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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65장. 신성 저주. (1,050/1,284)

1065장. 신성 저주.

“이년이 미쳤습니다! 감히 나에게……. 부패한 기득권 세력이라니!!!”

조국일보 반종현이 불같이 화를 내며 이를 갈았다.

손에 든 스마트폰에는 청와대에서 발표한 내용이 떠 있었다.

청와대가 조국일보를 상대로 포화를 날렸다.

같은 뜻을 가진 한편이라 할 수 있는 보수지를 향해 부패한 기득권 세력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처음에는 별일 아닌 일로 트러블이 시작됐다.

검찰이 넬리 퍼블릭의 전문홍 대표를 조사하다 100억대 도박 정황을 발견했다.

곧바로 전문홍은 잘나가는 법조 브로커 변호사를 선임했다.

부장판사 출신의 김윤정 변호사였다.

문제는 그녀가 법조 브로커로 검찰 조사를 받으면서 사건이 점차 확대된 것이다.

그러면서 일이 이렇게 커졌다.

검찰 조사가 계속되면서 전문홍이 랏데그룹 면세점 선정 로비에 가담한 게 드러났다.

검사가 이상한 낌새를 감지하고 본격적으로 파고들며 사건을 다뤘다.

뇌물이나 압력이 통하지 않는 강성 부장검사가 마침 사건을 맡게 된 것도 일을 키우는 계기가 됐다.

그사이에 수임료 문제로 전문홍과 김윤정이 다투면서 사건은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폭발력을 갖게 됐다.

검찰 출신 거물 변호사 황천표가 해당 사건에 휘말려 들었다.

그를 조사하던 중에 민정수석 윤병운과 그가 관련되어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같은 검찰 출신이자 선배인 황천표가 윤병운의 약점을 잡고 있다는 소문이 흘러나왔다.

그 내용은 청와대뿐만 아니라 조국일보에도 전달됐다.

그즈음 주순자와 청와대의 권력 행사 자체를 못마땅해하고 있던 조국일보는 가볍게 쨉을 한 방 날렸다.

때를 기다렸다는 듯 이번에 청와대가 발끈하며 나선 것이다.

말 그대로 기득권 때문에 자신이 먹어야 할 판이 작아지는 걸 눈으로 확인한 주순자가 공격을 지시한 것이다.

독이 바짝 오른 땅벌 같은 청와대의 공격에 조국일보가 화들짝 놀랐다.

수면 아래 가라앉아 있던 섹스 스캔들이 느닷없이 공중으로 튀어 올라왔다.

대부분이 조국일보 사주들과 연관되어 있던 스캔들이었다.

청와대 공격에 자존심이 상한 조국일보가 만반의 준비를 하고 전쟁에 제대로 뛰어들었다.

그렇게 되면서 하루가 멀다 하고 사건이 꼬리를 물고 연이어 터졌다.

“이제는 결단을 내려야 할 것 같아요. 청와대에 우리 의원들 말이 씨알도 안 먹힙니다. 우리가 집 지키는 개도 아니고…….”

전운택의 말에 분노가 담겼다.

“맞아요. 천둥벌거숭이 같은 주순자를 끌어 내립시다!”

가장 심하게 대척점에 서 있는 반종현이 격하게 반응했다.

그래도 전임 대통령은 예의란 것을 알았다.

난처한 상황에서 자신을 도와준 조국일보 회장 앞에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그래서 퇴임 직전까지 전폭적으로 밀어줬다.

좋은 게 좋은 거라고 상부상조하며 5년을 보냈다.

그러나 조근영은 달랐다.

주순자의 그늘에서 헤어 나오지를 못했다.

청와대에 둥지를 튼 주순자가 모든 권력 경쟁자를 몰아냈다.

권력자의 생존 기술 중 하나가 나눔의 미학이었다.

그래야 정권 말이 편안했다.

주순자는 그런 정치판 생리를 전혀 몰랐다.

“윤병운이 만만치 않습니다.”

조용하게 지켜보던 손대균이 슬쩍 말을 보탰다.

팽을 당한 과거가 있는 윤병운은 철저하게 자기 사람들을 추려 검찰에 포진시켰다.

현직 총장도 윤병운의 눈치를 볼 정도였다.

물론 주순자도 그를 신임했다.

“흐흐흐. 걱정 마십시오. 윤병운 그놈 비리가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지가 아무리 검찰 권력을 쥐고 있어도 사람들 심리까지는 어떻게 못 합니다. 두 달! 그 정도면 놈을 확실히 보낼 수 있습니다.”

반종현이 생각이 있는 듯 음흉하게 웃었다.

윤병운도 아는 사람만 아는 비리가 무수했다.

IT 상장회사의 뒤를 봐주고 부동산으로 막대한 차익을 얻었다.

처가 쪽 회사도 그의 권력을 뒷배로 이용해 꿀을 빨았다.

