(3).

“너희를 구원할 어둠과 파괴, 분노와 타락을 주관하시는 신실한 주인님의 종이다……. 켈……케케.”

팰튼 호텔을 마주보고 있는 건물.

주거용 건물에 거주하던 부부가 피살된 채 방에 널브러져 있었다.

복부가 난자되고 머리가 박살난 부부의 시체에서 뿜어져 나오는 비릿한 피 냄새가 공간을 가득 채웠다.

위이잉 이이잉.

바닥에는 피로 채워진 마법진이 붉은빛을 뿜었다.

정신계 마법을 증폭시키는 마법진.

압둘라는 정신계 흑마법에 특화된 전사였다.

커튼이 쳐진 룸에서 건너편을 바라보며 압둘라가 입술을 달싹거렸다.

- 아사신…….

정신이 점령된 장로의 귀를 통해 들려오는 상대의 목소리.

압둘라의 입술 꼬리가 올라갔다.

“흐흐흐흐흐.”

기괴한 웃음이 꽉 닫힌 목구멍을 비집고 흘러나왔다.

목이 잡힌 장로가 똑같이 동화된 채 입을 열었다.

- 원하는 바는?

“야훼의 성녀를 내놓거라. 그럼 목숨만은 살려주마.”

압둘라가 받은 지령은 야훼의 성녀를 죽이는 것이다.

모든 일은 다 계획적이었다.

야훼 바트가 다니엘이라는 동양 남자를 만나기 위해 움직인다는 정보가 아사신에게 전달됐다.

곳곳에 심어 놓은 세뇌자들과 정보원을 통해 정보는 쉽게 노출됐다.

가장 빠른 방법으로 다니엘의 동선을 좇았다.

이후 팰튼 호텔에서 만난다는 것을 미리 알고 판을 깔았다.

정신계 조종 증폭 마법진을 사용했다.

야훼의 성력이 저주받았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마법진을 발동했다.

경호자들의 정신을 조종해 공격하는 것은 생각보다 쉬운 일.

문제는 다니엘이라는 놈이 보통내기가 아니라는 데 있었다.

아사신에서도 요주의 인물로 꼽히던 자였다.

은밀하게 암습을 시도했지만 끝끝내 살아남았다.

‘알아챈 거야?’

압둘라를 경호하는 이브라임은 압둘라의 말을 들으며 인상을 썼다.

준비한 공격 방법들을 놈이 연속 눈치챈 모양이었다.

최측근에서 야훼 바트를 수행하는 장로까지 손을 써놓은 상태였다.

평소 같았다면 불가능한 일이었겠지만 운 좋게 야훼의 가피가 사라진 상태.

회심의 일격만을 남겨 놓은 상황에서 놈이 눈치를 챘다.

- 짝퉁 흑마법사들이 간이 부었어. 후후훗.

“!!!”

압둘라는 순간 당황했다.

정확히 자신들이 쓴 마법의 정체를 알고 있었다.

- 왜? 들키니까 당황스러워? 어둠 속 쥐새끼들 같으니라고.

놈의 이죽거림은 계속됐다.

“닥쳐!!!”

당황한 압둘라가 소리쳤다.

분노를 드러내자 목이 잡힌 장로가 거칠게 바동거렸다.

- 이번 공격은 쓸 만했어. 그런데……. 조금 아쉽네. 직접 눈으로 보고 손을 봐줄까 했는데.

놈의 살기가 붙들린 장로의 눈을 통해 압둘라에게 생생하게 전달됐다.

파르르르.

강력한 기운에 압둘라가 순간 흔들렸다.

“압둘라!!!”

지켜보던 이브라힘이 소리쳤다.

촤아아앗.

그리고 재빨리 손목을 그었다.

곧바로 피를 마법진에 쏟았다.

파아아앗.

어둠의 힘을 압둘라에게 신속하게 공급하는 과정이었다.

“제법이군. 다니엘…….”

압둘라가 정신을 차렸다.

- 우리 악연이 참 질겨. 그렇지?

다니엘은 결코 이 상황을 두려워하지 않고 있었다.

우두둑.

압둘라가 두 주먹에 힘을 주었다.

자신의 공격이 번번이 막히자 화가 났다.

스윽.

장로 뒤에 있던 신전 전사들에게 기운을 집중했다.

그 순간.

쉐에에엣.

전사들이 다니엘을 공격했다.

검을 뽑고 무작위로 달려들었다.

그들 모두 이미 어린 나이 때부터 수련한 자들로 공격력이 폭발적이었다.

하지만.

터더더덕.

가볍게 다니엘이 무언가를 날리자 그들 모두가 맥없이 쓰러졌다.

“!!!”

다시 한 번 크게 놀라는 압둘라.

- 오늘 이 빚은 반드시 갚아주마.

손에 잡힌 장로의 오감을 통해 압둘라에게 경고하는 다니엘.

그게 끝이었다.

말이 끝나자 갑작스럽게 모든 소통이 차단됐다.

장로가 의식을 잃었다는 의미였다.

“커어어억 허어어어억.”

압둘라가 심장을 부여잡고 큰 숨을 몰아쉬었다.

정신계 마법은 가장 고난이도의 흑마법 중 하나였다.

암흑의 힘이 거의 바닥을 드러냈다.

“압둘라! 괜찮아?”

이브라임이 다급한 목소리로 압둘라를 불렀다.

많은 양의 피를 쏟은 이브라임의 얼굴색도 좋지 않았다.

“놈이 도망갈 것 같아.”

“어디로?”