그 건 하나만 신문에 실어도 국민들이 벌떼처럼 일어날 게 뻔했다.

오월호 이후 바닥을 기고 있는 조근영 대통령의 지지율.

“증인이나 증거가 확실합니까?”

손대균이 흥미로운 눈길로 물었다.

그가 아는 윤병운은 독사 중의 독사였다.

한 번 물면 절대 놔주지 않았다.

과거 평검사 시절 대통령 토론에서도 말을 아끼지 않았던 윤병운이다.

라인에 밀려 토사구팽으로 떨어져 나가지 않았다면 총장까지 올랐을 인사였다.

“그건 걱정 마십시오. 우리 직원들이 꽉 잡고 있으니.”

조국일보 기자들과 직원들은 뛰어난 정보 수집가이자 조작 전문가였다.

그들이 한 번 물어뜯기 시작하면 목표한 결과를 얻지 못한 경우가 드물었다.

“일단 한 번 던져보죠. 저쪽에서 꼬리를 말면 합의를 보고 그렇지 않으면…….”

전운택이 말끝을 흐렸다.

대한민국을 다스리는 대통령의 임기를 논하는 자리.

조근영은 어쩔 수 없이 낙점을 받은 인물이었다.

차선 경쟁자들의 인지도가 너무 낮았다.

자칫 민주 쪽에 대권이 넘어갈 것 같아 적극적으로 밀어붙였을 뿐이다.

주순자의 집안과 촘촘하게 얽혀 있던 게 국민들의 거부반응을 탔다.

그 부분은 일송회가 나서서 방어해 주었다.

그런 은혜를 잊고 천하를 손에 쥔 듯한 행태를 보이는 조근영과 주순자.

이제는 뜨거운 매를 맞아야 할 때였다.

암중에서 모든 정치판의 흐름을 조종하는 일송회.

“회주님께는 제가 말해 놓겠습니다.”

요즘 들어 회주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는 반종현이 여유 있는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그러시죠.”

“알겠습니다.”

순리대로 결정된 주순자와의 본격 전쟁.

권력의 진짜 주인이라고 스스로 믿고 있는 이들은 알지 못했다.

오늘 이 결정이 꿈에도 생각 못 한 결과를 연쇄적으로 일으키리라는 것을 말이다.

***

“각하. 아직 기회가 있습니다. 지금 야훼바트 경호를 위해 저격수들이 배치됐다고 합니다.”

백악관의 가장 심처에 위치한 대통령 집무실.

비서실장 데니스가 오바마에게 충언의 말을 아끼지 않았다.

“…….”

말없이 깍지를 낀 채 고뇌에 빠져 있는 오바마.

마음 같아서는 명령을 하달하고 싶지만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힐러리도 놈을 설득하는 데 실패했습니다. 위험한 자입니다. 트럼프를 더 돕기 전에 목을 날려야 합니다!”

데니스는 분이 풀리지 않았다.

감히 자신이 모시는 주군을 괴롭게 만든 다니엘이라는 한낱 약소국 출신의 청년.

섣불리 접근해서는 안 된다는 오바마의 경고를 애써 되새기지 않았다.

“기회가 너무 좋습니다! 그깟 놈 죽는다고 해도 누구 하나 놀라지 않을 겁니다. 한국 정치권과도 불편한 관계입니다. 우리가 치워주면 그쪽에서도 좋다고 할 게 확실합니다.”

데니스가 분노에 열변을 토했다.

워싱턴에 돌아와 놈에 대해 신중하게 알아봤다.

알아보면 알아볼수록 두려움이 밀려왔다.

오바마가 자신과 가족의 안위를 걱정할 정도의 수준이었다.

‘미국의 이익을 위해서는 반드시 제거해야 해!’

아무리 생각해도 기회가 좋았다.

이스라엘에서 온 야훼바트가 놈과 만나려 하고 있었다.

특수부대 저격수들이 배치됐다.

사전에 지휘관들에게 연락해 둔 상황이다.

목표물이 하달될 수도 있다고 전했다.

“데니스…….”

오바마가 비서실장을 바라봤다.

“네! 각하!”

데니스가 힘 있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놈이 모를 거라 생각하나?”

“네?”

“실패하면…… 자네와 나, 그리고 가족들에게 피해가 고스란히 돌아갈 거야.”

“각하…….”

“그리고 야훼바트의 분노는 어떻게 감당할 생각인가? 나조차 그녀 앞에서는 발언권이 없다는 걸 잊었나?”

“…….”

데니스가 그만 입을 다물었다.

“설마 싶겠지. 그 정도로 야훼바트가 그놈을 아낄까 의심이 들겠지.”

“그렇습니다. 각하.”

“맞네.”

바로 돌아온 오바마의 답.

“서, 설마 그 정도로…….”

“야훼바트가 다니엘을 사랑하는 것 같아.”

“그런 말도 안 되는!”

유대인들이 알면 폭동이 일지도 모른다.

야훼의 명을 받는 성녀가 인간과의 사랑을 시도하다니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이 이야기는 그만두게. 우리가 방아쇠를 당기는 순간 3차 세계대전이 일어날 수도 있어.”

오바마가 던지는 다소 과하다 싶을 정도의 화두, 3차 세계대전.

데니스의 얼굴이 순식간에 새카맣게 변했다.

“한국에 사드를 반드시 배치하게.”

“따르겠습니다. 각하.”

데니스가 힘이 빠진 목소리로 답했다.

‘중국이 가만있지 않을 것이야. 한국의 경제 성장률을 대폭 깎아 먹겠지. 주변국과 갈등을 조장한다! 확실하게 줄을 서게 만들어야 해. 미국이냐 중국이냐……. 선택의 기로에서 한국은 서서히 숨이 막힐 거야.’

미국 대통령으로서 행사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한 방.

오바마가 은근히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비겁했지만 스스로는 괜찮았다.

다니엘을 괴롭게 할 수 있는 최상의 방법은 현재로서는 이것밖에 없었다.

그리고 이 또한 미국의 이익에 부합되는 최상의 방법.

“경호실에 하달하게. 야훼바트 안전에 소홀함이 없도록 말이야.”

“넵! 각하!”

***

- 저격수들 아닙니까? 그리고 저쪽에 무장 경호원들이…….

귀신이 창문 밖으로 휙 나가며 주변을 살폈다.

기감으로 느껴졌다.

그녀가 나에게 왔다.

태풍의 눈처럼 강력한 힘을 소유한 경호원들을 대동한 채 말이다.

- 누구 또 만납니까?

귀신이 몹시 궁금한 듯 물었다.

나와 함께하는 동안에는 심심할 틈이 없을 것이다.

“알면 진짜 다쳐.”

- 에이, 귀신 쫄리게 겁주고 그러십니까. 이계에서 포인트 쪽 빨렸지만 저승사자와 멱살 잡던 접니다. 안 쫍니다!

중국인 특유의 허세가 가득한 장립 귀신의 태도.

심각한 상황에 피식 웃음이 나왔다.

“그 허세 기억해 둘게.”

- 허세라니요! 제가 만약 오늘 누구한테 쫄리면 형님이 아니라 큰아버지라 부르겠습니다!

“후후훗.”

어이가 없어 비웃음이 입술을 비집고 흘러나왔다.

졸지에 족보에 없는 조카를 얻게 될 판이다.

띵동.

펜트하우스 현관 벨이 울렸다.

- 누가 왔는데요?

저벅저벅.

문 앞으로 다가갔다.

- 제가 먼저 보고 오겠습……. 어어! 이, 이게 뭐야!

자신 있게 문밖으로 나가려던 귀신이 급 당황하며 놀랐다.

무형의 막에 의해 귀신이 튕겨졌다.

“누구십니까?”

개의치 않고 정중하게 물었다.

“다니엘, 나예요.”

“사라?”

그녀와 사라가 동행한 듯했다.

딸깍.

문을 열었다.

그 순간 보이는 개성 넘치는 두 미녀.

눈앞이 환하게 밝아졌다.

- 와씨! 

놀라는 귀신.

두 사람과 안면이 있었다.

특히 그녀와 만날 때 야훼에게 따끔하게 번개까지 맞았던 장립이다.

“보고 싶었어. 다니엘.”

사라가 가지런한 치아를 드러내며 활짝 웃었다.

면전에 대놓고 적극적인 자세로 나왔다.

“나도.”

사라를 향해 마주 웃었다.

“……나도 보고 싶었어요.”

입술을 질끈 깨문 그녀가 사라 뒤를 이었다.

“영광입니다.”

역시 그녀가 활짝 웃었다.

- 형님……. 아니 큰아버지…….

장립이 바로 스스로의 패배를 선언했다.

내 뒤에서 벌벌 떨었다.

야훼의 은총을 후광처럼 두르고 있는 로리아나 앞에서 일반 잡귀는 반딧불만도 못했다.

“그런데 두 사람이 어떻게…….”

“내가 공항에서 낚아챘어.”

사라가 당당하게 말했다.

천하의 야훼바트를 공항에서 유일하게 낚아챌 수 있는 사라 요한슨.

“제가 봐줬어요.”

로리아나가 웃으며 말했다.

“우리 페어플레이 하기로 했잖아.”

사라가 미소를 띠며 로리아나를 견제했다.

“신의 뜻대로.”

순간을 틈타 야훼를 팔아먹는 로리아나.

신이라는 말에 사라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방계라지만 야훼의 편애와 무서움을 잘 알고 있는 사라였다.

그때.

- 야훼의 신성이 저주를 받았습니다.

뭐라고???

회귀의 전설 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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