“그건 아직 몰라.”

“그럼…….”

“힘을 보충하자.”

“그래야지.”

압둘라가 뒤를 돌아봤다.

공포에 질린 채 두 사람을 바라보고 있는 남녀 아이들 둘이 웅크리고 있었다.

입에 재갈이 물려져 있고 손발이 묶인 채다.

눈앞에서 부모가 괴물들에게 죽임을 당하는 걸 본 아이들은 이미 영혼이 반쯤 나가 있는 상태였다.

스윽.

단도를 손에 쥔 압둘라가 아이들을 향해 다가갔다.

죽음의 공포에 본능적으로 몸을 비트는 아이들.

콰득.

압둘라는 가차 없이 아이들의 머리채를 잡아챘다.

아이의 파란 눈동자에서 애처로운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영광으로 알라.”

그리고.

눈을 맞춘 압둘라는 아무 감정 없이 아이의 심장에 단도를 쑤셔 박았다.

“다니엘……. 네놈을 잡기 위해 지옥 끝까지도 따라간다!”

***

- 형님…… 이게 지금 무슨…….

귀신이 크게 당황했다.

나도 마찬가지다.

장로를 비롯해 로리아나의 핵심 경호원들이 속속 쓰러졌다.

죽이지는 않았다.

마법을 이용해 잠을 재웠을 뿐이다.

“다니엘……. 이제 어떻게 해요?”

사라가 공포에 질려 덜덜 떨며 물었다.

조금 전까지 평화로웠던 공간이 순식간에 전쟁터로 돌변했다.

언제 놈들이 다시 공격해 올지 모르는 상황.

이곳은 절대 안전하지 못했다.

“성전이…… 오염……됐어요…….”

품에 안겨 있던 로리아나가 힘겹게 입을 열었다.

파아앗.

왼팔로 감싸 안은 채 로리아나의 등을 통해 오른손으로 마력을 공급했다.

카르마 포인트 인계!

- 이계 조상신인 야훼를 섬기는 성녀입니다. 동화율이 낮아 50%로 감가됩니다.

- 공급하시겠습니까?

이 다급한 상황에도 알림음은 계산기를 두들기며 장사를 했다.

공급!

- 이질적인 성력에 야훼 성녀 능력이 제한됩니다.

야훼와 한몸처럼 움직이는 로리아나였다.

몸주인 야훼가 맛이 가니 로리아나 역시 평범한 인간으로 전락해 버렸다.

“아…….”

내가 건넨 카르마 포인트와 마력에 로리아나가 정신을 차렸다.

“로리아나!”

사라가 놀란 마음을 진정시키며 그녀를 불렀다.

“고마워요. 다니엘…….”

성녀인 로리아나는 상황 돌아가는 판을 알고 나에게 진심으로 고마움를 표했다.

“일단 이곳을 벗어나야 할 것 같습니다.”

“……지독한 놈들이에요. 성전을 더럽혀 저주로 야훼의 성력을 끊어 놨어요.”

쓰러진 장로와 전사들을 둘러보며 로리아나가 착잡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합니까?”

“놈들의 저주를 풀어야 하는데…….”

로리아나는 표정으로 곤혹스러움을 나타냈다.

“성전 정화는 로리아나 당신밖에 할 수 없습니까?”

“네.”

- 갑자기 이 무슨 날벼락입니까! 아사신 정말 지독한 놈들입니다!

귀신도 처음 보는 상황에 치를 떨었다.

애초 놈들은 인간이기를 거부한 자들이었다.

빠르게 상황과 생각을 정리해야 하는 시점.

나도 놈들이 이런 식으로 나오자 조금 두려워졌다.

흑마법의 저주술은 나도 아직 감당하기 어렵다.

정신계 마법은 마법 중에서도 고난이도에 들었다.

특히 일반 마법과 달리 흑마법, 그중에서도 정신계 마법은 그 힘이 파괴적이다.

지금도 놈들의 기척을 찾을 수 없었다.

자칫 무고한 LA 시민과 전투를 벌이게 될 수도 있었다.

스마트폰을 꺼냈다.

티디딕.

번호를 빠르게 눌렀다.

- 형님 911에 신고할 건 아니죠?

뚜우우우우.

신호가 갔다.

- 보스! 

로버트 라이언이 바로 전화를 받았다.

“로버트 자가용 비행기가 필요합니다.”

- LA공항에 대기 중입니다.

“항속거리가 길다고 했죠?”

- 최신형입니다. 웬만한 곳은 직항으로 갈 수 있습니다.

“기름 가득 채워 놓으십시오.”

- 알겠습니다.

“그리고 조종사나 승무원은 필요 없습니다.”

- 보스 그게 무슨…….

지금으로서는 누구도 믿을 수 없었다.

“제가 조종할 겁니다.”

- 보스께서 직접 말입니까?

“네.

필요한 대화만 빠르게 주고받았다.

- 보스. 최신형 기종은 운전하는 방법이 까다롭습니다.

그건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했을 때 이야기다.

나에게는 조종술을 가르쳐 줄 수 있는 이들이 많다.

“제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 ……알겠습니다. 그런데 목적지는 어디입니까?

로버트가 조심스럽게 물어왔다.

내일 로버트를 만나기로 한 터였다.

예기치 못하게 터진 사건에 일정이 꼬일 수밖에 없었다.

귀신과 로리아나, 사라가 통화 내용을 전혀 이해 못 하겠다는 시선으로 날 빤히 쳐다봤다.

“이스라엘, 그곳으로 갑니다.”

회귀의 전설 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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